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s PIFF] 파이프 안의 세 남자, 산유국의 번영 아래 노동자들의 일상 스케치



요즘 북아프리카 튀니지를 시작으로 아랍권의

오랜 독재 치하에서 빈곤에 시달려왔던 시민들의

봉기가 거듭되고 있는 시점에서 2010년 PIFF에서

첫 번째로 관람했던 영화, <파이프 안의 세 남자>를

뒤늦게 소개해 봅니다.



이란 감독의 영화이니 아마도 배경은 이란이겠지요.



이란이 세계 유수의 산유국이라는 것은 다들 잘

아실 것입니다. 그 부가 북아프리카 지역의 부패한

정권들보다는 좀 더 사회적으로 쓰인다 하지만

역시나 빈부격차는 존재하며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그 깊이는 더 두꺼워지고 있음을 알게 해주는

영화입니다.





세 친구가 있습니다. 유전도시 주변에서 각자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는 일거리를 갖고 힘겹게

살아가는 세 친구는 집도 없이 그들에게 일자리를

알선해주는 직업소개소장(이거나 브로커거나)이

제공하는 파이프 배관을 방으로 꾸며 살아갑니다.



비가 거의 오지 않는 곳이기에 이런 형식의

주거도 가능하겠지요. 파이프 주거 관련한

몇몇 장면에서 마치 우리네 고시원과 흡사한

그런 느낌을 주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한 친구는 도시 주변에서 무면허 택시 운전을

합니다. 다른 친구는 정유시설 관리를 하며

종일 보냅니다. 또 다른 친구는 시설 내 화장실

청소를 맡아 합니다.




택시운전을 하는 친구는 셋 중 가장 신분상승에

대한 욕망이 강해 보입니다.



옷을 사 입고 멋을 부리기도 하지만 무면허로

인해 차를 압수당하기도 하는 등 가장 능동적인

인물입니다.



정유시설 설비관리를 하는 친구는 가장 조용하고

성실한 반면 크게 드러나는 면이 없이 그저

묵묵히 일을 합니다.



화장실 청소를 하는 친구는 조용한 편이지만

일에 대해 지긋지긋해 하며 일을 마치면 냄새를

벗어버리고 싶은 듯 바다에 뛰어들어 수영을

즐기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곤 합니다.






영화는 그리 길지 않은 러닝타임 내내 이들의

이런 일상의 면모를 돌아가며 보여줍니다.



영화 후반에 택시운전사 친구는 소박한 일탈을

합니다.



항상 그가 태워주던 슈트 입은 남자들의 일터,

현대화된 오피스 건물에 양복을 입고 침투합니다.



물론 무단침입이거나 무기를 들고 그러진 않지요.



옷빨에 의해 신분을 구별하는 것을 이용,

말쑥하게 차려입고 당당하게 입구를 통과합니다.



그리고는 오피스 빌딩 구내식당에 들어가

화이트칼라들이 먹는 구내식을 즐깁니다.



뭐 그냥 직원식당 들어가 좀 괜찮은 정식

먹는 그런 셈이지요.



그러나 그가 그 거사를 마치고 나올 때

기다리던 두 친구는 셋이 함께 환호성을

지르며 성공을 축하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조용히 끝납니다.



중간에 풍자적인 장면도 몇 나옵니다.



질팍한 일상을 함께 나누는 세 친구가

튼 텔레비전에는 이란의 핵 실험을 경축하는

뉴스가 흘러나옵니다.



핵 개발이라는 국가적 단결을 도모하며

미 제국주의를 비롯한 외세의 간섭에 맞서는

이란의 행태에 대한 야유조의 장면이지요.




중동지역에선 최대 규모의 인구를 가지고

산유국이면서도 여전히 군비나 핵개발에 상당한

재원을 투자하면서 노동자와 농민의 삶은 아직

그리 개선되지 못한 이란의 현실을 관조적으로

보여주는 영화 <파이프 안의 세 남자>입니다.






