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th JIFF’s Days Memory - 5.3(토) -

3일째가 되다보니 첫날부터 친목을 다진

지프지기들과는 구면이 되어버려서 영화

한편 보고 화장실 가고 게스트센터에서

커피 얻어 마시고 산보하다가 지프지기들과

수다 떠는 게 무한 반복되기 시작.

1회차

10:00 메가박스 6관

호텔 누에바 이슬라 (GV)

처음으로 본 경쟁부문 상영작.

이상하게 경쟁부문 상영작을 잘

안 보는 편인데 소재에 끌려서 보게 됨.

경쟁부문이다 보니 심사위원단이 총출동함.




2013년 부산에 <용서받지 못한 자>

리메이크로 방문했던 이상일 감독이

보여서 사진을 청함. 작년에 부산에서

블라블라 ~ 했어야 하는데 주변에 관계자가

많고 일본어가 갑자기 생각이 안 나서 그냥

사진만 청하니 무척 머쓱했음.

작품은 쿠바의 현재를 보여주는듯한 쇠락한

아파트에 기거하는 호르헤라는 노인이 뭔가

이 건물을 되살리려는 필사적인 노력을

늙은 육체로 수행하지만 큰 진전이 없어보이는

대사가 거의 없는 다큐적인 부분과, 그 호텔에

기거하는 몇몇 사람들과의 관계가 드러나는

대화가 좀 나오는 부분이 교차되며 전개된다.

다큐 부분은 호르헤의 쇠락한 육체와

호텔 건물 풍경이 정물화처럼 어우러지면서

꽤 근사한 이미지를 제공.




대사 부분은 주변 상황을 설명하는데

필수적인 내용은 맞는데 촬영감독의 구도

배치가 탁월한 호르헤의 묵묵하고 결과를

얻기 어려운 노동에 비해서는 평이해지는

구성.

그런데 GV에 참석한 감독은 자꾸 쿠바의

사회현실과 상관없이 봐달라고 주장함.

뭐 자기 작품을 자꾸 선입견에 끼워맞춰

감상하려는 경향에 대한 경계라고 이해함.

그래도 쿠바의 역사와 사회 상황을 조금이라도

관심 있게 지켜본 이들이라면 감정이입이나

디테일한 소품들에 대한 이해도가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는 작품.

특히 쿠바혁명에 참여했던 견장이나 당시를

보여주는 사진들이 주는 암시부분은 모르면

그냥 넘어가버릴 부분.

주인공 호르헤 씨는 2013년에 별세했다고 한다.

영화 엔딩 크레딧에 호르헤를 추모하며가

떠서 마지막에 정숙하게 만드는 부분.

GV는 평이했고 거의 처음 경쟁부문작

상영이라 그런지 고석만 집행위원장이

인사차 등장하기도 했음.





2회차

13:30 전주시네마타운 2관

스트롬볼리

로베르토 롯셀리니의 중기 부분으로

들어서는 대표작으로 이번 전주 회고전에

소개된 작품. 잉그리드 버그만의 고전적

매력이 극대화된 작품. 그 옆선이란 덜덜덜.

2차 대전이 끝난 후, 동유럽에서 모든 재산

다 날리고 이산가족이 되어 간신히 이탈리아의

난민수용소에 도착한 잉그리드 버그만은

남미로의 이민이 거부되자 평소 그녀에게

홀딱 반한 이탈리아군 포로 총각과 결혼해

이탈리아 영주권을 받고 남편의 고향이라는

지중해의 화산섬 스트롬볼리로 향한다.

이후 황량한 화산섬 스트롬볼리와 거기에

악착같이 거주하는 거칠고 이방인을 경계하는

섬 주민들 VS 도회지로 탈출만 꿈꾸는 잉그리드

버그만의 구도가 영화 내내 펼쳐진다.




스토리라인보다는 압도적인 스트롬볼리의

풍광과, 원초적 수준으로 섬을 벗어나려는

잉그리드 버그만의 열연으로 승부하는 작품.

HD 리마스터링한 버전으로 스크린에서는

처음 보는데 역시 고전영화는 스크린으로

봐야 제대로 보는 게 맞는 듯.

그냥 잉그리드 누님 절 가져요 헉헉 ~ 스러운

압도적인 매력에 인간 VS 자연이라는 구도를

절묘하게 잘 그려낸 작품.

구닥다리 냄새가 거의 안남.

이 섬을 평론가이자 감독인 아드리아노 아폴라가

방문해 <스트롬볼리> 촬영의 자취를 따라가는

<붉은재> 다큐도 전주에서 상영했는데 도저히

시간대가 안 맞아서 놓치고 말았다. 너무 슬픔.

※ 중간에 시간이 남아서 우연히 만난 지인

일행과 함께 풍년제과 지옥인파 순례도 하고

삼백집에서 시원하게 모주를 들이켜기도 했다.




택배가 가능하면 박스째로 보내놓고

한잔씩 두고두고 먹고 싶은 계피 향 가득한 맛.

가는 길에 꽈배기도 먹었다.

