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TR] 데네소르를 위한 변명



<반지의 제왕> 소설 원작에 비해

영화 3부작에서 가장 억울하게 비중이

왜곡되어지고, 부정적인 면모만 대폭

강화시킨 인물이 바로 곤도르의 섭정,

데네소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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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네소르 2세

Denethor Ⅱ



곤도르의 두네다인 영주.



엑셀리온 2세의 아들로서,

2984년에서 3019년 반지전쟁이

발발할 때까지 곤도르를 다스렸다.



그는 곤도르의 스물여섯번째

그리고 최후의 섭정이었다.



대네소르는 2976년 돌 암로스

영주의 아리따운 딸 핀두일라스와

결혼했다.







핀두일라스는 보로미르와

파라미르 두 형제를 낳았지만,

결혼한 지 12년이 되던 해에

세상을 떠났다.



한때 당당하고 지혜로운

통치자였음에도 불구하고,

핀두일라스가 죽은 뒤로

데네소르는 점점 외부로부터

고립되고 말이 없는 사람이

되어 갔다.



사우론과의 최후의 대결이

자기 시대에 있을 것을 알고서,

그는 다른 사람을 신뢰하지

않았으며 아라고른과 간달프에게도

조언을 구하려 하지 않았다.






용감하게 그러나 다소 지혜롭지

못하게, 그는 자주 백색탑의

‘천리안의 돌’ 팔란티르를

들여다보았다.



그는 분명 거기서 앎을

얻었고 그로 인해 다가오는

전쟁에 대비해 곤도르를

무장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돌은 그를 노쇠하게

했고 마침내는 그에게 파괴적인

영향을 끼쳤다.






그의 장남 보로미르가 반지의

모험에서 죽임을 당하고,

파라미르가 반지악령의 검은

숨에 의해 혼수 상태에 빠져

실려오자, 데네소르의 강철

같은 의지도 마침내 꺾이고

말았다.








극도의 좌절감에 사로잡힌

그는 자신과 파라미르의

목숨을 끊어버리려 한다.



간달프가 그 과정에 간신히

개입하여 파라미르가 화장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간달프도 데네소르가

자신의 목숨을 끊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톨킨 백과사전>

(데이비드 데이 저, 해나무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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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영화를 보면서,

적군이 성문 앞에 들이닥치는

와중에도 제정신 못 차리고

간달프에게 두들겨맞고 통치권을

빼앗긴 정신나간 영주로만 그를

기억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원작에서도 항상

사려깊고 비범하며, 자기 백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군주였을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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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셀리온 2세는 현명한 인물이었다.



그는 아직 남아 있는 병력으로

모르도르의 공격에 대비하여

영토의 수비를 강화했다.



그는 원근에서 모든 인재를

끌어 모아 휘하에 두었고,

신뢰할 만한 이들에게는

걸맞은 지위와 보상을 해주었다.



그는 국사의 많은 부분에 있어

자신이 누구보다도 아끼는 한

위대한 장수의 도움과 조언을

얻었다.



곤도르인들은 그를 소롱길,

즉 ‘별의 독수리’라고 불렀다.



그는 민첩하고 눈이 날카로운

데다 망토에 은빛 별 하나를

달고 다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본명과 출생지를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로한의 셍겔 왕 아래에서

일하다가 엑셀리온에게 왔지만

그렇다고 로한인도 아니었다.



그는 육지에서든 바다에서든

위대한 지휘자였다.



하지만 그는 엑셀리온의 시대가

끝나기도 전에 자신이 온 어둠

속으로 떠나 버렸다.






소롱길은 종종 엑셀리온에게

움바르 반란군의 세력이 곤도르에

크나큰 위협이며 만일 사우론이

전쟁을 벌이고 나선다면 남부의

영지에도 치명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마침내 그는 섭정의 허락을

얻어 소규모 함대를 준비한

뒤에 적이 예기치 못한 야간에

움바르에 잠입해 해적들의

함선 대부분을 불태웠다.







그는 부두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항구의 대장을 죽인 후 경미한

손실만 입고 함대를 이끌고

귀환했다.



그러나 펠라르기르로 돌아온

그는 슬프고 놀랍게도 크나큰

영예가 기다리고 있는 미나스

티리스로 돌아가지 않으려

했다.



그는 엑셀리온에게 다음과

같은 작별의 말을 전했다.



“영주이시여, 이제 제게는

해야 할 다른 일들이 있습니다.



제가 운명에 따라 다시 곤도르에

오기까지 앞으로 오랜 세월이

흐를 것이고, 곤도르에는 많은

위험이 닥칠 것입니다.”



그가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또 그가 누구의 부름을 받았는지에

대해 그 누구도 헤아릴 길이

없었지만 그가 어느 쪽으로

갔는지는 전해졌다.



그는 배를 타고 안두인대하를

건넌 다음 거기서 동지들과

작별하고 혼자 길을 나선 것이다.



그를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그는 어둠산맥을 향하고 있었다.



소롱길이 떠났다는 소식은

도성 안 사람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 주었다.


엑셀리온의 아들 데네소르에게는

그렇지 않았을지 모르나, 그것은

도성의 모든 백성에게는 큰

손실로 여겨졌다.



<반지의 제왕 - 해설편>

[왕과 통치자들의 연대기]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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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릴 적부터 총명하고

명석했던 데네소르는 부친인

섭정 엑셀리온 2세가 출신도

불분명한 뜨내기 소롱길을

총애하고, 소롱길의 활약이

두각을 드러내자 불안감에

휩싸입니다.



자기가 온갖 노력을 다해

부친의 뒤를 이어 물려받아

책임져야 할 곤도르와 도성

미나스 티리스의 백성들이

출신도 불분명한 외지인에게

열광하는 장면에 어린 시절의

데네소르는 무척이나 충격에

휩싸이고 열등감에 잠못이루는

밤을 보냈을 것입니다.



그러나 소롱길은 올 때처럼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렸고

그 후로 데네소르는 소롱길을

다시 만나지 못했습니다.



소롱길은 아주 오랜 뒤에야

미나스 티리스로 돌아오기

때문이지요.



데네소르가 가장 바라지 않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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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섭정 자리에 올라도 될

만큼 장성한 데네소르는 4년

후 아버지가 죽자 섭정직을

물려받았다.



데네소르 2세는 장신에 용맹하고

의기 높은 인물로 곤도르가 지난

여러 세대 동안 겪은 그 어떤

이보다 왕다운 풍모를 지녔다.








또 그는 지혜롭고 선견지명이

있으며 높은 학식을 갖추었다.





사실 그는 가장 가까운 친족에

못지않게 소롱길과 흡사했으나,

백성들의 사랑과 부친의 평가에서는

언제나 그 이방인의 아래에 놓였다.





실제로 소롱길은 데네소르와

우열을 겨룬 적이 없고, 그

부친의 신하 이상으로 스스로를

높게 여긴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소롱길이 경쟁자가

영주가 되기 전에 떠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 두 사람이 섭정에게 드린

조언 중 서로 어긋난 것은 딱

한 가지뿐이었다.



소롱길은 종종 엑셀리온에게

아이센가드의 백색의 사루만을

믿지 말고 대신 회색의 간달프를

맞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데네소르와 간달프는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아서

엑셀리온의 시대가 끝나자

미나스 티리스에서는 회색의

순례자를 별로 반기지 않았다.



따라서 모든 일이 명료하게 드러난

훗날에 많은 이들은 예민하고

선견지명이 있으며 그 시대의

누구보다도 통찰이 깊던 데네소르가

이방인 소롱길의 정체를 알아채고

그와 미스란디르가 자신의 지위를

찬탈하려고 작당했다고 의심을

품은 것이라고 여겼다.



<반지의 제왕 - 해설편>

[왕과 통치자들의 연대기]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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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데네소르가 간달프의

충고와 조언을 불신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소롱길과

간달프가 친밀한 사이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총명한 데네소르는 소롱길의

정체를 어느 정도 간파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그런

소롱길이 가운데땅 전역을

누비며 여러 종족과 군주들

사이에 영향력을 쌓고 있는

마법사 간달프와 비밀리에

결탁한 것으로 추정했을

것이니까요.



