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한국 단편 쇼케이스 1

부제 - Short Film ver. Star Wars


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유일하게 관람한

단편섹션 상영작.


부산국제영화제 가면 워낙에 볼 게 많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고르는 기준이

1) 당장 보고 싶어서 헉후헉후하는 작품

2) 국내에 들어오기 어렵거나 짤려서 들어올 게

예상되는 작품 위주로 고르게 마련이고

단편의 경우 아무래도 정보가 제한적이다 보니

후순위로 밀려나게 마련이다.


※ 아예 아시아나 국제단편영화제처럼 단편만

고르면 된다거나, 전주국제영화제 마스터즈 단편

섹션 같은 경우에만 단편을 우선 고르게 된다.


원래 한국 단편 쇼케이스도 안 보려고 했었는데

그 전차 관람이 GV가 꼭 보고 싶은 작품이었고

마치고 나면 달려라! 하는게 싫어서 원래 보고

싶던 작품(참고로 장예모 감독의 <5일의 마중>

GV 회차였다는 ㅠ0ㅠ)을 과감히 포기하고 고른

관람작.


총 4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일반적인

영화제 단편 섹션과는 차원이 다른 이름값의

감독들 단편을 모았음.


순서대로 보면

1. <민우씨 오는 날> by 강제규

2. <자전거 도둑> by 민용근

3. <A Rose Reborn> by 박찬욱

4. <여배우> by 문소리

요렇게 상영되었다.


한편씩 짤막하게 소감을 말하자면



민우씨 오는 날 Awaiting (2014)

한국 | 26분 |

제작/배급 (주)빅픽쳐(제작), (주)미로비젼(배급)

감독 강제규

출연 문채원(연희), 손숙(연희(老)), 고수(민우), 유호정(사라)


4편 중 유일하게 '월드 프리미어'가 붙지 않은 작품.

홍콩국제영화제가 제안한 단편 프로젝트로 내년 3월에

상영 예정이므로 에티켓 차원에서 실제로는 월드 프리미어

임에도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강제규 감독이 대학시절 제외하면 처음으로 단편작업해

선보이는 것인지라 신기하기도 했고, 비교적 소소한

이야기 구성으로 선보이는 단편과 평소 강제규 감독의

작업 스타일이 매치가 잘 안 되어 궁금하게 봤던 작품.


강제규 감독의 대작 스타일에서 스펙타클을 빼면

감독다운 스타일로 느껴졌다. <쉬리>나 <태극기 휘날리며>

에서 즐겨 다뤘던 분단으로 인한 아픔과, 근작 <마이웨이>

에서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시대적 상황에 처한 숙명

같은 주제의식이 고스란히 이어졌고, 적절한 신파로

관객을 흡입하는 능력도 여전히 강했다.


스토리텔링상 예민한 관객이라면 대충 전개를 능히

짐작할 수 있는 이야기 구성이지만 선 굵은 진행으로

그렇게 식상하지도 않았고, 거의 원톱으로 러닝타임을

끌어가는 배우 문채원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작품.



문채원으로선 상당히 흡족했을 작업이란 생각이다.

외모도 요즘 여배우들 중에선 단아한 스타일인데

해방 -한국전쟁 시기의 미녀상에 잘 어울렸고

아마 거의 처음으로 그녀가 혼자 극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부여받았을텐데 잘 소화한 느낌이다.


사진 속의 이미지로만 활약하는 고수 역시

항상 볼 때마다 고전영화 배우 비쥬얼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흑백 이미지에 매우 잘 어울렸다.

 

사진과 목소리로만 나오는 유호정도 반갑고,

문채원에 묻힌 감이 있지만 손숙 역시 무난한

연기력을 보였다.


단편이라 극장 흥행과는 거리감이 크지만

강제규 감독이 <마이 웨이> 이후 칩거하고

있었음에도 여전히 내공을 갈고 닦고

있구나 하는 확인과 함께, 여전히 자기가

좋아하는 소재와 스타일로 우직하게 끌고

가는구나 하는 느낌.


차기작 프로젝트가 몇 가지 있지만

이 작품 <민우씨 오는 날>의 장편화도

거론되고 있어서 지나치게 크지 않은

규모로 장편 버전도 보고 싶다.


이 작품은 영화제 다닌다는 이들보다는

대중적으로 활용되면 딱 좋을 스타일.



A Rose Reborn (2014)

이탈리아 | 20분 |

감독 박찬욱 출연 오언조, 잭 휴스턴
 


영화제에 온 시네필 관객들에겐 가장

흡입력이 강했을 단편.

