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빗:다섯군대전투, 확장판을 기다리며




피터 잭슨은 <반지의 제왕> 극장판과 확장판에 대해
극장판은 극장판대로, 확장판은 확장판대로 독자적인
완성도를 가진 작품들로 간주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대로 극장판이 불완전 버전,
확장판이 완성된 감독판 버전이라는 통념은 그릇된
것이라는 언급이고, 다만 상영환경에 맞춰서 분량을
조절하면서 편집의 묘를 살린 별개의 버전으로
이해해달라는 주문이다.


실제로 반지의 제왕 극장판은 확장판에서 대폭
추가된 분량이 아니더라도 극적 전개나 관객의 영화에
대한 이해도에 큰 문제는 없었다.


확장판 버전은 영화로 반지의 제왕을 접한 이들보다는
원작으로 먼저 접한 이들, 흔히 톨키니스트라 불리우는
이들을 위한 팬서비스 부분이 추가되고 원작의 숨결을
순간순간 간접체험하게 해주는 비전으로 제작되었다.


이 공식은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에서는 거의 완벽하게
대입되었다. 극장판은 극장판대로, 확장판은 확장판대로
즐길 수 있었다. (물론 중복구매는 필수입니다 고객님)


호빗 실사영화 버전은 이미 다른 글에서 제기한 것처럼
1000여 쪽이 훌쩍 넘어가는 방대한 분량으로 아무리
애를 써도 원작을 다 우겨넣을 수 없었던 반지의 제왕
실사영화와 정반대의 상황으로 출발했다.


1937년에 톨킨이 <호빗>을 출간했을 때는
역사적인 서두 "땅속 깊은 굴에 호빗이 살고 있었다..."
처럼 한 호빗이 겪는 13개월 간의 모험을 통한 성장담에
가까운 내용이었다. 그 주제에 맞게 분량 역시 단행본
1권이었다. 그러나 15년이 흘러 2차 세계대전과
대영제국의 몰락을 목도한 톨킨의 다음 작품
<반지의 제왕>은 그렇게 진행될 수 없는 작품이었고
그 결과 <반지원정대>-<두개의 탑>-<왕의 귀환>
이라는 두꺼운 3권의 단행본에 부록편이 추가되는
대하 영웅 서사시로 완성되었다.


그리고 톨킨의 유작이 된 <실마릴리온>과 아들
크리스토퍼가 정리한 <중간계의 역사>를 통해
무수히 많은 내용이 추가되었다.


하지만 영화화는 가장 대중적인 작품이었던
<반지의 제왕>이 먼저 선보였고 이미 선보인지
1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판타지 서사물의 으뜸
지위로 군림하고 있다.


이제 <반지의 제왕>에 비하면 동화 수준의
수위와 분량을 가진 <호빗>이 영화적으로는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의 차기작으로 선보이는
셈이 되어버렸기에 원작의 팬과 일반 관객이
각자 겪는 혼란, 톨킨 원작의 영화화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는가에 따른 입장 차이는
배틀 수준으로 벌어질 수 밖에 없다.


<또다른 여정>과 <스마우그의 폐허>를
통해 이미 우려는 나올 대로 나온 상태이고,
피터 잭슨이 호빗 삼부작의 마무리는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와의 연결고리로
완성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지 오래다.


결국 가장 큰 괴리감은 원작 <호빗> 소설의
충실한 영화화가 아니라 <호빗> + <실마릴리온>
(중 마지막 장인 <힘의 반지와 제3시대>) +
<반지의 제왕> 부록편 + 기타등등으로
구성된 <호빗> 트릴로지라는 점을 인정하느냐
마느냐는 문제이다.


인정한다면 피터 잭슨이 돈독이 올라서 무리하게
1편으로 끝날 영화를 3편으로 늘려서 단순하게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의 모사판 짝퉁으로
<호빗> 트릴로지를 완성했다는 인식은 어느 정도
극복될 것이다.
(물론 "어른들의 사정"이 개입된 점은 분명하다)


엘프와 드워프 간의 갈등과 대립구도는 실제
<호빗> 원작보다는 오히려 <실마릴리온>에서의
뿌리깊은 원한과 갈등을 삽입한 것이 분명하다.


