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TR] "죽음늪"의 유령들, 톨킨의 트라우마





반지원정대의 해체 이후 프로도와 샘 일행이
처음으로 맞닥뜨린 난관은 모르도르로 가는
길목의 거대한 죽음늪이었습니다.



원작과 영화에서는 그 직전에 그들 일행을
추적하다 사로잡힌 스메아골 골룸을 길잡이로
활용해 죽음늪을 횡단하는 여정이 펼쳐지지요.



* 골룸은 잃어버린 반지를 되찾기 위해
가운데땅 전역을 뒤지던 중 모르도르에도
잠입했던 적이 있고, 죽음늪 횡단 노하우는
그 당시에 터득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골룸은 여러 통로를 개척하던 중
키리스 웅골의 어두운 계곡에서 여왕거미
쉴롭과 관계를 맺기도 했지요 *



죽음늪은 그 흉물스런 모습으로도
기억에 오래오래 각인될 만하지만,
그 역사와 배경을 되짚어보면 여러모로
생각해볼 꺼리가 많은 곳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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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늪
Dead Marches



모르도르 산맥 서북쪽 라우로스 폭포 아래
안두인 강 습지와 다고를라드 전투평원
사이에 죽음늪이라고 하는 유령이 떠도는
황량한 땅이 있었다.



제3시대 3천 년 동안 죽음늪의 습지는
동쪽으로 확산되어 전투평원의 일부를
삼켜버리는데, 이곳은 제2시대 말
다고를라드 전투에서 목숨을 잃은
많은 인간과 요정들의 무덤이 들어서
있는 곳이었다.



제3시대 1944년에는 진지의 전투가
끝나고 수많은 전차몰이족 군대가
죽음늪으로 쫓겨와 목숨을 잃었다.








반지전쟁 때 호빗 골목쟁이 집안의
프로도는-감지네 샘와이즈, 스메아골
골룸과 함께-모험여행중에 이 늪을
지나가야만 했다.



그들이 무시무시한 환영의 못 유령들을
만났던 곳도 이곳으로, 오래 전에 죽은
전사들의 살아있는 영들이 늪과 같은
연못 속에서 모습을 나타냈다.



<톨킨 백과사전>
(데이비드 데이 저, 해나무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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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영화 앞부분을 장식했던
요정과 인간의 최후 동맹 전투가 펼쳐진
'전투평원' 다고를라드에서의 전사자들이
집단으로 매장된 곳으로 늪지대가 확장되어
무덤들을 삼킨 곳이 바로 프로도 일행이
통과한 죽음늪 일대입니다.



쉽게 말해 어마어마한 규모의 공동묘지가
수몰되어 돌보는 이 하나 없이 파헤쳐지고
망가진 동네를 몇날며칠 지나게 된 겁니다.








동서양의 민담과 전설에도 여행객들이
밤에 황무지를 걷다 사악한 원혼들에게
홀리거나 쫓기는 이야기 맨뒷부분에는
'사실 그곳이 과거에 끔찍한 전쟁터였다네'
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경우가 흔하디흔한데
죽음늪은 그런 이야기 배경으로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곳이지요.



당연히 원귀나 유령 같은 기괴한 일이
벌어지기 딱 좋은 소재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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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늪의 환영
Phantoms of the Dead Marches



대하 안두인의 거대한 폭포들과 모르도르의
어두운 산맥들 사이에 죽음늪이라는 광활하고
황량한 소택지가 있었다.



이 늪을은 매우 끔찍하고 위험천만했으며
태양 제3시대에는 유령이 자주 출몰하는
불길한 장소가 되었다.



그 이유인즉 제2시대 말에 암흑의 문 앞
다고를라드 평원에서 대전투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요정과 인간의 최후 동맹군이 무수히
죽음을 당했고, 셀 수 없이 많은 오르크들이
그곳에 쓰러졌다.



그리하여 요정과 인간과 오르크와 그 밖의
많은 사우론의 부하들이 모두 다고를라드에
매장된 것이다.



그런데 제3시대에 늪지대가 동쪽으로
확장되면서 이 병사들의 묘들이 늪에
삼켜지게 되었다.



거대한 검은 웅덩이들이 생겨나고 사악한
생물들이 그 안에 득시글거렸다.



늪 속에는 뱀이며 그밖에 배로 기어다니는
생물들이 살았지만, 어떤 새도 이 더러운
못을 찾지 않았다.