소롱길이 정체를 숨기고 있는

사실은 더욱 데네소르의 의혹을

확신으로 바꾸어 갔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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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엔 우리 마법사들도

그곳에선 환대를 받았습니다.



사루만이 제일 환대받았지요.



그는 그곳 왕들의 초대를

여러 번 받은 적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내가 도착하니 데네소르 공은

나를 전만큼 달가워하는 눈치가

아니더군요.



하지만 못마땅해하면서도

창고에 쌓아 놓은 두루마리

문서와 서적들을 내놓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 말씀대로 고대의 기록과

이 도시가 처음 세워지던 때의

자료만 읽으시겠다면 한번

찾아 봐도 좋습니다.



내가 보기엔 지나간 세월보다

다가올 날이 더 어두워 보입니다.



그게 걱정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여기서 오랜

세월 연구에 몰두한 사루만보다

학식이 더 깊지 못하다면 내가

아는 것 이상으로 무슨 큰 소득을

올리지는 못할 겁니다.



나도 이쪽 방면에는 좀 아는

바가 있거든요.’



사실 그의 창고에는 고서에

정통한 대가들도 읽을 수

없는 기록들이 많았습니다.



그들의 말과 글은 후대로

오면서 완전히 잊혀졌기

때문이지요.



<반지의 제왕 - 반지원정대>

[엘론드의 회의]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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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론드의 회의에서 절대반지의

발견과, 그 반지의 정체에 대한

확신을 피력하며 간달프가 밝힌

대목입니다.



비록 말투에 가시가 박혀 있지만

데네소르는 간달프의 활동이나

요청에 대해 기본적으로 수용하고

도움을 줍니다.



군주로서 그 정도의 처신은

당연한 것이었으니까요.



데네소르 입장에선 이미

신뢰가 무너진 간달프보다,

인간종족에 보다 유대관계를

표시하고 자기가 가진 지식을

자랑하듯 알려주는 사루만이

더 기질이 맞았을 것입니다.



간달프의 수수께끼 같은

선문답은 가운데땅 인간의

군주들 중 가장 명석한 자,

데네소르에게는 짜증이 날

법도 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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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네소르는 섭정이 되자(2984년)

모든 지배권을 한손에 장악하는

강력한 군주가 되었다.



그는 말수가 적었고 간언에는

귀를 기울였으나 결정은 자기

생각대로 내렸다.



그는 늦게 결혼해(2976년)

돌 암로스의 아드라힐의 딸

핀두일라스를 아내로 맞이했다.



그녀는 빼어난 미모와 부드러운

심성을 지녔으나 결혼한 지

채 12년이 안되어 세상을 뜨고

말았다.



데네소르는 자기 나름의

방식대로이기는 하지만

그녀가 낳아준 장남을

제외하고는 다른 어느

누구보다도 그녀를 애틋하게

사랑했다.







세인들이 보기에 그녀는,

바다를 내다보는 계곡의

한 송이 꽃이 불모의 바위

위로 옮겨진 것처럼 견고하게

방비된 도성에서 시들어 죽은

것 같았다.



동쪽 어둠이 그녀의 마음을

공포에 떨게 했고, 그녀는

바다가 그리워 언제나 남쪽으로

시선을 보내곤 했다.







아내가 죽은 후 데네소르는

예전보다 더 음울하고 과묵해

졌으며, 자기 시대에 모르도르의

공격이 닥칠 것을 예견하며

깊은 상념에 잠겨 탑 속에

오래도록 홀로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훗날 세인들은 그가 지식을

갈망했지만 자존심이 강한

나머지 자신의 의지력을 굳게

믿고 백색탑의 팔란티르를

들여다본 것이라고 믿었다.



미나스 이실이 함락되고

이실두르의 팔란티르가

적의 수중에 들어간 후로

그 때까지 어떤 섭정이나

에아르닐과 에아르누르

왕들조차 감히 이 돌을

사용하려고 한 적은 없었다.







왜냐하면 미나스 티리스의

돌은 곧 아나리온의 팔란티르로,

사우론이 차지한 것과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방법으로 데네소르는

자신의 영토 안과 멀리 국경

너머에서 일어난 일들을

소상하게 알고 있었기에,

많은 이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그는 지식의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즉 그는 사우론과 의지력을

겨루느라 때 이르게 노쇠했다.



그 결과 데네소르의 마음

속에는 절망감과 더불어

자만심이 점차 커져 갔다.







마침내 당대의 모든 일 가운데

백색탑의 영주와 바랏두르의

영주 사이의 투쟁만을 유일한

것으로 여기고 자신을 섬기지

않으면 사우론에 대적하는

다른 모든 세력들까지도 불신했다.



<반지의 제왕 - 해설편>

[왕과 통치자들의 연대기]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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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네소르는 가족을 사랑하고

자기 백성들을 통치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가정적으로도 격무에 지친

그를 감싸주던 부인을 일찍

사별함은 물론,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파도에 깎여나가듯

곤도르의 세력이 약화되는

현실을 수십년간 지켜보며

이 거대한 대결구도를 유지하는

과업에 자신과 국가의 모든 걸

투영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부족한 정보를 메우고,

자존을 유지한 채 곤도르의

통치자로서 위엄을 차리기

위해 금단의 팔란티르를 마침내

사용하게 되지요.



그러나 놀랍게도 데네소르는

팔란티르 신석을 사용하면서도

자제심을 잃거나 상대방인

암흑의 군주에게 지배당하지

않는 위업을 달성합니다.





그로 인해 얻게 된 방대한

지식과 함께, 암흑의 군주와

매일 밤 정신력 대결을 벌여

패배하지 않았다는 자부심은

더욱 그를 과묵하고 오만하게

만들었겠지요.







이미 그는 독선적이긴 해도

현자의 반열에 오를만한

지혜자였으니까요.



하지만 백색회의에서는

요정군주와 마법사들만

끼워주고 가장 강력한

인간의 군주인 데네소르는

차별대우를 합니다.



기분이 나쁠 법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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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반지전쟁이

임박하면서 데네소르의

아들들도 장성해 갔다.






동생보다 다섯 살 위로

아버지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보로미르는 용모와

자존심에서는 아버지를

닮았으나 다른 면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과거의 에아르닐

왕처럼 아내를 들이지 않고

오로지 무예에만 탐닉하는

부류의 인물이었다.



그는 두려움을 모르고 강건했으나,

옛 전투담을 빼고는 학문에 관심이

없었다.



아우 파라미르는 용모는 형과

흡사했지만 심성은 전혀 달랐다.






그는 부친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마음을 날카롭게

읽어냈다.



하지만 그것으로 그들을

경멸하기보다는 측은하게

여겼다.



그는 행동거지가 온화했고

학문과 음악을 사랑했다.



그래서 당대에는 그의 용맹이

형만 못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쓸데없이 위험에 몸을

내맡기면서까지 영광을 추구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는 간달프가 도성에 올 때면

크게 반기고 그의 지혜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다른 많은 일이 그랬듯이 이

일도 부친의 심기를 거슬렸다.






그러나 형제 사이의 우애는

매우 돈독했다.




보로미르가 늘 파라미르를 도와

주고 돌보아 준 어린 이래로

둘의 우애는 내내 그러했다.






아버지의 총애나 사람들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둘 사이에는

시기나 경쟁심이 생기지 않았다.




파라미르가 보기에 곤도르의

그 어느 누구도 데네소르의

후계자이자 백색탑의 대장인

보로미르와 겨룰 자가 없었고,

보로미르 또한 마찬가지로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시험에 닥치자

그렇지 않다는 것이 드러났다.






반지전쟁에서 이 세 인물에게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는 다른

곳에서 소상하게 기술되어 있다.