* 심지어 스란두일이 에레보르에 세공을 맡겼다가
끝내 돌려받지 못한 엘프의 성물 보석은 영화에
나온 이미지대로라면 영락없는 제1시대의
"나우글라미르"이다. 여기에서 스란두일 캐릭터는
원작의 스란두일 + 실마릴리온의 엘루 싱골로
봐야할 정도이다. 이런 의식적인 연출은 실제로
스란두일이 등장할 때부터 계속 이어졌다.


많은 이들이 오해하는 것처럼 돈독이 올라서
마치 게임 영상보듯이 러닝타임 내내 배틀씬만
나온 건 아니다. 실제로 원작에서도 내내 싸움질만
하는 부분이니까.


아쉽다면 확장판이라는 최후 카드를 믿고
<반지의 제왕>에 비해선 다소 미적지근한
시리즈 평가와 흥행에 대한 답신으로 현란한
전투 장면만 남기고 전투와 전투, 캐릭터와
캐릭터를 잇는 연출컷들과 스토리의 마무리를
과도하게 생략 축약한 버전으로만 극장판이
선보였다는 점이겠다.


뜻밖의 여정과 스마우그의 폐허의 극장판과
확장판 버전과 다섯군대전투의 극장판 : 확장판
버전은 상당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느낌이 극장에서 관람하는 내내 들었다.


반지의 제왕 삼부작과 앞선 호빗 실사영화 2편이
피터 잭슨의 극장판과 확장판 구별 기준에 잘
부합하는 버전이었다면 이번 다섯군대전투는
극단적으로 극장판의 완성도를 희생시키는
버전으로 제시되었다. 굳이 반지의 제왕부터
호빗까지 이어지는 6편 중 가장 짧은 러닝타임으로
선보이는 이유는 불분명하다.


왕의 귀환이 삼부작 중 최장 러닝타임을 자랑하지만
서서히 긴장과 스펙터클이 고조되는 방식으로
후반부까지 밀당을 하고, 원작팬도 만족시키는
방식으로 (영화로 처음 접한 이들에겐 불만사항이지만)
적지 않은 분량의 에필로그 컷들을 살려내서 호평받은
것과 정반대로 다섯군대전투는 압도적인 전쟁 씬의
스펙타클을 선보이다 후반부 이후로는 시간이 멈춘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각 캐릭터의 영화적 결말은
송두리째 소거되어버렸다.


에레보르와 너른골 기슭에서 사투를 벌이던 무수한
엘프와 드워프, 인간, 심지어 오르크와 와르그 대군까지
존재의의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저 스펙타클을 위한
배경으로 전락해버린 느낌이 들 지경이다.
(너른골의 군주가 되는 바르드까지 어느 순간 사라진
존재가 될 지경이니 해도 너무하는 수준)


이게 다 확장판 믿고 저지른 만행인데 굳이 가장
짧은 러닝타임임을 강조하면서 이런 편집테러를
자행한 이유가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 왕의 귀환 극장판은 200분, 확장판은 250분
* 다섯군대전투 극장판 144분, 확장판은 30분 추가 예정


바르드가 너른골을 재건해 군주가 되고,
무쇠발 다인은 소린을 대신해 에레보르 산밑의 왕으로
등극하고, 스란두일은 빌보에게 "요정의 친구"라는
호칭을 처음으로 수여하게 되는 부분들...


가장 인상깊었던 빌보와 소린 원정대의 첫번째 이별
(빌보가 소린에게 추방될 때)과 두번째 이별(전쟁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한) 부분들 역시 그냥
억지로 빨리 영화를 끝내기 위해 급하게 넘겨버리는
식이다.


* 그나마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빌보가 겪는
우스꽝스러운 일화가 무사히 남은 건 불행 중 다행...


많은 이들이 보고 싶어했던,
엘론드와 사루만, 갈라드리엘이 직접 활약해
나즈굴들을 때려눞히는 컷은 드디어 성취되었다.


<호빗>원작에는 나오지 않는 부분이라 하지만
톨킨의 다른 작품에서 돌 굴두르에 신성회의 멤버들이
쳐들어가 아직 힘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사우론과
나즈굴들을 몰아내고, 사우론은 스리슬쩍 피하는 척
코스프레를 하는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에 별 무리는
없어보인다. 아주 화려한 서비스컷이다.


* 그런데 막판 사우론과 나즈굴의 등장에서
대립하는 위치의 존재들, 사루만, 라다가스트,
간달프, 엘론드, 갈라드리엘 클랜은 잠깐 등장이라
의식하기 힘들 수 있지만 마법사인 이스타리 셋에
가운데땅 엘프 중 최강 레벨 둘의 조합이다.


