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역사만화] "히스토리에", 풍운아 에우메네스의 일대기

 “히스토리에”,

장구하고 화려했지만 피비린내 나는 배신의 시대를

살았던 당대의 풍운아, 에우메네스의 일대기입니다.


이와아키 히토시란 일본만화작가가 있습니다.

90년대 초반에 “기생수”란 만화로 일대 돌풍을

일으키며 스타 작가가 되었고, “기생수”는 단순한

괴기 호러 SF 스페이스 판타지 만화가 아니라

인간 존재와 목적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불러일으키는

명작으로 현재까지 일본에서만 1000만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며 ‘고전’의 반열에 오르고 있습니다.


(그로테스크한 상상력, "기생수")

이후 “칠석의 나라”를 거쳐 일본 시대극을 관통한

후 2000년대 초입에 “유레카”라는 단편집을 냅니다.


놀랍게도 이와아키 히토시는 로마(당시는 공화정)의

침략을 받던 2차 포에니 전쟁 시기 시칠리아섬의

도시국가 시라쿠사에 거주하던 아르키메데스의

각종 첨단병기들의 화려한 향연을 치밀한 시대고증과

적절한 상상력을 가미해 풀어냅니다.


이 경이적인 단편집 이후 2004년부터 연재하는

작품이 바로 “히스토리에”입니다.


극악의 연재속도로 유명한데 거기에다 작가의 좋지 않은

건강상태 등으로 인해 1년에 단행본 1권 보기가 힘든

괴작의 반열에 오르는 지경이지만, 이 ‘괴작’에 한번

맛들인 이들은 그저 하염없이 다음 권 나오기만 기다리며

구슬피 울부짖고 있을 따름입니다.


“히스토리에”의 기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알렉산더가 이렇게 질주하느라 놓치는 부분을 충실히
  챙겼던 이가 에우메네스라는...)

고대 그리스의 깡촌에서 살던 에우메네스라는 소년은

당시 그리스를 석권하기 시작한 신생국 마케도니아의

애꾸눈 필리포스 왕에게 발탁되어 신하가 되고 막강한

무력을 자랑하던 신흥 군사강국의 관료가 됩니다.


(올리버 스톤의 영화 "알렉산더"에선 발 킬머가 애꾸눈
  필리포스 2세로 등장. 포스터에서 알렉산더 왼쪽 옆 캐릭터)

후계자인 알렉산드로스(후대에 알렉산더 대왕으로

알려진 바로 그 인물!)와 그 또래집단들이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밑에서 세계정복의 꿈을 키워나가던

시절에 에우메네스는 충실한 관료수업을 받으면서

그들 무리와는 때로는 어울리고 때론 거리를 두며

유능한 서기관이자 행정관료가 되어갑니다.


그를 끌어올려준 필리포스 왕이 암살당하고

후계자 알렉산더가 알렉산드로스 3세로 즉위한 뒤

곧바로 이어진 동방원정에서 에우메네스는 화려한

알렉산더와 그 친구들의 무공 뒤에 가려진 일상의

여러 번잡한 업무들을 척척 해결해나감은 물론,

왕궁일지 등 격동의 시대를 기록한 저작들을 남기는데도

그 노력을 다합니다.


당시 알려진 문명세계의 대부분을 장악한 직후

그가 충성을 다했던 알렉산더가 급사하자 그의

야심에 찬 친구들은 곧바로 “디아도코이”(후계자) 전쟁을

일으키고 에우메네스는 그를 출세시켜주고 능력을 발휘하게

해준 마케도니아 왕가와, 주군 알렉산더가 정복한 방대한

동방제국을 헬레니즘의 상호평등주의 정신 아래 통합된

국가로 지키기 위한 부질없는 노력에 나섭니다.


※ 에우메네스는 당시 제국의 수도로 예정되었던

   바빌론에서 알렉산더의 장군들을 모아 바빌론 협약을

   맺고 후계구도를 정리하는 막후 역할을 맡습니다.


(알렉산더가 좀 더 오래 살았다면 세계제국의 수도가 되었을 곳,
 바빌론에서 알렉산더의 부하장수들은 서로 후계자가 되기 위해
  암투를 벌입니다. 바빌론에 그 당시에도 서 있었을 바벨탑처럼
  공허한 욕망이 충돌하는 곳. 바빌론입니다)

   그러나 이 후계구도는 이미 팽창한 욕망으로 다들

   흥분되어 있던 제장들에게는 지킬 생각이 없는

   공허한 것일 뿐이었습니다.