<반지의 제왕 - 해설편>

[왕과 통치자들의 연대기]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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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보로미르는 데네소르와

별로 닮지 않았습니다.



데네소르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데네소르는 그 점 때문에

오히려 보로미르를 더욱 총애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데네소르는 만약 곤도르가

누란의 위기에 처해 있지

않았다면, 보다 소박하고

평온한 삶을 살았을 유형의

인간이었으니까요.







둘째 파라미르가 보다 자기와

닮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는

불안감으로 더욱 더 파라미르를

옥죄고 다그친 것입니다.



결코 파라미르를 사랑하지 않은

건 아니지요.



다만 전쟁의 시절에 군주로

보로미르의 기질이 더 적합하단

판단을 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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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해서 말하게, 페레그린.



지금은 호빗의 말재간을

부릴 때가 아니니까.



세오덴은 친절한 노인이지만

데네소르는 전혀 다른 사람이야.



오만하고 민감하지.



비록 왕이라 불리지는

않지만 훨씬 더 고귀한

혈통과 막강한 힘을

지닌 사람이야.”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

[미나스 티리스]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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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달프는 미나스 티리스로

피핀을 데려가면서 원정대의

비밀을 숨기기 위해 갖은

술수를 부립니다.



데네소르가 간달프를 불신하는,

자기의 목적에 맞는 부분만

공개하고 불리한 부분은 굳이

밝히지 않는 측면이 두드러지는

대목입니다.



또한 데네소르가 인간으로선

가장 높은 수준의 권능을 가진

자이기 때문에 마법사인 그조차

조심하려는 게 읽혀지지요.



그리고 피핀은 이 인간종족의

가장 강력한 군주와 대면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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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좌는 비어 있었다.



단의 맨 아래 넓은 계단에

검고 장식이 없는 돌 의자가

놓여 있었으며, 한 노인이

발치를 내려다보며 앉아

있었다.



그의 손에는 금빛 손잡이가

달린 흰 막대가 들려 있었다.



그는 머리를 들지 않았다.








그들은 그를 향해 긴 홀을

걸어가 그의 발의자로부터

세 걸음 정도 앞에 섰다.


간달프가 먼저 말했다.








“안녕하시오, 미나스 티리스의

영주이자 섭정이신, 엑셀리온의

아드님 데네소르여!



이 암울한 때에 충고와 소식을

전하러 왔소.”



그러자 노인은 고개를 들고

쳐다보았다.








피핀은 그의 굳센 뼈와

상아빛 피부의 얼굴,

그리고 검게 빛나는 눈과

긴 매부리코를 보고

보로미르보다는 아라고른을

연상했다.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

[미나스 티리스]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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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해설편에서도 데네소르와

아라고른이 닮았다는 언급이

나오는데, 아마 반지전쟁 시절

고대 누메노르인들의 가장

닮은 꼴이 이 두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다만 시대는 왜 아라고른을

낳고 또 데네소르를 낳았는가

할 따름이지요.

(두 사람은 나이도 한 살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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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네소르는 간달프를 향해

말했다.








“다른 데 신경 쓸 일이 너무

많아 지금 당장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그 정도뿐이오.



아마 이 일보다 급한 일도

있겠지만, 지금 나에겐 이

일이 가장 급박하오.



하지만 오늘 하루를 마감하기

전에 다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겠지요.”



“빠를수록 좋습니다.





내가 아이센가드에서 여기까지

650킬로미터 이상을 바람처럼

달려온 건 단지 이 예의 바른

작은 전사 하나만 보내드리기

위해서는 아니니까 말이오.



공께서는 세오덴 왕이 치른

커다란 전투와, 아이센가드를

격파하고 내가 사루만의

지팡이를 부러뜨린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란 말이오?”








“물론 내게도 중요하오.



하지만 난 나 자신의 계획을

세울 만큼 동쪽의 위협에

대해선 이미 충분히 알고 있소.”



그는 간달프에게 눈을 돌리며

말했다.



피핀은 둘 사이에서 어떤

공통점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그들 사이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으며, 그들의

눈과 눈에는 언제 타오를지

모르는 도화선이 연결된 것

같았다.







데네소르는 실제로 간달프보다

더 군주답고 아름답고 강하고

나이들어 보였을 뿐 아니라

심지어 더 위대한 마법사 같아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피핀은 감각적으로

간달프에게서 더 큰 힘과

깊은 지혜와 감춰진 권능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사실 나이도 간달프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도데체 그의 나이는 얼마나

되었을까?



피핀은 궁금해졌고 지금까지

그것을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것이 의아스러웠다.



나무수염이 마법사들에 관해

이야기를 했지만 그 때만 해도

그는 간달프 역시 그들 중

하나라는 사실을 그리 염두에

두지 않았다.



간달프는 어떤 인물일까?



그는 도데체 언제 어디에서

이리로 왔고, 또 언제 떠날

것인가?



그가 이런 생각에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두 사람은 마치

서로의 마음을 읽기라도 하듯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먼저 눈을 돌린

사람은 데네소르였다.



그는 입을 열었다.



“사람들이 말하듯 신석은

없어졌어도 곤도르의 영주는

보통 사람들보다 날카로운

눈을 갖고 있고 또 많은

소식을 접하고 있소.



자, 앉으시오.”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

[미나스 티리스]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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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달프와 데네소르 두 사람의

정신력 대결은 첫 대면부터

시작됩니다.



마이아로서의 권능을 억제하는

마법사의 외피를 쓰고 있다고

하더라도 반신족에 속하는 그와

대결하는 건 인간으로선 거의

불가능한 일일진데 데네소르는

그걸 해내는 것이지요.



다만 피핀의 눈을 통해 이미

압도적인 힘이 느껴지는 데네소르를

오히려 위압하는 간달프를 보면서

피핀은 자신들이 장난치고 어울렸던

이 불꽃놀이 전문 늙은 마법사의

위력을 체감하게 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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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네소르는 다시 간달프를

향해 말했다.



“친애하는 미스란디르 경,

그대도 원한다면 언제든지

오시오.



내 짧은 수면 시간을 제외하고

언제라도 좋소.



노인의 어리석음에 대한

분노를 흘려버리고 내가

편안할 때 다시 오시오.”



“어리석다고? 천만에.



당신은 무슨 일이 있어도

어리석을 수가 없는 사람이오.






당신은 슬픔마저도 방패로

이용할 수 있지 않소.



내가 바로 옆에 앉아 있는데도

아무것도 모르는 호빗에게 한

시간이나 질문을 한 목적을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시오?”



“당신이 이해한다면 그걸로

좋소.



자신이 필요로 하는 도움이나

충고를 무시하는 자존심은

어리석음일수도 있으니.



하지만 당신은 자신의 의도에

알맞은 그런 충고와 도움만을

제시하지 않소?



아직까지 곤도르의 영주는,

아무리 가치 있는 것이라

할 지라도 다른 이의 목적을

이루는 데 도구가 된 적은

없었소.





그리고 곤도르의 영주에겐

곤도르의 이익보다 가치 있는

목적이란 있을 수 없소.



더욱이 왕이 다시 나타나지

않는 한 곤도르를 통치하는

일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내 일이오.”



“왕이 다시 나타나지 않는

한이라고 그랬소?



좋소, 경애하는 섭정.



이제는 아무도 일어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 사건들에

대비해서 왕국을 보존하는

것이 당신의 책임이겠지요.



그 임무에 있어서 당신은

청하기만 한다면 어떤 도움이든

받게 될 것이오.



그러나 난 이 점을 밝혀 두겠소.



곤도르든 아니든, 크든 작든

간에 어떤 나라를 통치하는

것은 내 일이 아니오.



그러나 이 세상이 지속되는 한

위험에 빠진 모든 가치 있는

것들은 모두가 내 관심사요.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새날에

아름답게 자라 열매 맺고

다시 꽃을 피울 그 어떤

것이 이 암울한 밤을 지나

이어질 수만 있다면,

곤도르가 멸망할지라도

난 내 임무가 완전히

실패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거요.







