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bbit] 빌보의 만년과 황혼에 관한 이야기





빌보는 에레보르 원정을 다녀온 뒤

경매 위기에 처했던 골목쟁이집을

되찾고 글을 쓰고 여행을 다니면서

유유자적한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많은 재산으로 이웃들에게 인심도

후하게 썼고, 친척 조카들에게 과분한

선물도 안겨주곤 했었지요.


그리고 의지할 곳 없는 고아 프로도를

입양해 후계자로 삼았습니다.








<반지원정대> 영화 전반부에 등장하는

111번째 생일잔치 후 그는 마법반지를

이용해 자취를 감추고 골목쟁이집을

떠나게 됩니다.







그 과정은 다들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절대반지의 발견과 연결되어 있지요.







마침내 간달프의 충고(와 협박)에

반지에 대한 집착을 다스린 빌보는

프로도에게 모든 걸 물려준 뒤,

새로운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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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끝났군요.




이제 떠납니다.”




그들은 현관으로 나왔다.




빌보는 벽걸이에서 자신이 애용하는

지팡이를 꺼내 들고는 휘파람을

불었다.




세 명의 난쟁이들이 바삐 일하던

방에서 뛰어나왔다.




빌보가 물었다.




“준비는 모두 다 끝났소?




짐 싸고 꼬리표 붙이는 일

말이요.”




“모두 끝났습니다.”




그들이 대답했다.




“그럼 출발합시다.”




그는 현관문을 나섰다.







밤공기는 상쾌했고 검은 하늘

여기저기엔 별들이 빛나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쳐들고 밤공기를

들이마셨다.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다시 길을 떠나다니!




난쟁이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다니!




이건 내가 오랫동안, 오랜 세월

꿈꿔 온 것이지. 안녕!”




그는 고향집 대문을 향해 허리를

굽혀 작별 인사를 했다.







“간달프, 몸 건강하십시오.”




“빌보, 잘 가게.




서로 떨어져 있는 동안 몸조심하게!




자넨 꽤나 늙었어.




그만큼 지혜로워지기도 했지만

말이야.”







“조심하세요.




난 괜찮으니 내 걱정은 하지 마시고요.




이제 예전처럼 홀가분해졌답니다.




큰일을 끝낸 것 같은 기분입니다.




이젠 정말 떠나야 할 때가 되었군요.




발길을 돌릴 때가 되었네요.”







그는 인사를 끝내고 혼잣말을 하듯

어둠 속에서 나지막한 소리로 노래를

시작했다.




길은 끝없이 이어진다오.

문을 나서면 내리막길

길은 저 멀리 아득히 끝 간데 없고

이제 나는 힘닿는 데까지 걸어야 하리.

팍팍한 두 다리를 끌고,

더 큰 길이 보일 때까지

많은 길과 일을 만나는 곳으로

다음엔 어딜까? 난 모른다네.




그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한 마디 말도 없이 들판과

천막에서 나오는 불빛들과 음성들을

뒤로 하고 세 명의 길동무와 함께

정원을 돌아 긴 비탈길을 또박또박

걸어 내려갔다.




비탈길 끝에는 낮은 울타리가 있었다.




그는 그 울타리를 뛰어넘어 숲길로

접어들어 풀잎들 위로 일렁이는

바람처럼 밤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반지의 제왕 - 반지원정대>

[오랫동안 기다린 잔치]

(씨앗을 뿌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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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시기와 방식은 원작소설과

영화가 별반 차이나지 않습니다만,

소설에서는 길동무 겸 일꾼으로

에레보르의 드워프 3명이 함께하는

부분이 더 있습니다.




이 드워프 일꾼들은 아마 빌보의

생일잔치 때부터 와 있던 이들이

맞겠지요.






빌보와 에레보르의 인연은 이렇게

만년에 이르기까지 60년간 이어져

내려온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프로도와 빌보는

프로도가 천신만고 끝에 리븐델에

도착하게 되자 십수년 만에 재회를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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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프로도는 난롯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작고 검은 형체가 기둥에

등을 대고 낮은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옆 바닥에는 술잔과 빵이 몇

조각 있었다.




