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가능한 게 위의 단어 조합일 것이다.
똘똘 뭉친 덕후스러운 양키가 막장 만화 수준으로 습작 하나 만들었구나!!! 하고 개탄할 지경에 딱 어울리는 조합인데 다행히도 영화는 그 지점과는 거리를 두고 나름대로의 이야기를 펼친다.
구석이 있기에 장편 데뷔작을 찍은 감독의 어쩔 수 없는 구성상의 느슨함에도 불구하고 이것저것 여운을 남기는 작품으로 다가왔다.
세라복 여학생이다.
준비를 위한 영어회화 공부, 그리고 취미생활로 학교에서 연습하는 궁도.
연속을 보내는 중이다. 친구도 몇 있는 것 같고. 어느 날 갑자기 그녀가 연습하던 학교 궁도장에서 코치와 동급생이 귀에서 피를 흘리며 공격적인 태도를 보인다.
학교에서 봤던 남정네들과 유사하다.
상상 속의 빌리 군과 회화 연습에 여념이 없는 우리의 사쿠라 양은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다. 그러나 곧 현관에서 아버지에 의해 어머니가 죽임을 당하고, 아버지는 그녀마저 죽이려 한다.
그녀는 살아나지만 자기 눈앞에서 부모가 서로 죽고 죽이는 참상을 목격한 그녀는 더 이상 집에 있고 싶은 생각이 없다.
활과 화살 통. 생수병에 불과하다.
의지하려 하지만 통화 중에 그 마을도 습격당했음을 알고 폰을 꺼버린다.
포위된 친구를 버리고 사쿠라는 도망친다.
사건의 진상 - 남자들이 미쳐서 여자만 골라서 죽이고 다닌다는 - 을 알게 된 사쿠라는 도움을 청하는 여성을 뒤로 한 채 다시 방황을 시작한다.
식량과 서바이벌 용품이 담긴 가방을 다른 젊은 여성에게 빼앗기고 폭행당해 쓰러진 사쿠라 양.
꽃미남 백인소년 빌리 군이 나타나 의지를 북돋워주고, 사쿠라 양은 다시 길을 떠난다.
먼 연구원과 말을 못하는 빌리 군을 만나고, 그 둘이 도중에 그녀에게서 물건을 빼앗은 젊은 여성에게 잡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연구원을 구한 사쿠라 양에게 연구원은 빌리 군이 바다에서 왔으며 계속 머리 속으로 소년을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주입된다고 했다. 그리고 소년이 파도에 휩쓸려온 직후부터 남자들이 살육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
사쿠라 양은 활과 화살로 그동안 갈고 닦은 궁도 실력을 발휘해 모두 처치한다. (이 영화 속에서 거의 유일한 좀비 액션 씬!)
<솔라리스>에서처럼 죽은 동생의 환영을 보게 되어 미쳐버릴 지경이 된 나머지 자신의 눈을 뽑아버렸다고 한 뒤 숨을 거둔다.
도착한 사쿠라 양.
영화는 에니메이션 효과를 통해 그녀의 꿈의 세계를 묘사한다.
유사하다. 빌리 군은 그 꿈 속에서만 사쿠라 양과 이야기를 나눈다.
점점 커지고 있다. ![]()
해변에 도착한다.
한다.
돌을 집어들고 그토록 애지중지하며 모셔 온 소년의 머리를 날려버린다.
불과했고 그 속에서 연체동물과 유사한 미지의 생명체가 꿈틀거리며 사쿠라 양의 팔뚝에 난 상처에서 흡혈을 하고 있었다.
날려버린다. 그리고 괴생명체를 안고 작은 부두에 서 바다를 바라본다.
형체가 그녀를 응시한다.
그 거대한 생명체는 울음소리를 멈추고 수면 밑으로 사라져간다.
표정의 사쿠라 양이 다시 육지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수많은 남자들이 접근하고 있다. ![]()
멍한 표정의 젊은 남자가 다가와 도데체 지금까지 자신들이 여기에 왜 있는 것인지를 물어본다.
- 하지만 영화 후반까지만 해도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나 있던 - 다른 여성을 외면하고 사쿠라 양은 시크한 표정과 함께 발걸음을 돌리며 영화는 끝난다.
핑크 영화들처럼 일정한 도식이 존재한다.
일정부분은 핑크영화의 성행위 장면만큼 좀비를 도살하는 고어 씬이 등장해야 하는데 <세라복 묵시록>에서 좀비와 주인공의 액션 장면은 그 강도도 약할뿐더러 그나마 거의 나오지도 않는다.
대립구도가 그 빈 자리를 대체한다.