   이 협약에서 에우메네스 자신은 만화에 의하면

   3-4권에서 몸을 의탁했던 지역, 파플라고니아와

   인접지역인 카파도기아, 즉 소아시아(지금의 터키)

   북동부를 영토로 받습니다. 만화와 연관시켜 보면

   나름 연고지를 차지하게 된 것이지요.

   정작 재미있는 것은 그의 고향이라 할 그리스의

   폴리스 칼데아의 참주는 헤카타이오스란 점.


에우메네스는 바빌론 협약 이후 마케도니아 왕가의

섭정이 된 페르디카스와 협력해 할거하는 장군들을

통제하려 노력합니다.


그러나 페르디카스가 당시 가장 노골적으로 분리

독립을 꾀하던 프톨레마이오스를 정벌하러 이집트

원정에 나섰다가 암살당하고, 여러 장군들이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는데 최대의 걸림돌이 된 자신을 제거하려는

결정을 내리자 에우메네스는 여기저기 도망다니는 신세가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군대는 여러 차례 빛나는

승리를 거둡니다.


그러나 정통 마케도니아 출신도 아니고, 능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명성을 쌓을 기회도 없었고 너무 출중한

능력 때문에 디아도코이들에게 경원당한 에우메네스는

치열한 분투에도 불구하고 결국 “플루타르크 영웅전” 등에

의하면 고대 비극의 주인공에 걸맞은 드라마틱한 종말을

맞게 됩니다.


즉, “히스토리에”는 한 재기발랄했던 인물의 기이한

무용담과 종국의 장구한 멸망을 담아내는 대하 서사극의

얼개를 띄고 있는 만화인 셈이지요.


이와아키 히토시는 단순한 해피엔딩 스타일의 작가가

아니고 그의 서사 전개능력은 이전 작품들에서 일정부분

검증은 되어 있기 때문에 “히스토리에”의 팬들은 검증된

대하 서사극의 전개와 완성 과정을 안심하고 그저 느긋한

심정으로(그렇지 않으면 못 견디거든요) 기다리면 될 일입니다.


실제 에우메네스의 생애에 대한 기록은 아래의

한국어 위키피디아 백과사전 검색결과를 첨부합니다.


에우메네스


카르디아의 에우메네스(고대 그리스어 이름: Ευμένης, ca.

기원전 362년 ~ 기원전 316년)는 고대 그리스의 장군이자

학자이다. 그는 마케도니아 아르가이 황실의 후원자로

디아도코이 전쟁(Diadochi: 후계자)에 참전했다.


(만화에서라면 어릴적 열심히 도서관에서 파피루스를
  탐독하고 있었을 에우메네스)

그는 트라키아 반도(the Thracian Chersonese) 내의

카르디아 출신이다. 아주 이른 나이에 그는 마케도니아의

필리포스 2세에게 서기로 등용되었다.


필리포스 2세의의 죽음 이후에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페르시아 원정에 동행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죽음(323 B.C.)

이후에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아들 알렉산드로스 4세의

원조로 많은 수의 마케도니아와 그리스 병사들을 이끌고 싸웠다.


제국의 계속되는 내전 끝에 영토를 분배할 때

카파도키아(Cappadocia)와 파플라고니아(Paphlagonia)는

에우메네스에게 할당되었다.


그러나 그때는 아직 그 지방이 마케도니아 제국에

정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페르디카스(Perdiccas)는

레오나토스(Leonnatus)와 안티고노스(Antigonus)에게

에우메네스를 위해 카파도키아와 파플라고니아를 장악하는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안티고노스는 그 명령을 무시하고,

레오나토스는 에우메네스에게 자신의 헛된 야망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실패했다.


에우메네스는 페르디카스와 합류한 이후 카파도키아를

점령하였다. 라미아 전쟁에서 그리스를 정복해낸

크라테로스(Craterus)와 안티파토르(Antipater)가

페르디카스의 힘을 전복하기 위하여 아시아로 통과하기로

하며 처음으로 겨냥한 곳은 카파도키아였다.


크라테로스와 아르메니아의 총독인 네오프톨레모스는

기원전 321년에 헬레스폰트 근처에서의 전투에서

에우메네스에게 완전히 격파당했다.

