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TR] 길도르가 전해준 “요정의 충고”




톨킨의 중간계 연대기와,

그 대표격이라 할 <호빗>과

<반지의 제왕>, <실마리릴온>에는

무수히 많은 등장인물과 종족들이

존재합니다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심이 되며 판타지의 정서를

자아내는 이들은 바로 요정입니다.




시간순으로는 가장 먼저 영화화된

<반지의 제왕> 3부작 중 첫 번째

편이 되는 <반지원정대>에서 처음

프롤로그의 웅장한 역사 이야기

이후 처음으로 등장하는 요정들은

프로도 일행이 원작에서는 처음

나즈굴에게 쫓겨 나무뿌리 밑에

숨어 있던 바로 그 장면에서,

영화(확장판 기준)에서는 이제

막 샤이어 경계의 숲에서 샘과

프로도가 야영을 하다가 우연히

목격하는 장면에서 선보이게 됩니다.




영화에선 샘과 프로도가 그저

어스름한 숲길을 지나는 요정의

행렬을 먼발치에서 지켜보고

끝나지만 원작에선 그들의 등장

덕분에 나즈굴의 첫 추격을

모면하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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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발굽 소리가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그들은 나무 및 그늘 말고는

더 좋은 은신처를 찾을 수

없었다.




샘과 피핀은 커다란 나무 밑에

납작 엎드렸고, 프로도는 다시

길 쪽으로 몇 미터를 기어갔다.




길은 숲 속으로 스며든 한 줄기

희미한 빛처럼 창백한 회색이었다.




그 위 어두운 하늘엔 별빛이

가득했고 달은 보이지 않았다.






말발굽 소리가 뚝 그쳤다.




프로도는 두 그루의 나무

사이 좀더 밝은 곳을 지난

다음 멈춰선 검은 물체를

보았다.




말의 검은 그림자가 그보다

작은 형체의 그림자에게

끌려가는 것 같았다.




작은 그림자는 길을 벗어나서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 때 프로도는 킁킁거리는

콧소리를 들은 듯했다.






그림자는 땅바닥에 엎드리더니

프로도가 있는 쪽으로 기어오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프로도는 반지를

끼고 싶은 유혹을 느꼈다.




프로도는 참기 어려운 그

유혹을 견디며 손으론 무심결에

주머니를 더듬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어디선가

노래와 엇섞인 웃음 소리가

들려 왔다.




검은 그림자가 갑자기 몸을

벌떡 일으켜 세우더니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는 어둠 속에 우두커니

서 있던 말의 그림자 위로

잽싸게 올라타더니 길 건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프로도는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다.




<반지의 제왕 - 반지원정대>

[세 동무]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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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나즈굴의 공포와

위협, 그리고 그들이 인간과

다른 존재라는 암시가 제대로

발휘되는 장면입니다.




영화에서 프로도와 샘에 더해

메리와 피핀까지 4명이 함께

겪는 상황이지만 실제로 원작은

메리가 노룻골에서 대기하고

있는 상황인지라 피핀만 추가해

3명이 겪는 모험이지요.




그러나 훼방꾼이 근처에 등장해

가까스로 이들 3명의 호빗들은

정체불명의 추격자로부터 벗어나게

됩니다.




그들의 정체는 곧 밝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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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이 쉰 목소리로 속삭였다.




“요정들, 요정들이에요.”




그들이 말리지 않았다면 샘은

나무 사이에서 뛰쳐나가 목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갔을 것이다.




프로도가 말했다.




“그래, 요정들이 틀림없는 것

같네.




가끔 우디 엔드에도 나타나지.






물론 샤이어엔 요정들이 살지

않지만 봄가을엔 탑언덕까지

가는 길에 샤이어를 지나간다고들

하더니 오늘은 정말 고마운 일을

하는군.






자네들은 보지 못했겠지만

검은 기사가 바로 여기서

말에서 내려 우리 쪽으로

기어오고 있었어.




그런데 마침 저 노랫소리를

듣더니 번개같이 사라져

버린 거야.”




샘은 너무 흥분한 나머지

검은 기사 따위는 잊은 듯

했다.






“잠깐 가서 저 요정들을 보면

안될까요?”




“아, 기다려.




들어보게!




이리로 오고 있어.






우린 기다리기만 하면 돼.”




<반지의 제왕 - 반지원정대>

[세 동무]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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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보의 후계자인 덕분에

다른 종족들에 대한 기초

소양을 갖추고 빌보를 방문한

이들을 접한 경험이 있던

프로도에 비해 평민 정원사인

샘은 정말로 다른 종족들을

접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아름다운 요정들의 노래를

들은 순간 그들을 만나고픈

충동에 사로잡힙니다.






물론 샘은 나중에는 샤이어의

평범한 호빗들은 천년이 지나도

다 볼 수 없을 만큼 별의별

존재들을 다 만나게 됩니다만,

이때만 해도 풋내기 호빗에

불과했으니까요.




