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다이빙벨, 칠흑의 심연을 응시하는...
2014년 19회 부산국제영화제 최대의 화제작은
단연코 <다이빙벨>이었다.

세계적인 거장들의 신작 갈라 프리젠테이션도,
당대의 아이돌그룹 멤버의 첫 영화 출연작도
<다이빙벨>만큼 뜨거운 주목과 논란에 둘러싸이진
못했다는 기억이다.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19년 역사의 국제영화제
상영예정작에 대해 작품 상영을 중단하라는 압력이
작용한 <다이빙벨> 때문에 1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문화와 정치의 가치관이 충돌하는 자리로 변모하는
위기에 둘러싸여 있었다.

<다이빙벨>을 상영하는 현장에는 두 부류의 평소에
상영관 내에서 보기 힘든 이들이 존재했다.

검은 양복을 입은 요원 차림의 건장한 남자들은
영화제 측의 안전요원들. 그리고 구석진 곳에서
묘한 눈빛을 하고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살피는
정부기관원들.

여기에 한 부류를 더 하자면 <다이빙벨> 화면 속에서
가장 지탄을 받는 부류 중 하나인 프래시 팡팡
터트리는 "예의없는" 언론기자들을 들 수 있었다.

<다이빙벨>을 둘러싼 무수한 논란에 비하면
77분이라는 길지 않은 러닝타임의 <다이빙벨>은
비교적 평이하게 진행된다.

공동감독이기도 한 이상호 기자의 "고발뉴스"와
"팩트TV"를 즐겨봤던 이들이라면 익숙할법한
팽목항과 다이빙벨 관련 영상들이 이어진다.

중간중간에 블랙유머적인 코믹 풍경들은 대부분
이종인 대표의 언행에서 비롯된다.

<다이빙벨>은 이종인 대표가 끌고 온
'다이빙벨'이라는 수중구조를 위한 감압장치를
둘러싼 울지도 웃지도 못할 기이한 풍경을 중심으로
팽목항에서 벌어졌던 일들의 단면을 보여준다.
(감독조차 1/10도 팽목항의 전모를 담지 않았다고
인정하는 부분이다)



이종인 대표는 '다이빙벨'을 가져오지만 해경 등
정부관계자들은 협조적이지 않고 장비를 도로 끌고
올라가지만 지지부진한 구조작업에 격앙된 유가족들은
해수부장관과 해경청장에게 '다이빙벨' 투입을
겁박하다시피해 겨우 허락받는다.

똥개훈련도 아니고 장비 끌고 왔다 올라갔다
도로 내려온 이종인 대표이지만 그후로도
그렇게 협조와 지원을 받지는 못한 것으로
<다이빙벨> 속에서 묘사된다.

특히 후반부 심야작업 당시에는 신변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심적 피로와 기묘한 분위기가 거듭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구조 실패로 귀결된 현장, 허탈한 표정으로
자리를 떠나는 이종인 대표를 둘러싼 마치 늑대떼처럼
묘사되는 카메라 플래시와 마이크들.



그리고 엔딩크레딧 와중에 추가로 삽입된 세월호
단원고 유가족 대책위 중 한 아버지에게 이상호 기자가
직설적으로 들이댄 가운데 벌어지는 문답.

'무엇을 바랍니까? 특례입학 바라십니까?'
"아니오"
'보상을 바라십니까?'
"아니오"
'그럼 무엇을 바라시는 겁니까?'
"진실을 바랍니다..."

77분은 그렇게 흘러간다.

기대치를 높게 잡지 않고 봐서 그런지 <다이빙벨>은
평이하지만, 가끔 감정선이 격앙되는 지점이 반복되는
뉴스속보성 작품이었다.

지나치게 한정적인 범위로 내용이 제한되었지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을 감안하면 불과 4-5개월만에
완성되었을 작품으로 감안하고 본다면 어느 정도
이해할만한 수준의 편집이었고, 물리적 환경의 제약으로
팽목항과 구조작업 전반을 다루려 했다면 가편집본
수준도 나오기 어려웠으리라 짐작해본다.

공동감독 2인(이상호, 안해룡)의 작업인데,
이상호 기자가 현장 취재영상들을 최대한
모아내고, 이를 베테랑 다큐멘터리스트
안해룡 감독이 자를 것 자르고 덜어낼 것
덜어내고 추가로 넣을 장면 일부를 촬영해
편집하는 식의 역할분담이 이뤄졌다고 한다.