띈 좀비물이 좀비의 위협 속에서 살아남은 인간들의 내부 대립으로 무너져가는 지옥도를 연출하는 방식을 활용하는 것처럼 여자들간의 대결구도를 이중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괴음파로 울부짖고 그 소리에 반응한 남자들은 귀에서 피를 흘리며 피에 굶주려 여성만 골라 사냥하는 좀비가 된다.
다시 바다로 돌아가려 한다. 여성들은 꽃미남 백인소년으로 둔갑한 괴 생명체를 독차지하기 위해 서로 살육도 마다하지 않을 태세이다.
참신함이 엿보인다.
좀비 고어물들과 차별화되는 작품이다.
위한 방편 위주로 좀비 장르를 착취하면서 점점 한계에 봉착하는 가운데 서구 저예산 장르물에서 택하는 다양한 주제의식과 좀비 소재의 혼성교배가 <세라복 묵시록>을 통해 이뤄지는 셈이다.
소녀의 여정을 따르는 방식을 택하다 보니 영화의 호흡은 예의 좀비 고어물을 기대하고 온 관객들에게는 매우 느리고 답답할 수 있다.
대립구도도 거의 제2주연이라 할 수 있는 젊은 여성의 내면이나 캐릭터를 분석할 수 있을 짬을 관객들에게 충분히 제공하지 않아 평면적 캐릭터에 머무른 한계가 있었다. ![]()
교복 패션과 대조되는 터프한 20대 펑크족 여성 풍인지라 캐릭터 구축이 잘 되었으면 더욱 효과가 컸을 텐데 못내 아쉬운 부분이다. ![]() - 감독은 현대 일본 여성들의 표상들 중 입시 등의 제도적 코스에 순종하는 캐릭터와 자기중심적이고 독립적인 캐릭터, 오직 자식 양육에만 집착하는 캐릭터 등으로 극 중에 등장하는 여성들을 정형화시켰다고 했는데 그 설정을 충분히 구현하지 못했다고 평가함 -
영어회화로 도피하는 주인공의 심리구조가 일본(과 한국)의 영어를 선호하는 사회심리와 백인남성에 대한 여성들의 선망을 상징하는 것처럼 묘사되는 부분은 적어도 감독 자신의 시선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감독은 정치적 코드를 영화에 꽤나 집어넣은 편이지만 바로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은 일본 사회 내의 여성과 남성의 이질화 구도, 사회활동에서 대부분의 여성이 소외되고 주요한 자리는 남성들의 전유물로 독차지되는 그런 지점에 대한 은유로 여성문제와 결합하는 형식으로 활용되는 측면이 강해 보인다.
통해 확답을 주지 않았을 뿐.
보인다.
짜여진 편이 아니라서 그러한 소스들이 절묘하게 가공되지는 못하는 게 해석의 여지를 주기도 하지만 다소 불만스럽게 읽혀질 수도 있겠다.
감독 존 케이언스의 역량 한계 부분이 일정정도 작용했을 것이다. ![]()
부족한 게 많다고 먼저 질러버려서 공격적인 질문을 도저히 할 수가 없었음 -
아니다. 그러나 느린 진행과 영화의 소재들이 던지는 관객에 대한 질문들이 묘하게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그 단점은 어느 정도 보완된다. ![]()
함께 호흡한 영화 전공 백인감독의 첫 데뷔작은 순조로운 편이다.
수 있었는데 히가 리노 양이다. ![]()
촬영 당시 학교 재학 중이라 처음엔 캐스팅에 자신은 반대했으나 찍고 난 뒤에는 만족스러운 캐릭터가 되었다고 밝혔는데 구글 검색 열심히 해보니 작년 연말에 싱글앨범도 한 장 내고 연예계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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쎈 이미지의 여성 캐릭터도 신인이라고 전해진다. ![]() ![]()
그녀 이름조차 확인할 도리가 없다.
서양 소년은 실제로는 거의 사춘기 악동스러운 수준.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해리포터 시리즈 초기 이후 급속성장하는 모습을 재현하는 분위기.
![]() 감독 존 케이언스
및 프로듀서로 미국, 유럽, 아시아 등에서 활동해왔다. 소르본에 있는 파리 센터 포 크리티컬 스터디에서 영화 이론을 공부했다.
란티스 미디어에서 일하고 있다.
Rino Higa, Asami Miyakawa, Mai Tsujimoto, Kaoru Nishida
작은 마을에서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다.
좀비로 변해 여자들을 공격, 살해하기 시작한다.
집을 탈출하고, 이제 양궁과 영어 교과서로 무장한 그녀는 살인과 생존의 어두운 세계로 발을 들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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