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th PIFAN] 세라복 묵시록, 하이브리드 좀비물



세라복 묵시록 : 하이브리드 좀비 무비




서양인 감독+일본 배경+세라복 여고생+좀비


<세라복 묵시록>을 소개하기 위해 가장 쉽게

요약 가능한 게 위의 단어 조합일 것이다.


냉소적인 시선이라면, 어설픈 오리엔탈리즘으로

똘똘 뭉친 덕후스러운 양키가 막장 만화 수준으로

습작 하나 만들었구나!!! 하고 개탄할 지경에 딱

어울리는 조합인데 다행히도 영화는 그 지점과는

거리를 두고 나름대로의 이야기를 펼친다.


그리고 그 이야기 구조는 상당히 흥미로운

구석이 있기에 장편 데뷔작을 찍은 감독의

어쩔 수 없는 구성상의 느슨함에도 불구하고

이것저것 여운을 남기는 작품으로 다가왔다.




the story


여고생 사쿠라 양은 섬마을에 사는 청순가련

세라복 여학생이다.


그녀의 일상은 또래 여학생들처럼 입시와 장래

준비를 위한 영어회화 공부, 그리고 취미생활로

학교에서 연습하는 궁도.


한적한 섬에서 그녀는 부모님과 함께 일상의

연속을 보내는 중이다. 친구도 몇 있는 것 같고.

어느 날 갑자기 그녀가 연습하던 학교 궁도장에서

코치와 동급생이 귀에서 피를 흘리며 공격적인

태도를 보인다.


놀란 사쿠라 양은 집으로 서둘러 귀가한다.


집에는 어머니가 있었다.


아버지가 귀가한다. 그런데 아버지의 행색이

학교에서 봤던 남정네들과 유사하다.


수상쩍어하지만 영어회화책 속에 나오는

상상 속의 빌리 군과 회화 연습에 여념이

없는 우리의 사쿠라 양은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다. 그러나 곧 현관에서 아버지에

의해 어머니가 죽임을 당하고, 아버지는

그녀마저 죽이려 한다.


마지막 힘을 쥐어짠 어머니의 구원으로

그녀는 살아나지만 자기 눈앞에서 부모가

서로 죽고 죽이는 참상을 목격한 그녀는

더 이상 집에 있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런 그녀가 챙겨 나온 것은 영어책과

활과 화살 통. 생수병에 불과하다.


그녀는 인근 마을에 사는 할머니 댁을

의지하려 하지만 통화 중에 그 마을도

습격당했음을 알고 폰을 꺼버린다.


친구를 만나지만 곧 쇄도한 남자들에게

포위된 친구를 버리고 사쿠라는 도망친다.


고장이 난 차를 몰던 여성에게 대충

사건의 진상 - 남자들이 미쳐서 여자만

골라서 죽이고 다닌다는 - 을 알게 된

사쿠라는 도움을 청하는 여성을 뒤로 한

채 다시 방황을 시작한다.


도움을 청했던 여성에게서 가로챈

식량과 서바이벌 용품이 담긴 가방을

다른 젊은 여성에게 빼앗기고 폭행당해

쓰러진 사쿠라 양.


그런 그녀의 꿈 속에 영어회화책 캐릭터인

꽃미남 백인소년 빌리 군이 나타나 의지를

북돋워주고, 사쿠라 양은 다시 길을 떠난다.


해안 근처의 폐쇄된 호텔에서 그녀는 눈이

먼 연구원과 말을 못하는 빌리 군을 만나고,

그 둘이 도중에 그녀에게서 물건을 빼앗은

젊은 여성에게 잡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시 나타난 여성을 물리치고 빌리 군과

연구원을 구한 사쿠라 양에게 연구원은

빌리 군이 바다에서 왔으며 계속 머리 속으로

소년을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주입된다고 했다. 그리고 소년이 파도에

휩쓸려온 직후부터 남자들이 살육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좀비화된 남자들이 호텔을 습격해 오지만

사쿠라 양은 활과 화살로 그동안 갈고 닦은

궁도 실력을 발휘해 모두 처치한다.

(이 영화 속에서 거의 유일한 좀비 액션 씬!)


연구원은 마치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솔라리스>에서처럼 죽은 동생의 환영을

보게 되어 미쳐버릴 지경이 된 나머지 자신의

눈을 뽑아버렸다고 한 뒤 숨을 거둔다.


빌리 군이 탄 휠체어를 힘겹게 끌면서 해변에

도착한 사쿠라 양.


기진맥진한 그녀는 바닷가에서 잠시 실신한다.


그녀가 선잠을 잘 때나 실신할 때마다

영화는 에니메이션 효과를 통해 그녀의

꿈의 세계를 묘사한다.


그 꿈의 세계는 영어회화책 속 동화와 거의

유사하다. 빌리 군은 그 꿈 속에서만 사쿠라

양과 이야기를 나눈다.


자고 일어난 사쿠라 양의 팔뚝에 난 의문의 상처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제 그들은 바닷가 바로 앞에 와 있다.


