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bbit] "페리 더 윙클"이 늙은 트롤을 만난 이야기





이번 이야기는 아마 톨킨의 작품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착한' 트롤이 등장하는
일화일 것입니다.




* 가운데땅 트롤의 인상 중 그나마
코믹한 일화이지만 막상 여행객의
입장에서라면 산채로 잡아먹히는
끔찍한 위기상황이었을 장면.








<톰 봄바딜의 모험>에 수록된
시와 노래 중에 포함된 내용인데,
아마 이 트롤의 이야기는 가운데땅
역사와는 괴리된 일화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트롤은 원래 사우론의 주군
모르고스가 발라 야반나의 나무목자
엔트를 보고 질투심에 차 그의 권능으로
만들어낸 불완전한 거인이었으니까요.



창조주의 의도가 악의와 질투에서
기인한 것이므로 트롤 역시 사악하고
결함투성이의 피조물이었을 뿐입니다.







아마도 이 트롤은, 종족 고유의 특질보단
샤이어 동네의 호빗들을 풍자하기 위해
차용된 측면이 강해 보입니다.



불쌍하고 외로운 늙은 트롤과,
기회를 잘 잡아 인생역전한 행운아
호빗 페리 더 윙클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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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 더 윙클




* 페리윙클 : 협죽도과의 식물








외로운 트롤은 돌 위에 앉아
슬픈 노래를 불렀지.
"아, 어째서, 아, 왜 나는 혼자 살아야 할까?
멀리 떨어진 산 속에서,
내 친척들은 부를 수 없는 곳으로 가버렸고
나를 조금도 생각하지 않아.
웨더톱에서 바다까지
나 홀로 남겨졌지, 마지막으로."








"나는 황금도 훔치지 않고, 맥주도 마시지 않아,
고기라면 입에 대지도 않고.
하지만 내 발걸음 소리를 들으면
사람들은 겁에 질려 문을 탕 닫아버리지.
내 발이 아담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내 손이 이렇게 거칠지 않았더라면!
하지만 내 마음은 다정하고, 내 미소는 감미롭고,
내 요리는 훌륭하다고."



"자, 자!" 그는 생각했지. "이래서는 안 되겠어!
친구를 찾으러 나서야지.
부드러운 걸음으로 샤이어의 끝에서 끝까지
찾아 헤멜 거야."
길을 나서 밤새 걸었지,
털 장화를 신고.
델빙에 도착했을 땐 아침 햇살이 비추었지,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난 참이었어.



주위를 둘러보자 마주친 사람은 바로
늙은 번스 부인과 그 일행,
우산과 바구니를 들고 거리를 걷고 있었지.
그는 멈추어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네,
"안녕하세요, 부인! 좋은 날 되시기를!
바라건대 건강하시겠지요?"
하지만 그 부인은 우산과 바구니마저 떨구고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어.



근처를 어슬렁거리던 늙은 시장 포트는
그 끔찍한 소리를 들었지,
얼굴은 겁에 질려 온통 붉으락푸르락,
그리고는 땅속으로 숨어 버렸지.
외로운 트롤은 상처받고 슬펐어.
"가지 마세요!" 그는 부드럽게 말했어,
그러나 늙은 번스 부인은 미친 듯 집으로 달려가
침대 밑에 숨었지.



트롤은 시장으로 걸어가
진열대 너머 슬쩍 쳐다보았네.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양들은 미쳐 날뛰었고,
거위들은 벽을 넘어 날아가 버렸지.
늙은 농부 호그는 맥주를 쏟았고
푸줏간의 빌은 칼을 떨어뜨렸고,
그의 개 그립은 꽁무니를 빼고
걸음아 나 살려라 달아났지.







늙은 트롤은 슬퍼서 앉아 울었지,
록홀 게이트 밖에서.
페리 더 윙클은 기어 올라가
그의 머리를 톡톡 두드렸어.
"어, 왜 우는 거야, 이 커다란 멍청이야?
네게는 안보다 바깥이 더 낫다고!"
그리고는 트롤에게 친근하게 한 방 먹였지,
트롤이 찡그리는 걸 보고 웃었어.



