[밀리잡학] 무기로서의 "죽창"과 "죽봉" 구분론
 (2차 세계대전 말 본토 상륙예정인 귀축영미에 맞서
 일억신민이 최후까지 싸우라고 조직한 소녀대(?)의
 주력무기 죽창)


죽창 竹槍 다케야리


형태와 용법


죽창은 긴 대나무의 끝을 날카롭게 깎아서,

그것을 창날 삼아 상대를 공격하는 것이

목적인 무기이다.


죽창에는 통통하고 곧은 청죽을 사용하고,

보통 끝이 굵은 쪽을 창날 쪽으로 사용했다.

날의 직경은 보통 5센티미터 전후이고

창의 전체 길이는 약 4미터이다.


제작 방법은 창 끝이 될 부분을 약 20도

각도로 깎는다. 이 깎은 부분에 기름을 쳐서

불로 달군 뒤 강화 처리를 하게 된다.


이러한 강화 처리를 몇 차례 거치게 되면

대나무에 기름이 스며들어 견고한 죽창이

완성된다. 또 손잡이 부분은 잘 조정되도록

부드럽게 깎아주면 좋다.


죽창은 재료인 대나무를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간단히 만들 수

있는 매우 대중적인 무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살펴서 보면,

보통은 무기를 갖지 않는 민중들이

주로 사용하는 무기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에도 시대의 민중폭동에 반드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이 죽창이다.


센고쿠 시대까지는 일반 백성도 병사로

차출되는 경우가 많아, 각자 무기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에도 시대에 전투가 사라지게

되면서, 영주에 의한 병농 분리 정책이 진행되었고

농민은 일체의 무기를 갖지 못하게 된다.


그로 인해, 영주의 압제에 항거할 때 유일하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 죽창이었다.


그러한 의미에서 죽창은 지배자에 대한

피지배자의 저항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무기라고 할 수 있다.


들녘 출판사 판타지 라이브러리 시리즈 중

“무기와 방어구 - 일본편” 중에서 발췌


(압수되어 보관중인 죽창 사진. 날카로운 끝 부분 가공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또한 조선 후기의 군사서적인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

권1, '죽장창' 조에는 아래와 같이 설명되어 있습니다.


죽창은 그 길이가 20자, 머릿날이 4치, 손잡이가 5자이며,

손잡이 윗부분은 채색을 하였다.

특히 중국 제갈량은 고죽창(苦竹槍)을 만들었는데,

그 길이가 2장 5척이었다.

고죽은 백엽죽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한 가지에

백 개의 잎이 달린 것을 뜻하며 사람이 백엽죽에 상하면

반드시 죽는다고 전해지고 있다.


죽장창과 죽창은 혼용되어 쓰이기도 했고,

이 죽장창의 대명사가 “낭선”입니다.


그러나 낭선은 분명히 죽창과는 달리 금속제의 촉이

끝에 달려 있고 방어용 무기로 주로 적의 공격을

저지하는 데 목표가 있었습니다.


“백엽죽”에 대한 묘사는 낭선의 가지 끝에 독을 발라

적군을 상하게 하려는 운용전술을 설명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원래 죽장창(낭선)이라는 무기 자체가 중국 연안에

대규모로 침입한 왜구 해적에 대항해 현지에서

징집한 농민 위주 병력들이 손에 다루기 쉬운

무기로서 사용하던 것을 일반화한 것이고 원래는

죽창과 유사했을 이 무기는 명장 척계광에 의해

정규군 전술체계 안에 편입되면서 죽창과는 다른

무기가 되었습니다.


대나무로 되었다고 다 죽창은 아니고,

그렇게 된다면 아시아 일대에 산재한 무기들,

대나무를 창대로 한 장병기류는 다 죽창이 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좀 더 죽창의 본연적 의미에 가까운 묘사를

찾아봐야겠습니다. 


(농민반란에 사용된 무기라는 게 일상에서 쓰이던
 낫이나 괭이, 혹은 집 담으로 쓰던 청죽을 잘라 만든
 죽창이었음은 당연지사)

조선 시대의 왕조실록에 등장하는,

민중반란에서 사용된 죽창에 대한 기록 중 하나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철종실록》권14, 13년 4월 21일(계유)


전라 가도사 민세호가 장계하기를,

“함평 백성 정한순이 도당을 불러 모아 기치를 세우고,

각기 죽창을 가지고 동헌으로 난입하여 현감을 끌어낸 

다음 구타하고 갔습니다.” 하니, 하교하기를,

“지금 이 함평의 일은 군사를 일으켜 난동을 부리는

것보다 심한 점이 있다.

설령 관(官)에서 잘못한 것이 있다 하더라도

백성 된 도리에 있어 분수를 범하고 윗사람을 능멸하는 것이

이토록 극심한 지경에 이를 수가 있겠는가?

지금은 항리와 항법으로 책망할 수가 없으니,

구핵하여 죄의 무겁고 가벼움을 정하는 방안을 묘당으로

하여금 좋은 쪽을 따라 품처하게 하라.” 하였다.


이 철종 시대는 세도정치가 본격적으로 발호해

농민들의 삶이 죽지 못해 살아가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시기였습니다. 그 결과 홍경래의 난과 진주 민란 등으로

상징되는 농민 중심의 봉기가 줄줄이 일어나게

되지요. 그 시기에 산과 들 여기저기 자생하는

대나무를 꺾어 만들어낸 죽창이 이들 봉기세력의

주요한 무기가 되었습니다.

아니 유일한 무기였겠지요.


