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TR] 김리의 왕국 "아글라론드", 그리고 후일담들



반지전쟁 후, 김리는 에레보르로
돌아가 그곳의 드워프 일부를
데리고 로한에서 그가 격전을
치뤘던 헬름협곡이 있는 백색산맥
속 거대한 동굴군인 아글라론드에
그의 영지를 건설합니다.








로한 근방은 드워프들의 도시와
꽤나 거리가 먼 곳이었는데 그가
그런 선택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처음 김리가 이 '찬란한 동굴'을
발견한 것은 헬름협곡 전투가
극점에 달하는 처절한 전투의
와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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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고른은 성채로 들어갔다.



거기 와서야 그는 에오메르 역시
나팔산성에 들어오지 못했음을
알았다.



한 웨스트폴드인이 말했다.



"글쎄, 그 분은 암반으로 돌아오지
않으셨습니다.



그분이 병사들을 모아 협곡
어귀에서 싸우는 걸 본 게
마지막이었지요.








감링 공이 함께 있었고,
그 난쟁이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난 그들에게 갈 수가
없었습니다."



(중략)



"에오메르도 여기 있소?"



"아닙니다.








그렇지만 많은 병사들이 동굴로도
퇴각했습니다.



몇몇 사람이 말하기를 그 중에
에오메르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들은 협곡에서 적을 제지하고
동굴로 들어갔을 겁니다.



그 다음 그들이 어떤 희망을 갖게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우리보다는 희망이 있을 거요.



그곳엔 식량이 충분하다니 말이오.



그리고 위쪽의 바위 틈새로 난
출구가 있으니 공기도 맑을 것이고,
죽기를 각오한 사람은 아무도 범할
수 없지요.



그들은 오래 버틸 수 있을 거요."



<반지의 제왕 - 두개의 탑>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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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와는 조금 다르게,
에오메르는 헬름협곡 전투에서
계속 참전한 상황이었습니다.



사루만의 마법에 의해 배수로가
있는 방벽이 파괴되고 혼란한
와중에 에오메르와 김리는 다른
동지들과 떨어져 많은 병사들과
함께 나팔산성 지하에 해당하는
'찬란한 동굴'에 들어가 농성하며
계속 전투를 벌이고 있었지요.








동굴에서의 격투에 능한 김리가
초반에 방벽에서 뒤쳐졌던 스코어를
만회해 레골라스를 역전하게 된
계기는 그에게 최적의 전장환경인
이 동굴에서의 무용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세오덴 왕의 입을 통해
그 동굴이 쾌적하고 방어에 유리한
지형임이 확인됩니다.




* 일설에 의하면, 이 동굴들은
원래 있던 자연동굴에 대해 당시
두네다인들이 헬름협곡 방어를 위해
나팔산성 요새의 아랫부분을 강화하기
위한 방책으로 고대의 석공기술로
확장한 것이라고 전해집니다.
길이가 4,000피트(1,200미터)에
달헀다고 하는데 확장을 통해 원래
크기보다 몇 배는 더 커졌겠지요.










* 이 요새지역 보강의 목적은
당시 아르노르와 곤도르 사이에
위치한 백색산맥을 통해 연합왕국
연결로를 확보하고, 산맥줄기를
따라 침공하는 고지인이나 던랜딩
세력을 견제하기 위함입니다.




* 백색산맥 일대에는 영화에서 정말
멋지게 나온, 로한과 미나스 티리스
사이를 잇는 봉화대도 제3시대 말까지
건재했습니다만, 로한과 아이센가드
방어선은 모르도르 옆 키리스 웅골
등과 마찬가지로 버려진 채였지요.









아쉽게도 영화에서는 배치가 좀
바뀌는 바람에 김리가 동굴에서
위대한 무용을 떨치는 장면을
눈으로 볼 순 없었지만, 동굴의
풍경은 배경으로나마 등장했는데,
바로 전투원이 아닌 부녀자들이
피신한 동굴이 아글라론드였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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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커다란 외침 소리가
들리며 협곡 동굴로 몰려가 있던
사람들이 내려왔다.