많은 병사들의 시체가 썩어가는 이 끈끈하고도
악취 나는 웅덩이로부터 불빛이 떠올랐다.








그것은 마치 촛불 빛 같았다고 전해지는데
그 불빛을 들여다보면 죽은 이들의 얼굴이
보였다고 한다.



아름다운 얼굴과 흉악한 얼굴, 죽음으로
엄숙해진 얼굴과 부패한 얼굴, 흉악한
오르크의 얼굴과 강인한 인간이며 눈부신
요정의 얼굴들, 그것이 과연 죽은 이의
혼인지 아니면 신기루에 불과한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죽음늪의 이 환영은 눈에는 보이지만
다가가 붙잡을 수는 없었다.



죽음늪의 불빛은 희미한 꿈처럼 여행자를
유혹하지만 일단 그 유혹에 빠지게 되면
그는 검은 물로 다가가 소름끼치는 못
속으로  사라져버리는 것이었다.








그것이 그 지대를 따라 동쪽으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겪게 되는 운명이었다.



그리고 20세기에 들어와 진지의 전투에서
패하여 이곳 죽음늪까지 쫓겨온 동부의
전차몰이족이 맞은 운명 역시 그러했다.



<톨킨 백과사전>
(데이비드 데이 저, 해나무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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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늪에서 프로도 일행이 본 그 이미지는
과연 죽은 자들의 원혼인지 아니면 거기에
깃든 뮬립 같은 사악한 정령인지, 다만
과거의 기억이 투영되는 신기루 같은 것인지
증명되거나 밝혀진 바는 없습니다.



제1시대 모르고스를 패망케 한 분노의 전쟁
당시 앙그반드 공성전을 제외한다면 가장
거대한 규모로 진행된 단일 전투라 할만한
다고를라드 전투의 무지막지한 전사자들이
묻힌데다, 제3시대 중엽, 곤도르 북부지대를
오랫동안 점령하고 북부인들의 로바니온을
파괴한 동부의 이민족 전차몰이족 군대가
종말을 맞이한 곳 또한 죽음늪 일대입니다.










그 원혼과 원령들만 생각해도 자연스럽게
죽음늪엔 뭔가 나와도 아주 흉악한 것들이
튀어나올 법 합니다.



그 정체를 굳이 파헤치거나 알고 싶지도
않겠지요. 그곳을 지나왔거나 지나가는
이들에게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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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양옆과 앞에 펼쳐진 넓은 늪과
수렁들은 남쪽과 동쪽으로 죽 뻗어
흐릿한 박명에 잠겨 있었다.



어둡고 구린 엉덩이에서 안개가
소용돌이치는 연기처럼 피어올랐다.



움직이지 않는 대기 속에서 그 냄새는
숨통을 짓눌렀다.








이제 거의 정남쪽으로 머나먼 곳에
성벽처럼 둘러선 모르도르의 산맥이
보였다.



그것은 마치 안개가 자욱한 위험한
바다 위에 떠 있는 검고 우툴두툴한
구름처럼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호빗들은 전적으로 골룸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처럼 자욱한 안개 속에서 그들은,
사실 자신들이 늪지의 북쪽 경계 바로
안쪽에 와 있으며, 또한 그 늪지의
대부분이 앞의 남쪽에 펼쳐졌다는
사실을 알 리 없었다.








만일 그들이 이 같은 사실을 알았더라면,
시간이 지체되는 한이 있더라도 온 길을
되돌아 동쪽으로 방향을 돌려 그 험난한
길을 피해 모르도르 성문 앞에 펼쳐진
옛 전쟁터 다고를라드의 황량한 평원으로
갔을 것이다.



물론 그 길을 택한다고 해서 크게 희망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 돌투성이의 평원 위엔 몸을 가릴 곳이
없었고, 또 그곳을 가로질러서는 오르크들과
적의 병사들이 사용하는 길이 뻗어 있었다.



<반지의 제왕 - 두개의 탑>
[늪지 횡단] (씨앗을 뿌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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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도 일행이 죽음늪으로 들어서는 초입의
풍경입니다.



소설에서 이 부분은 죽음늪과 다고를라드,
그리고 모르도르의 정문에 이르는 지리적
상황을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이 죽음늪과 다고를라드 전투평원은
모르도르의 방어에 있어서는 거대한 황무지로
성으로 치면 해자와 외성에 해당하는 지역이
될 것입니다.



