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TR] 아라곤과 아르웬의 이별





요정과 인간의 결합은 중간계의

장구한 역사에서 단 세 번 이뤄진

바 있습니다.



그 세 번의 혼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



엘다르와 에다인 사이에는

세 차례 혼사가 있었다.



루시엔과 베렌, 이드릴과 투오르,

그리고 아르웬과 아라고른이

부부의 연을 맺은 것이다.





마지막 혼사에 의해 오랫동안

단절된 반(半)요정의 분파들이

재결합되고 그 혈통이 부활되었다.





루시엔 티누비엘은 제1시대

도리아스의 회색망토 싱골 왕의

딸이었으나, 그녀의 어머니는

발라족인 멜리안이었다.





베렌은 에다인의 제1왕가

바라히르의 아들이었다.







그들은 함께 모르고스의

무쇠 왕관에서 실마릴 하나를

탈취했다.





루시엔은 영생을 상실했고,

요정들은 그녀를 영영 잃고

말았다.








디오르가 그의 아들이었고,

엘윙은 디오르의 딸이었다.





그리고 엘윙이 실마릴을

간수했다.





이드릴 켈레브린달은 숨겨진

도시 곤돌린의 왕 투르곤의

딸이었다.







투오르는 에다인의 제3왕가이자

모르고스와의 전쟁에서 가장

명성을 떨쳤던 하도르 가문

후오르의 아들이었다.






항해자 에아렌딜이 그들의

아들이었다.






에아렌딜은 엘윙과 결혼해

실마릴의 권능으로 암흑을

지나 아득한 서쪽 끝에

이르렀고, 요정과 인간

모두의 사절로서 도움을

얻어내 모르고스를 물리쳤다.







에아렌딜은 죽음을 피할 수

없는 땅으로 돌아가는 것이

허락되지 않아, 실마릴을

실은 그의 배는 별이 되어

하늘을 항해하며 가운데땅에서

대적(大敵)과 그 부하들에게서

억압받는 이들에게 희망의

상징이 되었다.







에아렌딜은 두 아들 엘로스와

엘론드를 두었는데 이들은

페레딜, 즉 반요정이었다.





제1시대 에다인의 영웅적

지도자의 혈통은 오로지

그들에게서만 보존되었다.





그리고 길갈라드의 죽음 이후

가운데땅에서 높은요정의

왕통 또한 오직 그들의

후손에 의해서만 승계되었다.





<반지의 제왕 - 해설편>

[왕과 통치자들의 연대기]

{누메노르의 왕들}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







요정과 인간(에다인과 그 후예)의

세 번의 혼인에서 마지막을 장식한

아르웬과 아라고른의 결혼은 바로

반요정 엘론드와 엘로스의 혈통이

6천여 년 만에 재결합한 사건인

셈입니다.





이 둘의 결혼을 통해 제1시대

영광스럽고도 슬픈 동맹을 맺어

세상의 검은 적 모르고스와 싸운

두 종족의 왕가는 다시 합쳐진

것입니다.





그러나 두 종족의 차이를 넘어

혼인한 이들은 어떤 식으로건

선택을 강요당해야만 했습니다.







첫 번째 결합이었던,

베렌과 루시엔은 유한한

인간의 길을 택했습니다.







두 번째 결합이었던,

투오르와 이드릴은 함께

엘다르의 운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세 번째이자 마지막

결합인 아라고른과 아르웬의

운명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들의 운명적인 결합에 대해선
게시판의 다른 글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



세월이 흘러 드디어 반지전쟁이

닥쳐왔다.








어떻게 예기치 못한 방법으로

사우론이 타도되었고, 어떻게

희망을 걸 수 없는 상황에서

희망이 달성되었는가에 대해서는

다른 곳에 좀더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패배가 임박했을 때 아라고른은

바다에서 나와 펠렌노르 평원의

전투에서 아르웬이 만든 깃발을

펼쳤고, 그날 처음으로 백성들이

그를 왕이라 부르며 맞아들였다.








