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TR] “누른”의 노예들에 대하여





톨킨의 저작들은 판타지 문학의

고전이라고 하지만, 그 판타지들은

고유의 세계관과 논리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정교한 구조 안에서

개연성이 맞아떨어지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반지의 제왕 사우론이 절대반지를

끼고 기를 모으면 갑자기 오르크

대군이 클론 복제하듯이 우수수

나오는 그런 일은 없습니다.


치밀한 계략과 자원의 투자를 통해

오랜 기간 양성한 거대한 대군과

그를 뒷받침하는 여러 술책과 외교,

그리고 막대한 자원이 사우론의

숙원을 이루기 위해 수천년 간

동원되었습니다.



그런 그의 가장 핵심 기반은

바로 암흑의 왕국 모르도르였고,

우리가 영화에서 본 황량하고

아무짝에도 쓸모 없어 보이는

황무지만이 모르도르의 전부는

아니였던 것입니다.








영화 속에서 시각적으로 묘사된

모르도르는 면적 상으로는 광대한

모르도르 국가의 일부에 불과하며,

동남부의 광대한 영토는 거대한

군대를 유지하기 위한 생산기지로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사우론의 오르크 대군이

잘 먹이고 입히는 것과는 거리가

먼 집단이었고, 동맹자들에게서

수탈하는 공납의 비중이 적지도

않았겠지만 절대수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필요로 하는 물자 또한

엄청났을 게 분명하고 상당한

생산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 체제는 유지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사우론의 곳간이자 자금줄,

그 땅이 바로 “누른”입니다.



<반지의 제왕> 원작에서의

모르도르와 누른 지역에 대한

묘사를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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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도와 샘은 이 증오스런 대지를

혐오와 경이가 섞인 감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들이 선 곳에서 연기를 뿜는 화산까지,

그리고 그 산을 둘러싼 북쪽과 남쪽의

모든 대지가 죽은 땅이었다.





불에 타 말라 버린, 버려진 땅이었다.








이 땅의 군주가 노예와 병사들을 무슨

수로 먹여 살리는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그는 수많은 부하를 거느리고

있었다.





모르가이 연봉 가장자리를 따라

남쪽으로 줄지어 선 야영지가 보였다.





천막들도 있었고, 작은 마을처럼

질서정연한 곳도 있었다.





그 중 가장 큰 기지는 그들 바로

아래 있었다.





평지 쪽으로 채 1.5킬로미터도 되지

않는 곳에 거대한 곤충의 서식지처럼

길고 낮은 건물들과 오두막들이 모여

있었고 곧게 뻗은 황량한 길들이

보였다.





그 주위에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그곳에서 동남쪽으로 모르굴

도로와 만나게 되는 넓은 도로가 나

있었으며, 그 길을 따라 수많은 형체들이

줄을 지어 서둘러 행군하는 것이 보였다.





샘이 말했다.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곳이에요.





희망이라곤 조금도 없어 보이잖아요.





사람들이 저렇게 많으니 음식은 물론

분명 샘이나 물은 있겠지만요.





내 눈에 이상이 없다면 저들은

분명 사람이지 오르크는 아니거든요.”








프로도나 샘으로서는 연기를 내뿜는

산 너머 이 광활한 대지 남쪽으로

검고 충충한 누르넨 내해에, 노예들이

일군 경작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없었다.





동쪽과 남쪽으로는 공물을 조달하는

지역들까지 대로가 뚫려 있어 탑의

군사들이 여러 가지 물품과 전리품,

그리고 새로 포획한 노예들을 실어

나른다는 사실도 그들로서는 알 수

없었다.









이 곳 북부에는 탄광과 대장간이

있었으며, 오랫동안 준비해 온

전쟁을 위해 소집한 병사들의

집결지가 있었다.





장기판의 말을 다루듯 암흑의 힘은

병사들을 모으고 있었던 것이다.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

[암흑의 대지]

(씨앗을 뿌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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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선 사우론의 군대는 거의

전부가(일부 동맹군만 제외하고)

오르크와 이를 지원하는 트롤로

구성되지만, 실제로 사우론의

군대에서 가장 많은 수를

점유하는 것은 그와 동맹을

맺은 인간 세력이었습니다.