왜냐하면 나 역시 대리하는

섭정이기 때문이오.



당신은 아직 몰랐소?”



말을 마친 간달프는 돌아서서,

보조를 맞추기 위해 거의

뛰다시피 하는 피핀과 함께

성큼성큼 홀을 걸어 나왔다.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

[미나스 티리스]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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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섭정간의 대립구도가

더욱 가열차게 진행됩니다.



간달프와 데네소르는 자신들의

입장과 주장을 굽히지 않고

솔직하게 주고받기 시작합니다.



심지어 간달프는 아들 잃은

아버지보고 아들 죽은 것까지

팔아먹지 말라고 막말을 할

정도이지요.



그리고 곤도르의 통치섭정에게

왕권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져댑니다.



이미 데네소르는 아라고른의

존재를 알고 있기 때문에

당신의 속셈은 다 알고 있다는

식으로 오만한 태도로 답변하고

있는 상황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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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핀은 안두인 대하의 거대한

굴곡부 중앙 쪽을 가리키며

물었다.



“모르도르에 아주 가깝다고요?”



베레곤드가 그의 말을 받았다.



“그렇소, 바로 저기지요.



우린 그 이름을 입에 올리는

일이 거의 없지만, 그 어둠의

그림자를 늘 바라보며 살아왔소.



어떤 때는 멀고 희미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어떤 때는

아주 가깝고 더 어둡게

느껴지기도 하지요.



지금 저 어둠은 점점 더

커지면서 깊어지고 있어요.



우리의 불안과 공포도 함께

커져 갑니다.



지금부터 1년 전쯤에 잔인한

기사들이 교두보를 다시

점령하고 우리의 용감한

전사들을 학살했소.







보로미르가 이쪽 강기슭을

다시 탈취해, 지금 우린

오스길리아스의 절반 정도를

고수하고 있는 겁니다.







그렇지만 아마 잠깐에

불과할거요.



우린 또 다른 맹공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말이오.



아마 다가올 전쟁의

대공세일 겁니다.”



“언제쯤이라고 예상하지요?”



난 지난밤에 봉화가 오르는

것을 봤고 또 전령이 달려가는

것도 봤거든요.



간달프는 전쟁이 시작된

신호라고 하던데요.



그는 몹시 서둘렀어요.



그런데 이젠 다시 모든 게

서서히 진행되는 것 같아요.”



“그건 지금 모든 게 준비되어

있어 그런 것이오.






마치 태풍 전의 정적과 같은

때라고 볼 수 있을 테지요.”



“그럼 왜 지난밤에 봉화를

올렸죠?”



“포위당한 다음에 청하는

구원은 이미 늦은 것이니

그렇소.



하지만 나로선 영주님과

지휘관들의 회의 내용을

알 수 없습니다.





그들은 여러 가지 소식을

받았을 테니까.



그리고 데네소르 공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릅니다.





그는 깊은 통찰력을 지녔다오.



사람들은 데네소르 공이

탑 속 가장 높은 방에 앉아

이것저것 생각할 때면,

미래도 예측할 수 있고

때로는 적과 싸우며 그

마음을 읽는다고들 하지요.



그래서 나이보다 늙고 지쳐

보인다고 합니다.”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

[미나스 티리스]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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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와는 달리 로한에

구원요청을 보내고, 백색산맥을

통해 로한과의 직통 봉화대를

가동한 것은 모두 데네소르의

준비와 계획이었습니다.






우리가 본 바와는 달리,

곤도르의 섭정 데네소르는

전쟁 준비를 소홀히 하지도

않았고 동맹국을 불신하며

고립을 자초하지도 않았습니다.






또한 도성의 경비병 베레곤드의

입을 빌어 설명되는, 미나스 티리스의

막중한 부담감과 상시적으로 적에게

노출된 위기감이 잘 드러납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기 저기

자기 내키는 대로 다니는

간달프의 고뇌보다 몇 배는

더한 부하에 시달리는 이

늙은 섭정이 더 꽉 막히고

고집불통이 될 수 밖에

없지 않나는 동정심이 들

정도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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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도르의 전령은 한쪽 무릎을

꿇고 세오덴에게 붉은 화살을

바쳤다.



“곤도르의 우방 로한의

군주이시여!



저는 섭정 데네소르의 전령

히르곤으로 이 전쟁의 표지를

가져왔습니다.



곤도르는 큰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번 로한은 우릴

도와 주셨지만 곤도르가 쓰러지지

않기 위해선 지금이야말로 전하의

전력을 최대한 신속하게 보내

주셔야 한다고 데네소르 공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붉은 화살이라!”



세오덴은 오래 기다렸지만 막상

두려운 느낌도 없지 않은 부름을

받은 사람처럼 화살을 받으면서

말했다.



그의 손이 떨렸다.



“내가 재위하는 동안엔 마크에서

붉은 화살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지.



정말 올 것이 오고야 만

것인가?







그런데 데네소르 공께선

내 전력과 신속한 도움을

어느 정도로 예상하고 계신가?”



“아마 전하께서 더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오래지 않아 미나스 티리스는 포위될

것이고 만약 전하께 포위를 깰 만한

힘이 없으시다면, 그 전에 서둘러

성으로 들어오시는 것이 밖에서

싸우는 것보다 유리할 것이라고

데네소르 공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미나스 티리스의 성주는 자신에게

들어오는 소식보다 많이 알고

계신다는 소문이 사실인 모양이군.

히르곤?








왜냐하면 그대가 보다시피 우린

이미 전쟁을 치렀고, 준비가 안

된 상태도 아니니까.”



“데네소르 공께서 이 일들에

대해 무엇을 알고 계신지

조러손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사실 우리 상황은

매우 급박합니다.



우리 성주께선 전하께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우정과 오랜 맹약을

기억시켜 드리며

사정하시는 것이고,

전하께서 베푸실 수

있는 호의를 바라는

것 뿐입니다.



지금 우리에겐 동부의

여러 왕들이 모르도르와

연합하기 위해 달려온다는

보고가 들어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북쪽에서 다고를라드 평원까지는

작은 접전과 전쟁의 소문이

무성합니다.



남쪽에서는 하라드인들이 움직이고

있어 우리의 해안 전역에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으며, 따라서 그쪽에서는

조력을 거의 기대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제발 서둘러 주십시오!



우리 시대의 운명이 달려 있는

곳은 바로 미나스 티리스의

성벽이며, 만일 파도가 거기서

제어되지 않는다면 그 물결은

로한의 아름다운 평원까지도

휩쓸어 버릴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이 산 속의

요새도 더 이상 피난처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

[로한의 소집]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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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한 왕국의 성립 자체가

곤도르의 통치섭정 키리온이

일각의 반대를 무릅쓰고 원래

곤도르의 영토인 칼레나르돈

평원 전체를 양도한 것이므로,

로한 왕국의 군주들은 곤도르의

왕은 볼 일도 들을 일도 없이,

통치섭정들을 이 상위동맹국의

군주로 받아들였을 것입니다.







영화에서 극적 긴장감을 위해

곤도르와 로한의 상호불신을

묘사하지만 실제로 세오덴 왕과

데네소르 섭정은 오랜 동맹자로

굳건한 신뢰관계에 있었습니다.



세오덴 왕과 로한에서 보기엔

곤도르의 왕은 데네소르 공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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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핀은 간달프와 함께 다시

한번 차가운 회랑을 지나

탑의 홀로 내려갔다.



거기엔 데네소르가 잿빛

어둠 속에 앉아 있었다.



피핀은 그가 마치 끈질긴

늙은 거미처럼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는 어제 본 이후로 조금도

움직이지 않은 것 같았다.



그는 간달프에게 자리를

가리켜 앉으라고 손짓했다.



하지만 피핀은 잠시 무시된

채 그대로 서 있었다.



그러나 곧 노인은 그를

향해 말했다.



“그래, 페레그린.



어제 유용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냈으리라 생각하는데, 어땠나?