마침내 모든 일이 끝났을 때

그는 선조의 유산을 승계하여

곤도르의 왕관과 아르노르의

홀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사우론이 몰락한 그해

하짓날 그는 아르웬 운도미엘의

손을 잡고 열왕의 도성에서

결혼식을 치렀다.







<반지의 제왕 - 해설편>

[왕과 통치자들의 연대기]

{해설 A - 누메노르의 왕들}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





<반지의 제왕> 소설의 대미를

장식하는 <왕의 귀환>에서

귀환한 왕 아라고른은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분열되었던

두네다인의 왕국을 재건하고

아르웬을 왕비로 맞아 영광된

운명을 쟁취하게 되었습니다.







----------------------





제3시대는 이렇게 승리와

희망 속에서 막을 내렸다.





그러나 그 시대의 많은

비애 가운데서도 참으로

가슴 아픈 것은 엘론드와

아르웬의 이별이었다.








그들은 세상의 끝 너머로

운명과 바다에 의해 갈라진

것이다.





절대반지가 무로 돌아가

세 반지가 힘을 잃게 되자,

엘론드는 마침내 지쳐

가운데땅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아르웬은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여인이 되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얻은 것을

모두 잃고 나서야 죽을 수

있는 운명이었다.





<반지의 제왕 - 해설편>

[왕과 통치자들의 연대기]

{해설 A - 누메노르의 왕들}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





그러나 과거 그들의 선조들이

두 가지 중 하나의 길을 선택해야

했듯이 아르웬 역시 유한한 생명의

인간과 결혼함으로서 갈림길에

서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선택은 다른

그녀의 친족들과의 영원한

이별을 뜻하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서쪽으로 떠난 그녀의

어머니 켈레브리안은 물론,

이제는 임무를 완수하고

서쪽으로 떠나는 아버지

엘론드와도 작별해야 하는

것입니다.





아마 그녀의 두 오빠,

엘라단과 엘로히르와도

그렇게 헤어질 운명이었겠지요.





그녀는 고민 끝에 사랑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선택은 찰나의

행복과 영겁의 슬픔을 동반한

것이었습니다.



----------------------






요정들과 인간들의 왕비로서

그녀는 120년 동안 크나큰

영광과 축복 속에서 아라고른과

함께 살았다.







마침내 아라고른은 노년이

다가왔음을 깨달았다.





비록 여느 인간보다 훨씬

길었지만 자신의 수명도

끝나가고 있음을 안 것이다.





아라고른은 아르웬에게

말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사랑스런 저녁별이시여.





마침내 나의 삶도 저물고

있소.





보시오!





우리가 만나 함께 지냈으니

이제 갚을 시간이 가까워졌소.”





아르웬은 그의 말에 담긴 뜻을

잘 알고 있었고, 오랫동안 그런

일을 예견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슬픔을 이길 수 없었다.





“그렇다면 왕이시여,

당신께서는 때가 되기도

전에 당신의 말에 의지해

사는 백성들 곁을 떠나시려는

건가요?”





“때가 되기 전이 아니라오.





만일 지금 가지 않는다면

틀림없이 조만간 떠밀려서

가게 될 것이오.



또 우리의 아들 엘다리온도

왕위에 오를 만큼 무르익은

장부가 되었소.”






그리고 나서 아라고른은

적막의 거리에 있는 열왕의

묘역으로 가 자신을 위해

마련해 둔 긴 침상에 몸을

눕혔다.





그곳에서 그는 엘다리온에게

작별을 고하고, 그의 손에

날개달린 곤도르의 왕관과

아르노르의 홀을 건네 주었다.





그리고는 아르웬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물러났다.