가운데땅 서부를 포위하는

형국으로 모르도르를 중심으로

동부의 룬, 남부의 하라드,

동남부의 칸드 전역의 인간이

협박과 공포, 회유 등 다양한

수단에 의해 사우론의 대군을

구성하는 세력이 되었습니다.





물론 군대 뿐 아니라 기술자와

노예도 엄청나게 공급했겠지요.





사우론의 주군 모르고스는

그의 왕국 앙그반드 지하

병기창에서 무려 1만 명의

요정 기술자를 노예로 사역해

그의 군대를 위한 무기들을

제작했다고 전해집니다.





사우론 역시 그와 동일한 방법을

취했겠지요.




천연 용광로로 사용된 운명의 산,

군대의 주둔지와 병기창이 있었을

고르고로스, 그리고 식량과 물자를

옮기고 만드는 누른 일대는 어떻게

보면 당시 가운데땅에서 가장

(부정적이지만) 요란하고 시끄러운

동네였을지도 모릅니다.





중간계라는 판타지의 세계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아득한

옛 모습으로, 비록 초월적 권능이

존재하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면

현실의 국가 간의 관계, 군사와

외교, 산업구조 등과 별반 차이날

게 없는 세계라는 점을 톨킨은

전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우론의 두 시대에 걸친

장구한 계획은 결국 최종적으로

실패하고 모르도르 국가는 결국

패망하고 맙니다.








사우론의 대군은 산산이 흩어지고

동맹은 깨어졌지만 거대한 국가의

핵심 사회기반은 생산능력과 체계는

그대로 남아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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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식이 끝난 후 여러 날이 지나자

왕은 궁전의 옥좌에 앉아 성명을

발표했다.





동부와 남부 그리고 서쪽의 던랜드와

어둠숲의 경계와 여타 수많은 지역과

부족에서 사절단을 보내 왔다.





왕은 스스로 굴복해 온 동부인들을

사면하고 석방했으며 하라드림과

평화 협정을 맺었고, 모르도르의

노예들 또한 누르넨 내해 근방에

땅을 주어 살게 했다.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

[섭정과 왕]

(씨앗을 뿌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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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도르의 패망 이후 연합왕국의

군주가 된 아라곤-엘렛사르 왕은

오랜 세월 두네다인과 연합왕국의

가장 큰 적이었던 모르도르 지역에

대한 방침을 정리합니다.








실제로 모르도르의 농노 계급이라

할 누른의 인간 노예들에게

그 지역을 스스로 다스리게

한 것이지요.





어차피 연합왕국의 인구와 자원은

엄청나게 쇠퇴한 상황이었으니,

곤도르 지역에서 식민을 하기도

힘들었을테고 그냥 비워놓기에는

전략적으로 문제가 많은 지역이니.





동부와 남부에 대한 완충지대로서

자신들을 해방시키고 먹고 살 토지를

허가한 연합왕국의 외곽 동맹자로서

누른의 옛 농업노예들은 유용하게

활약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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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른 Nurn





사우론의 사악한 모르도르 왕국의

남부 지역은 누른으로 알려져 있었다.





사우론이 통치하는 동안 이곳은

모르도르 군대를 위한 식량을

공급하기 위해 묵묵히 거대한

농경지를 경작하는 반지의 제왕의

노예들로 가득 찬 땅이었다.





누른 평원에는 누르넨 내해로

흘러 들어가는 네 개의 큰 강이

있었다.





이 땅과 주민들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지만 반지전쟁이 끝난 뒤,

엘레사르 왕은 노예들을 해방시키고

누른의 농경지를 그들의 소유로

돌려주었다.










모르도르 Mordor





제2시대 첫 천 년이 끝날 즈음,

사우론은 가운데땅의 안두인 강

바로 동쪽에 악의 왕국을 세웠다.





이곳이 ‘암흑의 땅’ 모르도르로,

이후 두 시대 동안 가운데땅

전역을 지배하려는 사우론의

야심을 이루기 위한 권력

기반이었다.








난공불락의 두 산맥이 세 방향에서

모르도르를 방어하고 있는데,

잿빛산맥이 북쪽을, 어둠산맥이

서쪽과 남쪽을 막고 있었다.