네오프톨레모스는 전투 도중에 죽었고,

크라테로스는 전투에서 얻은 부상 때문에 죽었다.


그러나 이집트에서 페르디카스가 자신의 군대에 의해

죽임을 당한 이후에 (에우메네스는) 마케도니아

장군들에 의해 사형을 선고 받았고, 안티파트로스와

안티고노스가 에우메네스를 처리하는 임무를 할당받았다.


에우메네스는 자신의 부하에게 배신당한 뒤

카파도키아와 리카오니아 경계에 있는 강력한 성 노라로

도망쳤고, 그곳에서 안티파트로스의 죽음으로 그의

경쟁자들이 혼란에 빠진 틈을 탈 때까지 1년 이상을

머물게 된다. 안티파트로스는 섭정을 지위를 자신의 아들

카산드로스(Casander)를 대신하여 자신의 친구

폴리페르콘(Polyperchon)에게 넘겨주었다.


따라서 카산드로스는 안티고노스와 프톨레마이오스와

동맹을 맺었고, 반면에 에우메네스는 폴리페르콘과

동맹을 맺었다. 따라서 그는 노라를 벗어날 수 있게 되었고,

곧 시리아와 포에니키아를 위협했다.


기원전 318년에 안티고노스는 에우메네스에 반대하여

진군했고, 에우메네스는 그 지방의 샤트라프와 합류하기

위해 티그리스강 너머의 동쪽으로 철수했다.


파라에케(Paraecene 기원전 317년)와 가비에네

(Gabiene 기원전 316)에서 있었던 결정적이지 못한(시시한)

두 번의 전투 이후에, 에우메네스는 안티고노스의 선동에

의해 자신의 군인들에게 배신을 당했다.


플루타르코스(Plutarch)와 디오도루스(Diodorus)가

전하는 바에 의하면, 에우메네스는 전투에서는 승리했으나

그의 군대의 전리품을 잃었다.


그 전리품들은 마케도니아인중 고참병

(아르귀다스피라이 혹은 은방패라고 불리는)들의

30여년간의 성공적인 전쟁 끝에 쌓아올린 것이었다.


(알렉산더의 정복의 도구, 그리고 후일 에우메네스의 파멸에
  지대한 역할을 한 친위보병들. 그러나 그들 역시 에우메네스
  사후에 머지 않아 제거당할 운명에 놓여있던 Toy Soldiers)

그것들은 금이나 보석들뿐만이 아닌, 그리스 여인들과

아이들을 포함한 것이었다. 안티고노스는 은방패에게

에우메네스를 자신에게 넘긴다면, 자신은 이들을

돌려줄 것을 그들에게 제안했다.

은방패는 에우메네스를 넘겼다.

안티고노스는 약간의 숙고 끝에 자신의 적을 처형할

것을 명했다.


마케도니아인 병사들은 공공연히 에우메네스를 의심했다.

그는 부정할 수 없는 뛰어난 역량을 지닌 장군이었으나,

그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도 충심으로 똘똘 뭉친

군대를 지휘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단 하나의 알렉산드로스 제국을 유지하기 위해

전력을 다한 유능한 장군이었으나, 그의 노력은 단지

그가 출신이 마케도니아인이 아니며, 장군이 아닌 문관

출신이라는 이유로 그를 증오하고 경멸하던 장군들과

샤트라프(지방의 태수)들에 의해 좌절되었다.


에우메네스는 옳은 일을 위해 노력했지만 그는

무자비한 적과 자신의 군인에 의한 배신에 압도당한,

비극적인 인물이다.


이와아키 히토시가 창작한 만화 히스토리에의 주인공이다.


위키피디아 백과사전 발췌


(알렉산드로스 3세가 정복했던 제국)

그의 사후 방대한 제국은 부분적으로 그의 세계시민적

헬레니즘 분위기가 존재했지만 다시 전제적인 군주정으로

할거한 그의 장군들에 의해 조각조각 잘려나갑니다.


그러나 재통합을 위해 나섰던 어떤 이들도 다시

제국을 통일하지 못하고 여러 개의 분리된 왕국들

- 셀레우코스 왕조의 시리아와 메소포타미아

-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이집트

- 안티고노스 왕조의 마케도니아 등 비교적 큰 나라와,


- 트라키아, 에피로스, 페르가몬, 폰토스 등의 소국들,


그리고 각 지역의 원주민 위주로 새롭게 새워진 국가들,

- 파르티아, 아르메니아 등으로 조각조각 갈라집니다.


