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bbit] 가운데땅의 물귀신, “뮤립” 이야기





호빗 사회에서 전해내려오는 민담과

전승, 그리고 후대의 창작들을 수집한

<톰 봄바딜의 모험>에 수록된 시들

중에서 “뮤립”(혹은 “뮬립”)이라는

괴이한 존재들을 묘사한 시가 하나

있습니다.


다른 시들에 비해 이 단촐한 시는

특별한 주석이나 해설이 첨부되어

있지는 않습니다만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설명되는 정경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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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뮤립


뮤립들이 사는 그늘은

잉크처럼 시커멓고 축축한 곳,

끈적끈적한 늪으로 가라앉듯

천천히 고요하게 벨이 울리지.


감히 그 문을 두드리는 자는

늪으로 가라앉지,

흉악한 괴물들이 이빨을 드러내 웃고

시끄러운 물줄기가 쏟아지는 사이에.


썩어드는 강가

늘어진 버드나무들이 울고 있지,

썩은 고기를 먹는 까마귀가 음울하게

잠결에 깍깍거리지.


멀록 산맥을 넘어 길고 험난한 길을 지나

잿빛 나무들이 서 있는 곰팡내 나는 골짜기,

달도, 해도 비치지 않고

바람도 물결도 없는 검은 연못가에

뮤립들이 숨어 있지.







뮤립들이 앉아 있는 움은

깊고 축축하고 차가운 곳,

희미한 촛불 하나 켜놓고

황금을 세고 있다네.


젖은 벽과 천장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지고

옆걸음질하며 문으로 갈 때

철썩-찰싹-툭

발이 바닥을 스치네.







몰래 밖을 내다보지. 갈라진 틈으로

손가락들이 기어와 만져보고,

일을 끝내면

네 뼈를 자루에 넣어 보관한다네.




멀록 산맥을 넘어 길고 외로운 길을 지나

거미 그늘과 흡충류 늪을 지나

나무들이 늘어진 숲과 교수대 모양의 잡초들을 지나

뮤립을 찾으러 가면 - 뮤립의 먹이가 되고 말지.







<위험천만 왕국 이야기>

[톰 봄바딜의 모험]

(씨앗을 뿌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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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시는 호빗들이 제3시대

1050년 전후로 이전에 그들이

정착해 살던 안두인 대하 북쪽

지역을 떠나 안개산맥을 넘어

에리아도르를 통과해 샤이어

일대로 오는 대이주 과정에서

겪었을 여러 위협들의 일부를

기억한 것이겠지요.


※ 제3시대 초반에 그들은

초록큰숲(이후 어둠숲)과

안두인 대하의 북쪽 일대에서

북부인들과 인접해 살았기 때문에

북부인 계열로 역시 이후에 남쪽으로

이주해 정착한 로한인들이 호빗의

존재를 당시 인간 종족들 가운데에선

극히 드물게 알고 있었던 것이죠.


※ 대이주 전후과정에서 바로

떠나지 않고 좀 더 훨씬 이후까지

안두인 대하 강변에 머물러 살던

풍채 혈통 호빗(혹은 가까운 종족)

가운데 스메아골이 있었습니다.


호빗들은 대이주 과정에서 서서히

가운데땅에 다시 사우론의 어둠이

들이닥치는 상황에서 상당한 고난과

적지 않은 희생을 치렀을 것이며,

미지의 땅 곳곳에서 경험했던 안좋은

기억들과 그 경로에서 만났던 다른

종족들에게 전해들은 전설을 버무려

구전으로 내려왔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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뮬립 Mewlips


가운데땅의 한 늪지대에 뮬립이라는

사람을 잡아먹는 악령들이 살고 있었다.


가공할 고분악령들을 꼭 닮은, 물건

쌓아놓기를 좋아하는 이 유령들은

더럽고 눅눅한 늪지대에 기거했다.


그들의 구역을 지나는 여행자는

한시라도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되었는데,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강도질을 당하고 살해되었기

때문이다.








송장까마귀 Gorcrows


예로부터 전해오는 호빗 민담에 의하면

가운데땅의 늪지대에 송장까마귀라는,

썩은 고기를 먹고 사는 새들이 살았다고

한다.


송장까마귀는 뮬립들 곁에 살면서,

그들이 먹다 남긴 고기를 깨끗이

치워 없애곤 했다.