아르웬 홀로 그의 침상 곁에

서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모든 지혜와

고귀한 혈통을 무릅쓰고

그에게 좀더 머물러 달라고

간청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아직 자신의 노년을

걱정하지 않았지만, 자기가

받아들인 유한한 생명의

쓰라림을 이렇게 맛보게 된

것이었다.





<반지의 제왕 - 해설편>

[왕과 통치자들의 연대기]

{해설 A - 누메노르의 왕들}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





가운데땅 최강의 연상연하

커플이었던 아라고른과 아르웬

부부에게도 이별의 시간이

찾아옵니다.





210살이 된 아라고른은 이제

자신의 의지로 세상을 떠나려

합니다.





그리고 아르웬은 결국 언젠가

찾아올 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순간이지요.








유한한 생명의 인간 세 몫의

수명을 보장받은 고대 누메노르의

후예인 아라고른이지만

몇천년을 살아온 아르웬의

입장에선 정말 일순간에

불과했을 테니까요.





----------------------





아타나미르는 엄청난 장수를

누렸고, 모든 기쁨이 끝난

뒤에도 삶에 집착하였다.





그는 누메노르의 왕들

중에서 분별력을 잃고

남자다움을 상실할 때까지

삶을 포기하지 않은 채

장성한 아들에게 왕권을

넘겨주는 것을 거부한

최초의 왕이었다.





본래 누메노르의 왕들은

오랜 수명을 누리며

만혼(만혼)을 하는 관습이

있어 아들들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장성하면 세상을

떠나며 왕위를 물려주곤

했던 것이다.








<실마릴리온 - 아칼라베스>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





고대 누메노르의 군주들은

장수는 물론 다른 특출한

능력이 있었으니, 요정처럼

결혼을 늦게 하고 거의 한번만

하여 자손이 적은 대신에

오랜 수명과 더불어 보통

인간이 겪는 노화와는 다소

다르게 나이를 먹어갔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들은

때가 되고 후계자들에게

자신의 위광을 물려줄 때가

오면 스스로 이승을 떠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누메노르인들이

의심을 갖고 일루바타르의

선물인 유한한 생명 이후

운명에 대해 불신하게 되면서

그 군주 역시 필사적으로

죽음을 피하려 하고 노욕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아라고른은 그가 오랜 세월

듣고 배워온 옛 군주들의

역사를 통해 다시 잃어버린

전통을 복원하기 위해 그

군주들의 모범을 따르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





“운도미엘이여, 정녕 이 시간은

가혹하오.





그렇지만 그건, 지금은 아무도

거닐지 않는 엘론드의 정원

하얀 자작나무들 아래서 우리가

만났을 때 이미 정해진 것이오.






그리고 케린 암로스의 언덕에서

우리가 어둠과 황혼 모두를

저버렸을 때 이 운명을 받아들인

거요.







사랑하는 이여, 잘 생각해 보시오.



내가 다 시들어 무기력하고

노망난 채 왕좌에서 쓰러질

때까지 머물러 있기를 정녕

원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시오.



아니오, 부인.





나는 누메노르인의 최후의

왕이자 제1시대를 이어받은

최근의 왕이오.



나에게는 가운데땅의 여느

사람들보다 세 배나 긴 수명

뿐만 아니라, 내 뜻대로 이

세상을 떠나 그 선물을 돌려줄

수 있는 은총도 주어졌소.





그러니 이제 난 잠들어야겠소.



<반지의 제왕 - 해설편>

[왕과 통치자들의 연대기]

{해설 A - 누메노르의 왕들}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



아라고른은 그들이 처음 만난

리븐델의 그 날과, 종족을 넘은

사랑을 맹세한 로리엔의 그 날을

상기시키며, 이것은 그들 자신이

결정한 사항이라는 것을 되새기게

합니다.






준엄한 두네다인의 군주답게

그는 이별이 슬프지만 거역할

수 없음을 아르웬에게는 물론,

그 자신에게도 엄중하게 각인시킨

것입니다.