"오, 이봐, 페리 더 윙클," 그가 소리쳤지,
"너야말로 나에게 어울리는 친구야!
네가 드라이브하고 싶다면,
너를 태우고 집에 가서 차를 대접하지."
윙클은 등에 뛰어 올라 꼭 매달려 외쳤어,
"출발!"
그날 밤 윙클은 진수성찬을 먹고
늙은 트롤의 무릎에 앉아 놀았지.







머핀과 버터 바른 토스트,
잼과 크림, 케이크.
윙클은 다 먹으려고 애썼지,
단추들이 모두 떨어져 나가더라도.
주전자는 노래하고, 난롯불은 뜨겁고,
작은 항아리는 커다란 갈색,
윙클은 다 마시려고 애썼지,
차에 빠져 죽을지라도.



겉옷과 뱃가죽이 불룩하고 팽팽해지자,
그들은 아무 말 없이 쉬었지,
이윽고 늙은 트롤이 말했어. "이제부터
빵 굽는 기술을 가르쳐줄게,
아름다운 크램섬 빵과
담백한 갈색의 배넉 빵.
그러면 너는 올빼미 가슴털 베개를 베고
히스 침대에서 잘 수 있을 거야."







"꼬마 윙클, 어디 갔다 왔니?" 사람들이 물었지.
"넘치도록 차 대접을 받았어요.
아주 뚱뚱해진 기분이에요,
크램섬 빵을 먹었거든요." 그가 말했어.
"그런데 이봐, 그곳이 대체 샤이어 어디에 있지?
아니면 저 너머 브리에 있니?" 그들이 물었어.
하지만 윙클은 일어서서 단호하게 대답했어,
"말하지 않을 거에요."



"나는 어딘지 알아." 엿보기 잘하는 잭이 말했지,
"윙클이 가는 걸 보았거든.
늙은 트롤의 등에 업혀 갔어,
파어웨이 언덕으로."
그러자 모두들 진지하게 길을 나섰지.
조랑말, 수레, 혹은 당나귀를 타고
언덕 위의 집에 도착하여
굴뚝에서 새나오는 연기를 보았네.



그들은 늙은 트롤의 문을 두드렸지.
"아름다운 크램섬 케이크를
우리에게도 구워주세요, 하나만,
아니면 두 개, 아니면 조금만 더,
오, 구워주세요!" 그들은 소리쳤지, "구워주세요!"
"돌아가, 집으로 돌아가!" 늙은 트롤이 말했어.
"당신들을 초대한 적 없어.
목요일에만 빵을 굽는다고,
그리고 단 한 사람을 위해서만 구울 거야."



"집으로 돌아가! 돌아들 가라고! 뭔가 잘못되었어.
내 집은 너무 작아.
머핀도 크림도 케이크도 없어.
윙클이 다 먹어버렸으니까!
잭, 호그, 늙은 번스와 포트,
나는 당신들을 다시 보고 싶지 않아.
가버려! 모두들 가라고!
윙클이야말로 내게 딱 맞는 친구야!"



페리 더 윙클은 크램섬 빵을 먹는 바람에
너무 뚱뚱해져서
조끼는 가슴에, 모자는 머리에
도무지 들어맞지 않았지.
목요일마다 차를 마시러 가서
부엌 바닥에 퍼질러 앉았으니까.
그가 점점 커지면서
늙은 트롤은 점점 더 작아보였지.









지금도 노래에 전해지듯
빵 굽는 사람 윙클은 유명해졌다네.
짧거나 기다란 빵에 대한 평판이
바다에서 브리까지 자자했지.
하지만 크램섬 빵처럼 맛있지는 않았어,
목요일마다 늙은 트롤이
페리 더 윙클에게 차 대접으로 내놓은 것처럼
버터를 아낌없이 듬뿍 넣지 않았거든.