하지만 조금만 정보를 확인하면 기대치를

가장 낮게 잡아야 할 작품이 이것.


이탈리아의 남성 패션 브랜드 '제냐'의

광고영화로 의뢰를 받아서 만든 단편으로

스토리도 흔히 부자와 파워 엘리트들의

활약으로 세상을 좋게 만든다라는 내용.


그 점을 감안하고 본다면 묘하게 감독

특유의 삐딱선 코드 한두개 들어가는

정도를 즐기면서 볼 수 있다.


고급 패션 브랜드의 이미지와 박찬욱

감독의 연출이 어우러져 시각적으로는

눈요기가 많이 되고, 정교하게 들어간

이코노미 클래스 탑승기의 변화 같은

부분도 즐길 수 있다.



배우들도 은근히 캐스팅이 화려하다.
특히 중국계 재벌 총수 미스터 루로
나온 배우 오언조는 장예모 감독의
<황후화> 이후로 다시 봐서 방가방가한
그런 기분.


열심히 벌고 적당히 즐기면서 차기작

쎄게 만들어 주시길 기대해본다.



※ 극장 관람 때 옆에 옆에 자리에서

함께 앉아서 봤는데 다른 단편도 끝까지

보시고 의외로 감정표현을 소리내서 하시더라는.


호탕하게 웃는 소리에 놀라서 옆 자리를 종종

쳐다보곤 했었던 기억이다.


자전거 도둑 The Bicycle Thief (2014)

한국 | 21분 |

감독 민용근 출연 박주희, 허예슬, 이우진


민용근 감독 역시 전작에서 이어져온 섬세한

연출 스타일을 고스란히 옮겨왔다.


제목을 보고 비토리오 데시카 감독의 고전

오마쥬일 것이라 짐작했는데 그 부분도 있지만

민용근 감독의 자전적 경험도 녹아있다고 하더라.



88만원 세대의 전형으로 어렵게 고학생으로

살면서 부업(?!)으로 자전거 안장을 훔치는

대학생으로 분한 박주희가 자기 안장을 도둑맞고

범인을 잡으러 다니는 이야기이다.


반전이 상당히 강렬한데 스포일러라 생략.




잔잔하게 진행되는 소품이지만
고전 <자전거 도둑>처럼 환경의 어려움
속에서 개인이 겪는 윤리의 문제를 배경을
2014년 현재 한국사회 현실로 옮겨 잘
표현한 준작이다.



* 박주희는 자전거 안장을 훔칠 때
자전거 라이딩 때 쓰는 스카프를 가면처럼
뒤집어쓴다. 민용근 감독답게 세세한 소품도
스토리텔링에 잘 활용하는...



조연으로 나오는 여중생과 그녀의 아버지

역시 짧지만 효과적인 연기를 선보임.

(여중생 역의 허예슬도 올해 독립단편에서

여러 번 선보인 얼굴이고, 아버지 역할의

이우진은 그야말로 메쏘드 연기다)


박주희는 요즘 은근히 독립영화판 대세녀

느낌인데 계속 기대하며 보는 중.



여배우 The Actress (2014)

한국 | 18분 | 감독 문소리

출연 문소리, 강숙, 원동연, 윤영균


상영된 단편 중 <민우씨 오는 날>이

관객들을 눈물짓게 하고, <A Rose Reborn>

이 관객들을 황홀하게 하고, <자전거 도둑>

이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반전을

선보였다면 마지막 편인 <여배우>

는 그야말로 빵 터지게 만든 작품.


배우 문소리가 감독 데뷔한 작품으로

한국에서 여배우가 겪는 선입견과

편견, 그리고 이면을 자전적인 경험을

녹여내 잘 묘사했다.


실제 감독의 지인들과 제작사 대표

(리얼라이즈픽쳐스의 원동연 대표)

등이 출연해 거의 재연 수준의 연기를

선보인다.



이건 뭐 그냥 실제로 봐야 묘사가 실감이

나기 때문에 미주알 고주알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정말 빵 터진다.



특히 현역 여배우라면 정말 울다가 웃다가
뭐할지도 모르는 현장성이 돋보인다.


문소리의 다음 연출작이 기다려지는 작품.


네 편을 캐스팅해서 조합하고 순서 배정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을텐데 잘 붙들어온데다

순서도 잘 배정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내공과

프로그래밍의 안목이 돋보인 기획이다.


네 편 모두 감독의 각자 개성이 잘 녹아 있고

신예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강점이 느껴져

좋았다.

by 붉은10월 | 2014/11/01 20:58 | 2014 BIFF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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