(초기 디아도코이들의 세력권으로 쪼개진 제국)

그렇게 40년 간 지속된 디아도코이의 계승전쟁은

원래 알렉산더가 추구했던 보편적 세계제국과는 거리가

먼 상태로 종말을 맞습니다.


(영화의 이 장면처럼 어쩌면 알렉산더의 꿈과는 달리
  그의 제국이란 것은 이렇게 피비린내나는 희생 위에
  세워진 것이기에 그의 후계자들의 일치된 생각처럼
  단일하고 평화롭게 유지되기가 애초 불가능했을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만화로 돌아갑니다.


현재 만화에서 묘사되는 성공적이고 때로는 초인적인

그의 캐릭터와는 달리 너무나 현실적인 중후반기의

생애는 “히스토리에”의 후반부가 두려워지게 만들기도

하지만 극악의 연재 속도로 인해 10년 이상은 염려를

놓아도 될 듯합니다.


그래서 현재까지 등장한 캐릭터들이 겪을 파란만장한

이후 역사는 아직 몇 해는 지나야 만나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에우메네스의 눈으로 알렉산더의 주위에 모인

청년들이 어떻게 디아도코이로 성장하는지 보게 될

것이고, 각자의 인물평을 에우메네스의 입으로 듣게

될 것입니다.


그가 맨 처음 마케도니아에 와서 의탁했던 아탈로스

가문의 에우리디케는 알렉산더의 배다른 형제 아레다이오스와

결혼해 후일 알렉산더의 어머니 올림피아스와 정략을 다투다

최후를 맞게 될 것이고, 에우메네스가 에게해를 건널 때

함께 동행했던 아리스토텔레스 일행을 추격하던 페르시아

샤트라프(지방총독)의 부인 바르시네는 후일 알렉산더와

결혼해 헤라클레스란 아들을 낳지만 그 아들 역시 후계자들에

의해 제거될 것입니다.


(만화에서 1권과 4권에 등장했던 젊은날의 바르시네)

에우메네스가 맨 처음 칼데아 성 앞에서 만났던 젊은

장교 페르디카스는 후일 에우메네스가 궐기할 때 파트너가

되어 운명을 같이 할 것이고, 지금은 다정한 사이인 필로타스와

그의 부친인 명장 파르메니온은 후일 알렉산더에 의해 비참한

종말을 맞이할 것입니다.


에우메네스는 그의 가장 안온한 안식처였던 보아 마을

사람들과 다시 재회할 수 있을지, 만화에 의하면 그의

유년기의 가장 큰 시련을 안겼고 그의 고향의 참주가 될

운명인 헤카타이오스와는 어떤 악연으로 이어질지

모든 것은 작가인 이와아키 히토시의 손에 달렸습니다.


그것이 너무 궁금하기에 예정된 파국을 알면서도

눈과 손은 “히스토리에”의 신간을 계속 원합니다.


(지구본을 응시하는 에우메네스의 눈빛은
 작가 이와아키 히토시의 시선입니다)

이와아키 히토시만의 독특한 역사 관찰의 눈


만화 단행본 각 권마다 맨 끝 행간에 실리는 짧은

작가 코멘트는 그가 에우메네스라는 헬레니즘 시대의

풍운아를 해석하는 관점을 살짝 살짝 간보기로 알려주는

기능을 하는 것 같습니다.


“에우메네스는 역사상 이름이 높은 여러 전장-그 현장에

 있었다. 그리고 분명 수많은 작전에도 참가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왕이나 다른 장수와 함께 이름이 남아있지

 않은 것일까. 그것은 그가 ‘기록하는 쪽’의 사람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기록하는 일을 그만둔다.

 그때부터 기록자는 ‘기록당하는 쪽’이 되어 역사의 무대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1권)

에우메네스의 비극은 이때부터입니다.


그가 기록자로서의 위치를 계속 고수했다면,

그의 유능함 때문에 알렉산더의 후계자를 꿈꾸던

수많은 디아도코이들이 그를 발탁하거나 아니면

가만 놔둘 수도 있었을 테니까요.