그만큼 모르도르 공략은 어렵고 지난한 과제인
셈이지요.



보로미르가 엘론드의 회의 당시,
절대반지를 모르도르로 가져가
파괴한다는 계획에 대해 반대하며,
"만 명의 군대가 호위해도 불가능하다!"
고 할 법한 지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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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안 가 호빗들은 하나의 거대한
늪으로 보이던 그곳이 실은 웅덩이와
매끄러운 진창, 그리고 구불구불 굽이쳐
반쯤 목이 졸린 것 같은 물줄기들로
그물처럼 얽혀 있음을 알았다.



노련한 눈과 발만이 그 속에서 길을
찾아 나갈 수 있었다.









골룸에게는 분명 그런 노련함이 있었고,
또 그런 노련함을 모조리 동원해야 할
형편이었다.



<반지의 제왕 - 두개의 탑>
[늪지 횡단] (씨앗을 뿌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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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확장되어가는 죽음늪의 거대한
풍경을 설명하는 대목입니다.








그 규모가 거대하고, 계속 확장되어
주변의 평지들을 잠식하다 보니
죽음늪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황량하지만 다채로운 풍경을 펼쳐
보이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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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버려진 지역에서는 차갑고 습한
겨울이 여전히 위세를 떨쳤다.



푸른 것이라고는 탁한 물 위,
시커멓고 미끌미끌한 수면에 뜬
검푸른 물이끼의 더껑이뿐이었다.



죽은 풀과 썩은 갈대가 오래 전
잊혀진 여름의 누더기처럼 안개
속에 희미하게 보였다.








(중략)



깊은 정적이 흘렀다.



다만 느끼기 힘든 조그만 공기의
움직임에도 파르르 떨리는 깃털 같은
씨앗과 꺾인 긴 잎새들의 전율이
정적의 표면을 스칠 뿐이었다.



"새 한 마리 보이지 않네!"



샘이 침울하게 말했다.








골룸도 말했다.



"없지, 새는 없어요.
맛 좋은 새들은 하나도 없다고요!"



그는 이빨을 핧으며 말을 이었다.



"여긴 새라곤 없어요.



뱀, 지렁이 그리고 웅덩이에 사는
것들은 있어요.



그런 것들은 수없이 많지만 새는
없다고요."



<반지의 제왕 - 두개의 탑>
[늪지 횡단] (씨앗을 뿌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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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북부나 아일랜드의 황량한 습지대를
떠올리며 죽음늪의 풍경을 톨킨이 떠올렸을
법도 합니다.



항상 춥고 매서운 바람이 불고,
발 밑으로는 움푹움푹 빠지는 축축한
저지대가 끝없이 펼쳐진 풍경 말이지요.








그리고 늪지대 밑에는 육안으로 찾기
힘든 온갖 것들, '배로 기어다니는 것들'이
존재하고 있지만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인간이 늪이나 습지에 대해 가지는
부정적인 인식의 총합을 톨킨은 이
죽음늪 설명에 할애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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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완전히 캄캄해졌다.



대기 자체가 칠흑같이 검고 무거워서
숨쉬기조차 어려울 지경이었다.



갑자기 불빛이 보였을 때 샘은 눈을
비볐다.



그는 자기 머리가 이상해졌다고
생각했다.



그는 먼저 왼쪽 눈가로 불빛 하나를
보았는데, 그것은 희미하게 빛나는
도깨비불로 곧 스러지고 말았다.



그러나 곧이어 다른 불빛들이 나타났다.








어떤 것은 흐릿하게 빛나는 연기 같았고,
어떤 것은 안개 사이로 흐릿하게 깜빡이는
촛불 같았다.



그 불빛들은 숨겨진 손길에 의해 펼쳐진
유령의 수의처럼 여기저기서 너울거리며
춤췄다.



그러나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샘은 마침내 더 견딜 수가 없어 나직하게
소리 죽여 말했다.



"이게 다 뭐야, 골룸?



이 불빛들 말이야.



이제 우리 주위를 온통 감쌌어.



우린 함정에 빠진 거야.



저들은 누구지?"




(중략)








"그래, 불빛이 온통 우리를 감쌌어요.



홀리는 불빛이야!



무덤의 인광이지, 그래, 맞아.



신경쓰지 말아요!



쳐다보지도 말고!



따라가지도 말아요!



주인님은 어디 있지?"