프로도는 그가 몸이 아픈지 궁금해졌고

(깊은골에서도 사람들이 병에 걸린다면),

그래서 연회장에 나타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는 잠에 취한 듯 머리를 가슴에 푹

파묻고는 검은 외투 자락으로 그의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중략)




“이젠 잔치 같은 것도 시시해져서

연회장에 가지 않았을 뿐이란다.




더구나 해야 할 일도 있었거든.”




“무슨 일요?”







“응, 그냥 하염없이 앉아서 사색하는

일이지.




요즘엔 그런 시간이 늘어났단다.




명상을 하기엔 이 불의 방이 최고지.”




<반지의 제왕 - 반지원정대>

[많은 만남] (씨앗을 뿌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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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보는 리븐델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호빗> 원작에서도 곧잘 보였던

‘툭 집안의 기질’ 때문인지 그는

고난을 함께 한 에레보르 드워프와의

우애도 깊었지만, 성향상 끌리는 건

역시 서쪽 엘프들이었나 봅니다.




그는 절대반지를 내놓고 그동안

멈춰 있던 시간의 흐름에 노출된

듯 보입니다.




그는 여행을 중단하고 리븐델에서

글을 정리하고 시를 쓰고 산보를

하며 사색에 잠기다가도 꾸벅꾸벅

졸곤 합니다.






그 나이에 맞는 삶을 살고 있는

셈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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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보는 자신에 대해 들려줄 이야기가

많지 않았다.




그는 호빗골을 떠난 후 동부대로를

따라 돌아다니거나 그 길 양쪽 마을을

정처없이 떠돌아다녔다.




하지만 그는 줄곧 깊은골을 향했다.




“이곳엔 별 어려움 없이 도착했지.




처음 얼마 동안 쉰 다음에

난쟁이들하고 너른골을 구경하러

갔단다.







그게 내 생애의 마지막 여행이었지.




이제 다시는 여행하지 않을 거야.




늙은 발린은 집을 비우고 없더구나.




그래서 다시 여기로 돌아와 내내

눌러 있었지.







이일 저일 손대 봤단다.




글도 더 썼고 노래도 몇 곡 지었지.




<반지의 제왕 - 반지원정대>

[많은 만남] (씨앗을 뿌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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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호빗 노인이 된 빌보는

그래도 다시 한번 외로운산을

찾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소린 일행 중 가장 마음을

터놓고 지내던 발린은 만나보지

못했지요.






에레보르 소식을 계속 접했을텐데

발린을 찾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건

빌보가 노년에 걸맞는 건망증을

갖고 있다는 은유로도 읽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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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여기 가만히 앉아서도 온갖

소식을 듣고 있다.




하지만 샤이어 소식은 통 듣질

못했지.




물론 반지 소식은 들었단다.




간달프가 가끔 여기 왔으니까.







그와 난 최근 몇 년 동안 사이가

각별해졌단다.







세상에, 그 반지가 그렇게

골칫거리일 줄이야!



간달프가 좀 더 빨리 그 사실을

알아내지 못한 게 유감이구나.




차라리 그 때 내가 직접 가져왔으면

오히려 별 탈 없었을텐데.




그 때문에 몇 번이나 호빗골로

돌아갈까 망설였는데 이젠 너무

늙었다.




모두들 못 가게 말리기도 하고.




간달프와 엘론드가 특히 그랬지.




적이 지금 나를 찾으려고 사방에

쫙 깔렸는데 혼자 가다가 산 속에서

붙잡히기라도 하면 뼈도 못 추릴

거라는 거야.




게다가 간달프가




‘반지는 이미 당신 손을 떠났으니

두 번 다시 그 반지 문제에 간섭하려

하면 당신이나 남들에게 도움될 게

없다.’




고 하더구나.




간달프다운 묘한 말이지.




<반지의 제왕 - 반지원정대>

[많은 만남] (씨앗을 뿌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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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반지는 이실두르를 비롯한

수많은 영웅과 위인들을 타락시킨

마력을 이 가운데땅에서 당시 가장

저명했던 호빗에게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나 봅니다.




그리고 정말로 처음 골룸의 동굴에서

그 반지를 빼앗아 <호빗> 모험에서

마구 써대던 자신의 행동이 정말

행운에 휩싸인 것이었다는 점도

뒤늦게 알게 되었을 테구요.