그들 중에는 늙은 감링과
에오문드의 아들 에오메르,
그리고 난쟁이 김리가 있었다.








그는 투구를 쓰고 있지 않았으며
머리에는 피 묻은 천이 감겨 있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우렁찼다.



<반지의 제왕 - 두개의 탑>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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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리는 멀쩡하게 약간의 생채기만
났을 뿐 무사히 농성전을 마치고
돌아왔고, 그의 우렁찬 목소리는
단지 승전의 기쁨 뿐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놀라운 발견의 기쁨을 누리는
중이었거든요.








그것이 훗날 이 동굴의 영주가 된
김리와 '찬란한 동굴', 아글라론드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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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저들을 놀랍다고 했지만,
난 이땅에서 훨씬 더 놀랄 만한
것을 보았어.



내 가슴은, 지금까지 이 세상에
나온 그 어떤 숲이나 빈 터보다
아름다운 그곳으로 가득 차 있어.



인간들의 사고방식은 정말 이상하지,
레골라스.



여기 북부의 그 경이로운 것들을
보고 그들이 뭐라고 하는지 아는가?



그냥 동굴이라고 한다네!



동굴!



전시에 몸을 숨길 수 있고
양식을 저장해 둘 수 있는
구멍들이라고 한단 말이야!



내 친구 레골라스, 자넨 그
헬름협곡의 거대하고 아름다운
동굴들을 본 일이 없지?








만일 그런 동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만 알려지면 난쟁이들은 그냥
바라만 보기 위해서라도 끝없이
몰려올 거야.



그럼, 정말이지 잠시 바라보게
해주는 대가로 기꺼이 황금을
내놓을걸!"



"난 그 동굴을 보지 않을 수 있다면
황금을 내놓겠어.



그리고 만일 그 안에서 길을 잃었다면
밖으로 나가게 하는 데 그 두 배를
내놓을 거고!"



<반지의 제왕 - 두개의 탑>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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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전 이후 곧바로 사루만의 요새,
아이센가드로 향하는 와중에 왕과
일행들은 팡고른 숲을 지나갑니다.



숲의 요정이자 이름 자체가 푸른잎새인
레골라스 그린리프는 이 태고적 기억을
간직한 거대한 숲의 경이에 대해 자세한
소감과 경탄을 이야기합니다.








김리는 시크하게 받아넘기면서
이때닷! 분위기로 호빗들에 못지않은
만담을 펼치며 자신이 본 아름다운
동굴에 대한 칭송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레골라스 역시 이에 질세라
시크엘프 컨셉으로 김리의 자랑을
무시하기 시작합니다.



* 그러나 이 부분은 조금 의아한
대목입니다. 물론 레골라스를 포함한
엘프들은 자연 그대로의 숲을 더없이
사랑하는 종족이긴 합니다만, 그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어둠숲 북부의
스란두일 왕의 동굴 궁전이거든요.









* 어쩌면 레골라스의 성향 자체가
그의 부친 스란두일 왕과 달리
동굴 생활을 싫어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신다르 영주의
혈통을 잇고 있지만 그의 왕국의
백성들인 난도르와 실반 요정들의
성향에 보다 가까운 그로서는
과거 도리아스 왕국이 자리잡았던
'천의 동굴' 메네그로스의 향수를
간직한 아버지와는 취향이 다를 수
있으니까요.








기껏 자랑하며 소개했더니 무심하게
외면하는 레골라스에게 김리는 이제
그동안 숨겨졌던 드워프의 독특한
미학적 감성과 자신의 미의식을
풀어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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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넨 직접 보지 못했으니까,
그 농담을 너그러이 이해해 주지.



그렇지만 자넨 바보 같은 소릴
하고 있는 거야.



오래 전에 난쟁이들이 거들어
만든, 지금 자네들의 왕께서
계시는 어둠숲의 언덕 아래
궁전을 아름답다고 생각하겠지?








그렇지만 그 궁전도 내가 여기서
본 동굴에 비하면 오두막에 불과해.



