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TR] "마지막 배", 곤도르 해안의 비가





해양활동의 전통이 없는 호빗들이지만
<붉은책>의 몇몇 시들에서는, 제3시대 말,
가운데땅 서부 전역을 누볐던 몇몇 호빗
모험가들의 영향 때문인지 곤도르 서부와
남부의 해안 지방 전승과 노래가 수록되어
있기도 합니다.







샤이어 서쪽에 있던 린돈의 회색 항구
뿐만 아니라, 제3시대 말 이전, 좀 더
조용하고 평화로우며 왕래가 그렇게
어렵지 않았던 시기에는 벨팔라스 만의
돌 암로스 항구 등에서도 가운데땅의
권태로움을 벗어나 서쪽으로 돌아가려는
엘다르 요정들의 출항을 목격할 수 있었다
전해지지요.









그런 이야기들 중 일부가 <붉은책>에
수록된 시, <마지막 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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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배



피리엘은 세 시에 밖을 내다보았어,
잿빛 밤이 지나가고 있었지,
멀리서 황금 수탉이
맑고 날카로운 소리로 울고 있었지.
나무들은 어둡고, 새벽은 창백해.
깨어나는 새들은 삐악삐악,
차갑고 덧없는 바람이 일어,
어둑한 이파리들 사이로 살며시 기어 다녔지.



그녀는 창가의 어렴풋한 빛이 밝아지는 걸 지켜보았어,
긴 광선이 땅과 이파리 위에 가물거릴 때까지.
풀 위에서는
회색 이슬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지.
그녀의 흰 발은 살금살금 바닥을 디뎠고
계단 밑에서 반짝반짝 빛났지,
풀밭을 가로질러 춤추며 나아갔지,
온통 이슬에 젖어.








그녀의 옷자락에는 보석이 박혀있었어,
강으로 내리 달려
버드나무 줄기에 기대어
떨리는 강물을 바라보았을 때.
물총새 한 마리가 떨어지는 돌멩이처럼
푸른 섬광 속으로 뛰어들고,
구부러진 갈대들이 살며시 바람에 나부끼고,
백합 잎들이 뻗어나고 있었지.



갑자기 음악이 들려왔어,
어깨에 물결치는
풀어진 머리카락이 아침의 불꽃을 받아
희미한 빛을 발하며 서 있을 때.
플루트 소리와 하프 소리,
예리하고 기운찬 바람 소리처럼
노랫소리가 들리고
멀리서 종소리가 울렸지.








황금빛 뱃머리와 노, 하얀 선재로 만든
배 한 척이 미끄러져 왔지,
백조들은 그 앞에서 헤엄치며
높은 뱃머리를 인도했어.
요정의 땅에 사는 아름다운 족속들이
은회색 옷을 입고 노를 젓고 있었지,
반짝이며 흐르는 머리칼에 왕관을 쓴
세 요정이 있었지.







하프를 들고 그들은 노래 불렀지,
느리게 젓는 노에 맞춰 흔들리며.
"땅은 초록빛, 기다란 나뭇잎들,
새들은 노래한다.
많은 날들 황금빛 새벽으로
이 땅을 밝히리라,
아직 많은 꽃들이 피어나리라,
밀밭이 하얗게 변하기 전에."



"어디로 갑니까, 아름다운 사공들이여,
미끄러지듯 강을 따라 내려가서?
거대한 숲 속에 숨어 있는
은밀한 거처로, 여명의 땅으로?
강인한 백조들이 날아다니는
북쪽 섬들과 암석 해안으로?
흰 갈매기들이 울어대는
차가운 물가에 홀로 머물려 합니까?"








"아니오!" 그들이 대답했지.
"멀리 마지막 길을 걸어
서쪽 잿빛 항구를 떠나,
그림자의 바다를 건너
요정의 집으로 돌아갑니다.
흰 나무가 자라는 곳,
마지막 해안이 흐르는
포말에 별들이 비치는 곳.









죽어야 할 들판에 작별을 고하고
가운데땅을 떠납니다!
요정의 집 높은 탑에서
맑은 종이 흔들립니다.
여기 풀은 시들고 나뭇잎들은 떨어지고,
해와 달은 이울지요.
그곳으로 떠나라는
먼 곳에서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노는 멈추어져 있었어. 그들은 몸을 돌렸지.
"당신도 그 부름이 들립니까? 땅의 처녀여?
피리엘! 피리엘!" 그들은 소리쳤지.
"우리 배는 아직 차지 않았습니다.
한 명만 더 실을 수 있어요.
오세요! 당신의 나날들은 빨리 지나가고 있으니까요.
오세요! 요정처럼 아름다운 땅의 처녀여,
우리의 마지막 부름을 들으세요."



피리엘은 강둑에서 바라보았지,
과감하게 한 걸음 내딛었지만,
그때 그녀의 발은 진흙에 깊숙이 빠져 들었어,
그리고는 앞이 보이지 않았지.
천천히 요정의 배는 지나갔네,
물결 사이로 속삭이며.
"나는 갈 수 없어요!" 그녀의 외침이 들렸지.
"땅의 딸로 태어났으니까요!"