빌보는 정말 행운아였고 그가 그

반지를 사용한 것은 사심이 아닌

동료를 구하기 위해서나 도움이

필요할 때에 한정된 것들이었지만

결국 반지의 위력은 서서히 빌보를

잠식해오고 있었고 그 잔여는

아직도 남아 있었습니다.








빌보는 여전히 그 반지에 대한

집착을 가슴 한켠에 품고 있었던

것이지요.




간달프와 엘론드의 충고, 특히

간달프의 그것은 친구 빌보에

대한 애정을 담은 준엄한 경고가

될 것입니다.







물론 엘론드의 말대로 적들이

빌보 이름 두 자라도 찾아낸다면

골룸이 모르도르에서 당했을

고문은 저리가라였을 게 분명합니다.




좋은 친구를 둔다는 건 노후보장도

이렇게 잘 되는 덕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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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잠깐 말을 끊고 의심에 찬

눈초리로 프로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은밀히 물었다.




“지금 갖고 있니?




그동안 있던 일들을 듣고 나니

더 궁금해지는구나.




다시 한번 잠깐만 봤으면 싶다.”




“예, 갖고 있죠.




하지만 예전 그대로겠죠 뭐.”




프로도는 이상하게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그래, 알지. 잠깐만 보자.”




프로도는 조금 전에 옷을

갈아입으면서 자기가 잠든

동안 누군가 반지를 새 줄에

꿰어 목에 걸어 준 것을 알고

있었다.




가볍고도 단단한 줄이었다.




그는 천천히 줄을 끌렀다.


빌보가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프로도는 반지를 든 손을

재빨리 뒤로 감췄다.




고통스럽고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그는 더 이상 빌보를 쳐다보지

못했다.




그들 사이에 어두운 벽이

생기는 것 같았다.




프로도는 그 벽 너머로

탐욕스러운 얼굴에 뼈만

앙상한 손을 내미는 주름

투성이의 왜소한 노인을

보았다.




그 노인을 주먹으로 한 대

치고 싶은 충동이 불현듯

일었다.




방 안이 조용해졌다.




빌보는 프로도의 얼굴을 힐끗

보고 나서 손등으로 눈을 비볐다.




“이제 알겠구나. 치워라!







미안하다.




네게 이 짐을 지게 해서

미안하구나.




모든 게 미안해.




모험에 끝이 있을까?




아마 없겠지.




누군가는 항상 그 짐을

지고 나가야 하지,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책을 다 쓴들 무슨 소용

있겠느냐?




하지만 이제 그 이야긴 그만두고

진짜 소식을 들려주렴.




샤이어 얘길 말이다!”




프로도가 반지를 치우자 눈앞의

벽이 아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깊은골의 불빛과 음악이 다시

그를 둘러쌌다.




빌보도 즐겁게 웃었다.



<반지의 제왕 - 반지원정대>

[많은 만남] (씨앗을 뿌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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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반지원정대>에서 많은 이들을

소스라치게 놀라게 만든 문제의 그

장면이 등장하는 대목입니다.







지혜자들의 벗인 명사 빌보도 결국

절대반지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습니다.




프로도가 그의 양아버지 빌보에게

이 정도로 혐오감을 느낀 건 이때

단 한 번에 불과했으니까요.


그러나 빌보는 곧 후회하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스스로 인식합니다.




그는 아마 정말로 이 때 프로도에게

미안해했을 것입니다.







<다섯 군대 전투>에서 임종 직전

소린이 빌보와 나누던 대화, 고향과

가족을 황금보다 더 소중히 여긴다면

세상이 훨씬 좋아질텐데라는 이야기는

다시금 빌보를 어둠에서 구해냅니다.


결국 육친인 프로도에 대한 애정이

마지막 남은 절대반지의 유혹을 비록

힘겹게나마 버텨내는 힘이 된 셈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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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보는 (아직 완성되려면 한참 남은)

저서의 일부나 시구들을 읽어 주면서

프로도의 모험을 기록했다.




(중략)




“모쪼록 몸조심하고, 돌아올 때는

그동안의 소식과 함께 옛날이야기나

노래가 있으면 무엇이든 수집해 오면

좋겠다.




난 네가 돌아오기 전에 책을 끝내도록

노력하지.




시간이 있다면 후편도 쓰고 싶은데

말이야.”




