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th JIFF’s Days Memory - 5.2(금) -

첫날 아무것도 안하고 일찍부터 숙면을

취하려 아등바등 노력한 후 둘째 날 일찍

일어나 캐리어를 탈탈 끌고 영화의 거리로

이동 개시.

전날 ID 카드는 수령했기 때문에 카드 수령으로

사람이 몰릴 것 같은 게스트센터를 가지 않고

메인매표소인 지프라운지에 있는 게스트 전용

발권창구에 발권 개시 1시간 전에 진을 침.




전주는 부산에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로

편안한 환경에서 게스트 발권이 가능하므로

상당히 오바질한 셈.

그래도 아침에 잠도 안 오는데 영화제의 공기로

자유로워지고 싶은 영혼이라 그랬음.



※ 전주 영화의 거리 명물이던 벽화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음을 확인해 슬펐음.
새로 그린 건 딱 요것 하나 발견했으나
영화의 거리 컨셉으로 그린건지 잘 모르겠음.





별 탈 없이 원했던 티켓 발권 완료하고

첫 날부터 5편 관람으로 달림.

1회차

10:00 메가박스 9관

<기억을 잃어버린 때>

이번에는 상영작 전반을 꼼꼼히 관찰할

짬도 내기 어려웠고 단번에 이목을 끈 게

스페셜 포커스 세 섹션이었기도 해서

올해 영화제 마수걸이를 스페셜 포커스

섹션 중 하나인 거장들의 초기 다큐로

개시함.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90년대 중반 작품인데

지금의 극영화 작품세계와 TV 다큐 외주를

맡은 팀으로 플레이하면서 나름대로 사회문제

발언을 치열하게 하던 젊은 시절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을 확인. 30 갓 넘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모습도 영상에 두 번 정도 나옴.

세계에서 가장 가족문제를 스크린에 잘 담아내는

감독이라는 소리를 듣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현재 모습의 싹수는 세상에나 20년 전부터 준비되고

있었음을 확인. 혀를 차며 ‘젠장, 천잰데...’

일본의 90년대 초반 버블붕괴 이후 복지예산

축소로 인한 의료과실로 부분적 기억상실에

걸린 한 남자와 주변 가족과 지인들의 재활을

위한 노력과 정당한 보상을 위한 싸움들 와중에

주인공이 겪는 기억에 대한 고뇌를 잘 담아낸

수작. 지금 당장 한국현실에 대입해도 상당한

공감을 얻어낼 것이라 단언하는 작품.

생각 같아선 어떻게 해서라도 지역에 소개하고픈

거장의 시작.






※ 중간중간에 밥은 안사먹고 게스트라운지에
있는 영화와 커피를 잇는 사회적기업
<키노빈즈> 부스에서 계속 수면을 물리치기 위해
더치커피만 열심히 뽑아먹었음.
맛이 괜찮은데 그냥 약으로 먹는지라 '찐하게 주세요!'
만 연발해서 송구스러웠음.

2회차

12:30 전주시네마타운 3관

<언노운 노운>

<가늘고 푸른 선>으로 다큐멘터리 역사에

족적을 남긴 미국의 노장 거물급 다큐 감독

에롤 모리스의 신작.

세상에나! 도날드 럼스펠드를 인터뷰한 작품.




역시 거물급 감독은 거물급 게스트를 모시고

작업을 합니다. 거기에다 영화음악은 대니 앨프먼!!

네오콘의 상징으로 보수진영에는 신념의 정치인,

진보 혹은 좌파진영에선 악의 축으로 불리는 인물과

팽팽한 대치 속에 그의 과거 행적을 젊은 시절부터

꼼꼼하게 짚어나가면서 수많은 현대사의 사건들을

되짚어보는 치밀한 기획이 돋보이며 약간 과한

감은 있지만 대니 앨프먼의 극적인 음악효과가

자칫 인터뷰 중심으로 지루해질 수 있는 대목에서

스펙터클을 만들어내고 감정선을 살려냄.

(단, 호불호가 엇갈릴 수 있는 과도한 부분도 있음)

극영화 <프로스트&닉슨>에 못지 않게 인터뷰어와

주인공의 치열한 공방도 벌어지고, 제목처럼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

혹은 알고 있지만 모르는 것들에 대한 진실게임과

전후의 과정 등 흥미로운 내용이 가득하다.

현대국제정치를 공부하는 이들이라면 입장을

막론하고 한번쯤 봐야할 거물급 정치인에게서

온갖 소스를 뽑아내는 치밀한 기획과 특정한

결론을 전제하지 않고 진실을 탐구하는 태도가

돋보이는 작품.

역시 네오콘의 화신 럼스펠드는 나름대로

자기 확신이 존재하는 거물임을 입증.

다만 그 확신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판단은

보는 사람의 몫. 그리고 그가 밀어붙인 현재의

결과에 대해선 분명히 평가해야 마땅할 것임.




3회차

15:00 메가박스 9관

<루이 14세의 권력쟁취>

역시 스페셜 포커스 기획 중 하나인

로베르토 롯셀리니의 대표작 시리즈 중

가장 후기작에 속하는 작품.