<위험천만 왕국 이야기>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사) 중
{톰 봄바딜의 모험} 8. "페리 더 윙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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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족의 고유한 성질과는 도무지 맞지 않는
외로운 언덕 트롤은 샤이어 마을로 내려와
친구를 사귀어보려고 애썼으나 메리 셀리의
소설에 등장하는 프랑켄슈타인 박사에 의해
만들어진 '괴물'(이름이 없었으니까요)처럼
그의 선의는 타고난 외모에 의해 무시당하기
일쑤였습니다.



처음부터 선의였는지 그냥 호기심이었는지
아니면 겁을 상실한 것인지 모를 꼬마 호빗
페리 더 윙클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지요.



페리 더 윙클은 처음으로 트롤에게 손을
내민 덕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고 거기에다
빵 굽는 기술이 장인의 경지에 이른 늙은
트롤에게 기술을 전수받기에 이릅니다.








노래와 이야기에 의하면 페리 더 윙클의
제빵 솜씨는 음식을 찬양하고 요리기술이
높은 평가를 받는 샤이어 내에서도 명성이
드높았다고 전해지지요.



그러나 이 이야기의 결말 부분은 왠지
개운찮은 구석도 엿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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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책 8번 시에는 SG라고 표기되어
있으므로, 그 작자를 감지내 셈으로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중략)



호빗에게서 유래한 시들은 대체로
두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낯선 단어들을 좋아했고
운을 맞추거나 운율의 기교를
부리기 좋아했다.



소박한 호빗들은 분명 그러한 기교를
미덕이나 장점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기교들은 의심할 바 없이 요정들의
관행을 모방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또한,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이 시들이
가볍고 경박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귀에 와 닿는 것보다 더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편하나마
때로 들지 않을 수 없다.



<위험천만 왕국 이야기>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사) 중
{톰 봄바딜의 모험}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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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빗들은 시와 노래를 만드는데
완전한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으나,
마치 근세 영국의 문호 디킨스처럼
일상의 평범해보이는 일화들에서
교훈을 강조하는 특질을 보였다고
전해집니다.



페리 더 윙클의 이야기에서는 호빗
뿐 아니라 엘프를 포함한 가운데땅
거의 모든 종족이 갖고 있는 외모를
기준으로 가지는 타 종족과 생물에
대한 선입견을 언급하고 있습니다만
이 부분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 보입니다.



오히려 페리 더 윙클이 잡아먹히지도,
해꼬지도 당하지 않고 배가 터지게
잘 대접받고 왔다고 하자 대접할 상댄
생각도 하지 않고 민폐원정단을 결성해
'쳐들어가는' 무례하기 짝이 없는 일화나,




페리 더 윙클이 빵집으로 대성공을
거뒀지만 '버터'를 그가 대접받은 만큼
진심을 담아 듬뿍 넣지는 않았더라는
후일담 등은 씁슬한 뒷맛을 남깁니다.



이 이야기를 만든 이가 샘와이즈 감지라면
아마 그는 그와 그의 주인 프로도가 느낀
샤이어의 이면과 그 폐쇄성을 지적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샘와이즈는 시장을 여러 차례 역임할 만큼
샤이어에서 크게 성공한 삶을 후일 살게
되었지만 그의 마음 한켠에는 그런 모진
응어리가 남아 있었던 셈이지요.







톨킨은 근세 초기의 영국인들,
그 자신이 너무나 좋아하고 사랑했던
존재들을 "호빗"으로 형상화했지만
그 이면에는 센티멘탈한 교훈을 담아
경계해야 할 지점도 지적하는 면모를
보입니다.



굳이 호빗들의 결함을 지적하기보다는
늙은 도덕주의자 톨킨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대목으로 읽혀지는 이야기,
<페리 더 윙클>이었습니다.





by 붉은10월 | 2015/01/12 13:30 | 엘다르의 시와 노래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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