그는 이야기를 멈추고 창문을 향해

돌아서서 나지막한 음성으로 노래를

불렀다.




난롯가에 앉아 생각하네

눈앞에 스쳐 간 모든 것들을,

여름날을 가득 채우던

풀꽃과 나비들을.


그리고 가을날의 낙엽과

풀잎 위의 잔 거미줄,

아침 안개와 은빛 태양

머리카락에 휘날리는 바람까지.


난롯가에 앉아 생각하네

다시 올 봄의 기약도 없이

겨울이 성큼 찾아올 때

세상은 어떻게 될까.

아직도 세상엔 많이 있는데

내가 보지 못한 것들이,

봄이 올 때마다, 숲이 바뀔 때마다

풀빛이 달라지네.


난롯가에 앉아 생각하네

지나간 추억의 벗들을

그리고 내가 보지 못한

세상을 보고 올 친구들을.


그러나 여전히 앉아 생각하네

지나간 추억의 나날들을

먼 길 돌아오는 발걸음과 목소리를

문간에서 귀기울이며.


<반지의 제왕 - 반지원정대>

[반지는 남쪽으로]

(씨앗을 뿌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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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엘론드의 회의에서 빌보는

동석한 글로인에게 용서를 구하고

절대반지를 처음 가지게 될 때의

그의 이중적인 언행을 고백합니다.







물론, 이후 반지를 둘러싼 이야기도

회의에서 낱낱이 해명하게 되지요.




빌보는 여전히 지혜로운 명사로,

리븐델의 엘프들에게도 환영받으며

시를 낭송하고 그가 ‘두나단’이라

부르는 아라곤과도 잘 아는 사이임을

확인시켜 줍니다.


빌보는 프로도에게도 다 밝히지

않은 교분과 정보망이 아주 많았던

듯 보입니다.


영화에선 등장하지 않지만

원작에서 빌보는 아라곤을

의심하는 보로미르의 발언에

발끈해 그를 옹호하는 시를

즉석에서 만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반지원정대가 출발하기

전, 프로도에게 그 자신이 과거의

모험에서 사용했던 검 스팅과,

소린의 선물인 미스릴 갑옷을

물려주지요.


이 무구들의 활약상은 굳이

설명을 안해도 영화 속에서

이미 다들 목도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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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 그들은 빌보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갔다.


빌보는 프로도에게 미스릴 갑옷과

스팅을 주었다.


이미 주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던

것이다.


그리고 세 권의 책을 건네주었다.







빌보가 여러 차례에 걸쳐 거미

같은 글씨로 쓴 그 책들의 붉은

표지 위에는 ‘요정의 언어를

번역함. B.B.’라는 서명이 붙어

있었다.


샘에게는 금이 담긴 조그만 주머니를

주었다.


“용 스마우그에게서 뺏은 것 중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걸세.


자네가 결혼을 생각한다면 도움이

될 거야.”







이 말에 샘의 얼굴은 홍조가 되었다.


“자네 젊은 친구들한텐 충고 밖에는

줄 것이 없군.”


그는 메리와 피핀에게 말했다.


그리고는 본보기가 될 만한 훌륭한

충고를 마친 후 샤이어의 관습대로

마지막 충고를 덧붙였다.


“모자에 비해 자네들 머리가 너무

커지지 않게 하게나.


자네들이 성장을 곧 멈추지 않는다면

모자나 옷이 비싸다는 사실을 알게

될 걸세.”


그러자 피핀이 말했다.


“하지만 어르신께서 툭 노인을 이기길

원하신다면, 우리도 황소울음꾼을

이기려고 애써도 되잖아요?”


빌보는 웃으며 주머니에서 두 개의

예쁜 담뱃대를 꺼냈다.


그것은 부리가 진주로 장식된

섬세한 은 세공품이었다.


“이것으로 담배를 피울 때마다

날 생각해 주게.


요정들이 날 위해 만들어 준

것이지만 난 이제 담배를 피우지

않거든.”







그러다 그는 갑자기 졸기 시작하더니

잠깐 잠이 들었다.


그는 다시 깨어나 말했다.


“그런데 어디까지 했더라?


그래, 선물을 주던 중이었지.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데, 프로도,

네가 가지고 간 내 반지는 어떻게

되었지?”