감독들이 밝힌 바에 의하면,
이상호 기자는 다양한 영상들을 최대한
삽입하고 싶어했고, 안해룡 감독은 밀당을
벌이면서 컷 자체는 튀어도 전체 밸런스에
안 맞다고 판단하면 짤라내는 식으로 충돌을
적잖게 벌였다.

<다이빙벨>에 대한 리뷰를 쓴 다른 이들에게서도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부분이지만, 이상호 기자의
취재와 이종인 대표의 주장 외에 이들을 비판하는
입장을 인터뷰하거나 소개하는 지점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 한계가 뚜렷하게 존재한다.

- 감독들은 양쪽의 주장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독립적
전문가집단이 국내에 사실상 부재하다고 고충을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역시나 물리적 시간의 제약도
존재했음을 인정했다. -

그러나 이 작품은 세월호 사태의 현장성을 살리기 위해
자체 완결성을 과감히(아니 애초부터) 덜어내는 것을
감수했기 때문에 제작의도대로라면 한계를 사전에
자수해버린 작품이 되므로 이 지점을 지적할 수는 있겠으나
그 자체로 작품의 의의를 통째로 부정해버리는 것은 상당한
비약이라는 생각이다.

오히려 작품을 제작한 취지대로라면 10월 초
부산국제영화제가 아니라 1-2달 전에 상영하는 것이
더 적절했을 것이다.

물론 더 편집이 거칠어지고 호흡의 밀도가 자체적으로는
나빠졌을테지만 그것을 상회하는 속보성을 강화하는 것이
감독들이 밝힌 제작의도에는 더 부합될테니.

이 작품 <다이빙벨>은 뉴스와 기록다큐의 경계선상에
있기 때문에 <다큐멘터리>라 부르기에는 애매한 지점이
있다.

기록으로서의 총체성을 요구받을 때 <다이빙벨>은 상당히
외소해진다.



그러나 정세적인 개입을 목표로 스스로 뉴스 프로파간다
성격을 자임할 때 <다이빙벨>은 아주 독특한 지점을
갖게 된다.

그 측면에서 <다이빙벨>은 부산국제영화제를 아주 적절히
잘 이용했다.

이 작품이 만약 부산국제영화제 논란을 겪지 않았다면
10월23일 전격상영과 이를 통한 (작은) 반향은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실 현재 <다이빙벨>이 예술영화관들을 중심으로 매진
열풍을 이어가는데 일등공신은 서병수 부산시장과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 그리고 포탈사이트 평점테러를
저지른 일베 멤버들이다.

애초에 사회적 논란을 통해 세월호 국면을 재점화하려는
(혹자는 이상호 기자의 자기중심적 쇼맨십으로 보기도 하는)
의도와, 아직 상영되지 않은 영화에 대한 '사전검열'로
보여지는 친정부적 인사들의 완장질에 대한 반발심리가
실제로 자체 완성도가 결코 높다고 보기 어려운 이 작품
<다이빙벨>에 대한 가장 큰 우군이 되고 있다.

그러므로 "프로파간다"라는 표현은 <다이빙벨>에 대해서만은
결코 폄하가 아니라 선전선동이 잘 될수록 본래의 제작의도를
구현하게 되는 것이 된다.

영화 내적인 완결성을 포기하는 대신 철저하게 이슈 파이팅에
특화되는 연출과 홍보전략으로 승부하는 <다이빙벨>이다.

그러므로 <다이빙벨>을 독립다큐멘터리의 특정 경향
("천안함 프로젝트"나 "슬기로운 해법" 같은 일군의 작업들)
으로 볼 때는 미흡한 수준의 답습으로 비평할 수 있지만,
상영 자체를 막아야할 악질 선동영화로 치부하는 것은
번지수를 잘못 잡는 행위가 되어버린다.

대부분의 포탈사이트 영화게시판 평점이 0점과 10점 중
하나로 매겨진다는 것은 정작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는
거의 없이 진영논리로 치닫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영 시작도 전에 0점 평점을 남발한 일베는
문화와 표현의 자유 권리에 뻘건 페인트를 쳐바르는
행태로 찍혀버렸다)



이상호 기자와 이종인 대표는 공명심에 들떠서 스스로
진실 보도와 자기 스타성을 등치시키는 모순에 빠졌거나
얄팍한 사업적 홍보와 구조를 위한 수호천사 코스프레에
스스로 현혹된 인물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다이빙벨 자체의 완벽성을 주장할
필요도, 인정할 필요도 없다는 점이다.