이 도시의 식탁이 그대 기대에

못 미쳤을 거란 염려는 들지만.”



피핀은 자신의 말과 행동을

이 군주가 어느 정도 알고

있으며, 그의 생각도 대체로

추측하고 있다는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 그대는 어떤 임무를

맡길 원하는가?”



“전, 주군께서 임무를

지정해 주실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대가 어떤 자리에 적합한가를

안다면 그렇게 할 걸세.



그대를 내 곁에 두면 곧 알게

되겠지.



내 방 시종이 야전 수비대로

이동시켜 달라고 상신을 해

왔으니 그대가 잠시 그 자리를

맡게.



그대는 내 시중을 들고, 전갈을

가져오고, 또 전쟁이나 회의로

바쁘지 않을 때면 내게 이야기나

들려주면 되네.



노래 부를 줄 아나?”



“예, 우리 호빗들 중에서는

어느 정도 하는 편이지요.



하지만 저흰 이런 위험한

시절이나 이런 훌륭한 홀에

어울릴 만한 노래는 모릅니다.




바람이나 비보다 거친 것들에

대한 노래는 거의 하지 않거든요.



그러니 제 노래들도 대개 웃기는

것 아니면 먹는 것에 관한 것들

뿐입니다.”








“왜 그런 노래들이 내 궁이나

이런 때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가?



항상 어둠의 그림자 아래서

싸워온 우리야말로 그 어둠에

시달리지 않는 땅의 메아리를

들을 자격이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비록 감사의

말은 듣지 못한다 해도

우리가 불철주야 노력한

일이 보람 없는 것은

아니었다고 자위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피핀은 가슴이 무거워졌다.



그는 미나스 티리스의 영주

앞에서 샤이어의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 별로 달갑지

않았다.



하물며 그가 제일 잘 아는,

웃기는 노래는 더욱 그러했다.



그 노래들은 이런 상황에는

맞지 않는 너무 촌스러운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순간 노래해야

하는 고역은 면했다.



데네소르는 간달프에게 로한인들과

그들의 정책, 또 왕의 조카인

에오메르의 지위에 대해 물었다.





피핀은 데네소르가 국외로

나가본 지 무척 오래 되었을

텐데 그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것에 놀랐다.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

[곤도르 공성]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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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선 하필이면 파라미르가

절망적인 공격에 나서는 때에

산해진미 차려놓고 아버지라는

사람이 왕성한 식욕으로 음식을

흡입하며 시종에게 노래부르라는

소리에 보는 이들이 경악하는

지경이었지만, 실제로는 이런

상황이었습니다.



다만 피핀의 입장이 난감한

것은 그대로였지만요.





데네소르와 곤도르의 입장에서,

평화롭기 그지없는 샤이어와

곤도르 서쪽에서 날로 먹는

다른 종족들의 처지는

정말 부럽고도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었을 겁니다.



곤도르만이 그 역할을 맡은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가장

큰 희생과 비중을 차지하며

암흑의 군주와 정면으로

수천년 간 맞선 세력은 분명

곤도르였으니까요.



데네소르의 이야기 속에서는

그런 자부심과 함께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다는 피해의식도

깊게 깔려 있습니다.



또한 이런 감정은 섭정 뿐만

아니라 곤도르인 대다수에게

깔려 있는 국민감정이었을 테구요.







※ 톨킨의 조국 영국에서 조금

이전 시기에 쓰여진 역작,

<로마제국 쇠망사>의 작가

에드워드 기번이 설정한 구도,

부패하고 타락하고 고집불통인

동로마제국(비잔틴제국)의 면모가

영화 3부작에선 거의 하이퍼리얼리즘

수준으로 부각된 것 아닌가 합니다.







※ 실제로 동로마제국은 오랜 세월

무슬림 세력은 물론, 다른 여러 동부

외적에 맞서 서유럽으로의 침공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성실히 수행했지만,

서유럽인들은 십자군전쟁 전후 여러

연대기들을 봐도 나오듯이 그들을

불신하고 믿을 수 없는 자들이라고

평가했습니다.







※ 데네소르에 대한 폄하는 그러한

당대 영국인들의 로마사에 대한

평가와 인식을 현대에 되살려놓은

것 같은 느낌을 줄 지경입니다.






※ 툭 까놓고 톨킨이 곤도르의 지정학적

위치를 설정한 건 딱 동로마제국이고,

미나스 티리스의 면모는 딱 비잔티움

(현재의 이스탄불)입니다. 로한인들이

영국인이나 북구인들을 모델로 했다면

곤도르인들은 남동부 유럽-그리스 계열

모델임을 부정할 수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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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보로미르가 만만하지

않다는 걸 알았겠지, 그렇지 않소?”



그는 부드럽게 말했다.



“그러나 난 그의 애비로서 그가

나에게 그걸 가져왔으리라 확신하오.







당신은 지혜롭겠지, 미스란디르.



그러나 아무리 당신이 명민하다고

해도 모든 지혜를 다 가진 건

아닐 거요.





마법사들의 거미줄 같은 계략이나

바보들의 성급함과는 다른 학식과

지혜가 있을 수도 있소.



이 문제에 있어선 난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학식과 지혜가

크오.”



“그렇다면 당신의 지혜란 무엇입니까?”



“적어도 피해야 할 두 가지

어리석음은 알고 있지.



그걸 사용하는 건 위험하다는 것.



또 그것을 지각없는 반인족들에게

맡겨서 바로 적의 영토로 보냈다는

사실, 그건 바로 당신과 여기 있는

내 자식인 한 일이지만 그건 미친

짓이라는 사실 말이오.”





“데네소르 공 같으면 어떻게 했겠소?”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거요.



그러나 적이 그걸 다시 찾게

된다면 우리에게 분명히 닥쳐올

파멸을 무릅쓰면서, 멍청이들이

아니라면 생각할 수도 없는

그런 희망을 가지고, 위험

속으로 그것을 던져 넣는 그런

일은 결단코 안 했을 거요.



그걸 깊이 잘 감추고 지켰어야만

했소.



아주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사용하지 않고 그의 손아귀에서

멀리 떼어 놓는 거요.



그렇다면 그는 최후의 승리를

거둬서 우리가 모두 죽어 더

이상 고통 받을 수도 없게 된

후에라야 그걸 다시 찾을 수

있을 거요.”



“당신은 늘 그렇듯 곤도르만

생각하는군요, 영주.



그러나 다른 사람들, 다른 생물들,

그리고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거요?



나는 그의 종복들도 동정하고 있소.”



“만일 곤도르가 쓰러지면 사람들은

어디서 도움을 얻을 수 있겠소?



만약 내가 그걸 이 궁성 지하에

갖고 있을 수 있다면 우린 더 이상

어둠을 두려워하며 떨지 않아도

될 것이고, 최악의 순간을 염려하지도

않을 것이며, 우리의 계획도 방해받지

않을 것이오.



내가 그것의 유혹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날 잘 모르는 것이오.”



그러나 간달프는 다시 말했다.



“그래도 난 당신을 믿지 않소.



만일 내가 당신을 믿었다면,

난 그걸 당신의 보호 아래

갖다 놓고 나와 다른 이들의

고뇌를 걷어 버릴 수 있었겠지요.



그러나 지금 당신의 말을 들으니

보로미르만큼 당신도 못 믿게

됐소.







잠깐, 분노를 참으시오.



난 그것에 대해선 나 자신도

믿지 못하오.



그래서 기꺼이 선물 받았을

때에도 난 그걸 거절했소.



당신은 강하니까 어떤 문제들에

있어선 스스로 제어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그것은 당신 손에

들어가면 당신을 정복하고

맙니다.


만일 당신이 그걸 민돌루인

산 아래 깊이 묻는다 해도

그건 마치 어둠이 번지듯

당신 가슴에서 불타오를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

후에 따를 더 나쁜 결과가

우리에게 닥칠 거요.”