부상을 입고 호텔에서 도망쳤던 젊은 여성도

해변에 도착한다.


그녀는 소년을 바다로 돌려보내지 않고 소유하려

한다.


어느 순간 스치듯 뭔가를 깨달은 사쿠라 양은

돌을 집어들고 그토록 애지중지하며 모셔 온

소년의 머리를 날려버린다.


다시 쓰러진 그녀가 본 소년의 몸은 껍데기에

불과했고 그 속에서 연체동물과 유사한 미지의

생명체가 꿈틀거리며 사쿠라 양의 팔뚝에 난

상처에서 흡혈을 하고 있었다.


사쿠라 양은 권총으로 괴생명체의 머리를

날려버린다. 그리고 괴생명체를 안고 작은

부두에 서 바다를 바라본다.


바다 속에서 괴생명체의 엄마 같은 거대한

형체가 그녀를 응시한다.


조용히 작은 생명체를 바다에 던지자

그 거대한 생명체는 울음소리를 멈추고

수면 밑으로 사라져간다.


망연자실한 표정의 다른 여성과 무덤덤한

표정의 사쿠라 양이 다시 육지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수많은 남자들이 접근하고 있다.




최후의 결전이라도 벌일 기세로 있던 그녀들에게

멍한 표정의 젊은 남자가 다가와 도데체 지금까지

자신들이 여기에 왜 있는 것인지를 물어본다.


다시 남자들은 원래대로 돌아온 것이다.


대충 상황에 대해 감을 잡고 미소를 짓는

- 하지만 영화 후반까지만 해도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나 있던 - 다른 여성을 외면하고

사쿠라 양은 시크한 표정과 함께 발걸음을

돌리며 영화는 끝난다.




좀비 액션물로 홍보된 여성 영화


저예산 좀비 장르물이라면 마치 일본

핑크 영화들처럼 일정한 도식이 존재한다.


서구시장과 장르영화 팬층을 겨냥해 적어도

일정부분은 핑크영화의 성행위 장면만큼

좀비를 도살하는 고어 씬이 등장해야 하는데

<세라복 묵시록>에서 좀비와 주인공의 액션

장면은 그 강도도 약할뿐더러 그나마 거의

나오지도 않는다.


대신에 사쿠라의 환상 속 장면과 여성vs여성의

대립구도가 그 빈 자리를 대체한다.


얼핏 보면 남자vs여자의 구도 같지만 사회성을

띈 좀비물이 좀비의 위협 속에서 살아남은

인간들의 내부 대립으로 무너져가는 지옥도를

연출하는 방식을 활용하는 것처럼 여자들간의

대결구도를 이중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엄마 괴생명체는 잃어버린 새끼를 찾기 위해

괴음파로 울부짖고 그 소리에 반응한 남자들은

귀에서 피를 흘리며 피에 굶주려 여성만 골라

사냥하는 좀비가 된다.


자식 괴 생명체는 여성들을 유혹해 자신이

다시 바다로 돌아가려 한다. 여성들은 꽃미남

백인소년으로 둔갑한 괴 생명체를 독차지하기

위해 서로 살육도 마다하지 않을 태세이다.


설정 자체는 매우 재치가 있는 구조이며

참신함이 엿보인다.


비슷비슷하게 장르의 틀에 갇힌 일본 B급

좀비 고어물들과 차별화되는 작품이다.


일본의 좀비물들이 시각적 표현수위를 높이기

위한 방편 위주로 좀비 장르를 착취하면서

점점 한계에 봉착하는 가운데 서구 저예산

장르물에서 택하는 다양한 주제의식과 좀비

소재의 혼성교배가 <세라복 묵시록>을 통해

이뤄지는 셈이다.


액션 장면들을 통한 극적인 전환점보다는

소녀의 여정을 따르는 방식을 택하다 보니

영화의 호흡은 예의 좀비 고어물을 기대하고

온 관객들에게는 매우 느리고 답답할 수 있다.


그리고 영화가 공들여 선보인 여자들 간의

대립구도도 거의 제2주연이라 할 수 있는

젊은 여성의 내면이나 캐릭터를 분석할 수 있을

짬을 관객들에게 충분히 제공하지 않아 평면적

캐릭터에 머무른 한계가 있었다.




꽤나 매력적인 스타일이고 주인공인 사쿠라 양의

교복 패션과 대조되는 터프한 20대 펑크족 여성

풍인지라 캐릭터 구축이 잘 되었으면 더욱 효과가

컸을 텐데 못내 아쉬운 부분이다.





- 감독은 현대 일본 여성들의 표상들 중

입시 등의 제도적 코스에 순종하는 캐릭터와

자기중심적이고 독립적인 캐릭터, 오직 자식

양육에만 집착하는 캐릭터 등으로 극 중에

등장하는 여성들을 정형화시켰다고 했는데

그 설정을 충분히 구현하지 못했다고 평가함 -




또다른 이 영화의 논쟁지점.