샘이 뒤를 돌아다보니 프로도는
다시 뒤처져 보이지 않았다.



샘은 어둠 속으로 몇 걸음 되돌아갔다.



그는 감히 멀리까지 가거나 속삭이는 것
이상으로 소리쳐 부를 수 없었다.








그는 파리한 불빛을 쳐다보며 상념에
잠긴 듯이 서 있던 프로도와 부딪히고
말았다.



양옆으로 뻣뻣하게 늘어뜨린 프로도의
두 팔에서는 진흙과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오세요, 주인님!



그것들을 쳐다보지 마세요!



골룸은 그것들을 보면 안 된대요.



그를 따라가, 될 수 있는 한 빨리
이 저주받은 곳을 벗어나자고요!"








프로도는 꿈 속에서 돌아온 사람처럼
말했다.



"좋아! 난 가고 있어. 계속 가자고."



<반지의 제왕 - 두개의 탑>
[늪지 횡단] (씨앗을 뿌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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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는 대낮에 뒤쳐진 프로도가
무심코 늪 속을 응시하다 망령들에
씌여 물 속으로 끌려들어가고 이를
골룸이 구해내면서 프로도와 골룸
사이에 연민과 신뢰가 약간이나마
생겨나는 묘사가 등장합니다만,








실제로 프로도는 쳐다만 봤지 그렇게
빠져들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그가 망령들에게 현혹되는
과정임은 원작에서도 동일하게
묘사되고 있지요.



인광, 혹은 도깨비불 묘사는 어릴적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산속 공동묘지나 저수지 부근에서
목격되던 그것들과 동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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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은 다시 서둘러 앞으로 나가다가 어떤
오래 된 뿌리나 덤불에 걸려 넘어졌다.



그는 넘어지며 양손을 짚었지만 끈적거리는
진흙 속으로 빠져들어가 어두운 물의 표면에
얼굴이 닿을 뻔했다.



희미하게 쉿쉿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불쾌한
냄새가 났고, 불빛은 깜박이고 너울대면서
빙빙 돌았다.



일순간 아래의 물결이 더러운 유리를 낀
창문처럼 보였는데, 그 안이 들여다보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수렁에서 손을 빼낸 다음 소리를 지르며
뒤로 달려갔다.



그는 겁에 질려 소리를 질렀다.



"저 물속에 죽은 이들이, 죽은 얼굴들이 있어.
죽은 얼굴들이!"








골룸이 웃었다.



"죽음늪이니까 그렇지.



그게 바로 이 늪의 이름이에요.



불빛이 비칠 때 속을 들여다보면 안 돼요."



골룸은 깔깔거리며 웃었다.



"그들은 누구죠? 그들은 뭐 하는 자들이죠?"








샘은 덜덜 떨며 뒤에 서 있던 프로도에게
몸을 돌리고 물었다.



프로도는 꿈결같은 소리로 말했다.



"모르겠어. 나도 그들을 봤어.



불빛이 비칠 때 웅덩이에서 말이야.



그들은 모든 웅덩이에 창백한 얼굴로
깊이깊이 누워 있어.








내가 본 것들 중에는 사악해 보이는
얼굴들과 슬퍼 보이는 고귀한 얼굴들이
있었어.



아름답고 의기양양해 보이는 얼굴들도
많았지만 그들 머리카락에는 잡초가
엉켜 있었어.



그러나 모두가 악취를 풍기며 썩어 가고,
또 죽어 있어.



그들은 무시무시한 빛을 내뿜고 있어."








프로도는 손으로 눈을 가렸다.



"난 그들이 누군지 몰라.



그렇지만 내 생각엔 거기서 인간들과
요정들, 그리고 오르크들을 본 것 같아."



그러자 골룸이 말했다.



"맞아요, 맞아.



모든 게 죽었고 썩었어요.



요정들과 인간들, 그리고 오르크들이
말이에요.







그러니까 죽음늪이죠.



스메아골이 젊었을 때, 보물이 내게 오기 전
젊었을 때 듣기론, 굉장한 전투가 있었다고
하더군요.



정말 대단한 전투였대요.








긴 칼을 든 장신의 인간들과 무시무시한
요정들, 그리고 날카롭게 외쳐대는 오르크들이
암흑의 문 앞 평원에서 몇 날 몇 달 동안을
싸운 거예요.