----------------------



난 당신에게 아무런 위안의

말도 하지 않겠소.



이 세상의 영역 안에서 그런

고통에 위안이 될 것은 없으니

말이오.



이제 당신에게는 가장 큰

선택이 남아 있소.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고

항구로 가서 우리가 함께

한 세월의 추억을 안고

서쪽 끝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운명을

감수할 것인지 말이오.







그 추억은 영원하겠지만

한낱 기억에 불과할 것이오.”





<반지의 제왕 - 해설편>

[왕과 통치자들의 연대기]

{해설 A - 누메노르의 왕들}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





아라고른은 어떤 위로로도

사랑하는 왕비의 슬픔을 메울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에게 맹세의

언약을 철회하고 자신과의

나날을 흘려버리라고 조언을

합니다.





그러나 그 역시 아르웬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분명히

알고 있었겠지요.





 

가장 요정에 근접한 인간

- 누메노르인 - 으로서

그가 일생 사랑했던 당대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 그를

사랑할 때 포기해버린 것을

다시 되돌릴 리가 없다는 걸

말이지요. 비록 그 대가가 아무리

쓰라린 것이라 할지라도...



----------------------





“아닙니다, 사랑하는 왕이시여.





그 선택은 이미 오래 전에

끝난 것입니다.






이젠 저를 태우고 갈 배도

없으니 저는 좋든 싫든

인간의 운명을 감수해야 해요.





상실과 침묵을 말이에요.



그러나 누메노르인들의

왕이시여.



전 지금까지 당신의 종족과

그들의 몰락에 대한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들을 어리석은 바보라고

경멸했지만, 이제 그들을

동정하게 되었어요.



엘다르가 말하듯 이것이

진정 유일자께서 인간에게

주는 선물이라면 실로 받기

쓰라린 선물이니까요.”



<반지의 제왕 - 해설편>

[왕과 통치자들의 연대기]

{해설 A - 누메노르의 왕들}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



과거 제2시대에 누메노르의

군주들이 유한한 삶을 불신하고

불멸의 엘다르의 삶을 동경할 때의

논쟁을 익히 알고 있었을 그녀이지만

결국 그때서야 인간들의 불안과

고뇌를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불사의 종족에 속했던 그녀로선

아무리 책으로 읽고 공부해도

풀 수 없었던 해답을 쓰라린

체험으로 느끼게 된 것이지요.



아마 제2시대 누메노르인들과

발라의 사자로 간 엘다르들 간의

토론 이후 처음으로 요정들 중

이 문제의 실존적 고민을 체득한

엘다르는 아르웬이 유일할 것입니다.





----------------------





만도스는 루시엔에게 다음과

같은 선택권을 주었다.








먼저 그녀의 수고와 슬픔으로

인해 루시엔은 만도스에게서

풀려나 발리마르로 갈 수

있으며, 거기서 일생 동안

겪은 모든 슬픔을 잊어버리고

발라들과 함께 세상 끝날까지

살 수가 있었다.





하지만 베렌은 그곳에 갈 수

없었다.



죽음은 인간에게 내린 일루바타르의

선물이기 때문에, 베렌에게서 죽음을

유보할 수 있는 권한은 발라들에게

허용되지 않았던 것이다.





다른 하나는 다음과 같았다.



그녀는 가운데땅으로 돌아가되

베렌도 데리고 갈 수 있는데,

거기서 다시 살 수는 있으나

수명이나 행복에 대해서는

확언을 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거기서 유한한 생명이

되어 베렌과 마찬가지로 두

번째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영원히 세상을 떠나 그녀의

아름다움도 노래 속의

추억으로만 남게 될 뿐이었다.






그녀는 후자를 선택하여

축복의 땅을 버리고,

그곳에 사는 이들과

맺을 수 있는 혈족관계의

권리마저 모두 포기하였다.