잠시 데네소르의 눈이 간달프를

바라보며 타올라 피핀은 다시

한 번 그들 사이의 긴장된

대립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서로 말을 받아넘길

때마다 그들의 시선은 칼날처럼

번득이며 서로를 꿰뚫는 것

같이 보였다.



피핀은 어떤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나 않을까 몸을

떨었다.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

[곤도르 공성]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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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반지의 행보에 대한

입장에서도 간달프와 데네소르는

절대적인 차이를 드러냅니다.



물론 결말을 아는 이들로서야

당연히 간달프의 주장이 옳다고

하겠지만 실제로 당시 현실에서

절대반지를 만드는데 책임이

있었고 그 반지의 위력을 잘

아는 요정군주들이나 반지를

파괴하는데 동의하지 다른 종족들

입장에선 도데체 뭔 소리야?

할 내용이 반지원정대 출범입니다.



특히 절대반지가 없어도

너무나 막강한 사우론의

세력과 밤낮으로 전쟁을

벌이는 입장에 서 있는

곤도르로서는 당연히 그

최종병기를 사우론 손에

줬다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생기지

않고 배기겠습니까 어디.




또한, 사우론이 처음 반지를 빼앗겼을 때,
이실두르가 엘렌딜과 아나리온의 죽음에
대한 보상으로 절대반지를 요구한 것에
대해 요정들도 격렬하게 반대하지 못한
만큼, 간달프가 프로도에게 절대반지를
양도받을 수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데네소르에게는 씨도 안 먹힐 주장에
불과했을 것입니다.




절대반지가 발견된다면 당연히 두네다인
왕국의 통치자인 자신에게 귀속되어야
하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간달프가 사우론의

종복들에게 동정심을 느낀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도저히 동의가

어렵습니다.



간달프가 살상한 사우론의 부하들은

마차 몇 대로 실어날라도 부족해

보이니까요.



그리고 곤도르의 군주가 자기

백성들을 최우선으로 챙기는

것은 그 군주로선 칭찬받아야

할 일이지 매도당할 일은 아닙니다.



다만 좀 더 시야를 넓혀 동맹을

굳건히 해야 한다는 방법론적

차이일 뿐인데 전지적 시점에서

내려다보는 입장의 간달프가 자꾸

그걸 강변하면, 안그래도 절박한

곤도르의 섭정으로선 기분좋을

리가 없겠지요.



평소에 보이던 소박한 모습과

달리 이 강력한 인간 군주

앞에서 간달프는 본래의 위세를

드러내는데 거리낌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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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는 백색탑 홀 위의 높은

방에 피핀을 대동하고 앉아

있었다.



그는 북쪽, 남쪽, 동쪽을 향해

나 있는 침침한 창을 통해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운명의

어둠을 꿰뚫어보기라도 하듯

어두운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대부분 그의 눈길은 북쪽을

향해 나 있었으며, 가끔은

마치 아주 먼 곳의 말발굽

소리들을 들을 수 있는 고대의

비방이라도 있는 듯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파라미르가 돌아왔소?”



그가 묻자 간달프가 대답했다.


“아니오.



하지만 내가 떠날 때까진

아직 살아 있었소.





그러나 염려됩니다.



그는 지금 너무 강대한 적과

맞붙어 있으니까요.






내가 두려워하던 적이

나타난 거요.”



그러자 피핀이 너무 두려운

나머지 자신의 직분도 잊고

외쳤다.



“암흑의 군주가 나타났단

말인가요?”



데네소르가 쓰게 웃었다.






“아니, 아직 아니야.



페레그린!



그는 모든 것이 다 정복되어

내 항복을 받기 전에는

나타나지 않을 거야.



그는 다른 이들을 무기로

사용하지.



다른 모든 위대한 군주들이

현명하다면 그렇듯이 말일세,

반인족.



그렇지 않다면 내가 왜

아들까지 희생시켜가면서

이 탑에 앉아 고민하고

지켜보고 또 기다리겠는가?



나도 아직 칼을 들고 싸울

수 있는데도 말이야.”







그는 일어서서 검은색의

긴 망토를 젖혔다.



그는 망토 아래 사슬갑옷을

입고, 흑색과 은색의 칼집에

긴 자루가 달린 장검을 차고

있었다.







“이런 차림으로 나는 걸어

다녔고, 이런 차림으로 여러

해 동안 잠을 잤지.



내 몸이 나이와 함께 쇠약해지고

소심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말이야.”



그러자 간달프가 받았다.



“그러나 이제 바랏두르의 군주

아래에 있는 여러 대장들 가운데

가장 끔찍한 존재가 그대의 외성을

차지해 버렸소.



그는 바로 절망의 암흑,

사우론의 손에 들린 공포의

투창, 그 옛날 앙그마르의 왕,

반지악령, 나즈굴의 대장이오.”






“그렇다면 미스란디르,

그대는 그대의 천적을

만난 것이로군.



나로 말하면 이미 전부터

어둠의 탑 무리 가운데 누가

대장인지 알고 있었으니까.








당신은 이 말을 전하려고

일부러 돌아온 거요?



아니면 적에게 압도당해

도망온 거요?”



피핀은 간달프가 분노를

터뜨리지나 않을까 걱정되어

떨었지만 그건 기우였다.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

[곤도르 공성]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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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90에 가까운데다 암흑의

군주와의 정신력 대결로 일찍

조로한 이 섭정은 자신의 힘을

유지하기 위해 노구에도 불구하고

갑옷을 입고 장검을 찬 채 격무에

시달리는 자기단련을 수행하고

있음이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또한 그가 핀잔을 주고 구박하긴

해도 파라미르를 사랑하고 있으며

그로서는 로한군이 올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파라미르를 출전시킨 것임이

밝혀집니다.








결코 데네소르의 전술적 판단이

어긋난 것도 아니며 파라미르가

목숨을 걸고 시간을 끌며 도성의

외벽 요새인 람마스 에코르를

사수했기 때문에 그나마 시간을

번 것입니다.








영화에서 생략되어 미친 자살

돌격으로 등장했을 뿐이지,

원작에선 충분히 설득력 있는

전술이며 심지어 데네소르는

퇴각하는 아군을 엄호하기 위해

비밀리에 결사대도 준비해 놓았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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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네소르는 일어나서 아들의

얼굴을 들여다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사람들에게 방에다

그를 위한 침대를 만들라

분부하고는 파라미르를

눕힌 후에 방을 나왔다.



그는 홀로 탑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밀실로

올라갔다.







그 시간에 그곳을 쳐다본

사람들은 그 방의 작은

창문 사이로 잠시 창백한

빛이 비쳐 나오다가 섬광과

함께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데네소르가 다시

내려와 파라미르에게 가서

그의 옆에 아무 말도 없이

앉아 있을 때 그의 얼굴은

아들의 얼굴보다도 더 짙은

죽음의 빛을 띤 것 같이

보였다.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

[곤도르 공성]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



그런 강건하고 위대한 군주가

무너지는 것은 결국 자식을

죽을 곳으로 공무 때문에 등

떠밀어 내보냈다는 인간적인

회한 때문이었습니다.







사우론과 정신력 대결을 벌이던

그도 자식 파라미르처럼 연민이

너무 강했던 나머지 이런 비극에

처하자 정신줄 놓아버린 것이죠.



더군다나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정말 보고 싶지 않은 현실,

사우론이 소집한 어마어마한

바다의 해일 같은 대군의 세력을

본 그로서는 절망감이 더욱 깊을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 이 대목에서 데네소르는 마치

<대부>에서의 알 파치노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괴물’이 되어가고,

육친을 살해하는 것 또한 저지르는

타락으로의 추락을 보는

것 같습니다.







---------------------



피핀은 우루크하이의 손아귀에

잡혔을 때도 이보다 끔찍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의 임무는 영주의 시중을

드는 것이라 그는 시중을

들었으나 거의 잊혀진 상태로

불 꺼진 방문 옆에서 공포를

최대한 억제하며 서 있는 것이

전부였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데네소르는 늙어버린 것 같았다.