그러나 그 후 이 늪지가 생겨나 그 무덤들을
삼켜버렸고, 지금도 계속 뻗어가고 있는
거지요."



"그렇지만 그건 지금 제3시대 이전의 일이잖아.



죽은 자가 아직 저 아래 있을 리가 없어!



암흑의 땅에 걸어 놓은 무슨 사악한 술수
아니야?"








샘이 물었다. 골룸이 대답했다.



"누가 알겠어. 스메아골은 몰라요.



그들에게 닿을 수도 없고 만져 볼 수도
없어.



우리가 한번 시도해 봤지, 그렇지 내 보물?



난 전에 해봤다고.



그렇지만 그들에게 닿을 순 없었어.



아마 볼 수는 있지만 만질 수는 없는
형체들인가 봐.



만질 수는 없지, 모두가 죽었어."



샘은 스메아골이 그들을 만져 보려 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험악하게 그를 노려보며 몸을
떨었다.



"음, 난 그들을 보고 싶지 않아.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고!



계속 걸어서 여길 빠져나가는 게 어때?"








그러자 골룸이 대답했다.



"그럼, 그럼!



그렇지만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호빗들도 저 사자들과
동지가 되어 작은 불빛이 되고 말거야.



스메아골을 따라와요,



불빛은 쳐다보지 말고."



<반지의 제왕 - 두개의 탑>
[늪지 횡단] (씨앗을 뿌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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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원작에서의 전개를 보면
실제로 영화에서 프로도가 처했던
위기의 축소재현은 샘와이즈에게
일어났지요.



그 지저분한 물을 직접 응시하게
되었으니까요.



영화에선 골룸의 입을 통해
"뚱땡이 호빗도 저 안에서 같이
인광을 발하게 될 것"이라 표현되는
그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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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그들은 검은 못의 끄트머리에
당도하여 위험을 무릅쓰고 그곳을
건넜다.



때로는 기고, 때로는 띄엄띄엄 떨어진
불안정한 덤불의 섬 사이를 뛰어 건넜다.








가끔 그들은 구덩이처럼 악취가 나는 물
속에 손을 짚거나 빠져 허우적거리기도
했다.



그러면 거의 목에까지 진흙이 들러붙어
구린내가 났고 콧구멍에서까지 고약한
냄새가 났다.



그들은 밤이 깊어서야 마침내 단단한
땅바닥에 이를 수 있었다.



(중략)



갑자기 셋 모두 멈춰 서서 긴장한 채
귀를 기울였다.



프로도와 샘은 먼 곳에서 들려 오는
높고 끔찍한 울부짖음을 들은 것
같았다.



그들은 등골이 오싹했다.



동시에 그들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대기가 진동했다.



날씨는 더 차가워졌다.



신경을 곤두세워 귀를 기울이고 서
있자니, 멀리서 바람 소리같은 소리가
들려 왔다.



안개에 싸인 불빛들이 흔들리며
희미해지더니 꺼져 버렸다.



프로도와 샘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신선해진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다가
다가오는 그것을 보았다.



저주받은 산에서 날아오는 작은 구름장
같은 그 물체는 모르도르에서 솟아 오른
시커먼 그림자로, 날개가 달리고 뭔가
불길한 것을 예감케 하는 거대한 형체였다.








그 형체는 달을 가로질러 쏜살같이
날아가더니 죽음 같은 울부짖음을
토하고는 맹렬한 속도로 바람을 앞질러
서쪽으로 사라졌다.



그들은 앞으로 쓰러져 차가운 대지 위에
아무렇게나 납작 엎드렸다.



그러나 공포의 그림자는 다시 선회해
날아와 이번엔 더욱 낮게, 바로 그들 위를
지나치며 그 무시무시한 날개로 늪의
악취를 날려 보냈다.



그리고는 다시 사우론의 분노의 속도로
모르도르를 향해 날아갔다.



그 뒤를 따라 바람이 굉음을 울리며
불어 가고, 죽음늪은 휑하고 황량한
모습으로 남았다.



<반지의 제왕 - 두개의 탑>
[늪지 횡단] (씨앗을 뿌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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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는 아직 늪지대를 횡단하는
와중에 등장하지만, 원작 소설에서는
대충 어둠늪 횡단을 거의 마친 상태에서
날개달린 짐승을 탄 나즈굴이 등장해,
프로도를 고통스럽게 합니다.