그리하여 장차 어떤 슬픔을

맞이한다 할지라도 베렌과

루시엔의 운명은 하나가 되어,

그들의 행로는 함께 세상의

경계 너머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엘달리에 중

유일하게 그녀는 진정으로

죽음을 맞았고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녀의 선택을 통해

두 종족은 하나가 되었고,

비록 온 세상이 변하였지만

그녀는 엘다르가 그들이

잃어버린 사랑스런 루시엔의

모습을 여전히 엿볼 수 있는

많은 인물들의 선조가 되었다.





<실마릴리온>

[퀜타 실마릴리온

{베렌과 루시엔}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



아라고른과 아르웬의 까마득한

조상이자 인간과 요정의 처음

결합이었던 베렌과 루시엔에게

발라 만도스의 심판이 내려질

때 이미 아르웬의 운명은 결정된

것이었으니까요.








자기 종족에게 부여된 불멸의

삶을 버리고 배우자와의 유한한

운명으로 합쳐진 루시엔의 일화는,

당대에 가장 루시엔과 닮았다고

전해지는 저녁별 아르웬에겐

바로 자신의 이야기가 됩니다.



--------------------





베렌과 루시엔은 가운데땅

북부로 돌아가 한참 동안

살아 있는 부부로 함께

살았으며, 도리아스에서

다시 유한한 생명의

인간으로서의 형체를

취했다고 한다.









그들을 만난 이들은 한편으로

기뻐하면서도 두려워하였고,

루시엔은 메네그로스로 가서

자신의 손길로 싱골의 겨울을

치유하였다.





그러나 멜리안은 그녀의 눈

속을 들여다보고는, 거기에

새겨진 운명을 읽어 내고

고개를 돌렸다.





세상이 끝날 이후까지 영원히

그들이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어떤 상실의 슬픔도 마이아

멜리안이 그순간 느낀 슬픔보다

더 크지는 않았다.





그런 뒤에 베렌과 루시엔은

목마름도 굶주림도 두려워하지

않고 단둘이 떠나갔다.








그들은 겔리온 강을 건너

옷시리안드로 들어갔고,

그들에 대한 소식이 들리지

않을 때까지 그곳 아두란트

강 가운데에 있는 초록섬

톨 갈렌에서 살았다.








훗날 엘다르는 그 고장을

도르 피른이구이나르, 곧

‘살아 있는 죽은 자들의 땅’

으로 불렀고, 그곳에서

나중에 디오르 엘루킬,

곧 ‘싱골의 후계자’로

불리는 아름다운 디오르

아라넬이 태어났다.





유한한 생명의 인간은

이후로 아무도 바라히르의

아들 베렌과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였다.





베렌과 루시엔이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본 이도

없었고, 그들의 시신이

마지막에 묻힌 곳을

아는 이도 없었다.





<실마릴리온>

[퀜타 실마릴리온

{니르나이스 아르노이디아드}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



죽은 베렌을 만도스의 궁전에서

데려나온 루시엔은 함께 중간계로

돌아와 인간으로서의 유한한 삶을

얼마동안 누린 후 둘 다 유일자의

두 번째 종족의 운명을 겪게 됩니다.








그러므로 아버지인 싱골은 물론

어머니인 멜리안과도 세상 끝날

일루바타르가 예정한 운명이 닥치기

전까지는 결코 재회할 수 없는

운명이 된 것이지요.





엘론드는 처음부터 부녀간의

관계가 그리 될 것을 알았기에

아라고른과 아르웬의 결합을

통해 그들 요정과 인간의 혈통의

최고 정화가 부활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입니다.








마치 반지전쟁의 결과가 어떻든

간에 중간계에서 요정들의 운명은

결정되는 것을 바라보는 갈라드리엘의

회한과도 같은 것이겠지요.





--------------------





“그런 것 같소.





그러나 옛날에 어둠과 반지를

단념한 우리인 만큼 최후의

시험에 넘어가지 맙시다.