<톨킨 백과사전>

(데이비드 데이 저, 해나무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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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고 음습한 곳에는 정체불명의

무엇인가가 있게 마련인데 뮤립은

태생적으로 (좀 더 많이 유명한)

배로우 다운즈의 고분구릉 악령들과

유사성이 많아 보입니다.


재물에 대한 탐욕과 여행자를 유인하는

방식도 흡사하지요.







고분악령에 비해서는 실제 소설에서

등장하는 비중이 거의 전무하기 때문에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특히 털발 혈통

호빗들이 물가를 싫어하는 이유에는

기원이 확인되지 않는 이러한 먼 옛날

불쾌한 기억이 잠재되어 있지 않나

상상해봅니다.







흔히 잘 알려진 물귀신들,

서양의 켈피(물에 젖은 말 모양입니다),

혹은 사이렌(여성 혹은 인어의 모습이죠),

그리고 일본의 갓파(갓파!) 등과는 많이

다른 모양입니다만, 물귀신의 계열로

뮤립도 포함될 수 있겠지요.







아마 털발혈통의 다수 호빗들은

샤이어에서 혈통에 맞지 않게 모험적

행동을 보이는 어린 호빗들에게 뮤립의

이야기를 해주면서 겁을 주곤 했지

않을까요.




by 붉은10월 | 2015/01/15 18:22 | 엘다르의 시와 노래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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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알렉세이 at 2015/01/15 21:49
어멋 사이렌.*-_-*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5/01/15 21:54
어익후 오랜만에 들르셨네요 *+0+*
Commented by 알렉세이 at 2015/01/15 22:00
중간계 이야기 쓰실 때 마다 들러서 챙겨보고 있습니다. 리플을 못 달아서 그렇지.=ㅅ=; 여튼 이참에 링크신고도 하고 갑니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링크가 안되잖아? 왜 링크가 안되는거야! 으아니 챠! 새해 복 절대반지로 받으세용~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5/01/15 22:21
절대반지라니 덜덜 저를 파멸시키시려고 ㅠ_ㅠ
저는 알렉세이님께 원한살 짓 한 게 없는걸요.

실은 저도 알렉세이님 얼음집 업뎃하실 때마다 꼭꼭
챙겨보고 있습니다용 ㅋ

안그래도 링크 안 된다는 분들이 많은데 도무지 영문을 -_-;;;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5/01/15 22:54
저는 손도 댄 기억이 없는데 정말 비허용 처리가 되어
있더군요::: 수정했습니다 ㅠㅠ
Commented by 카사 at 2015/01/15 22:28
저도 링크하고 싶었는데 링크가 안 되어서 주소를 쳐서(..) 들어오는 사람입니다! 글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이글루 관리-블로그 관리-공개범위 설정에 이글루 링크 허용하기 메뉴가 있습니다!! 확인해보셔도 될 것 같아용:D
Commented by 알렉세이 at 2015/01/15 22:38
카사님 리플대로 한번 확인해 보시라능. 아니면 이글루 공개범위가 뭐 폐쇄적이라거나 그렇게 설정되어 있는건 아닌가요?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5/01/15 22:53
카사 / 헉 그렇군요. 확인하러 달려가겠습니다! (후다다닥 ~ )
Commented by 알렉세이 at 2015/01/16 00:35
오. 이제 링크가 되네요.ㅋㅋ 다시 링크 신고합니다.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5/01/16 00:37
제가 영광입니다용 ~ 마에 고반넨!
Commented by Oryn. at 2015/01/16 10:04
아...윗분들 덕분에 저도...냉큼 링크를 얻어갑니다 ㅎㅎ
물귀신 하면 왠지 모르게 벤시가 먼저 생각나는데, 다른 애들은 귀신이라기엔 몬스터(!)나 이종족에 가깝게 느껴져서요. 어쨋든 정말 호빗들의 물에 대한 두려움이란! 강가에 사는 애들은 좀 낫지만 말이죠 ㅎㅎ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5/01/16 11:10
반시 그림도 넣으려다 게시물 자체가 소품 성격이라 굳이
몰아넣지 않았는데 언급해주시네요 ^^

저도 뮤립 그림 찾으면서 반시 같은 것들 꽤 나올 줄
알았는데 고분악령 친척이라 그런지 흉칙한 오크 수중형만
즐비하게 나와서 실망했답니다.

털발 혈통은 물 근처에도 안가는 족속이라 물가에 사는
강노루네를 매도하곤 하지요. 호빗 간에 편가르기도
오랜 특성인듯... 시골 어르신들 자존심 경쟁이라고나고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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