리븐델 입구에서 강의 권능에 의해
휩쓸려나갔던 나즈굴의 완벽한 부활을
알리는 장면이자 그들의 위력과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명장면이었다는 생각입니다.








날개달린 짐승을 타고 허공을 나르며
주변을 정찰하는 나즈굴의 권위와 위엄은
<반지의 제왕>이 사상 최강의 판타지
대하서사물임을 실감하게 만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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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영화에서 묘사되는 죽음늪의 풍경은
판타지다운 배경으로도 매우 훌륭하지만
현대물로 대입해도 그렇게 이질감이 들지
않는 정교한 표현입니다.



후대에 작품을 보는 이들에게는 철저한
고증과 뛰어난 묘사로 인정받고 있지만,



기실 저자인 톨킨에게는 평생을 잊고 싶지만
잊을 수 없었던 끔찍한 트라우마의 재현인
셈이었습니다.








그가 장교로 참전했던 1차 세계대전,
작가 조지 웰즈("타임머신"으로 유명한)의
표현대로라면 '모든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



즉 인류가 제정신이라면 1차 세계대전의
참혹한 꼴을 보고 다시는 전쟁 같은 짓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면교사로서의 교훈
이야기입니다.



* 물론 대책없는 인류는 제정신이 아니라서
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불과 20여 년 조금
지나서 더 큰 규모로 2차 세계대전을 벌이는
미친 짓 시즌2를 찍기는 합니다만 *








특히 20세기 초, 과학기술과 산업문명의
발달이 정점에 올라 있던 '이성'의 시기에
그런 대량학살이 톨킨의 세계관으로 치자면
'누메노르의 전성기' 급 수준이었던 유럽
한복판에서 벌어졌다는 것은 당대의 유럽인들
사이에선 세대를 뛰어넘는 충격이 되었지요.



당대 유럽인들의 그 전쟁에 대한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한 글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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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미쳤다!



현 사태를 지속한다는 것은 미친 것임에
틀림없다.



이 지독한 살육전이라니!



이 끔찍한 공포와 즐비한 시체를 보라!



내가 받은 인상을 전달할 말을 찾을 수가 없다.



지옥도 이렇게 끔찍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간은 미쳤다!"



- 프랑스 보병 중위 알프레드 주베르가
사망하기 전에 적은 일기(1916년 5월 23일) -



based by <참호에서 보낸 1460일>
(존 엘리스 저, 마티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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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로 표기된 책은 군사와 역사 문제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필구매해서 두번 보고
세번 봐도 좋을 명저입니다.



다만 그 속에 담겨 있는 내용은 어떤 가상현실
공포영화도 구현하기 힘든 지옥도일 뿐이죠 *



톨킨은 저 미친 참호전을 서부전선에서 치렀고,
그 참호전 중에서도 가장 뻘짓으로 악명이 자자한
1916년 솜므 전투에도 참전해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습니다.








전쟁 중 부상과 후유증으로 거의 2년을 폐인처럼
지내기도 했구요.



그가 군 입대전 함께 활동하던 4인의 소규모
문학 서클 멤버들 중에서 2명은 전사해서 영영
떠나보내야 했구요.








그의 전쟁 후유증은 나중에 그가 스스로를
'베렌', 상대를 '루시엔'이라 칭하며 묘비에도
새겨넣었던 부인과 결혼하면서 겨우 치유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추스림의 결과물로 나온 게
<호빗>이었지요.



그러나 <호빗>에서 비록 참혹한 전투였지만
긍정적인 기여를 한 걸로 다섯 군대 전투를
기록했지만 그 몇 년 뒤 또다시 벌어진 미친
전쟁 때문에 공습과 폭격의 피해를 당하고
사랑하는 아들을 전쟁에 내보내는 끔찍한
경험을 또 해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바뀐 인식의 결과물이 <반지의 제왕>이
된 셈입니다.



왜 <호빗>은 동화가 되었고 <반지의 제왕>은
성인용 대하 서사 전쟁물이 되었는지에 대한
작은 해답이기도 하지요.



죽음늪의 전경은 바로 젊은 시절의 톨킨이
경험해야 했던 서부전선 참호전과 솜므의
기억이 투영된 것입니다.








불과 몇 킬로미터 전선을 밀고 당기기 위해
철조망과 기관총이 기다리는 적진으로
맨몸으로 함성과 함께 달려나가던 젊은이들은
떼죽음을 당하고 아군과 적군 사이 광대한
무인지대(No Man's Land)에는 수습못한
전사자들의 시체가 첩첩이 쌓여 까마귀와
쥐들이 포식했다고 전해지지요.