그녀의 옷자락에는 보석이 달려있지 않았지,
풀밭을 돌아,
지붕과 어두운 문 아래로,
집들의 그림자 속으로 돌아갈 때.
그녀는 황갈색 작업복을 걸치고,
긴 머리칼을 땋아 내리고,
일하러 걸어갔지.
곧 햇살이 흐려졌네.



지금도 한 해 한 해가
일곱 강을 흘러내린다네.
구름이 지나가고, 햇빛이 작열하고,
갈대와 버드나무가 아침저녁으로 나부끼고.
하지만 서쪽으로 가는 배는 더 이상
전처럼 죽음의 강물을 전하지 않는다네,
그들의 노래는 사라져 버렸지.









<위험천만 왕국 이야기>
[톰 봄바딜의 모험] 16번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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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한 생명의 존재이지만 그 시절까지만 해도
종종 만날 수 있었던 불사의 존재들에 대한 동경,
그리고 기약없는 이별과 그 존재들을 따라갈 수
없는 필멸자의 한계를 느꼈던 서부의 인간 처녀
이야기입니다.








호빗의 전통에서는 결코 나올 수 없는 내용이지요.



<왕의 귀환> 마지막을 장식하는 회색 항구에서의
이별 장면, 떠나는 자들과 남은 자들의 대비가
그리 길지 않은 시에 압축되어 있습니다.



아마 <붉은책> 이후로는 다시 이런 시가
호빗의 전승과 이야기에 덧붙여질 기회는
달리 없었겠지요.



그리고 세월이 지나면, 호기심에 옛 문헌을
뒤적이던 호빗 전승의 대가들이 도데체 왜
빌보와 프로도는 이런 해석 불가한 시들을
남겨놓은 걸까 하면서 풀이에 골몰했을지도
모를 노릇입니다.



해설과 주석을 조금 더 적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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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시대 말의 사건들이 샤이어에 미친 영향과,
리벤델이나 곤도르와 접촉하면서 샤이어의
시야가 확대되었다는 점은 다른 시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제일 마지막에 수록된 16번 시는 궁극적으로는
곤도르에서 유래한 것임에 틀림없다.








분명 이 시들은 해안에 살고 있으며 바다로
흘러가는 강에 친숙했던 '인간'들의 전통에
기반을 두고 있다.



16번 시는 남부 왕국에서 바다로 흘러간
일곱 강



* 레프누이, 모르손드-키를-링글로,
길라인-세르누이, 그리고 안두인



을 언급하며, 죽음을 면치 못하는 운명의
여인을 뜻하는 단어로 '피리엘'



* 이 이름은 곤도르의 어떤 공주의 이름이었으며
아라고른은 그녀를 통해 남부 계보의 혈통을
이어받았음을 주장했다. 그것은 또한 샘의 딸
엘라노어의 딸의 이름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시와관련지어 볼 때 그 딸의 이름은 이 시에서
유래되었음이 틀림없다. 웨스트마치에서 유래했을
리가 없다.



이라는 고급 요정어의 곤도르식 이름을 사용한다.









랑스트란드와 돌 암로스에는 옛 요정들의 거주지와
모르손드 하구의 항구에 대한 전설이 많이 전해져
왔으며, 제2시대 에레기온이 멸망한 먼 옛날에도
그 항구에서 '서쪽으로 가는 배들'이 항해했었다.








그러므로 이 시들은 바로 남부의 소재를 다룬
것들이며, 빌보는 리벤델을 통해서 이 소재들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위험천만 왕국 이야기>
[톰 봄바딜의 모험]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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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레보르 원정 이후로 전승을 깊이 연구하고,
요정의 친구가 된 빌보와, 그 후계자 프로도,
그리고 함께 모험을 다녀왔으며 곤도르와
요정들에 대해 정통하게 된 샘와이즈와 페레그린,
메리아독 등의 명망가들이 이런 시와 노래들을
남겼을 것입니다.








그들 자신의 경험, 그들이 떠나보내고 작별했던
이들에 대한 기억을 곱씹으면서 말이지요.



비록 후대에 악평을 들었을지언정
그들은 호빗으로서는 기묘한 모험을
겪었던 그들의 경험담을 이렇게 함축해
전해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들은 그들이 보고 들었던 가운데땅에
한때 거했던 위대하고 아름다웠던 종족들과,
그들을 동경했던, 때로는 질투하고 두려워하기도
했던 유한한 생명의 종족들의 일화를 생생하게
경험했던 이들이었으니까요.



옛날 옛적 가운데땅에는 이런 일들도 있었지...



담뱃대를 물고 기억에 잠겨서 말이지요.





by 붉은10월 | 2015/01/13 12:38 | 엘다르의 시와 노래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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