역사의 관찰자가 역사를 움직이기 위해 달리는

순간, 그가 아무리 뛰어난 인물이더라도 포르투나는

그를 가만히 놔두질 않게 마련입니다.


“에우메네스는 알렉산더 대왕의 측근으로서

 자세한 기록을 남겼다고 여겨진다.

 그것이 바로 [왕궁일지]이다.

 그러나 대왕의 전기 작가는 되지 않았다.

 틀림없이 그는 몇몇 알렉산더 대왕의 전기 작가들이

 많이 이용한 가장 중요한 ‘참고자료’의 저자일 것이다.”

 (2권)


불행히도 그 왕궁일지는 후대에 전해 내려오지 않습니다.

알렉산더의 33살 때 이른 죽음 후에 너무 광대했던

알렉산더의 동방제국은 접착력을 유지할 수 없었고

그의 친구들인 자칭 ‘후계자’들은 이를 정확히 간파하고

대왕의 유언인, ‘가장 강한 자에게’라는 외마디를 가슴

깊이 새긴 채 이제는 자기들을 구속하던 족쇄가 풀렸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알렉산더가 동서통합의 이념을

스스로 구현하기 위해 단행했던, 박트리아 지역 토호의

딸인 록사나와의 사이에서 낳은 유복자 알렉산더나

대왕의 이복형제인 필리포스 따위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것처럼 무시하기 시작하지요.


('가장 강한 자'가 되려는 야심으로 가득 찼던,
  알렉산더 주위의 후일 '디아도코이'들)

에우메네스는 이들을 어떻게든 통제하면서 통합된

제국과 정통 왕가의 구심력을 유지하기 위해

동분서주합니다. 이제 그에게 기록하는 것보다는

기록될 사실을 바로잡는 것 자체가 더 중요해진

것이지요.


그러나 그의 노력이 다른 곳으로 치우치는 바람에

이 소중한 기록들은 중단되어졌고, 디아도코이들의

40년간의 전쟁과 이후의 혼란은 기록 자체가 소실되는

결과로 막을 내렸습니다.


“트라키아의 자유시민이 노예가 되어 배에

 짐처럼 실리는 도시 칼데아. 자유와 굴종의 경계에

 있는 이 도시는 동시에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에

 존재했다. 그런 칼데아 출신의 서기관이 그리스 세계의

 주류로서는 다소 틀린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그리 이상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3권)


(만화에서처럼 스키타이 출신의 아테네 계열 그리스 식민시
  유력자의 아들로 자라나 소아시아 해안지대 깡촌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신흥강국 마케도니아의 관료가 되어
  세계원정에 동행했던 이라면 자연히 헬레니즘 마인드가
  정착되게 마련일 것이라 사료됨)

위 묘사처럼 에우메네스는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초창기 생애 - 이와아키 히토시가 칼데아의 유력자에

입양된 스키타이 계열로 픽션 설정한 것 포함해서 - 를

보냈고, 그의 “헬라스”와 “바르바로이”를 구별하지 않는

세계시민적 가치관은 마케도니아 아르가이 왕조의 걸출한

두 군주, 필리포스 2세와 알렉산드로스 3세에 의해

마음껏 만개할 수 있었습니다.


에우메네스로서는 그의 관찰자 시점 인생관을 접고라도

지켜야 할 그 무엇이 이 두 군주에 의해 갓 걸음마

단계에 들어선 신생 제국에 깃들여져 있었을 것입니다.


“비교적 한정된 구역에 몇몇 역사적 사실의 단편이,

 마치 퍼즐의 해답이 도출되기를 기다리듯이 배치되어

 있곤 한다.

 그러나 우연히 발견하는 수 밖 에 없다.

 역사의 등장인물도, 기록자들도, 어느 누구도,

 그곳에 ‘심어’ 놨을 리 없으니까.”

 (4권)


이와아키 히토시는 그의 출세작 “기생수”와 전혀

장르는 다른 것 같지만 여전히 인간과 역사에 대한

독특한 현미경 같은 시각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히스토리에”에서는 에우메네스라는

기구한 생애를 살았던 독특한 인물을 ‘기생수’化시켜

그의 입과 말을 빌려 독특한 작가 자신의 시각을

투영하고 있습니다.


“그는 건달, 양아치 등을 모조리 고용, 훈련시켜

 종래에 없던 ‘상비군’을 조직했다.