네오리얼리즘의 대표 거장으로 꼽히던

초기 작품세계 - 잉그리드 버그만과

결혼하고 평단에서 혹평도 꽤나 받았던

중기 - 역사물을 거리두기 방식으로 찍던

후기 작품세계 중 후기시절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선보인 이 작품은 철저하게

인물들을 먼 거리에서 클로즈업이 거의

없이 마치 역사 재현물처럼 찍어낸다.

보는 이로 하여금 특정한 주인공에 대한

감정이입을 가능한 배제하고 역사적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을 마치 화면에

캔버스로 펼쳐놓은 것처럼 보여주는데

처음엔 무척 낯설어 보이지만 당시

시대 배경이나 인물들에 대한 지식이

갖춰져 있다면 꽤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작품. 역시 거장이라 불리는 감독들은

함부로 볼 수가 없음.




4회차

17:30 전주시네마타운 3관

<키페의 여인들>

이번에 전주국제영화제 라인업에서

흥미로운 게 중남미 영화 비중이 무척

늘어났다는 점인데 그중에서 골라본

작품.



역사적 배경을 암시적으로 깔고

사람들과 거의 격리된 채 산속에서

양을 치며 치즈를 팔아 살아가는

인디오 3자매의 비극적 실화를

극화했음.

시네마 베리떼 풍으로 찍었다는데

이런 말은 잘 몰라서 대충 어떤

분위기겠구나 정도로만 감을 잡고

봤음. 실제로 그랬음.

고립된 채 세상 돌아가는데 무지하게

살아가던 의지할 곳 없는 인디오

여성들이 정부의 정책 때문에 어떻게

살아갈지를 몰라 고민하다 끔찍한

선택을 하고야 마는 결말.

찌들대로 찌들고 약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2014년의 한국사회에서

보기엔 도저히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으나

그네들의 역사와 사회구조에 약간만

관심을 가진다면 참 서글프게 볼 작품.

하지만 꼭 찾아볼 정도는 아니라고 평가.

5회차

20:00 메가박스 M관

또 하나의 교육 +

그러나… 복지를 버리는 시대로 +

시네마 클래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초기 다큐는 총4편을

이번에 소개했는데 하루에 그 중 3편을

소화해버린 셈이 됨.

각각 40여분 러닝타임의 1991년 작품

두 개를 몰아서 상영하고 평론가의 해설이

덧붙여진 기획을 시네마 클래스라 부르는 것.




<또 하나의 교육>은 도시의 아이들에게

생태체험학습을 학기 과제로 제시한 교육

방식과 그에 적응하는 아이들이 결국

새로운 형태의 체험교육을 통해 동물과의

우애, 그리고 고민으로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좋지 않은 화질에 어찌 보면 그냥 텔레비전에서

볼 수 있는 그런 풍의 다큐라 볼 수도 있지만

흥겹게 보면서 꽤나 생각해볼 이야기를 던지는

작품. 저게 20여 년 전 작품이라 생각하니

또 다시 천재는 천재구나 생각하며 탄식하게 됨.




<그러나 복지를 버리는 시대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젊은 시절 사회비판의식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작품.

소신을 갖고 복지행정을 펴려 했으나 구조적

문제 때문에 늘 뒤처리만 떠맡던 고위 공무원의

자살과 2차 대전 패망 후 전후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나 유흥업에 종사하다 몸이 망가져 생활보호

대상자가 되었던 한 여성의 자살을 평행하게

소개하며 일본 복지제도의 문제와 구조적 모순을

차분하지만 분노로 증언하는 작품.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가족영화의 달인이

저런 고민과 작업을 하며 성장했다는 것을

보는 기회는 흔치 않고 작품들은 지금의 고도로

절제되고 세련된 연출과는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품세계를 접한

1단계는 <아무도 모른다> 이후 앞뒤로 나온

극영화들을 먼저 DVD로 보고,

2단계로 계속 빵빵 터져주는 신작들을

영화제나 예술영화전용관에서 스크린으로 보고,

이번에 3단계로 초창기 다큐들을 보게 되는

셈이다. 이런 감상의 연대기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데 어떤

작용을 할까 스스로도 궁금해지는 대목.




※ 시네마클래스 내용은 좀 심심하고

초기 다큐들이 강하게 내보이는 사회문제에

대한 발언들에 별로 관심이 없어 보여서

그냥 초기 극영화들과 연결되는 부분 이미지

설명 정도만 귀에 들어왔었음.

마치고 그냥 숙소인 훈산건지하우스로 들어와

짐 풀고 씼고 잤음.


※ 중간에 영화의거리 입구에 있는
오채라면에서 처음으로 라면을 먹었음.
늘 지나다니기만 하던 집인데 보통 부대라면을
많이 먹지만 공기밥 같이 먹으려고 제일 싸고
기본인 오채라면에 공기밥을 추가해 먹었음.
무난하고 순한 맛에 공기밥이 찬밥이라 더 좋음.


by 붉은10월 | 2014/05/22 20:53 | 2014 JIFF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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