<반지의 제왕 - 두개의 탑>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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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질세라 김리는 레골라스에게
악담을 퍼붓기 시작합니다.



상처입은 드워프의 자존심과 미의식을
건드리면 아주 큰일나는 겁니다.








왕자인 레골라스에게 그의 부친의
궁전이 오두막에 불과하다는 무례를
서슴치 않는 김리입니다.



여전히 드워프와 숲속요정들간의
수천년 이어져내려온 유구한 감정은
그 빛을 발하고 있었지요.








그들이 아직 친해지기 전에 이런
사단이 났다면 도끼와 검이 오가는
난장판이 벌어졌을게 분명합니다.



그런데 김리가 폄하한 스란두일의
궁전은 동굴 속에 지어진 건축물로
그 기원은 과거에 스란두일이 살던
제1시대의 위대한 신다르 왕국인
도리아스의 '천의 동굴' 메네그로스
궁전을 작게나마 재현한 것입니다.








(위의 그림이 메네그로스, 아래 그림이
스란두일의 지하궁전 입구 풍경입니다.
구별이 잘 되시나요?
그 정도로 흡사한 구조라 보시면 됩니다)








메네그로스는 제1시대 당시에
청색산맥에 거주하던 노그로드와
벨레고스트의 드워프들이 싱골
왕의 요청으로 넉넉한 보수를
받고 동굴 속을 마치 숲과 같이
만들어놓은 곳이었지요.



돌로 조각한 나무와 지하수를
이용한 분수들로 동굴이라는
느낌을 최대한 억제한 드워프
건축술의 금자탑이라 할 만한
동굴 궁전입니다.








<호빗> 영화에서 등장하는
스란두일의 궁전도 상당히
아름다운 곳인데 이런 궁전을
오두막이라 비하할 정도라면
김리의 상처받은 미의식의 깊이는
모리아 동굴 틈새 벼랑끝까지
갔다고 봐야 하겠지요.



한자기 특기할 대목은,
영화 속에서 그렇게 드워프와
적대관계처럼 묘사되는 이
숲속요정왕국의 궁전을 만드는
작업에 드워프가 참여했다는
언급입니다.








이 대목이 과거 도리아스 시절
메네그로스를 이야기하는 것인지,
아니면 지리적으로 멀지 않은
에레보르나 회색산맥의 드워프가
별로 친하지는 않아도 수당을
받고 작업을 한 것인지 알 도리가
없습니다.



두린 가문의 왕국 모리아에는
과거 메네그로스를 건설했던
노그로드와 벨레고스트 출신
드워프들도 이주해 왔었기
때문에 그 후예들인 에레보르와
철산의 드워프들이라면 충분히
메네그로스 시즌2 작업을 수행할
만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김리의 저 언급은
개연성은 꽤 높으나 그외의
원작에서 추가로 확인된 바는
없습니다.








분명히 엘프들은 동굴보다는
숲과 강을 더 사랑하는 종족이
맞지만, 가운데땅의 험악한
정세 때문에 은둔을 사랑하는
속성을 갖추고 방어에 유리한
동굴에 거대한 궁전과 요새를
만드는 경우가 곧잘 있었는데
대표적인 게 신다르의 도리아스
왕국의 메네그로스 궁전과,
이를 본뜬 스란두일의 궁전,
그리고 제1시대의 핀로드의
궁전 나르고스론드 등입니다.








이들은 숲을 사랑한 속성상,
동굴이라 해도 엘프 스타일로
바꿔놓았는데 그 기원은 역시
동굴을 돌의 숲으로 개조한
메네그로스였지요.








메네그로스 스타일의 인공적
숲 개념에 대해 김리는 동굴의
원초적 구조를 존중하는 자연주의
건축 기법의 우위를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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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동굴들은 웅덩이로 끊임없이
떨어지는 물방울들의 노래로 가득하고,
그것은 별빛으로 빛나는 켈레드자람
만큼이나 아름답더군.



그리고 말이야 레골라스,
횃불에 불을 붙이고 발소리가
메아리치는 둥근 천장 아래의
모래 깔린 바닥 위를 걸어갈 때,



아!