 그것은 평소 농업 등에 종사하느라 농번기에는

 활동이 제한되는 타국의 군대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이와 비슷한 내용이 오다 노부나가의 일화로서

 전해지고 있으나, 이는 노부나가보다 약 2천 년

 가까이 앞선, 동유럽에 홀로 나타난 애꾸눈 왕의

 이야기다.”

 (5권)


(아마도 필리포스2세를 묘사한 듯한 5권 표지원화)

이와아키 히토시는 기생수의 세계관의 연장선상에서

자국인 일본의 역사를 통달하는 과정을 거쳐 이제

보편적인 비교역사 관점에서 고대 그리스와 중동의

역사를 다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개 격주간지인 일본 만화잡지 사이클보다 더 느릴

수 밖 에 없는 월간지 연재, 거기에 작가의 과히 좋지

않은 건강상태와 은근히 높은 수위의 역사고증작업 등

여러 악재로 인해 살인적인 거북이 스피드를 보이는

작품이지만 이 작품 “히스토리에”는 연재 완료 때까지

숨죽이며 지켜봐야할 작품입니다.


비록 이미 플루타르크 영웅전과 여러 사료에서

보여지듯 에우메네스의 찬란한 전반기 활약을 덮는

우울한 최후와 그가 목숨바쳐 지키려 했던 어떤 가치의

붕괴를 두 눈으로 목도하게 될지언정......

(물론 에우메네스는 이렇게 후대에 영웅상으로 남지는 못했습니다만,
 이들의 시대 배후에는 항상 우리의 서기관이 함께 했었습니다)
by 붉은10월 | 2009/05/27 12:55 | 책벌레 | 트랙백(1) | 덧글(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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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산왕의 건전성추구위원회 at 2009/05/27 20:10

제목 : 『히스토리에』와 『아나바시스』
『히스토리에』1권 141P에서 인용. (C) 서울문화사 - 크세노폰의 전쟁회고록, 아니 종군일기라 해야할 『아나바시스』. 『히스토리에』(ヒストリエ) 1권에서 에우메네스가 서점 주인과 대화할 때 서점 주인이 "크세노폰의 『아나바시스』는 인기있는 책"이라는 말을 하는 부분입니다. 7권짜리로 나온 『아나바시스』는 크세노폰의 기록을 토대로 약간의 가필, 수정이 가해진 것으로 두루마리 7권 - 요즘 책으로 따지면 얇은 책 한 권이 나올 뿐이죠. ......more

Commented by chervil at 2009/05/27 13:16
빠져들어 다읽고 보니 스크롤의 압박이 좀있군요 ㅎㅎ;;
역사를 좋아하는지라 최근 네이버 웹튠으로 연재되는 양영순님의 "플루타르크 영웅전"도 재밌게 보고있습니다.

극악의 연재속도라니...ㄷㄷㄷㄷ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09/05/27 13:21
뭐 그래도 FSS나 유리가면보단 아직은 안정감 있습니다 -_-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5/27 13:54
저도 정말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며칠 전 한글판 5권이 나와서 기뻐하고 있는 참이지요^^;;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09/05/27 13:56
문제는 6권은 1년 내로는 나올 희망이 없고,
심지어 2년이 걸린다는 관측에 설득력이 실린다는
점이지요. 역사게시판에서 글 잘 읽고 있답니다. ^^a
Commented by GHOST133 at 2009/05/27 16:57
아 그러고보니 얼마전에 5권이 나왔군요. 작가분 건강상태가 안좋다는게 좀 불안합니다.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09/05/27 18:23
작가의 건강을 기원해야하는 만화가 여럿이 되어갑니다.
마모루 나가노, 미우라 켄타로, 이와아키 히토시...
제발 연재는 마치고(이하 생략) -_-a
Commented by ㅇㅇ at 2009/05/27 17:02
여기서 에우메네스가 스키타인이라는 설정,그리고 비교적 높은 위치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목걸이 등을 보면, 결말을 조금 비틀지않을까합니다.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09/05/27 18:24
비튼다고 하면 신분을 숨기고 낙향하는 정도.
장렬한 파멸과 소리없는 은둔 둘 다 이 희대의 기인에겐
어울리는 것 같기는 하네요 ^^a
Commented by 로오나 at 2009/05/27 18:07
아아, 저도 좋아하는 만화입니다. 아무래도 기생수만큼은 아니지만^^;

