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FF] 2013 전주국제영화제 관람기록 4탄
4.29(월)

<깃털>

영화제의 첫 주말이 끝나면 일단 1부가
끝난 기분이 든다.

하얗게 불태웠어 ~ 까지는 아니더라도
심야상영에 음주가무가 결합되므로
만만찮은 일정 소화 후에 멍 ~ 해지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그래도 영화제에 와서는 영화를 봐야 한다는
신조로 전날 음주를 뒤로 하고 11시 상영회차부터
영화를 챙겨보기 시작한다.

원래 이 영화 <깃털>은 예정에 없었다.

그런데 기대작들이 그냥저냥이고 일본 인디&장르
영화들이 무난하다는 느낌이 들면서 거기에다 GV가
잡혀 있길래 급거 변경해서 보게 된 작품.

경쟁부문 작품이었는데 꽤 흡족하게 봤다.

청춘소년소녀잔혹사 부류의 작품인데
얼핏 보면 이해할 수 없는 막나가는 행동을
하는 소년소녀가 왜 저렇게 될 수 밖에 없는지,
주변에서 아이를 강압적으로 혹은 이용해먹기만
하는 부모형제자매들의 주변환경이 참담하게
펼쳐진다.

소년은 보조, 소녀가 주로 스토리라인을
이끌어가는 셈인데 위태위태해보이던 소녀는
점점 현실에 적응 혹은 강인해지는 반면
소년은 끝내 다음 단계로 떨쳐나가지 못하는
한계를 보인다.

현실은 참 잔혹하다.

소녀는 아슬아슬하긴 해도 꿈을 찾아
노력하려 하지만 어릴적의 잔혹한 트라우마는
그녀를 지극히 불안정하게 만든다.

깃털, 애완조가 멀리 못 가게 인간의 철저한
기준으로 잘라내는 깃털 장면은 눈을 돌리게
만든다. 그리고 소녀의 처지에 깃털을 잘리는
애완조는 오버랩된다.

은근히 쎈 내용(부모살해)까지 들어가지만
어느날 만 하루동안 벌어지는 일상처럼 담담히
카메라는 관조하듯 비출 뿐이다.

(감독과의 대화에서 다르덴 형제에게 영향받았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역시 다르덴의 작품들은 감독들이
영향받는 작품이 맞는 것 같다. 국내에서도 점점
세를 확산하는 것 같고...)

소녀는 결국 자신을 학대하던 어머니에게
돌아가고 어쩐 심경의 변화인지 어머니는
소녀를 받아들인다. 그곳에서 소녀는 어릴적
트라우마의 하나였던 애완앵무새를 발견한다.

이 장면은 열린 결말이다.

어떻게 보면 소녀는 가족관계를 약간이나마
복원해 기댈 공간을, 숨쉴 틈을 찾은 것 같지만
다르게 보면 깃털이 잘려 날아가지 못하는
새장 속의 애완조로 퇴화 혹은 정체하는 것.

잔혹한 성장기 이야기.
신파를 넣지 않은 담백하고 관조적인 카메라.

덧붙여 여주인공이 참하다.


<어두운 방>

전설적인 테러리스트 혹은 혁명전사
카를로스 '자칼'의 부인을 중심으로
자칼과 그의 일당들 이야기를 담은 다큐.

뜻밖에도 카를로스 자칼의 친딸이 등장해
후반부에서 아버지를 만나고 오기도 한다.

그렇지! 결혼 생활을 했으면 자녀가 있을텐데
전혀 그런 생각을 해보지 못했었다.

전주에서 <카를로스>를 2011년에 봤던 이들이라면
일종의 보너스 다큐로 재미있게 볼만한 작품.

올리비에 아싸야스의 대하장편영화 따라가다
놓친 개별 인물들의 후일담, 혹은 다른 이면을
찾아볼 수 있게 만든다.

대신에 그냥 이 작품만으로 보기엔 좀 난이도도
높고 사전학습이 좀 필요한 작품.

<카를로스> DVD 부가영상 보는 기분으로
편하게 봤다. 딸은 외모는 오히려 아버지를
닮은 기분. 단 그 아버지는 딸에겐 별로
신경 안 쓰는 척 한다는게 문제.


<안녕, 유지>

역시 경쟁부문 출품작이며 감독과의 대화가
잡혀 있어서 예정에 없던 관람을 한 작품.

<깃털>과 마찬가지로 퍽 흡족하게 봤다.

시나리오가 무척 탄탄하고 환상성이란 코드를
잘 활용하는 작품이다.

내성적인 대학생 유지와 싱글맘으로 유지를
키워낸 어머니. 하지만 두 사람의 사이는 그렇게
원만해 보이지 않는다.

어느날 유지는 어머니의 일기를 보게 되고,
그곳에서 가상의 형제와 어머니가 주고받는
대화를 접하게 된다.

가상의 형제는 유지와는 정반대로 활달하고
정이 많으며 어머니를 세심하게 챙기는 캐릭터로
나온다.

유지는 어머니가 자신에게 불만인 점을 그렇게
일기로 배출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반작용일까, 유지는 어머니와 이혼한
아버지를 찾는다.

이때부터 유지의 가상의 형제와 어머니,
유지와 아버지의 만남이 이중 전개된다.

관객은 스토리라인을 잘 따라잡지 못하면
어느순간에 현실과 환상 사이에서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 유지의 가상의 형제와
유지는 서로 만나기도 하고 가상의 형제가
유지처럼 말하기도 한다.

환상과 현실은 거기에서 화학적인 결합을
맺는다.

시간이 흘러 유지는 취업을 하고 독립해
나가 살게 된다.

일본영화의 미덕. 갈등은 뿅 ~ 하고 한국의
신파극처럼 해소되지 않는다. 다만 적절히
봉합되거나 덮어질 뿐.


<계급관계>

프란츠 카프카의 미완성 소설
- 아메리카 - 를 80년대에 장 마리
스트라우브&다니엘 위예 감독 듀엣이
만든 작품.

장편이고 원작의 스토리텔링이 오묘하기
때문에 장 마리 스트라우브의 근작들처럼
연극적인 연출까지는 아니고 그냥 대사가
중심이 되는 흑백 극영화로 완성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대사가 정말 또박또박
들린다. 요즘 이어폰 너무 오래 꽂고 다녀서
잔귀가 잘 안들리는데 이 영화는 정말 대사
전달력이 국어책 읽는 것처럼 생생하게 들려
전혀 졸리지가 않더라는...

제목 그대로 아메리카 신천지에서 신분에
따라 타인들과의 대화에서 계급이 오르락
내리락하는 세태를 풍자한 작품.

카프카의 원작을 다시 읽고 싶게 만든다.

스트라우브 영화세계에 익숙하거나
카프카 원작의 팬이라면 권할 작품.

그외 분들에겐 무척 생소하거나 진부하게
보일법한 작품.
by 붉은10월 | 2013/05/18 21:13 | 2013 JIFF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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