그 반짝이는 벽에는 갖가지 보석과
수정 그리고 고귀한 광물이 반짝이더군.



조개처럼 겹겹이 포개진 대리석
사이로 마치 갈라드리엘 여왕의
살아있는 손에 비치듯 투명한
빛이 들어오고 있었네.








꿈결같이 하얗고 노랗고 빨간
무늬가 새겨진 그 장밋빛
기둥들이라니!



그 기둥들은 다채로운 색깔의
바닥에서 솟구쳐 천장에서
늘어뜨린 반짝이는 것들을
마주하지.



천장에는 날개며 밧줄, 얼어붙은
얇은 구름장처럼 고운 커튼이
달려 있는 거야!



그것들은 마치 창과 깃발,
뾰족탑 같았네.









고요한 호수가 그 광경을 거울처럼
비추고 있었어.



맑은 유리로 덮인 어두운 웅덩이에
희미하게 온 세계가 드러나 있었단
말일세.



우리 두린족의 정신이 꿈에서조차
상상하지 못한 그런 도시들의 거리와
궁전들이, 어떤 빛도 다다를 수 없는
심연에까지 죽 펼쳐지고 있었네.



그리고 퉁 하고 은빛 물방울이
떨어지면 유리 같은 수면의 둥근
무늬들이, 그 모든 탑들을 바다의
해초와 산호들처럼 흔들리게 해.



저녁이 되면 기둥들은 빛이 바래
명멸하며 모습을 감추고, 횃불에
불이 켜지면 또 다른 방과 꿈이
계속 이어지는 거야.








그곳엔 수많은 방들이 있었어,
레골라스.



궁전 속에 또 다른 궁전이 펼쳐지고,
둥근 천장이 줄줄이 잇따르고,
계단 위엔 또 계단이 뻗쳐 있었어.



굽이치며 뻗은 길은 그렇게 산
한가운데까지 이어지지.



아, 그 동굴들!



헬름협곡의 동굴들!









내가 그곳으로 밀려간 것은 대단한
행운이었어!



그 동굴들을 떠나자니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지."



<반지의 제왕 - 두개의 탑>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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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리의 미학적 표현은 여기에서
그 절정에 달합니다.



그 누가 드워프가 무례하고 무식한
이들이라 감히 폄하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평소의 인상과는 전혀
다른 섬세하고 예술적인 주옥같은
표현들이 줄줄이 펼쳐집니다.



두린족의 정신이 구현된 것 같은
찬란한 동굴을 표현하는데 김리는
예술가의 영혼이 빙의한 것 같은
열정을 표출합니다.



두린 가문의 영원한 고향,
크하잣둠의 켈레드자람을
인용하면서 시작된 그의
아글라론드 예찬은 급기야
그가 영원한 순정을 바친
갈라드리엘 마님을 비유하기에
이릅니다.







정말 눈앞에서 김리의 열변을
들었다면 아무리 목석같은 자라도
심금을 울렸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시크한 요정
레골라스는 차갑게 반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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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레골라스가 말했다.



"그렇다면 전쟁이 끝난 후 무사히
돌아와 그 동굴들을 다시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라겠네.



하지만 자네 종족 전부에게 말하지
말라고!



자네 말에 의하면 자네 종족들이
할 일이 별로 남지 않았다면서.



이 땅의 인간들이 자네같이
떠벌리지 않는 건 정말 현명한
일이야.








그렇지 않았다면 망치와 끌을
든 분주한 난쟁이들 떄문에
성한 것보다는 망가진 게 더
많았을 테니까 말이야."



<반지의 제왕 - 두개의 탑>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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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골라스의 난도르적 면모가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자연주의를 견지하는 숲속요정
왕자답게 그는 김리가 예찬하는
그 아름다운 동굴이 오로지 파헤치고
깨부수는 것만 아는 미의식 제로인
드워프들에 의해 난개발이 이뤄질
것을 한탄하기 시작합니다.








그가 보기에 드워프들은 비록
천성이 악하지는 않지만 세계의
원초적 자연스러움을 파괴하는
해로운 (새가 아닌) 집단이니까요.



