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FF] 2013 전주국제영화제 관람기록 5탄
4.30(화)

평일은 상대적으로 영화제 일정이
여유로운 편이다.

하루에 4편씩만 보면 되니까.

11시-14시-17시-20시로 대부분의
영화제 상영편성이 잡혀 있어서
영화가 2시간에 토크가 잡히면
시간이 빠듯하지만 1시간30분 전후
영화에 부대행사가 없으면 중간에
밥도 먹고 산책도 하고 다른 이벤트도
들러보곤 할 수 있다.

<1+8>

1회차로 본 작품은 터키와 주변 8개국을
접하는 국경지역 주민들의 일상을 담은
대하 로드 다큐 <1+8>이었다.

2시간 여 남짓한 시간 동안 터키와 8개국
국경의 양쪽 주민들을 인터뷰한 내용만으로
구성된 다큐멘터리이다.

즉 8+8, 16지역 주민들의 이야기.

감독은 의도가 들어간 질문을 던지지 않고
그들의 삶에 대해 알려달라고만 질문했다고
한다.

한 지역에서 3주씩 로케이션을 진행했으니
인터뷰하는 데에만 만 1년을 풀로 쓴 셈이다.

그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

터키 + 시리아
터키 + 이라크
터키 + 이란
터키 + 조지아(그루지아)
터키 + 아제르바이잔
터키 + 아르메니아
터키 + 불가리아
터키 + 그리스

터키와 각국의 국경, 즉 변경에 사는 이들의
삶과 이야기는 20세기 중동과 발칸의 역사를
일상을 통해 재구성한다.

가공할 분량의 데이터와 단순히 정보량으로
산출할 수 없는 수많은 인간의 삶이 근현대사와
씨줄 날줄로 엮인다. 의도하지 않은 기획을
통해 견고한 조합이 드러나고 수많은 앙상블이
어우러진다.

두 여성감독은 과연 이런 결과물을 의도하고
이 작품을 기획한 것일까.

관리와 군대, 경찰의 방해를 받으면서
(이란 국경쪽 인터뷰는 촬영이 불가능해
결국 소리만 나온다. 그 장면이 더 이란의
쿠르드 족 현실과 중앙정부의 통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다양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변경의 소수민족들이 부르는 노래와 춤은
별도의 번역 없이 그대로 그들을 이해하라는
듯 펼쳐지고 담담한 한 가족의 역사는 그대로
거대사와 접합된다.

쿠르드의 역사, 아르메니아와의 메즈 예게른,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분쟁,
그리스와 터키의 갈등, 온갖 현대사의 어두운
측면이 드러난다.

공부 안하고 보면 극동의 역사공부 무지하게
안 하는 반도국 사람들은 절반도 소화하지 못할
작품이다.

사람들의 삶이 역사가 된다.

그 문장이 살아숨쉬는 작품, <1+8>.
2013년 전주에서의 작은 발견.


<하이웨이>

중동과 발칸을 찍고 온 곳은 인도대륙에서
히말라야 산맥을 품은 곳, 네팔이다.

<하이웨이>는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로 각각의
사연을 가진 이들이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좁은 산간도로로 이동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네팔의 마오이스트 반군과 노동조합들은 수시로
자신들의 요구를 알리거나 관철시키기 위해
도로 사정이 좋지 않고 산길 몇 개에 의존하는
자국 환경을 이용해 도로 봉쇄 파업을 벌인다.

그 와중에 각자의 사연 때문에 빨리 이동해야 하는
승객들은 가짜 결혼식 하객으로 위장하고 군데군데
파업현장을 돌파한다.

그러나 그들 중 제대로 자신들의 목적을 이뤄내는
이들은 없어 보인다.

경찰은 위압적이고 오히려 범죄를 저지르며,
파업하는 이들은 그렇게 막되먹지는 않아 보이지만
강압적인 건 매한가지이다.

네팔의 암울한 사회환경을 고속도로 풍경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 그것도 극영화로 완성시킨 시도는
꽤 신선했으나 제한된 시간 안에 너무 많은 동선을
설정했고 과도한 중첩구조로 인해 상황전달력도
그렇게 흡족하진 않았던 작품.

그리고 파업이 중요한 배경이지만 그들이 왜
그렇게 길을 막고 무엇을 요구하는지에 대해선
그저 배경으로 처리되는 아쉬움.


<리틀 페레스트로이카>

이번엔 중앙아시아로 북상이다.

중앙아시아의 구소련 5개 공화국은 모두
이름 끝에 ~ 스탄이 붙는다.

스탄은 땅이란 의미다.

우즈베키스탄 - 우즈벡 종족의 땅
타지키스탄 - 타지크 종족의 땅
카자흐스탄 - 카자흐 종족의 땅
투르크메니스탄 - 투르크멘 종족의 땅

마지막 한 나라는 이 작품의 주요 배경인
키르키즈스탄, 즉 키르키즈 종족의 땅이다.

이 다큐는 키르키즈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의
과거 국경분쟁을 배경으로 분쟁의 현장을
다니면서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고 반추한다.

평일이라 긴장이 풀려서일까,
아니면 지나치게 흐르는 강물처럼
유유히 느릿느릿 전개되는 구성에
당해버린 것일까, 중간에 꽤 졸아버렸다.

대충 중후반부에 다시 깨어서 끝까지 보긴
했는데 전개가 너무 느리고 다큐의 배경이
되는 분쟁을 조금이나마 인지하고 있음에도
속도감에서 질려버린 작품.

제대로 안 졸고 봤다면 평가가 달랐을까
고개를 갸우뚱갸우뚱...



<까미유 끌로델>

1988년이던가, 이자벨 아자니 주연으로
로뎅의 연인으로 기억되는, 하지만 그 자신
또한 천재적인 예술가였던 까미유 끌로델의
격정적인 사랑과 실연, 그리고 자기파괴로
이어지는 젊은 시기를 담은 영화 <까미유 끌로델>이
개봉했었다.

전설적인 이자벨 아자니의 비쥬얼로 되살아난
까미유 끌로델은 꽤나 기억에 남게 된 작품.

이후 25년이 지나 또 다른 프랑스적 여배우
줄리엣 비노쉬 주연으로 이제는 노년의
까미유 끌로델을 내세운 <까미유 끌로델>이
영화화되었다.

감독은 거장 소리 듣기 시작한 브루노 뒤몽.

어찌 흥분되지 않을소냐 ~ 하면서 영화를 봤다.

- 영화 리뷰는 따로 할 생각이다 -

줄리엣 비노쉬는 압도적인 연기.

브루노 뒤몽의 연출의도는 알쏭달쏭.

맨 마지막 롱테이크 장면은 야심찬 시도였으나
감독 의도에는 못 미친 듯.

끝의 해설은 불필요한 사족.

까미유 끌로델의 동생 폴 끌로델이 나오면
줄리엣 비노쉬가 한창 업 시킨 분위기가 다운됨.

끌로델 남매에 대해 자세히 공부하지 않으면
따라가기 힘든 코드가 많이 보임.

줄리엣 비노쉬는 거의 빙의한 수준으로 연기를
뽑아냈는데 감독의 의도만큼 연출이 되진 못한 듯...

1. 이자벨 아자니의 젊은 때의 까미유 끌로델 VS
   줄리엣 비노쉬의 늙고 찌든 까미유 끌로델로
이 저주받은 예술가의 삶을 따라가고 싶다면 필견.

2. 까미유와 폴 남매의 죄의식 혹은 윤리학적
접근이 감독의 의도라 한다면 SO SO...
by 붉은10월 | 2013/05/19 22:37 | 2013 JIFF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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