우리는 슬픔 속에서 헤어지지만

결코 절망은 아니오.





보시오!





우리는 이 세상의 영역에서

영원토록 묶여 있는 것이

아니오.





이 세상 너머에 추억 이상의

것이 있을 것이오.





잘 있으시오!”





“에스텔, 에스텔!”








아르웬이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입을 맞추고는 이내 잠에

빠져들었다.





그러자 그에게서 위대한

아름다움이 드러났다.






후에 조문하러 온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모두 경이롭게

여겼다.




젊음의 우아함과 성년의

용맹함과 함께 노년의

지혜와 위엄이 한데

결합된 모습을 본 것이다.



그는 이 세상이 허물어지기

전에는 희미해지지 않을

영광에 싸인 인간 왕의

찬란한 모습으로 오랫동안

거기에 누워 있었다.






<반지의 제왕 - 해설편>

[왕과 통치자들의 연대기]

{해설 A - 누메노르의 왕들}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



아라고른은 위대한 서쪽나라

인간들의 군주로서의 위엄을

죽어서까지 간직하는 마무리로

세상을 하직합니다.





이제 아르웬은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입니다.







----------------------




그러나 왕의 묘역에서 나온

아르웬의 눈에서는 빛이

사라졌다.








백성들의 눈에 그녀는 별 하나

없는 겨울의 해질녘처럼 차갑고

늙어 보였다.





이윽고 그녀는 엘다리온과

딸들 그리고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작별을 고하고,

미나스 티리스의 도성을

떠나 로리엔의 땅으로 가서

겨울이 올 때까지 시들어

가는 나무들 아래서 홀로

지냈다.






갈라드리엘과 켈레보른이

떠나버린 그 땅은 고적하기만

했다.





<반지의 제왕 - 해설편>

[왕과 통치자들의 연대기]

{해설 A - 누메노르의 왕들}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





그녀는 두 사람의 운명을

함께할 것을 언약했던

로리엔의 케린 암로스로

홀로 떠나갑니다.





한때 중간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었던 그곳은 이제 켈레보른과

갈라드리엘이 떠나버린 이후

마치 오랫동안 세상의 노화를

홀로 거스르는 것처럼 찬란하게

빛나던 광채가 사라진 지 오래가

되어 있었습니다.





----------------------





마침내 말로른 잎이 지고

봄이 아직 오지 않았을 때

그녀는 케린 암로스 언덕

위에 누웠다.








그녀의 푸른 무덤은 세상이

변할 때까지 거기에 있었다.







후세의 사람들은 그녀의 삶을

완전히 잊었고, 바다 동쪽에서는

엘라노르와 니프레딜이 더 이상

꽃을 피우지 않았다.







남부에서 우리에게 전해진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난다.





저녁별의 죽음과 함께

이 책에서는 더 이상

옛 시대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반지의 제왕 - 해설편>

[왕과 통치자들의 연대기]

{해설 A - 누메노르의 왕들}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





그리고 그녀는 이제 요정이

아니라 사랑을 잃고 삶의

희망을 상실한 인간의 운명을

슬픔이 사무쳐 죽을 수 있는

요정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녀의 무덤은 알려지지 않았고,

가운데땅의 역사 기록은 여기서

마침표를 찍게 됩니다.