※ 반지전쟁이 끝났을 때의

샘은, 심지어 저 빌보마저도

‘자네가 정말 올리펀트를 봤단

말인가? 거참 부럽구만’ 할

정도의 대모험가가 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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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랫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그 중에서도 특히 맑은 한

목소리가 다른 목소리들보다

도드라지게 들려 왔다.




요정의 언어로 부르는 노래였다.




프로도는 그 말을 조금은

알아들을 수 있었지만 샘과

피핀은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소리가 곡과 섞여 들면서

호빗들의 생각 속에 말로

모습을 나타내었고, 그리하여

그들도 약간은 이해할 수가

있었다.




프로도가 알아들은 바로는

그 내용은 대강 이런 내용이었다.






흰 눈 같은! 흰 눈 같은!

오 순결한 여인이여!

오, 서쪽 바다 건너의 여왕이여!

오, 여기 어지러운 숲 속의 세계를 방황하는

우리들의 빛이시여!




길소니엘! 오 엘베레스!

그대의 맑은 눈동자, 빛나는 숨결!

흰 눈 같은! 흰 눈 같은!

우리는 그대를 노래한다오!

바다 건너 머나먼 땅에서.






태양이 없던 시절

빛나는 그대 손으로 심은 별들이여!

이제 맑고 환한 바람 부는 들판에서

우리는 그대의 은빛 꽃이 피어나는 것을 보나니!




오, 엘베레스! 길소니엘!

이역만리, 숲 속을 헤메고 있는

우리들은 아직 기억하고 있네,

서쪽 바다 위 그대의 별빛을!






노래가 끝났다.




프로도는 사뭇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들은 높은요정들이야.




엘베레스를 노래하고 있어.




저 아름다운 요정들이 샤이어에

오는 일은 거의 없는데, 대해

동쪽 가운데땅에 남아 있는

이들도 그리 많진 않아.




참 알 수 없는 일이군.”




<반지의 제왕 - 반지원정대>

[세 동무]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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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일행에게로 향하는

요정들은 가운데땅에 존재하는

요정들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엘다르들이었습니다.




또한 요정들이 가장 숭배하는

발라(발리에) 바르다를 위한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이들

요정들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유일자 일루바타르가 창조한

두 종족 중에서 두 번째인

인간들은 해와 달이 탄생할

때 깨어났지만, 첫 번째인

요정들은 별빛이 처음으로

세상을 비추기 시작했을 때

태어난 이들이므로 별빛을

상징하는 바르다를 숭앙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지요.






최초의 요정들이 쿠이비에넨

호수에서 깨어났을 때 그들은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면서

경이로움을 느꼈고 그 기억을

종족 전체는 영원히 간직하고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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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빗들은 길가 어둠 속에

앉았다.




요정들은 계곡을 향해 길을

따라 내려오는 중이었다.




그들은 천천히 지나갔고

호빗들은 그들의 머리와

눈동자에서 반짝이는

별빛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등불 같은 것은

들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이 걷는 동안

마치 달이 떠오르기 전

산등성이 위로 희뿌연

달빛이 드러나듯 희미한

빛이 그들의 발길 언저리를

비추었다.




그들은 이제 노래를 그치고

조용해졌다.




맨 뒤에 따라가던 요정 하나가

호빗들을 보고 웃었다.




그는 큰 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시오, 프로도 씨!




이렇게 늦은 밤에 어딜 가시오?




혹시 길을 잃은 것 아니오?”




 

그는 일행을 불러 세웠다.




요정들은 멈춰 서서 호빗들을

둘러쌌다.






그들 중 누군가가 말했다.




“정말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군!




한밤중에 난데없이 숲 속에

호빗 세 명이 나타났으니.




빌보가 떠난 뒤로는 이런

일을 본 적이 없는데,

무슨 일이오?”




프로도가 대답했다.




“귀하신 분들, 우리는 단지

우연히 여러분들과 같은

길을 가게 된 것 뿐입니다.




난 별빛을 따라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지요.




같이 가신다면 기꺼이

환영합니다.”






요정들은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우린 동행이 필요

없답니다.




게다가 호빗들은 너무

따분하지요.




그리고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도 없을 텐데, 어떻게

같은 길을 간다고 하는 거요?”




“그러면 제 이름은 어떻게

아셨습니까?”




프로도가 되물었다.




“우린 아는 게 많다오.




당신은 우리를 보지 못했겠지만

우린 당신이 빌보와 함께 있는

것을 가끔 보았소.”




<반지의 제왕 - 반지원정대>

[세 동무]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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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엘다르들은 자체발광(!)

하는 존재들로, 그들이 탄생하던

때의 희미한 별빛을 존재 자체에

간직하고 있었나 봅니다.




그러나 이미 오랜 삶과 그들

종족의 숙명에 익숙해진 이들

요정들은 호빗들이 신기해하건

말건 그저 묵묵히 제 갈길을

갈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빌보와 프로도는

다른 종족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이들 요정들에게도

잘 알려진 이들이었나 봅니다.




그리고 프로도는 이때를 놓칠세라

그들 요정들에게 동행을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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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지만 당신들은 누구시죠?




어느 분이 인도하십니까?”