좀 더 정돈된 소개평이라 할 수 있는,

부산국제영화제 김지석 프로그래머의 영화소개를

말미에 덧붙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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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자체는 힘들지만 소박한 꿈을 갖고 살아가는

세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고바드, 자한 그리고 네잠은 이란 남부의 부유한

정유 도시 오슬루예에서 하루하루를 근근이 연명하는

노동자이다.



그들은 집도 없어서 송유관 파이프 안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오슬루예의 거대한 정유공장들의 전경은

그들이 살고 있는 송유관 파이프와 대비가 되면서

상대적으로 노동자들의 모습을 왜소하게

보이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고단한 삶을 지탱하는 것은

아주 작고 소박한 꿈이다.



고향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

바다에서 평안을 얻거나 미래의 자신의 멋진 모습을

상상하는 생각, 그것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낙이다.



그리고 그들의 힘겨운 삶은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근원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그들의 동료애는 더욱 끈끈해 진다.



감독 바히드 바칼리파는 그들의 삶을 극적으로

묘사하기 보다는 마치 풍경화를 그리듯이

담담하게 묘사해 나간다.



비록 그들이 산업화된 사회에서 소외되고 잊혀진

존재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삶을

영위해 나가는 이유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조용하지만, 행복이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하는 철학적인 질문과 삶을 예찬하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by 부산국제영화제 김지석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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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정보>

파이프 안의 세 남자 / Gesher

Iran / 2010년 / 84min / HD color

바히드 바킬리파 Vahid VAKILIFAR

by 붉은10월 | 2011/02/04 23:00 | 시네마테크부산&PIFF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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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해색주 at 2011/02/05 00:03
저에게 이란은 사회주의 국가로 생각되어졌는데 이제 보니 아닌가 보군요. 늘 편견은 무지에서 시작됩니다. 좋은 글 감사 드립니다.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1/02/05 00:39
간접민주주의의 형식적 특성을 갖추고 있고,
그나마 중동에선 대의민주주의 체계를 갖춘 나라인 것은
맞습니다만, 그리고 민족주의 시각에서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 외세에 맞서 자주적인 정책을 취하는 나라이기도
합니다만 그 내부적으로는 권위주의적인 무슬림 근본주의가
여전히 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고 복지 측면에서도
아쉬운 측면이 여전히 존재하지요.
(물론 무슬림 근본주의 세력 이전에 오랜 기간 인민을
수탈해왔던 봉건왕정의 해악도 크긴 합니다만)

그리고 분명히 정치체계 분류에선 서구형 사회주의라기보다
독특한 아랍 사회주의 개념에 가까운 것은 사실입니다.

과거 나세르 시절 이집트나 후세인 시절 이라크,
현재의 시리아, 리비아 등과 유사한 체제라 할 수 있겠지요.

좀 더 종교적 색채가 짙은 것만 빼구요...
Commented by 해색주 at 2011/02/05 01:01
이슬람 근본주의로 안간게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미국이 후세인을 때려잡으면서 근본주의자들이 더 날뛰는 분위기로 몰아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이 옹호했던 독재자들의 반대파들 대부분이 근본주의자라는 것은 고민해봐야할 문제라고 생각되요.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1/02/05 01:16
아랍 사회주의가 미국 등 서구열강에 저항하면서
무슬림 근본주의 색채를 적절히 이용하려다 보니
어차피 서구의 산물인 사회주의 정책을 도입하면서도
종교 + 아랍민족주의 색채가 더 강한 구조가 되었지요.

이에 대해 서구식 자유주의는 봉건왕조나 부패한 정부의
대외적 간판노릇하다 보니 구체제가 무너질 경우에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평등이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변화로 나아가기보다 억압적 권위주의 성격을 띄게 되는
경우가 많게 되지요.

현재 튀니지를 넘어 이집트와 예멘, 요르단 등으로 퍼지고
있는 아래로부터의 봉기가 근본주의보다는 사회민주화로
가기를 바라지만 대중적인 정치세력으로 현재까지는 좀 더
종교에 기반한 세력이 더 유력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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