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붕괴>, 경계를 넘는 불안의 징후


19회 부산국제영화제 다큐부문에 수여하는
비프메세나상 공동수상작.

* 비프메세나상은 부산국제영화제 섹션 중
와이드앵글 부문 다큐멘터리 경쟁작 내에서
수상되며 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캄보디아의 아동 인신매매 현장을 담은
<13>과 <붕괴>가 함께 공동수상했다.

러닝타임 80분. 문정현 이원우 공동감독.



문정현 감독은 POST "김동원" 푸른영상
체제의 대표 감독으로 <할매꽃>, <용산>,
<가면놀이> 등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이원우 감독은 실험영화로 분류되는 단편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으며, 특징으로는
사적 영역 못지 않게 공적 주제를 다루는
작업들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리반 철거에 저항하는 투쟁현장이나
강정 해군기지 반대 싸움에 함께 하면서
현장속보 차원의 한국 독립다큐의 익숙한
경향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작업을 선보인다.

이 두 감독이 공동작업으로 만들어낸
<붕괴>는 과연 어떤 작품일까 궁금해 하며
관람하게 되었다.

문정현 감독 또한 스트레이트한 다큐 스타일은
아니고 사적 체험과 공적 이슈를 잘 버무려내는
연출 스타일을 선보여왔기 때문에 아주 극과 극의
조합은 아니란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두 감독의
연출 스타일이 상이하기 때문에 믹스가 과연
어떤 결과물로 드러날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문정현 감독의 자전적인 기억과 체험에
감독 스스로 함께했던 다양한 사회적 활동과
근래 한국사회의 여러 우울한 징후들이 결합되고
이원우 감독이 특유의 연출스타일을 일정부분
접목시킨 형태로 완성되었다.
(이원우 감독의 스타일은 특히 후반부에 영향력이
증대되는 느낌)

작품이 스토리텔링보다는 이미지의 파편들로
연결되지만 아주 실험영화를 기대하고 보는
관객들에겐 다소 전형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덕분에 편하게 봤지만...

나레이션과 이미지 조합의 챕터들로
기본 구성되어 있고 챕터에는 이름이 없이
그냥 숫자의 점층법으로 진행이 이뤄진다.

사용되는 소재는 전반부에서는
문정현 감독의 개인적 체험들이 중심으로
그가 벌이는 다양한 활동들과 한국에서
독립다큐감독으로 거의 모두가 겪는 생활고의
문제, 그리고 감독이 자원활동을 하는 장애인단체
행사를 위해 장애인들이 직접 영상작업을 준비하는
챕터들이 펼쳐진다.



감독은 장애인단체 자원활동을 하지만
곧 태어날 2세가 선천적 장애를 갖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통보를 받는다.

그리고 한국에서 일정한 수입이 없는
다큐 감독이 결혼해 자녀를 부양하며
살아가는 어려움들이 휴대폰 문자를 통해
툭툭 던져지고 살고 있던 주택이 재건축
상황에 놓이면서 개인적인 갈등과 어려움은
배가된다.



그 과정에서 서울의 다양한 붕괴와 불안의
풍경이 펼쳐진다.

후반으로 갈수록 감독의 전작에서 주요하게
다뤘던 용산 참사나 2008년 광우병 촛불,
그외 최근 한국사회의 굵직한 사회적 논란현장에서
발언하고 참여하는 문정현 감독의 모습과,
어지러운 현장의 이미지들을 통해 우리 사회
전반의 붕괴적 징후로 자연스럽게 이행된다.



이원우 감독은 스타일 슈퍼바이저에 가까운
보조역할로 참여하며 스토리텔링이 있다면
(콜라쥬적 조합보다는 스토리텔링이 강하게
느껴졌다) 그것은 거의 전적으로 문정현 감독의
내용이다.

선입견으로 기대하게 되거나, 작품의 결말부로
갈수록 느껴지는 통합적 감정에 약간 이질감이
느껴지는 부분은 비교적 훈훈하게 보이는
장애인들의 영상촬영현장이다. 이 부분은 작품
전체의 주제인 "붕괴"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전반부의 주요 불안감을 고조시키는
지점일 감독의 주거와 2세의 장애판정 부분과
대조되는 효과는 꽤 설득력이 있다.

특히 장애 문제에 있어서 자원활동을 헌신적으로
펼치는 감독이 자기 가족, 그것도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가 장애를 안고 태어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인지했을 때의 감정이 교차 편집되어
관객에게 보여질 때의 사적인 불안과 긴장은
중반부까지 붕괴의 기운을 끌고 가는데는 상당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거 불안은 감독의 전작 <용산> 부분과 일부
겹치기도 하지만 이는 개인적인 감상에 가깝고
대부분 전작을 보지 않고 관람하게 될 것이므로
사적/공적 이슈의 통합으로 댓구를 이루는 데
별반 문제는 없어 보인다.

<붕괴>는 근래 신진 다큐 감독들에게서 보이는
사적 영역을 꺼내보이면서 공적 의제로 확장시키는
전략의 넓은 자장 아래 포함되면서도 독특한
지점을 차지하는 작품으로 느껴진다.

문정현 감독은 현재 한국 독립다큐에서 가장
실험적인, 어찌보면 난해한 작업을 펼쳐보이면서
다른 독립 다큐의 표현방식과 가장 동떨어져 있는
이원우 감독과의 협업을 통해 독립다큐의 종가
격에 해당되는 푸른영상에서 출발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는 그의 작업스타일을
버전업하는 것으로 보인다.

* 문정현 감독은 <붕괴> 외에도 <경계>라는
작품을 이번 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선보였는데
<경계>는 세르비아/인도네시아의 젊은 다큐 감독들과
협업해 지구의 여러 경계를 표현한 작품이다.
이 작품 역시 흥미로운 내용을 많이 갖고 있다.

1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조슈아 오펜하이머의
<침묵의 시선>이나 빔 벤더스의 <이 땅의 소금>,
프란츠 파농의 책을 영상화한 <폭력에 관하여> 등
혁신적인 세계 다큐의 최전선을 선보였다.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 독립다큐들은
화제가 된 <다이빙 벨>도 있었지만 다큐의
표현이나 미학적인 영역에서 크게 혁신적인
작품들은 아니었던 기억이다. 그 부분에서
<붕괴>는 가장 앞서나가는 작품이라 단정지어본다.

by 붉은10월 | 2014/10/21 13:36 | 2014 BIFF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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