여전히 레골라스는 김리와는 미운정
고운정 들어가지만 드워프라는 종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간직하고 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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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이해를 못 하는군.



어떤 난쟁이도 그런 절경을
망치지는 않아.



두린의 종족이라면 돌이나 광석을
캐내겠다고 그런 동굴을 망치려
들지는 않는단 말이야.








심지어 거기서 다이아몬드와
금을 캐낼 수 있다 하더라도
결코 파헤치지 않을 거라고.



자네 같으면 땔감을 구하기 위해
봄철의 나무를 베어 내겠어?








우리도 그 꽃이 피는 돌이 가득한
그 숲의 빈 터를 돌볼지언정
결코 그 돌을 자르지 않아.



우린 조심스럽고 숙련된 솜씨로
살살 두드리면서, 하루 온종일
노심초사해서 작은 바위조각
하나를 손대는 정도로 일할 거야.








그러면 해가 갈수록 새로운 길이
열리고, 아직껏 어둡고 빈 공간
같던 그 심연의 방들도 내보일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빛이 있네, 레골라스!



우린 한때 크하잣둠에서 빛을
발하던 등불 같은 새로운 빛을
만들어야 해.



그 산이 처음 생겼을 때 깔린
어둠을 몰아내기 위해서 말이지.







우린 단지 휴식이 필요할 때만
밤이 찾아오는 것을 허용할 거야."




<반지의 제왕 - 두개의 탑>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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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리는 두린 가문의 긍지와 자존을
가슴에 품고 다시 웅변을 토합니다.




무식한 광부 무리라고 폄하하던
레골라스도 그 열변에 감화되어
드디어 이 광부 무리가 어쩌면
인류문화유산인 고대유적을 발굴하는
섬세한 고고학자나, 또는 아름다운
대리석을 찬탄하며 조심스럽게
위대한 조각으로 변모시켜내는
예술가의 심성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이해에 도달합니다.









이제 진정한 종족간의 소통과 유대가
두 사람 사이에 구현되기 시작하는
셈이지요.




이 과정에서 김리가 토한 사자후는
특히 청자인 레골라스에게 접근하기
위한 논거의 채택이 두드러집니다.



김리의 교묘한 화법과 이해를 돕는
예시 제출은 논술 글쓰기 교재로
채용해도 쓸만할 것 같습니다.



문장이 구구절절 가슴에 와닿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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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말에 감동했네, 김리!



전에는 자네가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걸 들어 본 적이 없었지.



자네 말을 들으니 그 동굴들을
보지 못한 것이 유감스럽게
느껴질 정도야.



자, 우리 이런 약속을 하는 게
어때.



만일 우리 둘 모두가 앞에 놓인
위험들을 무사히 헤치고 돌아올
수 있다면 한동안 함께 여행을
하자고.



우선 자네가 나와 함께 팡고른을
방문하고, 그 다음엔 내가 자네와
함께 헬름협곡의 동굴을 보러
가는 거야.



"그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귀환길이 아닌 것 같군.



그렇지만 어쨌든 돌아올 수 있다면,
그리고 자네가 나와 함께 그 동굴의
경이를 공유하겠다고 약속한다면,
나도 팡고른으로의 여행을 기꺼이
견디겠어."



<반지의 제왕 - 두개의 탑>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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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골라스는 역제안을 통해 김리의
자부심을 만족시켜줌은 물론,
드워프답지 않게 숲과 나무에 대한
존중을 표현한 김리를 이참에 좀더
감화시켜보고자 팡고른 숲 순례를
제시합니다.



하지만 김리는 예시를 들었을 뿐,
드워프에게는 적대적 감정으로
가득한 이 묵은 숲을 횡단하는게
여행이 아니라 유배가는 기분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모든 일이 끝나고 그들이
각자 고향으로 돌아갈 때 경로도
레골라스가 교묘하게 감췄지만
김리는 바로 간파했듯이 팡고른
숲은 통과해도 아글라론드까지
길을 꺾기에는 미묘한 경로였습니다.