그러나 당시의 정부는 이러한 난이 왜 일어나게

되었는지에 대한 문제 해결보다는, 공권력의

말빨이 안 먹히게 되면 통제력을 상실할까

두려워 억압하는 데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이는 임진왜란 직후 선조 치하의 조선 조정이

행했던 의병장 탄압이나 가혹한 수탈에 항거한

민란이 연발했고, 이를 가혹하게 억눌렀던 처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보여집니다.


이러한 농민봉기의 절정은 1894년 갑오년에

있었던 동학농민전쟁이고, 우금치 전투를

전후해 서구화된 신식 총포의 연발사격에

더 이상 죽창 위주의 무기로는 대항할 수 없음이

입증됩니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죽창과 유사한 아프리카

남부 전래의 찌르는 단창 “아새가이”를 무기로

한 줄루족의 대군이 영국군의 연발식 라이플

일제사격에 비극적으로 무너지던 때와 크게

차이나지 않습니다.


이렇듯 죽창류의 입수하기 쉬운 창검류는

근대 이후 발달된 정규군의 무기체계 앞에

그 힘을 잃었고 이후 정면대결보다는 폭동에서

우발적으로 쓰이거나 하는 정도로 그치게 되었죠.


(길이는 짧지만 분명히 죽창의 외형적 특징을 다 갖춘 죽창 모습)

근래 언론에서 “죽창”이냐 “죽봉”이냐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데 분명히 ‘창’과 ‘봉’은 다릅니다.


“봉”이란 딱딱한 나무를 둥글게 깎은 것으로,

철판이나 철근 등 다른 물질을 더하여 강화 처리를

하지 않은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이후 어느 정도 개념이 확장되어,

중국에서 무기체계로 편입된 곤봉(棍棒)에서

“곤”은 아무론 가공이나 강화장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봉”은 나무에 철을 덧붙이거나 끝 쪽을

더 두껍게 하여 무게중심을 옮겨 타격력을 강화하는

정도로 구분해서 명칭을 붙이게 됩니다.


또한 후대에 전해진 장(杖)이란 것이 있는데

“장”은 곤봉과 별개라기보다 가늘고 긴 봉에

가깝습니다. 후대에는 오히려 이 “장”이 “봉”과

혼합되어 불리게 됩니다.


그렇다면 만장이나 깃대로 쓰였거나 혹은

끝을 날카롭게 만들지 않은 대나무는 과연

무엇으로 불려야 하는가 문제가 남습니다.


죽창의 경우 끝부분에 금속제 날을

붙이지 않았기 때문에 후대에 역사적으로

확립된 창과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분명히

인류 초기의 창은 단단한 나무 끝부분을

뾰족하게 만들어 불에 달구어 더 예리하게

만든 목창이었기 때문에 창의 원형적 형태로

봐야 할 것입니다.


반면에 근래 시위 과정에서 논란이 되는

만장용 깃대의 경우 대나무 특유의 탄성 때문에

충격을 받으면 쪼개지면서 오히려 쇠파이프나

각목보다 더 신체 특정부위에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지적될 수는 있지만 이것을 “창”이라

볼 수는 없습니다. “봉”에 가까운 형태임이

분명하지요.


(만장에 사용된 대나무 깃대를 봉으로 삼아 타격무기화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 강도가 강하지 않아 제식무기로 분류하기는
 어렵다. 다만 끝이 갈라졌을 때 신체의 약한 부위에는 위험할
 수 있으므로 사용을 권장할 수는 없는 게 분명함)

이것을 통상적으로 쪼개어 사용하는 방식이

존재하고 원래부터 그 용도로 쓰인다면

창도 봉도 아닌 다른 형태의, 모(矛)로 분류해야

하는 건지, 이런 류의 무기 형태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명피해를 줄 수 있는 위험물질은

될지언정, 무기로 분류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오히려 위 사진처럼 롱레인지 대응이 가능하도록
 운용하는 것이 죽봉의 원래 의미. 진압봉보다 길이가 
 길기 때문에 소위 "시가전" 상황이라면 원래의 용도로
 사용하는 게 군사적으로는 적절하다)
by 붉은10월 | 2009/05/21 04:14 | 뒤죽박죽 밀리잡학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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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토나이투 at 2009/05/21 10:43
좋은 글이군요

뭐로 분류되던 위험한건 분명합니다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09/05/21 14:29
위험성에 대한 논의와, 계보학적인 명칭을 올바로 쓰는
문제는 분리되어야 마땅하니까요.
Commented by 미스트 at 2009/05/21 13:07
끝을 날카롭게 해 주로 찔러 사용하면 죽창, 휘둘러 때리는 용도로 사용하면 죽봉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

목봉의 끝부분이 부러져서 뾰족해지면 목창이라고 할 순 없지 않겠습니까.... 부러진 목봉이지. ^^;;;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09/05/21 14:30
그렇죠. 봉과 창은 분명 다르니까요.
Commented by 하지메 at 2009/05/21 18:22
푸하하하~ 아주 명확한 글이군요. 되는대로 생각없이 말하는 것 보단 명확한 정의하에서 용어 사용! ㅋㅋ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09/05/21 18:25
앗 하지메군이시군요 ㅠ0ㅠ
이게 얼마만일까요오 ~
Commented by 풍신 at 2009/05/21 20:46
죽창의 무서움은 도끼나 칼 같은 것에 끝부분이 갈라지면, 성룡처럼 휘둘러서 사람 온몸의 피부를 찢어버릴수도 있다는 것.(틀려!)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09/05/21 23:46
죽창은 찌르기가 본령이고 그렇게 휘두르는 것은
낭선(죽장창)의 역할이 맞지요.
Commented by 오잉 ? at 2010/08/21 00:34
그럼 죽순으로 찌르면 어쩔건대요 ????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0/08/22 01:06
죽순으로 찌르거나 찔린 사례부터 확인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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