* 인간이나 다른 종족들에겐 사기적인 대적 불가능한
존재로 부각되는 아홉 나즈굴(심지어 앙그마르의
마술사왕까지)은 이들에게 대적할 수 없고 아직
힘을 완성하지 못한 사우론 역시 적당히 간보기를
하다 못이긴 척 도망가는 연출은 별로 무리가 없다.


* 일순간이지만, 사우론은 그가 그토록 갖고 싶어하던
엘프의 3반지 소유자들과 직면하는 순간이었다.
절대반지만 있었다면 하고 통탄해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스마우그님 퇴갤하실 때 바르드의 이미지는
후반부의 느닷없는 공기화와 비교하면 원작에 비해
몇 배는 더 업그레이드된 연출이다.


* 스포일러가 될까봐 더 언급하긴 그렇지만
<윌리엄텔>을 연상케 하는 멋진 이미지가 나온다.


<호빗> 소설에 추가해 몇 가지 다른 소설의 부분들이
혼합된 점을 고려하면 우려와는 달리 원작 설정에
상당히 충실한 모양새이기도 하고...


그러나 이 모든 게 원작을 먼저 본 이들에게만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은 치명적인 한계이다.


피터 잭슨은 자기가 제시한 원칙을 어겼고
결과는 과히 좋지 않다.


물론 확장판은 극장판보다 압도적인 호평을 받을 게
분명하고 잘린 부분들은 절반 이상은 복원될 것이다.


나는 극장에서 뭉클하게 짠하게 심장박동을 느끼며
극장에서 톨킨 원작 영화화 관람이라는 14년간의
여정을 마쳤다.


하지만 보다 나은 방식으로 여정을 마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희망은 사라져버렸다.

by 붉은10월 | 2014/12/18 11:46 | PJ의 영화보기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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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larshavin at 2014/12/20 10:26
와 정말 제가 말하고 싶은 부분을 꼭 찝어서 말해주셨네요... 영화를 보고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낀 부분이 많은데 확실히 뒷마무리가 개운치 않았어요... + 필리 킬리 소린의 장면 역시 약간은 아쉬움이 있지 않나 싶구요. 여러모로 확장판이 너무 기대가 됩니다..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4/12/20 11:35
1. 확장판 믿고 너무 생략이 많죠 쩝


2. 소린과 필리, 킬리는 원작에선 그냥 죽었네 끝 하던
수준인데 큰 불만은 없습니다. 다만 필리와 킬리는
1명은 뜬금없는 로미오와 줄리엣 찍고 다른 1명은 존재감
강조할 틈도 없이 끔살당해버려서 안습이긴 합니다.
소린은 의외로 원작보다 더 비중이 큰 편이고 확장판에서
막판의 영웅적 돌격 부분이 더 강조될 게 분명한지라
괜찮다고 보는 편입니다.


3. 확장판은 또 언제까지 기다려야 ㅠ_ㅠ
Commented by Ollie_gab at 2014/12/21 04:08
정말.......짤린부분들, 마무리가 안된 장면들이 너~~~~무 많아요.
이게 진짜 피터잭슨이 만든게 맞는지 의구심이 들정도로 말이죠;

; 전투씬 분위기 쭈우욱~ 올라오다가 한순간에 모두가 잊혀져버린... 예고편에서 보고 기대했던 엘프군대가 활쏘는 장면이라던지 말이죠. 이럴거면 차라리 확장판을 따로내지않고, 극장판으로 냈으면 어땠을까 싶네요.
요즘 인터스텔라같은 영화 러닝타임이 2시간30분정돈데 왜 꼭 극장판과 확장판을 나누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확장판을 극장판에서 상영을 해주면 또 모르겠는데 말이죠.
저같이 톨킨의 중간계 팬이라면 확장판을 다 보겠지만, 보통 사람들이면 '이게 뭐야' 하고 생각하고 그만큼 실망하고 끝낼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4/12/21 12:32
피터잭슨이 만든 건 맞죠 ^^:::
지적하려던 건 확장판 믿고 극장판을 너무 압축해버린 부분...