하지만 유한한 인간의 운명을

선택한 아르웬과 그녀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아라고른의 운명은

그들의 선조 베렌과 루시엔이

그랬던 것처럼 하나로 합쳐진

것이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by 붉은10월 | 2015/01/28 00:26 | 아르다 백과사전 | 트랙백 | 덧글(14)
트랙백 주소 : http://redoctobor.egloos.com/tb/5264951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Oryn. at 2015/01/28 10:15
영화에서 일부분이나마 그 끝을 묘사해보였던 거로군요...ㅎㅎ 요정과 인간의 결합이라. 다른 작품에서는 굉장히 쉽고(?) 좀 더 평범한 결합인데 반지의 제왕에서는 참으로 무겁고도 어려운 운명이로군요.
사족이지만 영화 볼 때 아르웬이 좀 더 내 취향(...) 처자였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요. 근데 또 계속 보니 이쁜 것 같기도 ㅜㅜ
영원을 사는 건 어떤 느낌일지 전 안 살아봐서 모르겠네요.(...)
Commented at 2015/01/28 10:30
비공개 답글입니다.
Commented at 2015/01/28 12:06
비공개 답글입니다.
Commented at 2015/01/28 12:45
비공개 답글입니다.
Commented by 알렉세이 at 2015/01/28 11:08
엘다르가 인간의 삶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야 짐작했었지만, 인간또한 엘다르의 삶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어요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5/01/28 12:42
투오르의 경우는 확실한 인간인데 유일하게 그 은총을
입었다고 해서 설정 관련 구멍이란 생각입니다.

물론 그들이 서쪽에 도착해서 잘먹고잘살았습니다 ~
까지는 아니고, 이드릴과 함께 배를 띄웠는데 서쪽에
받아들여져 필멸자로서의 운명을 벗어났다더라 정도로
마무리됩니다만...

에아렌딜의 경우는 태생부터 반요정인지라
(발라들의 분류를 위한 고민은 갈수록 깊어집니다)
아들들처럼 선택의 문제였으니 난이도는 훨씬 낮지요.
Commented by kirisame at 2015/01/28 13:55
소설을 읽으면서도 했던 생각인데, 왕이 죽고 나서도 서쪽으로 떠난 이들이 있는 것처럼(레골라스와 김리) 아르웬이 마음만 먹었다면 탈 배는 있지 않았을까요... 물론 서쪽으로 간다면 그녀가 중간계에서 보낸 시간은 추억에서 점점 희미한 기억 정도로 스러져 갈 테고, 결국 그녀의 영생에 있어서는 아무런 의미도 남지 않았겠지만요. 인간의 유한함과 필멸성을 받아들이고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존속과 번영을 위해 노력했던 (그 의의에 신념을 가지고 있었던) 남편을 사랑하고 이해한 그녀였기에 그에 대한 동의와 존경의 표시로서도 그런 선택을 한 것일까...라고 오래 전 생각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그래도 꼭 이런 결말이었어야 했나 톨킨...ㄱ- (솔직한 심정)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5/01/28 14:06
톨킨의 입장에서는 베렌과 루시엔의 결합으로 이뤄진
일루바타르가 창조한 두 종족의 역사가 아라곤과 아르웬의
결합으로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설정을 변경할 의도는
추호도 없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습죠 -_-

아르웬이 불멸의 요정으로서의 삶을 포기한 건 아라곤이
지적한 것처럼 이미 케린 암로스에서의 언약 때였으니까요.

영화에선 그런 부분들을 반지전쟁 와중에 급하게 넣다
보니 계속 갈등이 오래 가면서 번민한 것으로 나오지만
원작에선 분명히 이미 예정된 상황이었고 다만 요정들의
속성상 아르웬이 예견했으면서도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었을 따름이니까요.

하지만 그런 고통과 슬픔을 거쳐야 베렌과 루시엔이
그랬던 것처럼 후대에 유산을 남길 수 있는 셈이니... 훌쩍...