아무튼 두 종족의 영주 자제분들은
이렇게 가문의 체면도 세우고,
실리적인 목적(길동무 구인)도
충족하는 만족할만한 결말을
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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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인의 아들 김리는 반지와
함께 길을 떠난 아홉 원정대원의
일원으로 유명한데, 그는 반지전쟁
내내 엘렛사르 왕의 무리와 함께
있었다.








그는 스란두일 왕의 아들
레골라스와 나눈 깊은 우정과
레이디 갈라드리엘에 대한
존경 때문에 요정의 친구라고
불렸다.



사우론의 몰락 후 김리는
에레보르의 난쟁이족 일부를
남쪽으로 데리고 가서 찬란한
동굴의 영주가 되었다.



그와 그의 백성들은 곤도르와
로한에서 위업을 이루었다.









그들은 마술사왕이 파괴해
버린 미나스 티리스의 성문을
미스릴과 강철로 다시 주조한
것이다.



그의 친구인 레골라스 역시
초록숲에서 요정들을 데리고
남하하여 이실리엔에 정착했다.








덕분에 그곳은 서부의 모든
숲 가운데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되었다.



<반지의 제왕 - 해설편>
[해설 A - 왕과 통치자들의 연대기]
{두린 일족편}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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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전쟁이 끝난 뒤,
레골라스와 김리는 각자
위대한 무용과 명성에 걸맞는
지위를 차지하게 됩니다.








레골라스 역시 반지전쟁 막판에
모르도르로 진격하면서 지나친
아름다운 땅 이실리엔에 눈독을
들이게 됩니다.








이실리엔 영지는 원래 아라곤
왕이 섭정공 파라미르에게
다 줬어야 할 땅인데 친목을
이유로 노렸던 부동산을
점유해버린 셈이지요.









* 파라미르가 프로도와 샘
일행을 만났고, 샘이 샤이어
최초로 올리펀트를 목격한
땅이자, 다시 모르도르로
출발한 일행이 오르크들에
의해 모독된 과거 곤도르의
군주들의 석상을 바라보던
동네가 바로 이실리엔입니다.








<호빗> 영화에서부터 아버지와
떨어져 독립을 꿈꿨던 레골라스로선
아주 바람직한 이사가 된 셈이지요.




김리 역시 에레보르에서 새로
즉위한 돌투구 소린3세 국왕에게
허락을 받고 그곳 백성들 일부를
데리고 가운데땅에서 마지막으로
드워프의 새로운 식민지 개척을
성공합니다.









아마 김리는 그 역시 두린 가문의
방계 왕가 혈통이므로 독립된
영주이지만 에레보르 두린 왕국의
종주권을 인정하는 형식으로
아글라론드를 통치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라곤과 약속한대로
그의 백성들과 함께 미나스 티리스
성문을 업그레이드하는 대사업을
완수합니다.








아마 그 전으로도 이후로도
미스릴로 성문을 보강한 곳은
미나스 티리스가 유일했겠지요.




드워프들의 기예에 대한 내공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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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엘렛사르 왕이 세상을
뜨자 레골라스는 마침내
마음속의 염원을 좇아 바다
너머로 항해했다.



이제 '붉은책'의 마지막 기록들
중 하나가 이어진다.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레골라스가 글로인의 아들
김리를그 항해에 동반한 것은
일찍이 난쟁이와 요정 사이에
맺어진 바 있는 그 어떤 우정보다도
더 두터운 우정 때문이었다고 한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녕
기이한 일이다.



난쟁이가 어떤 사랑 때문에 기꺼이
가운데땅을 떠나려고 한다거나,
엘다르가 그런 그를 받아들인다거나,
또는 서쪽끝의 군주들이 그것을
허락한다는 것이 모두 쉽게 납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리는 아름다운 갈라드리엘을
다시 보고자 떠난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엘다르 중에서도 영향력이 큰
갈라드리엘이 그를 위해 이런 은총을
얻어 준 것일 수도 있다.








이 일에 대해서는 더 이상 알려진
바가 없다.