“없애 버렸어요.


아저씨도 없애 버린 걸 아시잖아요.”


“참 안됐구먼!


그걸 다시 한 번 보고 싶었는데.


아니지, 왜 이렇게 정신이 없지,

그걸 없애려고 자네들이 갔었지?


하지만 모든 일이 너무 혼란스러워서.


너무 많은 일들이 그 반지와 뒤섞여

있어서 말일세.


아라고른의 일이며 신성회의, 곤도르,

로한의 기사들, 남부인과 올리폰트......







그런데 샘, 자넨 정말 그것을 보았나?


그리고 동굴과 탑, 황금의 나무들,

기상천외한 것들 말이야.


내가 여행에서 돌아올 땐 너무

곧은길로 왔어.


간달프가 세상 구경을 시켜 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야.


하지만 그랬더라면 돌아오기 전에

내 집이 경매 처분되었을 것이고

그러면 더 곤란했겠지.


어쨌든 지금은 너무 늦었어.







여기 앉아서 모험담을 듣는 것이

사실은 더 편하다네.


따뜻한 불가는 안락하고 음식은

맛이 좋지.


또 원할 때는 요정들을 볼 수

있으니, 더 이상 뭘 바라겠나?”


길은 끝없이 이어진다오.

문을 나서면 길이 시작되지.

길은 저 멀리 아득히 끝 간 데 없고

할 수 있는 이들은 길을 따라가겠지.

그들에게는 새로운 여행이 시작되지만

마침내 나는 피곤한 발을 이끌고,

불 켜진 집으로 향한다오,

저녁의 휴식과 수면을 위해서.


빌보는 마지막 말을 중얼거리며

고개를 떨구더니 곤히 잠이 들었다.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

[많은 이별] (씨앗을 뿌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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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가 파괴된 후,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프로도 일행은 리븐델에서 다시

빌보와 재회합니다.


빌보는 더욱 노쇠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샤이어에서 결코

이전에도 이후로도 겪기 힘든 대단한

모험을 치른 네 호빗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그들 각자에게 충고와 함께

선물도 선사합니다.


샘와이즈에게 그가 가진 스마우그의

마지막 황금을 결혼비용으로 주는

장면은 읽는 이들로 하여금 무척

흐뭇하게 해주는 대목이기도 하지요.


그리고 범상치 않은 운명을 가진

빌보 자신과 후계자 프로도의 뒤를

샘와이즈 감지가 이어 사실상 상속자가

될 것이라는 암시도 약간은 읽혀집니다.







이제 빌보는 더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모든 게 추억으로 잊혀져가는 노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젊은 호빗들의 모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가 그 많은

모험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경이로운

체험들을 부러워합니다.


에레보르 원정이라는 1년 여의 대모험을

겪고도 그는 출발하기 전의 자신이라곤

상상하기 힘들 만큼 새로운 모험에

목말라했음을 고백하기도 합니다.






여전히 130살의 빌보는 마음속으론

처음 모험을 떠나기 위해 울타리를

뛰어넘어 달려가던 그때의 심장을

간직하고 있었나 봅니다.


그리고...


영화에선 회색항구로 가는 길에

프로도에게 가물가물 물어보던

절대반지에 대한 궁금증과 미련은

원작에선 리븐델에서 나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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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론드와 갈라드리엘 뒤를 자그만

회색 말을 타고 졸면서 따라오는

이가 바로 빌보였다.


그 때 빌보가 눈을 떴다.


“어, 프로도!


자, 오늘로서 난 툭 노인을 이겼어.


그러니 시합은 끝난 거야.







이젠 다른 여행을 할 준비가 되었어.


너도 가겠느냐?”


“네, 저도 가야지요.


반지의 사자들은 함께 가야지요.”


(중략)


이제 제3시대는 끝이 났고 반지들이

지배하는 시대도 지나간 것이다.


그 시절의 이야기와 노래도 결말이

났다.


이제 더 이상 가운데땅에 머물기를

원치 않는 고귀한 혈통의 요정들이

그들과 함께 갔다.




그들 중 샘과 프로도, 빌보는

쓰라리지 않은, 축복받은 슬픔을

느끼며 말을 달렸다.