마치 데네소르의 거만한

의지에서 무엇인가가 꺾인

것 같았으며, 단호한 정신이

와해된 것처럼 보였다.



아마도 슬픔과 자책으로 그렇게

된 듯 싶었다.



한때 눈물을 흘리지 않던

그 얼굴 위로 눈물이 흐르는

것이 보였고, 그것은 데네소르의

분노보다 견디기 어려웠다.



“난 내 아들을 필요 없는 위험

속으로 감사도 축복도 없이

내몰았지.






이제 그는 혈관에 독이 흐르는

채 여기 누워 있어.



아니야, 아니야, 이제 전쟁이

어떻게 되더라도 내 혈통은

끊어진 것이고 섭정의 가계도

종말을 맞은 거지.



그럼 모두가 다 잡히고 말

때까지 비천한 족속이 산에

숨어서 왕족의 잔류자들을

다스리겠지.”



사람들이 도시의 영주를 애타게

찾으며 문 앞으로 왔다.



그러나 데네소르는 말했다.



“아니야, 난 내려가지 않겠다.





내 아들 곁에 있어야 해.





이 아이가 죽기 전에 무슨

말을 할지도 몰라.





이제 거의 죽어 가지만 말이야.





그대는 아무나 좋은 대로

따라가게.




그 회색의 바보라도 말이야.





비록 그의 희망은 깨졌지만.





난 여기 남겠다.”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

[곤도르 공성]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


데네소르가 정신적으로 완전히

파산한 것을 원작에서는 찬찬히

묘사해줍니다.






세오덴 왕이 사루만의

마술에서 풀려난 뒤,

아들 세오드레드의

장례식을 바라보며

“부모가 자식을 묻는 게

아니라오.” 하면서 울먹이는

부분은 가슴 아픈 아버지의

정이고 데네소르의 슬픔은

망령든 것이라고 단정해 볼 수

있는 걸까요?



---------------------



갑자기 데네소르가 웃었다.



그는 다시 몸을 당당하고

곧게 세우며 방 안의 테이블로

재빨리 돌아가 그가 베게삼던

것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다시 문 쪽으로

돌아오면서 그 덮개를 벗겼다.



그러자, 아! 그의 손에 팔란티르

신석이 들려 있었다.









그가 들고 있는 동안 신석은

그 내부에서 나오는 광휘로

점점 밝은 빛을 내뿜는 것처럼

보였다.



붉게 비춰진 영주의 야윈

얼굴은 마치 단단한 돌로

깎은 것 같았고, 검은 그림자로

그늘져 고귀하고 오만하며 또한

끔찍해 보였다.



그의 눈은 빛을 발했다.



“오만과 절망이라고?






그대는 백색탑이 눈멀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야, 난 그대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보아 왔어.



이 회색 바보야.



그대의 희망은 단지 무지에서

나온 거지.



가서 열심히 치료해 보시지!







가서 싸우라고, 헛되이.



하루쯤은 평원에서 작은 승리를

거둘 수도 있겠지.



그러나 그곳에 쏟아지고 있는

힘에 대항하는 것에는 승리가

있을 수 없어.



이 도시엔 지금 겨우 그 손의

첫째 손가락이 뻗쳐졌을 뿐이야.







동부 전체가 움직이고 있지.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대의

희망이던 바람이 그대를 속여

안두인 위로 검은 돛을 띄워

보내고 있어.







서부는 끝난 거야.





노예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은

모두 떠나야 할 시간이 된

것이지.”



“그런 충고는 적의 승리를

확실하게 해줄 뿐이오.”





간달프가 이렇게 말하자

데네소르는 비웃듯 대답했다.



“그럼 희망을 계속 갖고 있게!





내가 그대를 모르는 줄 아는가,

미스란디르?



그대의 야망은 나대신 통치하는

것이지.







북쪽, 남쪽, 아니 서쪽의 모든

권좌 뒤에 서서 조종하려는

것이지.



난 그대의 마음과 계략을

읽어 왔지.



그대가 이 반인족에게 침묵을

지키라고 명한 사실을 내가

모를 줄 아는가?





아니면 내 방 안으로 염탐을

하라고 들여보낸 것을 말이야.





그리고 우리의 대화 속에서도

나는 그대의 원정대원 전원의

이름과 목적을 알아냈지.





그래!





그대는 왼손으로 나를 모르도르의

방패막이로 잠시 사용하고

오른손으로는 북쪽의 그 순찰자를

내 자리에 앉히려는 거야.






그러나 난 그대에게 말하네,

간달프 미스란디르.



난 그대의 도구가 되진

않을 것이네.



난 아나리온 가문의

섭정이란 말이네.







난 벼락 왕족 아래의 늙은

시종 자리로 내려가진 않을

것이야.



그가 설혹 자신의 권리를 내게

증명할 수 있다고 해도 그는

단지 이실두르의 후손일 뿐이지.



나는 이미 오래 전에 권위와

왕권을 박탈당한 누더기 집안의

마지막 후손에게 고개를 숙이진

않을 것이네.”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

[데네소르의 화장]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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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부터 데네소르가

품어온 간달프에 대한 의심과

불신의 핵심부분이 그의 입을

통해 밝혀지는 부분입니다.



그가 팔란티르를 가지고

사용하고 있었음이 공인되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또한 당시 가운데땅에서

사우론의 세력의 전모와

전체 전장의 구도를 한눈에

꿰뚫어보는 몇 안 되는 이가

데네소르라는 게 드러납니다.








대신에 펠렌노르 전투에 투입한

압도적인 대군조차 사우론이 가진

군대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걸 본

데네소르는 정신적 한계에

부딪혀버렸지요.







통치섭정으로서 아라고른에게

왕권을 넘겨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미 파탄상태에 이른

정신상태에서도 더욱 아집으로

굳어져 있음도 알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도 나오는 저 대사는

하지만 그저 권력욕만은 아닌게

오래된 주장의 근거와 역사적인

내력이 있는 것이었습니다.



---------------------



곤도르의 왕 온도헤르와 그 아들들이

전사하자 북왕국의 아르베두이는

이실두르의 직계 후손이자 온도헤르의

자식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피리엘의 남편 자격으로 곤도르의

왕권을 이어받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 주장은 거부당했다.



그 일에 주축을 맡은 인물은

온도헤르 왕의 섭정 펠렌두르였다.



곤도르의 각의는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곤도르의 왕관과 왕권은 오로지

이실두르에게서 이 왕국을 양도받은

아나리온의 아들 메넬딜의 후계자들

것이다.



곤도르에서 왕위는 오로지

아들들에게만 상속된다.



우리는 아르노르의 법도가

이와 다르다고 들은 적이

없다.”



이에 대해 아르베두이는 이렇게

대꾸했다.



“엘렌딜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이실두르가 장자로서

부왕의 후계자였다.






우리는 오늘날까지도 엘렌딜의

이름이 곤도르 왕통의 제일

앞자리에 있음을 알고 있다.



그분이야말로 두네다인 전역을

다스린 대왕이셨기 때문이다.






엘렌딜이 생존해 계셨을 때

남왕국은 두 아들이 공동으로

통치하도록 위임되었다.






그러나 엘렌딜이 서거했을 때

이실두르는 부왕의 고귀한

왕권을 이어받으러 떠났고,

남왕국의 통치는 부왕이 그런

것처럼 아우의 아들에게

위임했다.





그분은 곤도르의 왕권을 양도한

것이 아니며, 또 엘렌딜의 왕국을

영원히 분할하려는 뜻을 품은

것도 아니었다.



더구나 예로부터 누메노르에서는

국왕의 홀이 남녀를 불문하고

왕의 장자에게 전해져 왔다.





이러한 법도가 끊임없이 전쟁에

시달린 망명지에서 지켜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 백성들의

법도이며, 따라서 이제 우리는

온도헤르의 아들들이 후사 없이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곤도르에서는 회답이

없었다.