즉 섬 전체가 생지옥이 되어가는 와중에도

영어회화로 도피하는 주인공의 심리구조가

일본(과 한국)의 영어를 선호하는 사회심리와

백인남성에 대한 여성들의 선망을 상징하는

것처럼 묘사되는 부분은 적어도 감독 자신의

시선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감독은 정치적 코드를 영화에 꽤나 집어넣은

편이지만 바로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은

일본 사회 내의 여성과 남성의 이질화 구도,

사회활동에서 대부분의 여성이 소외되고

주요한 자리는 남성들의 전유물로 독차지되는

그런 지점에 대한 은유로 여성문제와 결합하는

형식으로 활용되는 측면이 강해 보인다.


다만 명확한 답을 극중에서 주거나 인터뷰를

통해 확답을 주지 않았을 뿐.


굳이 감독의 시선을 의심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영화의 스토리텔링이 정교하고 팽팽하게

짜여진 편이 아니라서 그러한 소스들이 절묘하게

가공되지는 못하는 게 해석의 여지를 주기도

하지만 다소 불만스럽게 읽혀질 수도 있겠다.


이 부분에 관해선 장편 제작이 처음이라는

감독 존 케이언스의 역량 한계 부분이 일정정도

작용했을 것이다.




- 감독은 쿨 하게 자기 첫 장편 데뷔작이라

부족한 게 많다고 먼저 질러버려서 공격적인 질문을

도저히 할 수가 없었음 -


영화는 전개구조에 있어서도 촘촘한 편은

아니다. 그러나 느린 진행과 영화의 소재들이

던지는 관객에 대한 질문들이 묘하게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그 단점은 어느 정도 보완된다.




그런 측면에서 10여 년을 일본 대중문화와

함께 호흡한 영화 전공 백인감독의 첫 데뷔작은

순조로운 편이다.




배우들


사쿠라 양을 맡은 배우는 이름만 겨우 확인할

수 있었는데 히가 리노 양이다.





감독은 신인 오디션을 봐서 골랐고 실제로

촬영 당시 학교 재학 중이라 처음엔 캐스팅에

자신은 반대했으나 찍고 난 뒤에는 만족스러운

캐릭터가 되었다고 밝혔는데 구글 검색 열심히

해보니 작년 연말에 싱글앨범도 한 장 내고

연예계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교복이 사복보다 훨씬 잘 어울리는 미소녀 캐릭.





어쩌면 버디 무비의 양대 주역이 될 법했던

쎈 이미지의 여성 캐릭터도 신인이라고 전해진다.




국내에는 아무런 자료가 없어서 매력적인 이미지의

그녀 이름조차 확인할 도리가 없다.


꽃미남 백인소년의 탈을 쓴 괴생명체 역을 맡은

서양 소년은 실제로는 거의 사춘기 악동스러운

수준.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해리포터 시리즈 초기

이후 급속성장하는 모습을 재현하는 분위기.





작품정보


세라복 묵시록 (Schoolgirl Apocalypse, 2011)


일본 | 공포 | 82분






감독 존 케이언스


존 케이언스는 광고와 독립영화계에서 작가, 감독

및 프로듀서로 미국, 유럽, 아시아 등에서 활동해왔다.

소르본에 있는 파리 센터 포 크리티컬 스터디에서

영화 이론을 공부했다.


그는 현재 15년째 도쿄에서 거주 중이며,

란티스 미디어에서 일하고 있다.


<세라복 묵시록>은 그의 장편 데뷔작이다.






출연

Rino Higa, Asami Miyakawa,

Mai Tsujimoto, Kaoru Nishida


줄거리


여고생 사쿠라는 아무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

작은 마을에서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마을의 남자들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좀비로 변해 여자들을 공격, 살해하기 시작한다.


아버지의 공격으로 엄마를 잃은 사쿠라는

집을 탈출하고, 이제 양궁과 영어 교과서로

무장한 그녀는 살인과 생존의 어두운 세계로

발을 들이는데…


(2011년 제1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by 붉은10월 | 2011/08/03 20:32 | 2011 PIFAN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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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히가리노쨔응.. at 2011/08/04 01:07
형님 지나가다 들렀습니다ㅋㅋㅋ
히가리노와 함께 출연한 상대 여배우는 츠지모토 마이입니다
근데 츠지모토 마이분은 정말 정보가 없더라구요..
연기도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자료가 없더라는;;;
Commented by 히가리노쨔응.. at 2011/08/04 01:08
그나저나 포스팅에서 히가리노의 지분이 아주 바람직하네요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1/08/04 01:21
그러게요. 구글 돌려도 사진 한 장 안나오는 희안한 경우가 -_-:::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1/08/04 01:22
으흐흐흐 ~
Commented by 검은장미 at 2011/08/04 01:51
다 좋다가... 저게 진짜 앤딩입니까 ? ㅋ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1/08/04 11:04
러닝타임도 별로 길지 않고 뭐 그냥 소품성격의 작품이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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