그리고 요정들은 즐거이 그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

[회색 항구] (씨앗을 뿌리는 사람)


-------------------------------


이제 131살이 되어 호빗 역사상

최고령자 타이틀을 갱신한 빌보는

새로운 모험에 나설 준비를 마친

상황입니다.







반지의 사자로서 빌보의 장구한

인생 역정은 이제 회색항구에서

머나먼 서쪽 발리노르로, 여지껏

어느 호빗도 가보지 못한 전인미답의

행로로 이어집니다.







이 모든 건, 81년 전 어느 날,

‘세상이 지금보다 훨씬 고요하고

초록빛 풀이 더 무성하고 호빗들이

더욱 번성하던 시절의 어느 아침’,

빌보가 아침을 먹은 뒤 그의 집 문

앞에 서서 말끔하게 빗질한 털로

뒤덮인 그의 발가락에 닿을 정도로

긴 나무 담뱃대를 물고 담배를

피우고 있을 때 간달프가 그 앞을

지나가는 우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땅 속 어느 굴에 한 호빗이

살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빌보 배긴스입니다.





by 붉은10월 | 2015/01/13 19:40 | 아르다 백과사전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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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K I T V S at 2015/01/13 21:04
맨 처음, 중딩시절에 극장에서 본 반지원정대의 '평범해 보였던 한 할아버지 호빗'이 이렇게나 중요하고 대단한 일을 이룬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끼면서 인류에게 큰 선물을 남기고 가신 톨킨 교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남기고 싶습니다. 좋은 포스팅 잘 보았습니다..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5/01/13 21:21
1. 톨킨과 빌보에게 경배를!

2. 장황하기만 한 글 읽어주시는 분들께 그저 감사합니다 ㅠㅠ
Commented by kijou at 2015/01/13 22:18
읽다보니 가슴이 먹먹해지네요ㅠ 좋은 글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5/01/13 22:24
성공한 호빗의 후일담인데 왜 이렇게 다들 슬퍼하시나요 ㅠㅠ

그저 읽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Commented by Oryn. at 2015/01/13 23:20
빌보가 팔팔한 청춘(!)일 때의 이야기를 떠올려보면 확실히 서쪽 땅으로 떠나가는 빌보를 봤을 때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 같아요. 간간이 책 말고도 읽을거리를 올려주시니 감사합니다 ㅎㅎ 잘 보고 있어요 항상...!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5/01/13 23:36
그저 원작에 대한 관심을 공유할 분들을 조금이라도 더
늘려보려는 흉계일 뿐이랍니다 ㅠ_ㅠ
Commented by 블랙하트 at 2015/01/14 19:56
"좋습니다, 좋아요, 엘론드! 그만하세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충분히 알겠습니다. 어리석은 호비트 빌보가 이 일을 저질러 놓았으니 끝맺음도 제가 하는 것이 낫겠다는 말씀이시죠?

(중략)

그리고 제가 다시 끝을 맺을 수 있다면 새로운 내용을 많이 추가해야겠군요. 정말 골칫거립니다. 언제 출발할까요?"

보르미르는 놀라서 빌보를 바라보았다. 둘러앉은 모든 참석자들이 그 늙은 호비트의 말을 대단히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보고 그는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참을수밖에 없었다. 오직 글로인만이 아득한 옛 기억을 되새기며 소리없이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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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원정대 원작의 이 장면에서 빌보의 거침없는 발언이나 주변인물들의 반응에서 참 여러가지가 느껴졌었습니다.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5/01/14 23:42
언급해주신 부분은 저도 본문에 삽입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글 전반의 분위기가 회고적이고 노년의 분위기를 내는지라
너무 길어질 것 같아 넣지 않은건데 거론해버리시는군요 ㅋ

빌보가 절대반지에 대한 욕망이나, 노년이 되어 리븐델에서
깜빡깜빡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가운데땅 서부에서
전국구급 현자&영웅 캐리어를 쌓은 관록과 패기는 여전히
살아있었던 것을 증명하는 부분이겠지요 ^^

글로인이 리븐델에서 보인 모습도 <호빗> 3부작이 완결된
요즘에 다시 원작을 보면 저절로 영상이 만들어지는 듯한
유쾌함과 전작과의 연결고리 감상을 줘서 가끔 다시 읽곤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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