이 산맥들 사이로 서쪽의 키리스 웅골과

서북쪽의 키리스 고르고르, 오직 두 개의

통로만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키리스 고르고르 안에 있는 우둔이라는

원형의 작은 평지 외에 모르도르의

두 개의 주요 지역으로 고르고로스

고원과 노예들의 땅 누른이 있었다.





고르고로스는 화산재와 오르크 굴

투성이의 거대하고 황량한 고원으로,

그 중심부 근처의 화산 분화구

오로드루인(혹은 운명의 산)에서

뿜어져나오는 연기가 항상 장막처럼

뒤덮고 있었다.










또한 고원의 동북쪽 잿빛산맥의

한 자락에 사우론의 성채인 암흑의

탑 바랏두르가 있었다.





반면 누른은 노예들과 노예 감독자들이

살고 있는 광활한 농경지로, 이들은

사우론의 군대를 위해 엄청난 식량과

기본적인 물자를 공급하였다.








누른은 네 개의 강줄기로 배수가

이루어졌고, 이들은 모두 내해

누르넨으로 흘러들어갔다.








<톨킨 백과사전>

(데이비드 데이 저, 해나무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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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도르와 누른 일대에 대한

설명입니다.





누른은 모르도르와 서부의 대치

지형에선 가장 최후방이었고,

그 배후에는 당시로서는 전부

사우론의 동맹자들이었기 때문에

군사적 고려보다는 산업과 교역

위주로 (자체 기준으로 봐서는)

매우 효율적으로 배치 편성되었을

것입니다.









모르도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아무래도 지배적일 수밖에 없지만,

프로도 일행이 고르고로스 평원을

횡단할 때 목을 축였던, 행군하는

군대를 위한 물탱크와 도로 체계처럼

그 지역은 고도로 도시화된 곤도르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가장 계획적인

관리가 이뤄지던 지역이었을 테니,

누른 지역은 마치 고대 로마 대농장을

보는 느낌이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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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론이 수많은 군졸들을 먹이다

보니 고원은 헐벗게 되었으며

모르도르의 전 지역이 이와 같은

상태였다.





그러나 잿빛 평야인 리슬라드의

상황은 이보다 조금 낫다.








중간 정도 건조한 기후에서 물이

부족하게 공급되자 누르넨의 쓴

바다는 내부 배수로 인해 짜게

되었을 것이다.





상당히 효과적인 덮개이며 증발을

낮추어 주는 역할을 하는 재의

퇴적이 물 보존을 도왔을 것이다.





수많은 노예가 일했던 평야에서

건조지대 경작이 가능했을 것이다.








<지도로 보는 반지의 제왕>

(카렌 윈 폰스테드 저, 황금가지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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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른은 지형적으로는 평야 지대,

기후적으로는 이란이나 미국 서부

스텝 기후지대로 볼 수 있겠습니다.








건조한 기후에 나무는 별로 없이

짧은 풀이 무성한 건조한 온대

초원지역이라고 보면 무방할 것

같네요.





극도로 인구가 모든 종족들에서

전부 감소했던 제3시대 말에 아마

모르도르의 고르고로스 황무지와

누른 일대가 가장 인구밀도가 높지

않았을까 싶네요.








고르고로스에는 거대한 군대가,

누른에는 엄청난 생산 노예들로

말입니다.





언어는 아마 노예들을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서부 공용어를 주로

사용했겠지요.





그러나 건조하고 강수량이 적은

지역에서 내해로 하수가 계속

유입되는 상황이라면 마치 현실의

카스피해나 아랄해처럼 수량이

줄어들거나 내해 자체가 오염되는

문제는 이후에도 풀어내야 할

난관이 되지 않았을까 추정됩니다.








아마 누른의 노예들은 서부의

인간들보다는 오히려 동맹자인

하라드와 룬, 칸드 일대에서

끌려온 동부와 남부의 인간들이

대부분이었을 것입니다.