2014년 4월 16일 이후 며칠간, 한국정부와 군경,
언론 등은 자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과는
동떨어진 행보를 보였고 수백수천의 유가족들은
절망과 분노에 패닉상태일 수 밖에 없었다.



그 상황에서 그나마 자신들의 목소리를 알려주는 기자와,
혹시나 구조에 도움될 지 모른다는 신장비를 가져온 구조업체
대표는 썩은지 안 썩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건 동아줄로
보였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장의 혼란과 제대로 난장판이었던 구조작업지휘체계는
그 동아줄이 썩었는지 안 썩었는지도 제대로 검증할 수 없었다.

그 책임의 우선순위가 이상호 기자와 이종인 대표는
아니지 않는가.

이종인 대표가 보여주는 낙폭이 큰 언행의 변화와 스스로도
나약해지고 좌절해가며 때론 공포(그 공포가 피해망상인지
아니면 실제로 현장에서 두껍게 쳐진 어두운 커넥션인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에 몸부림치는 혼돈의 심연은 결국
<다이빙벨>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이후의 한국사회 논쟁을 다시금 심연에서 억지로
끌고 올라오려 한다.

결국 영화의 의도를 가장 잘 간파하는 것은 집단지성으로서의
관객들의 총합이 될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인 평점을 매기라면,
아무리 좋게 봐도 다큐로서의 완성도는 5~6점.
현실에 개입하고 정세적 효과를 내는 프로파간다로서는
9~10점을 줄 수 있겠다.

아주 그냥 포스터에서부터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정말 진저리나게 도망치고 싶은 팽목항 앞바다를
재현하고 있지 않은가.



* 사실 제일 정확하게 객관적으로 <다이빙벨>을
평할 수 있다면, 해외 다큐멘터리 감독들일 것이다.
<액트 오브 킬링>과 <침묵의 시선>으로 현재
세계 다큐멘터리계의 총아라 할 조슈아 오펜하이머는
이 작품이 논란이 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어 했다.
분명 정부가 제대로 사고 처리와 구조를 못 한 게
맞고 다큐멘터리스트나 언론기자라면 그걸 까거나
이면을 보여주는 작업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상영하라 마라 간섭하는 것이 비정상으로 보였을 테니.

이제 소규모로나마 개봉한 <다이빙벨>은
관객들의 검증을 거칠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현재 20개 될락말락한 전국상영관으로는
이미 <다이빙벨>에 심정적으로 동의하는 이들
위주의 관람이 이뤄질 수 밖에 없으므로 중립적
입장의 관객들이 유입되는게 쉽지 않아 보인다.

감독이나 제작진이 대외적으로 천명한 바에 의하면
동의하지 않거나 판단을 유보한 이들이 많이 보고
토론해 봤으면 하는 입장이라고 한다.

다큐 자체로서는 평타 이상으로 봐주기 어려운
<다이빙벨>을 키워주는 것은 한국사회의 모순과
검열의 징후를 드러내는 일각의 분위기 때문이다.

<다이빙벨> 관람을 허하라. 그러면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다. 무엇이 맞고 무엇이 그른지...

그리고 세월호라는 한국사회에 앞으로 수십년간
오르내릴 사건에 대해(우리는 2014.4.16일 이후로
그 누구도 세월호와 무관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으니)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는 영화들이 속속 등장할 때
<다이빙벨>은 스스로에 가장 걸맞는 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 그것이 긍정적인 결말로 가는 길이다.

by 붉은10월 | 2014/10/26 18:36 | 2014 BIFF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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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정말로 필요 at 2014/10/27 12:04
http://www.youtube.com/watch?v=_6KyYQ_kxnQ
일본이 재규명한 세월호 침몰 사건입니다. 영화를 보든 안보든간에 한번 꼭 보세요.
이걸 왜 우리나라는 이렇게 방송한 곳이 한곳도 없는지? 정말 답답합니다... 광고 아닙니다.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4/10/27 12:17
오히려 해외를 통해 소식이나 정보를 접해야한다는 모순이 참...
Commented by 정말로 필요 at 2014/10/27 12:38
유투브 화면 밑에 자막나오게 설정하는거 있습니다 참고 하세요.
저는 정말 이 영상을 여러사람들이 봐야한다고 느꼈습니다.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4/10/27 12:54
네 알겠습니다. 일단 영화 리뷰이니 영화 관련 내용으로 코멘트 더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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