 

개선장군 에아르닐이 곤도르의

왕관을 자기 것이라 주장했고,

그가 왕가의 일원이었기에

곤도르의 모든 두네다인은

그 주장을 승인했다.








그는 나르마킬 2세의 아우

아르키랴스의 아들 칼림마킬의

아들 시리온딜의 아들이었다.





아르베두이는 자신의 주장을

밀어붙이지는 않았다.





그에게는 곤도르 두네다인이

내린 선택에 반대할 힘도,

그럴 의지도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르세다인의 왕권이

소멸해 버린 뒤에도 그의

후손들은 그 주장을 결코 잊지

않았다.





<반지의 제왕 - 해설편>

[왕과 통치자들의 연대기]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



이미 북왕국의 마지막 왕

아르베두이가 곤도르의

왕권을 요구한 적이 있었고,

그것을 거부당한 전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데네소르의 선조들이

곤도르인들의 당시 심경을

대표하는 이였구요.





간달프는 그 당시 논쟁에서

북왕국의 입장에 선 것이고,

데네소르는 선조들의 전례를

이어 남왕국의 입장에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우리로서야 흩어진 왕국을

통합해야지! 할 테지만 이미

수천년간 분리된 국가, 그것도

한쪽은 이미 몰락해서 명맥도

부지하기 힘든 소수집단에

불과한 이들에게 대국 곤도르를

넘겨주자는 주장에 동의하는 게

과연 쉬운 일일지요.





기득권이란 건 무서운 겁니다.





---------------------







데네소르는 테이블로 뛰어올라

화염과 연기에 휩싸인 채,

발밑에 있던 섭정의 지팡이를

집어 들고는 무릎에 대고

부러뜨렸다.





 

그 조각을 불 속으로 던진 후

그는 몸을 굽혀 가슴 위의

양손으로 팔란티르 신석을

움켜잡은 채 테이블 위에

몸을 눕혔다.







후에 전해지기로 그 신석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만큼

의지력이 아주 강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 신석에서

다만 불꽃에 타 버린

늙은 두 손밖에 볼 수

없었다고 한다.








간달프는 슬픔과 경악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문을 닫았다.



잠시 그는 생각에 잠겨

조용히 문턱에 서 있었다.



데네소르의 커다란 비명이

들려 왔다.







그뒤로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간달프가 말했다.





“이렇게 엑셀리온의 아들

데네소르는 가 버렸구나.”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

[데네소르의 화장]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






데네소르는 끝내 스스로 절망

끝에 목숨을 끊고 맙니다.



그가 죽을 때까지 놓지 않았던

팔란티르는 이후 영영 못 쓰게

되었다지요.






이 점은 그가 그만큼 제대로

팔란티르의 주인으로 인정을

받고 이 고대의 마법도구를

제대로 활용했다는 징표이기도

합니다.






비록 영화에선 노망든 노인네에

자식 차별하고 피도 눈물도 없는데다

섭정으로서의 책무도 방기한

부정적인 인물로만 등장하지만,

그는 충실히 자신의 직분을

수행했으며 다만 그가 처한

상황이 고대 비극의 주인공처럼

너무나 끔찍했으며 아무리 노력해도

극복하기 힘든 어려움만 쌓여있는

것이었을 뿐입니다.






후대의 평가와는 달리, 당대에는

항상 여러 가지 기준과 판단이

있게 마련이며, 데네소르가 대표한

과거의 곤도르 왕국은 그 일방을

대표했을 뿐이며, 곤도르의 분투는

반지전쟁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비록 영화에서는 로한의 구원이 아니면

곧 망할 것처럼 보이는 쇠락해빠진

늙은 대국에 불과하지만, 엘론드의

회의에서 보로미르가 강변하는 것처럼

곤도르의 희생과 역할이 아니었다면,

반지전쟁 자체가 벌어질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가운데땅은 이미 훨씬 오래전에

사우론의 지배하에 있었을 테니까요.




by 붉은10월 | 2015/01/25 23:35 | 아르다 백과사전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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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Oryn. at 2015/01/26 07:31
전에 어떤 분이 영화에서 데네소르를 너무 왜곡했다며 분해하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정작 전 영화를 먼저 접해서인지 책을 읽을 때도 데네소르의 인물상이 확 다르단 느낌은 못 받았었지만요 ^^;
톨킨의 저서를 읽고 있으면 작품 전체에서 자만심과 탐욕에 대한 경계가 드러나는데, 아마 소설과는 언어가 다른 영화에선 그런 각색이 불가피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암튼 아무리 현명하고 지혜로워도 때를 알고 물러난다는 건 참 어려운 일 같아요 ^^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5/01/26 09:08
데네소르의 경우에는 억울한만한게 '때'라는 증명이 될게
하나도 없었거든요.

실제로 증명이 될 만한 건 전부 데네소르가 파탄자가 된
후에야 입증되었으니까요. 아라곤도 그걸 갖추려고 무진장
애를 썼지만 분위기 좋게 권력이양하는 상황은 못 만들었죠.

그나마 섭정의 후계자 파라미르가 대인배라서 돌아온 왕을
받아들여 다행이지 만약 안그랬다면 내전 일어났을법 한
상황입니다.

파라미르가 수틀리면 친족인 임라힐에 기존 곤도르 지방영주
과반은 돌아설 수 있었으니까요.

전쟁영웅에 다른 여러 종족과 친교를 쌓아놓고,
거기에 '치유자'라는 타이틀까지 달아서야 겨우
왕의 귀환이 가능했지요.

1천년을 통치해온 섭정가문 입장에선 힘의 우위를 인정하지
않고는 순순히 권력이양할 생각이 없었을 것입니다.

저라도 그랬을 거에요. 데네소르는 자기가 처한 조건에서
최선에 가깝게 노력했다고 봅니다. 다만 그가 비극의 주역일
뿐이었지요.
Commented by 블랙하트 at 2015/01/26 10:13
확장판 음성해설에도 나오지만 저 봉화대 담당자들은 긴 시간을 외로이 봉화만 바라보고 있었을텐데 고생이 상당했을듯 합니다.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5/01/26 10:26
고대국가에서 정보전달에 필수적인 저런 역참이나
봉수대 근무자들은 대신에 준공무원 역할 수행자인지라
세제 혜택이나 다른 의무 면제, 토지 수여 등의 떡밥이
존재하는게 일반적인지라 저 근무자들도 그랬을 것입니다.

아마 백색산맥 산간마을 토착민들 중에서 대대로 저 일을
계승하는 형태로 유지되었겠지요. 봉화대 유지보수하는
대신에 세금면제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Commented by 알렉세이 at 2015/01/26 13:58
끄응. 영화에서 보였던 모습과는 많이 달랐군요.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5/01/26 14:05
저분은 셰익스피어 비극의 주인공 같은 존재라능 ㅠㅠ
Commented by 메들리 at 2015/01/26 14:55
와 제가 반제호빗영화는 참좋아라하지만 소설실마릴리온부터 반제까지는 도저히볼엄두가안낫지만 10월님블로그 한이주동안 틈만나면계속읽엇고 오늘로다읽엇는데 저엉말꿀잼이네요ㅋ오늘 반제서적알아보러갑니다!
아그리고 데네소르가 저리대단한위인인줄은몰랏네요...개찌질남인줄알앗는데ㅋㅋ
스란두일도 영화상에선다소 찌질해보엿지만 그래도비쥬얼하나는 갑이였는데 데네소르는ㅠㅠ애도합니다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5/01/26 16:16
아라곤이 보로미르 타락할 때처럼 흑화된 모습이 거의
데네소르일 겁니다.

그런 인물을 그냥 민폐노인으로 만들어버리니 어찌
통탄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ㅠㅠ

이제 책을 지르신다 하니 긴 겨울밤 문장 하나하나
꼭꼭 씹어드시면서 영화의 장면장면을 머리 속에서
홀로그램으로 재현하시는 극상의 쾌락을 누리실 수
있을 겁니다. 미리 축하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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