극악의 연재속도는 역시 괴로워요. 이번에 나온 5권도 정말 좋았는데 6권은 언젠가. 흑흑. 차라리 일상 에피소드물이라던가 그러면 기다려도 상관없는데 이건 충실하게 전개되는 서사물이다 보니 더더욱.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09/05/27 18:25
게시물 잘 읽고 있는데 직접 찾아주시니 부끄러울 뿐이네요.
계승자 전쟁까지 죽 소개하는 대하서사 게시물을 써볼려다
귀차니즘으로 그냥 이도저도 아닌 글이 되어버렸습니다.
언제고 한번 제대로 정리할 날이 오겠지요.
Commented by Linq at 2009/05/27 18:31
실제 어떤 인물인가 하고 검색하다 위키까지 흘러들어가선
"그는 부정할 수 없는 뛰어난 역량을 지닌 장군이었으나,
그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도 충심으로 똘똘 뭉친
군대를 지휘해 본 적이 없었다. "

이 문장에 입이 벌어졌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09/05/27 18:40
당시의 마케도니아 군대는 용병직업군인인데
이들을 직접 지휘하면서 고락을 같이할 기회가 없었던
행정관료 출신에다 마케도니아인도 아닌 에우메네스에게
독자적인 사병집단이 아닌 다음에야 충성스런 군대를 지휘할
기회는 그에게 주어지기가 어려웠겠지요.
Commented at 2009/05/27 19:1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09/05/27 19:20
전에도 지적받은 부분인데 막상 고치기가 쉽잖다는 변명을
드려봅니다. 꼭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ㅠㅠ
Commented by 미스트 at 2009/05/27 19:15
근래 연재분에서는 에우메네스가 ㅇㅇ를 만드는 장면이 있어서 뭔가 좌절했던 기억이 (.............)
가죽이나 목재도 아닌 금속제 ㅇㅇ! 발가락ㅇㅇ나 답ㅇ 같은 형식이 아니라 본격적인 ㅇㅇ!!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니잖아~ 랄까 그런 느낌 (.....)




....네타가 될까 싶어 필터링 합니다. ;;;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09/05/27 19:21
헉 스포는 곤란합니다 -_-
Commented by udis at 2009/05/27 20:19
아오...이거 5권 언제 나오나 눈 빠지게 기다리다 포기했는데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09/05/27 22:53
인내는 쓴데 열매가 과연 얼마나 달달할지 기다려봐야죠 ^^a
Commented by 풍신 at 2009/05/27 20:20
에우메네스가 주인공인 것을 알고..."어째서 재밋는 역사 만화의 주인공들은 전부 비참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거지?"라고 생각했었죠. 상당히 재밋는 만화....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09/05/27 22:54
헬레니즘 시대의 여명을 이렇게 고증 철저히 해가면서
만들어낼 줄은 정말 몰랐거든요 -_-a
Commented by 개슈털트 at 2009/05/27 20:57
글 너무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히스토리에 읽으면서 에우메네스가 정확히 원래는 어떤 인물인가 싶었는데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09/05/27 23:02
뭐 위키백과 내용에 조금 덧붙인 것 뿐인걸요 ㅠㅠ
Commented by puella at 2009/05/27 22:18
글 잘 읽었습니다. 긴 글이지만 재밌게 읽었어요.ㅎㅎㅎ
중간중간 나오는 영화 <알렉산더>장면에 깜짝깜짝 놀라기는 했지만...(아무리 봐도 콜린 패럴의 금발은 아닌 것 같아요ㅠ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버전의 영화 <알렉산더> 제작이 무산된 것이 참으로 슬플 뿐이죠)
그나저나 5권 나온 사실을 여기에서 알았네요^^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09/05/27 22:54
얼른 지르셔야할 뿐이로군요 +_+
참고할 이미지가 워낙 없어서 가장 가까운 걸 찾다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Commented by 파르마콘 at 2009/05/27 22:32
재밌게 읽었습니다.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09/05/27 22:55
별것 아닌 짜집기 글 재미나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네요.
Commented by 킴타쿠 at 2009/05/27 23:59
오늘 한글판 5권이 배송되서 자기전 첫장을 피려던 차에 글을 읽게되네요. 더 재밌게 읽힐것같습니다. ㅎㅎ 몬스터 이후 유일하게 사서 보는 만화인데 느린 연재속도 덕택에 느긋하게 보는 묘미를 알아버렸습니다. 이렇게 보는 것도 나름 괜찮네요ㅎㅎ 신권이 나오면 그 전 이야기들을 다시 한번 쭉 훑어보는.. 아무튼 재밌게 읽었습니다!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09/05/28 01:00
새 책이 나오면 이전 책들 다 쌓아놓고 다시 정독하게
되는 재미를 발견했다고 해야 되나 뭐 그렇죠 -.+
Commented by 리사 at 2009/05/28 00:00
히스토리에는 저퀄리티면 어쩔수 없지. ㅠㅠ 면서도...