원래 확장판이라는게 톨키니스트나 원작 팬들은 기대하지만
사전정보 없이 극장에서 보는 관객이라면 지루해할 부분들을
즐기라고 만드는 성격이 강한지라 확장판 극장에서 상영하긴
힘들죠. 극장 사정도 그렇구요. 다만 국내에서 인터스텔라가
대히트했지만 북미시장에선 호빗에 비하면 경량급인 영화이고
호빗에 걸리는 부하가 피터 잭슨 정도 급이라도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편집하기 힘들다는 측면 정도는
고려해줘야겠지요.
Commented by 블랙하트 at 2014/12/27 08:15
원작 결말 처럼 발린과 재회해서 후일담을 듣는 장면이 나올줄 알았는데 그런거 안나오고 그냥 끝나서 제일 아쉬웠습니다. 아니면 영화 오리지널로 골룸을 등장시켜 반지의 제왕과 연결 시키는 것도 좋았을텐데..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4/12/27 09:51
확장판에 다섯군대의 전투 후일담이 대폭 추가될 것으로
봅니다만 발린과의 재회는 빠질 확률이 높을 것 같습니다.

빌보의 생일잔치 부분이 추가되었기 때문에 중간에 간달프가
또 등장하면 너무 늘어지기도 할테고 왕의귀환처럼 50분을
추가할 정도로 확장판 러닝타임이 배정되긴 쉽잖을테니까요.

골룸 등장은 사족이 될 위험이 높아서 안 넣으면 좋겠습니다.
반지에 대한 부각 만으로도 연결고리는 충분하다는 생각이네요.
Commented by 성격급한 늑대개 at 2014/12/27 12:42
뜬금포인데요 2편 확장판 중간 어둠숲여정부분에서 나온 흰색 사슴은 무슨 의미가 있나요? 그 소린이 사냥하려다가 말있던 사슴이요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4/12/27 13:58
소린 일행은 이미 어둠의 세력이 잠식한 어둠숲을 통과해야
하는데 그나마 이동이 가능한 부분은 베오른(과 그 일족)이
제어 가능한 바우바위 고개와 숲속요정들의 비밀스런 통로
뿐입니다. 사슴들은 원작에선 몇 차례 등장하고, 직접 보진
못하지만 다른 무리들의 뿔피리 소리도 희미하게 듣곤 하죠.

바로 숲속요정들의 자취입니다.

어둠숲의 동식물은 사우론의 힘이 미치기 시작하면서
뒤틀리고 타락해버렸기 때문에 정상적이고 아름답게 생긴
생물을 만난다면 그것은 요정들의 힘이 미친다는 표시로
간주해도 무방한 셈인거죠.

사슴을 사냥하려 하지 않고 조심스레 흔적들을 따라가면
보다 안전하게 길을 잃지 않고 출구로 나갈 수 있었는데
그 기회를 놓치고 헤메게 된다는 징조랍니다.
Commented by fltp9696 at 2015/02/10 15:53
정말 ㅠㅠ 맞는 말씀이세요 ㅠㅠ 너무 확장판만 믿고 질러버린것 같다는 느낌이...레골라스의 전투씬이라거나, 그 욕만 듣는 러브라인이라거나, 확장판으로 밀어놓아도 되는 장면들을 남기느라 오히려 가장 중요한 장면들을 뒤로 밀어버린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소린이 광기에 물드는 장면이나 두린일가의 죽음이 조금 더 자세하게 나왔으면, 그리고 장례식 장면과 이후의 이야기들도 잘린게 너무 아쉽고요 ㅠㅠ
특히 원작에선 장례식 장면이 상당히 의미깊게 나오는데 극장판에 전혀 나오지 않아서 ㅠㅠ 스틸컷 보면 확장판에는 있겠지만, 또 요정들 분량에 밀려 흐지부지 넘어갈까봐 걱정되기도 합니다.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5/02/10 16:18
1. 소린과 필리, 킬리의 죽음이나 소린의 타락 부분은
원작과 비교하면 답이 나오지만 영화에서 다른 건 다 줄여도
오히려 원작에 비해 상당히 디테일하게 묘사된 부분인지라
그 부분은 칭송해야 될 내용이지요.

2. 하지만 장례식 부분은 분명히 확장판에다 떠넘긴 게
맞고, 정말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지요. 장례식과 빌보와의
작별 부분이 대폭 늘어날 건 분명해 보입니다.

3. 다만 원작에 없던 라스 갈렌의 보석 목걸이 회수가
들어갈테니 스란두일께 빌보가 목걸이를 바치고 요정의 친구
칭호를 받는 부분은 빠질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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