<반지의 제왕 - 해설편>
[해설 A - 왕과 통치자들의 연대기]
{두린 일족편}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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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영광스런 생애를 보낸 다음,
그들의 친우 엘렛사르 왕이 서거하자
마침내 가운데땅에서의 삶을 정리할
때가 왔다고 판단한 레골라스는 이제
신다르 종족이 가슴에 품은 소망,
바다를 보러 떠납니다.



그 여정에는 김리도 함께했지요.



드워프로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들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땅,
발리노르로 떠나는 은총은 그가
요정의 친구라는 칭호 덕분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한참 어린 귀여운 드워프
총각의 연모를 기분나쁘지 않게
받아들인 고귀한 놀도르 왕족,
갈라드리엘의 도움도 한몫 단단히
했겠지요.



이런 부분은 톨킨이 강하게 영향받은
중세 기사들의 이야기에서 흔하게
묘사되는, 고귀한 귀부인을 향한
젊은 기사의 정신적인 사랑 이야기를
떠올리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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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빗력 1541년
* 제4시대(곤도르력) 120년



이 해 3월 1일 마침내 엘렛사르
왕이 사망하다.



위대한 왕의 시신이 메리아독과
페레그린의 자리 곁에 안치되었다고
한다.



그러자 레골라스는 이실리엔에서
회색배를 건조하여 안두인대하를
타고 바다를 건너갔다.



그와 함께 난쟁이 김리도 떠났다고
한다.








그리고 그 배가 사라지면서
가운데땅에서의 반지의 우정도
끝이 났다.



<반지의 제왕 - 해설편>
[해설 B - 연대기]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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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샘와이즈는 호빗력 1482년
(서부의 연표로는 제4시대 61년)
에 회색항구에서 반지의 사자로는
마지막으로 서쪽으로 건너갔습니다.



그리고 그 몇 년 후에 메리와 피핀은
샤이어에서의 지위를 후계자들에게
상속시킨 뒤, 곤도르로 가 엘렛사르
왕 곁에 머물다 세상을 떠났지요.








마지막으로 남은 반지원정대 일원이
레골라스와 김리였고, 그들이 마침내
가운데땅을 떠나면서 제3시대 말을
기억하는 이들은 모두 중간계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진정한 제4시대의 열림과 위대한
반지전쟁 시절의 무훈이 사라지고
인간들의 세계가 시작되는 상징적
계기의 막을 여는 전환점, 그 대미는
레골라스와 김리가 가운데땅을
떠나는 순간인 셈이지요.



by 붉은10월 | 2015/01/22 11:13 | 아르다 백과사전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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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블랙하트 at 2015/01/22 17:13
학장판에도 안들어간 촬영장면중에 저 동굴 장면이 있었다는군요. 협곡 전투중에 부녀자들이 피신한 동굴로 오크가 들어왔다가 어찌어찌 퇴치당한다는 내용이었다는데...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5/01/23 01:44
확장판에서도 잘려나간 장면이 특히 두개의탑에선
많았다고 전해지지요.

아르웬이 검을 빼어들고 아라곤 옆에서 오르크 썰어대는
장면도 메이킹에선 나왔으니 말이죠 ㅋ
Commented by 알렉세이 at 2015/01/22 21:49
김리와 레골라스. 훈훈.=ㅂ=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5/01/23 01:45
양덕들은 엄청나게 많은 팬아트 짤을 양산했더군요 +_+:::
Commented by anonymous at 2015/01/25 12:14
김리와 레골라스가 설전(?)을 벌이는 장면이 인상깊네요. 뭔가 훈훈하면서도 찡한 느낌? 이런 후일담이 있었다니.. 감동이예요ㅠㅠ 좋은 글 너무너무 잘 읽고 갑니다!^^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5/01/25 13:04
그나마 같이 고락을 함께한 사이라 훈훈해진 것이지
원정대 초반에는 아직 저런 훈훈한 면모는 보기 힘들었지요.

서로 부대끼면서 전우애가 쌓이면 저렇게 종족의 구원도
은근슬쩍 풀려가나 봅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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