※ 초창기 노예무역에서 유럽

상인들이 아프리카 내륙으로

들어가서 직접 노예를 잡아오는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부족들을

이간질해 한쪽에 무기를 제공하고

다른 부족과 전쟁을 벌여 포로를

노예로 사는 방식과 유사했을 듯 ※







그 외에 모르도르가 거듭 침공한

서부 지역의 인간들도 대를 이어

노예의 삶을 살아야 했겠지요.





그러나 모르도르의 패망은 결국

구원이 되었을 것이고, 그들이

힘들여 수확하던 토지는 자신들의

것이 되었습니다.





모르도르의 오랜 농노 체제로

인해 끌려온 노예들은 어느 정도

마치 지금의 미국이나 브라질의

흑인들처럼 그 지역에 뿌리내렸을

것이고, 억압자와 노예 관리자들이

사라진 땅에 정착해 후일 자기들의

국가를 건설했겠지요.




by 붉은10월 | 2015/01/16 00:03 | 아르다 백과사전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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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알렉세이 at 2015/01/16 00:48
참...이 반지의 제왕 판타지 설정들을 보면 요즘의 찍어내는 판타지들은 그저 수박 겉만 핥고 만다는 느낌이 듭니다.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5/01/16 01:02
판타지는 개인의 망상을 배설하는 게 아니라
고유의 목적성을 갖고 창조되는 하나의 세계인데,
가장 기본이 되는 걸 갖출 생각을 하지 않으니 그렇겠지요.

세상에 날로 먹는 게 어디 있겠습니까...
Commented by 글 잘 읽고 있습니다!! at 2015/01/16 02:18
톨킨 경보고 설(정)덕후라고도 ㅋㅋㅋ

아 저는 이거 보고 딱 드는 생각은 크림반도 인근
과거 동유럽 농노들이네요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5/01/16 09:00
톨킨이 가장 경계한 게 실제로 자신은 설정 때 참고한 게
빤한데도 현실의 정치사회적인 것들과 연결시켜 해석되는
것들이었지요.

자신이 참고는 했지만 그걸 읽는 이들이 대입해서 보지는
말아달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고픈 작가의 마음인 듯...

그래서 일부러 언급하지 않았던 부분입니다.
Commented by Oryn. at 2015/01/16 10:02
정말로 베일에 싸여 있는 곳이로군요 ㅎㅎ
팬으로썬 이쪽에 대한 이야기나, 이후의 이야기도 좀 더 들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쨋든 전쟁이 끝나고 결과적으론 자신들의 토지가 되었으니, 다른 동부인들은 몰라도 노예들은 좋아했을 것 같네요. 더 이상 자기들을 부릴 군주도 사라졌고.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5/01/16 11:04
1. 이런 설정놀음이 스마우그의 보물더미처럼 쌓여있는
톨킨월드라서 말입니다 -_-

2. 실제로는 곤도르&아르노르의 동맹국(이자 위성국가)인
셈이지만 모양새도 좋고, 어차피 저 방향성 외에 따로
누른의 농노들이 택할 방법도 없었을 것입니다. 모르도르
왕국이 오랜 역사를 가진 만큼 노예들이 정착한 세월도
지난했을 테니까요. 노예의 아들 노예, 손자 노예들이
대부분이니 원래 고향으로 돌아가기도 난감했을 것이구요.

3. 그래도 노예해방에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하는 정착농지
지원이 이뤄졌으니 잘 살았으리라 생각합니다 ^^
Commented by 블랙하트 at 2015/01/16 11:26
최근에 나온 반지의 제왕 관련 게임 '미들 어스: 섀도우 오브 모르도르'에서 모르도르와 누른이 어느정도 묘사되었었죠. 게임 자체는 원작 설정과 다른 부분이 많았지만...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5/01/16 12:47
켈레브림보르가 주인공 격인 게임이라 들었습니다.

사실 위의 이미지들 일부도 그 게임 영상 캡쳐라는...

시나리오는 흥미롭지만 설정파괴 측면이 너무 강한
것 같더군요.

반지의 제왕 관련 게임은 이상하게 정이 안 가서
전혀 손도 안 대고 있습니다.

특히 나즈굴 중 카물을 제외한 다른 자들의 이름이랍시고
공식설정처럼 나도는 문제 때문에 골치아팠던 적이 좀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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