루시엔처럼 인간으로서의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에 결국
곧 두 사람은 재회하는걸요. 우리가 그걸 못 볼 뿐이죠. ㅜㅜ
Commented by 가치노을 at 2015/01/29 11:04
루시엔과 베렌의 이야기와 겹쳐지는 아르웬과 아라곤의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새삼 슬퍼지네요ㅜㅜ 영화에서는 마지막에 해피엔딩인것처럼 그려지지만 그 이야기를 알고 보면....ㅠㅠ

붉은10월 님께서 블로그에 쓰신 lotr 및 호빗 관련글 전부 읽고 있습니다! 톨킨옹의 팬으로서 이런 보배로운 글들을 올려주신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실마릴리온도 여러번 읽었지만, 반지 본편과 엮어 글을 써 주시니 연관성이 잘 보이고 기억도 쉽네요!! 공들여 쓰신 글에서 쉽게 지식을 얻고가는 것 같아 어쩐지 죄송스러운 마음까지... 앞으로도 열심히 읽고 가겠습니다!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5/01/29 11:28
어이쿠 변변찮은 글을 꿈보다 해몽 격으로 좋게 봐 주시니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ㅠㅠ

계속 허접한 글이나마 꾸준히 올리기 위해 정진하겠습니다.

ㅜ.ㅜ
Commented by 금린어 at 2015/02/05 10:13
출근하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ㅎㅎ 중딩때 완전히 빠져서 여러 자료들 교보문고에서 원서로 사다가 구해다가 읽은 기억이 나는데 묘하게 가슴이 먹먹했던게 기억나는 부분이네요.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5/02/05 10:56
저는 코엑스 반디앤루니스에서 주로 원서를 ㅇ.ㅇ:::

슬픈 정서가 깃든 이야기들이 원작 행간에 기본사양으로
깔려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요 ㅠㅠ
Commented by 뿌잉뿌잉 at 2015/02/14 18:59
전 아직 원작을 읽을 짬이 안나서 지금껏 영화만 돌려보고 인터넷이나 백과사전만 틈틈이 찾아봐와서 모르는게 많아 여쭤보는데요, 아라고른이랑 아르웬도 투오르랑 이드릴처럼 서쪽으로 가서 요정의 삶을 선택할순없는건가요? 특별히 허락된 케이스들 있잖아요 에아렌딜이랑 엘윙의 아들들도 비슷한케이스 아닌가여? 아라고른도 위대한 업적을 이룬데다 뛰어난 인간이잖아요 투오르처럼요.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5/02/14 20:25
1. 에아렌딜(반요정)+엘윙(요정)의 자식들이라
4분의3이 요정인 셈인 엘론드와 엘로스, 그리고 아버지
에아렌딜은 선택권이 있었지요. 그리고 각자 선택을 한
셈이구요.

2. 투오르의 경우는 아주 특별한 예외 케이스입니다.
이유라면 (1) 발라 울모의 사자로 선택되었고,
(2) 그의 사촌인 투린과 큰아버지 후린의 너무나 큰
비극적 운명과 대비되는 상징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원작에서도 투오르의 운명이 발리노르에
받아들여진, 인간으로서 예외적인 경우일 것이라고
언급될 뿐, 그들(투오르와 이드릴)이 발리노르에 도착했음을
확인시켜주는 부분은 정확히 나오지 않아요.

에아렌딜이 바다를 오가며 모험을 한 건 그의 부모를
찾기 위해서도 한 목적이었다고 전해지지요.

3. 세 번의 요정과 인간과의 결합 중에서
(에아렌딜과 엘윙은 에아렌딜이 반요정인지라 일단 빼고)
투오르와 이드릴은 설정구멍이라 할 정도로 예외성이 있고,
베렌과 루시엔의 재현이 아라고른과 아르웬인 셈이며,
이들의 결혼 덕분에 베렌과 루시엔에서 시작된 혈통이
재결합되었으므로 이들의 운명 역시 베렌과 루시엔을
그대로 따라가는게 설정상 적절하지요.

반지전쟁의 종결과 왕의 귀환을 통해 요정들은 떠나가야
하며 인간들이 가운데땅을 통치하게 되는 상징이 아라고른
왕의 통치이기 때문에 누릴 것 다 누리고 서쪽으로 가는건
과도한 설정이 됩니다. 이미 운명이 정해져 있었던 셈이지요.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