(상징적인 묘사가 아니라 실제로 그랬다고
합니다. 중상을 입은 병사들에게 쥐들이
달려들어 공격했다는 일화가 허다하더군요)



톨킨은 그러한 전사자들의 유해를 직접
목도하고 이를 죽음늪의 시신 이미지로
가공해냅니다.







살아있는 건 오직 혐오스러운 것들 뿐인
죽음늪의 푹 패인 웅덩이는 참호지대에서
포탄으로 인해 만들어진 무수한 구덩이들,
그리고 혐오스러울 뿐 아니라 위협까지
된 전쟁으로 인해 포악해진 생물들에 대한
기억의 재현일 테구요.











이 부분에서 특히나 인간과 요정과 함께
집단으로 매장된 오르크들의 시신을 같이
언급한 것은 무익한 전쟁으로 인해 즐거이,
혹은 그저 평범하게 살 수 있었던 이들에
대한 회한과 추모의 기억일지도 모릅니다.



<두개의 탑> 영화에서 이실리엔 숲 속에
매복했던 파라미르의 순찰대가 동부인을
공격한 뒤 남겨진 이름모를 시체를 보며
파라미르가 애통해 하던 그런 연민의 감정
또한 톨킨이 젊은날 전장에서 봤던 적군의
또래 병사의 시신을 보면서 느꼈던 그런
감정이었겠지요.








우리가 장대한 <반지의 제왕> 전쟁장면에
환호하지만, 톨킨은 실제로 무익한 전쟁과
그에 휘말려 희생당하는 평범한 이들에 대한
연민과 소리없는 분노를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았을 것입니다.



죽음늪의 스펙타클 이면에는 그런 슬픔이
깊게 배어들어 있지요.
 



by 붉은10월 | 2015/01/15 10:35 | 아르다 백과사전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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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Oryn. at 2015/01/15 13:53
어렸을 때 봤던 학교 괴담 같은 데서도 보면 옛날에 공동묘지였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곤 했었지요 ㅎㅎ 저 늪 같은 경우는 가끔 제 꿈에 나오는 뭔가로 가득찬 호수랑 매우 닮아서 몸서리치며 봤던 기억이 있네요.
톨킨에겐 전쟁을 경험해보지 못한 우리는 모르는 상처가 있었겠지요...? ㅎ 전쟁으로 이런 이야기들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었으니 우리에겐 그저 다행인 부분이네요.
그나저나 부인과의 이야기를 보니 또 엄청 낭만적인 분이시네요 *.*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5/01/15 14:00
1. 저 부인님과의 러브스토리는 나중에 따로 정리해서
올리려고 묵혀두고 있답니다. 톨킨의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분이시니까요. 정말 실사판 베렌과 루시엔이라는...

2. 톨킨 뿐만 아니라 당시 영국과 프랑스 젊은이들의
3분의1이 저 뻘짓 덕분에 말 그대로 소멸했습니다.
독일 역시 라마르크의 걸작 <서부전선 이상없다>에서
독일의 모든 도시와 마을에서 젊은이들이 사라져가는
살풍경한 모습을 자신의 경험 그대로 살려내고 있지요.
한마디로 모든 사회가 세월호 참사를 겪은 단원고 생존자
풍경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3. 아니 도데체 꿈에서 뭘 보시는 겁니까?!
Commented by 블랙하트 at 2015/01/15 17:10
동부인의 시체를 보며 애통해 하던 모습은 영화에서는 두개의탑 확장판에서 파라미르가 했지만 원작에서는 프로도가 했었죠.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5/01/17 00:20
개인적으로는 원작보다는 영화에서 파라미르가 방금전까지
싸웠던, 그리고 국가 수호를 위해 필연적으로 적대해야하는
자들에 대한 연민을 보여줘서 더 맛깔나는 느낌이었지요...
Commented by larshavin at 2015/01/16 15:46
전쟁의 아픔이란..!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5/01/17 00:21
전쟁의 아픔이란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지요.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일본 아니메에서도
2차 대전 경험이 있는 이들(미야자키 하야오, 토미노 요시유키)
이 만든 전쟁 애니메이션과 전후세대(안노 히데야키 이후)
들이 만든 전쟁 애니메이션의 정서는 엄청나게 다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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