흑흑.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09/05/28 01:00
어쩌겠어요. 퀄리티가 극강인걸요 ㅠ.ㅜ
Commented by 파벨 at 2009/05/28 01:03
실제 역사의 수순을 그대로 따르는 내용을 그려내진 않을것
같은데 과연 어떨지 모르겠네요. 연재가 너무 느리니 누구에게
추천하기도 힘든 이 만화 ㅜㅜ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09/05/28 01:56
충실한 역사서술로 가건, 적당한 픽션으로 귀결되건
그저 끊임없이 인내 또 인내가 요구되는 만화일 따름이죠 ^^a
Commented by at 2009/05/28 09:35
영웅의 완성은 비극적 최후니까요 ㅎ;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09/05/28 10:39
그래서 에우메네스의 재기발랄한 청소년기를 보면서
이 친구는 영웅이 안되었으면 좋겠다는 괜한 망상을
해본답니다...
Commented at 2009/05/31 23:0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09/06/01 01:33
헉 그런가요 +0+
참고자료 없이 글을 쓰다 보니 확인을 못해봤습니다.
한번 확인해보겠습니다 +_+a
Commented by 큐우키 at 2009/06/10 21:04
뒤늦게 히스토리에 5권을 보고 우연히 들어왔는데 좋은 글을 봤습니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역사를 들여다볼때면 늘 생각하는 일이지만, 어째서 역사는 영웅이 아닌 자들이 자신의 그릇을 알지 못하고 인간의 세계를 더욱더 신화에서 멀어지도록 하는 가에 대해 좀 화가나더라구요..ㅡㅡ 그래서 인간의 역사가 더 값진것이겠지만...암튼 히스토리에는 10년 20년을 기다리더라도 기다리는데 기쁨이 있는 만화죠.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09/06/10 23:48
기다리고 기다려야 한다는게 때론 슬프지만 기꺼이
기다리게 만드는 만화이지요. 그 서사의 힘이란...
마치 파피루스 읽는 기분이 든다니까요 ^^a
Commented by gmsbo at 2009/12/15 16:00
좋은 글이고 흥미로운 주제라서 읽고 싶은데..
보기가 힘드네요..

블로그 형식을..포스트공간을 와이드로 하시면 안될까요...
이글루스는 안써봐서 모르겠지만..
보기가 너무 눈이 아프네요.....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09/12/15 16:05
주인장이 그런 기술적인 부분에 문외한인지라 -_-:::
Commented by 09 at 2017/03/03 08:59
바르시네는 에우메네스와 결혼하지 않나요? 알렉산드로스와 결혼하는 바르시네와는 다른 바르시네 아닌가요?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7/03/07 10:22
작가의 설정 마음이겠지요 ^^;;;
Commented by 살인자의 건강법 at 2017/11/22 18:14
히스토리에, 기생수 등.. 정말 제 인생만화네요. 이 작가 특유의 차가우면서도 미세하게 느껴지는 인간애가 좋습니다. 쿨한 척 하지 않고 담담하게 인간성 그 자체를 그려내는 점이 좋아요.

혹시 만화 좋아하시고, 같이 토론하는 것 즐기시면, 같이 이야기해보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광고 아니고.. 그냥 개인인데, 홍보가 전혀 안되어 까페가 어째 살아나질 않네요!
제가 한동안 관리 못하다가 이렇게 직접 만화 매니아들을 찾아다니며 알려드리려고 생각 중이에요..ㅠ 스팸으로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흥미가 생기신다면 와서 보시고.. 같이 이야기해요!

http://cafe.naver.com/comicscritic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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