3회차

16:30 전주시네마타운 2관

인류의 기쁨이 머무는 곳

극영화와 다큐를 넘나드는 캐나다 감독

드니 코테의 신작.

신기하게 해마다 국내 영화제에서 이

감독의 작품을 꼭 보게 되고야 만다.

그런데 원래 보려고 고르는 게 아니라

그 시간대에 정말 선정이 애매모호하거나

아니면 옆 지인이 보자고 조르는 경우로

선택하는 케이스.(문제는 보자고 조르던

지인은 펑크내고 안 보거나 재미없다고

하는 경우가 백퍼센트였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놉시스가 그럴듯해

보여서 골랐는데 역시나 드니 코테의

영화는 항상 2%가 아쉬움.




기대치가 너무 높아져서 그런지 거대한

공장에서 일하는 인간이 그 구조에 동화되는

풍경을 관조적으로 묘사하는 시놉시스는 분명

맞는데 압도적인 기계의 비쥬얼을 통해

구현되는 구조의 지배권능은 그렇게 두드러지게

튀지 않았고, 그냥 지루할 정도의 반복적인

효과를 통해 인더스트리얼 느낌은 나기는 하는데

그냥 그랬음.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묘사되는 부분도

공감은 가는데 그렇게 강렬한 느낌은 없었음.

정말 딱 기대하고 보면 몇 프로 부족한 작품.

드니 코테는 당분간 이 느낌으로 남을 것 같다.





※ 비는 시간에 할 일이 없어 지프라운지를

서성거리다가 <줄탁동시>로 주목받은 김경묵

감독의 신작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오픈토크를

잠깐 봤다. 일단 영화를 안본 문제가 컸고,

중간에 술에 취해 무대로 난입하려던 아저씨를

막는데 신경을 쓰다 보니 제대로 기억에 남는 게

하나도 없었다. 영화를 봐야 만회가 될 듯.

4회차

20:30 메가박스 6관

사무엘 풀러의 삶 + 시네마 클래스

시네마클래스라고 했지만

감독 사만다 풀러가 왔기 때문에

그냥 GV라 해도 무방할 법했던 코스.

이름에서 짐작하듯이 딸 사만다 풀러가

아버지 사무엘 풀러의 작품세계와 그

배경에 대해 부친이 남긴 세 번째 회고록을

기반으로 부친의 영화세계를 흠모하는 주변

영화인들을 총출동시켜 회고록의 글들을

낭독하게 하는 독특한 기획.




낭독 부분과 자료화면들이 잘 어우러져

있고 이름에 비해 실제 작품을 많이 보긴

힘들었을 사무엘 풀러라는 거장에 대한

이해를 매우 훌륭하게 돕는 작품.

사무엘 풀러의 생애를 다큐를 통해 돌아보니

그가 왜 그런 대표작들을 만들게 되었는지
절로 고개가 끄덕거려지는 내용들이었다.




※ 사실 <빅 레드 원>과 <마견> 정도 말고는
사무엘 풀러 영화를 제대로 본 게 없어서
가이드 영상으로 본 셈이기도 했다.



어려운 영화문법으로 표현하기보다 그가

젊은 시절 느꼈던 언론인으로서의 자부심,

그리고 꾸준히 정진했던 독립영화 장인의 길,

그리고 매카시즘이나 할리우드 대자본에 맞서

싸우던 장년기, 그리고 누벨바그 감독들에게

영향을 끼치게 된 프랑스에서의 나날들이

적절히 늘어지지 않게 진행된다.

2차 대전 시기, 그리고 전쟁 직후의 기억들을

낭독하는 것은 독일인 빔 벤더스. 이런 식으로

적절하게 그의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들이나

그의 영향을 인정하고 흠모하는 영화인들이

적절하게 등장한다.

2차 대전의 참혹한 기억,

청년언론인으로서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

대자본의 천하가 된 할리우드에서 어떻게

영혼을 팔지 않고 영화를 찍을 수 있었는가.

<마견> 같은 작품들로 왜곡된 풀러의 이미지에

대한 옹호 등을 잘 알 수 있다.

GV 현장에서도 사만다 풀러 감독은 부친에

대한 애정과, 가족들의 문화에 대한 수준을

과시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이어나갔다.

흐뭇하고 풍요로운 시간.




※ 사만다 풀러 감독, 그녀의 아버지 사무엘 풀러의
회고록이자 이 작품의 원작격인 책. 그리고 그의
대표작인 <빅레드원>-지옥의 영웅들-의 부대장식.
아버지를 기억하는 방식들......


그러고 보니 이번 전주국제영화제 스페셜

포커스 중 [영화, 감독을 말하다] 섹션 중에서

처음으로 본 작품이었다.

※ 시네마클래스를 진행한 분은 감독의 작품과

대조되게 자꾸만 영화문법으로 사무엘 풀러를

박제하려 했다. 그게 아쉬웠다. 충분히 작품만

봐도 사무엘 풀러에 대한 이해가 99% 가능했음.

그리고 그냥 숙소에 들어가 잤다.

by 붉은10월 | 2014/05/22 23:13 | 2014 JIFF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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