프로도에게 처음 인사를 했던

요정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납니다.




나는 길도르요.






핀로드 가문의

길도르 잉글로리온이오.




우린 유랑객이오.




우리 형제들은 대부분 오래 전에

떠났고, 우리도 대해를 건너기

전에 여기 잠시 머무르고 있을

뿐이지요.






아직 우리 말고도 깊은골에

평화롭게 살고 있는 요정들이

있기는 합니다.





자, 그러면 프로도 씨, 무슨

일인지 말해 주지 않겠소?




당신 얼굴에 공포의 그림자가

덮여 있는 것이 보이오.”




피핀이 용감하게 끼어들었다.




“오, 현명하신 분들!




검은 기사들에 대해 이야기

좀 해주세요.”




“검은 기사들이라고?”




그들은 목소리를 낮췄다.




 

“왜 검은 기사들에 대해

묻는 거요?”






“검은 기사 두 명이 우릴

쫓아왔어요.




한 명이 두 번 나타난 건지도

모르지만요.




바로 조금 전에 당신들이

가까이 오자 황급히 사라졌지요.”




 

요정들은 바로 대답하지는 않고,

자기네들 언어로 조용히 의견을

교환했다.




그리고 길도르가 호빗들을

향해 돌아섰다.




“지금 이 자리에서 이야기하기는

곤란하군요.




우리와 같이 갑시다.




우리 관습에는 어긋나지만

오늘 밤은 우리와 같이 가시지요.




원하신다면 잠자리도 함께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오, 고마우신 분들!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행운이군요.”




피핀이 말했다.




샘은 입도 제대로 열지 못하고

있었다.




<반지의 제왕 - 반지원정대>

[세 동무]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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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지도자는 길도르였으며,

그는 가운데땅의 엘다르 중에도

아주 고귀한 혈통의 일원임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핀로드 가문에 속하기

때문이지요.






길도르가 속한 가문을 대표하는

핀로드 펠라군드는 놀도르 최초의

대왕이던 핀웨의 세 아들 중에

막내로 발리노르에 남은 놀도르의

대왕이 된 피나르핀의 장남이며,

가운데땅에서 귀환한 놀도르

군주 중 비록 대왕은 아니지만

가장 드넓은 영토를 가졌던

군주였습니다.






핀로드의 여동생이 바로

갈라드리엘이므로 길도르는

갈라드리엘의 친족인 셈이지요.






※ 또한 핀로드는 과거 모르고스와의

전쟁에서 그를 구원한 바라히르에게

그가 지녔던 귀중한 반지를 선사하고,

그와 그의 후손들에게 빚을 갚겠노라

맹세합니다. 그 반지가 바로 아라고른에

이르기까지 두네다인들에게 전해져온

바라히르의 반지였습니다.








※ 더불어, 핀로드는 인간이 최초로

서부 벨레리안드에 들어섰을 때

이들을 만나 노래를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인간들 중 요정의 편에

선 에다인 - 누메노르인의 조상 -

들을 끌어들이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며 스스로

맹세를 지켜 바라히르의 아들 베렌을

구하고 목숨을 잃기도 했지요.






이렇게 고귀한 가문의 인물이

이끄는 엘다르 요정들의 행렬이

다가왔기 때문에 나즈굴 역시

물러섰을 것입니다.




평범한(?!) 숲속요정들이었다면

나즈굴이 둘 이상인 상황이라면

그렇게 쉽게 퇴각하지 않았겠지요.




길도르는 이들 호빗들이 평범하지

않은 위험에 처해 있음을 인지하고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동행을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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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도가 공손하게 절하며

감사의 말을 했다.




“정말 고맙습니다.




길도르, 잉글로리온.




엘렌 실라 루멘느 오멘티엘보,

우리들의 만남의 순간에

별이 빛납니다.”




그는 높은요정들의 언어로

인사를 덧붙였다.




길도르가 웃으며 말했다.




“여보게들, 조심해야겠네.




함부로 비밀을 얘기하지

말라구.




여기 고대어를 아는 학자

양반이 계시단 말이야.




빌보도 상당한 대가였지.




반갑소, 요정의 친구.”




그는 프로도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자, 이제 당신 친구들도

우리와 같이 갑시다.




길을 잃지 않게 우리들

가운데로 들어오는 것이

낫겠지요.




먼 길을 걸어야 하니

피곤할 겁니다.”






그들은 다시 말 없이

행군을 계속했다.




요정들의 모습은 때로는

그림자 같기도 했고 희미한

빛 같기도 했다.




그들은 마음만 먹으면

(호빗들보다) 교묘하게

발 소리나 자취도 없이

걸을 수 있었다.




피핀은 곧 잠이 오기 시작했고,

몇 번인가 쓰러질 뻔도 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옆에서

걷던 키 큰 요정이 그의 팔을

잡아 주었다.




샘은 프로도 옆에서 마치

꿈 속을 헤메듯 반은 기쁘고

반은 두려운 표정으로 걸었다.




<반지의 제왕 - 반지원정대>

[세 동무]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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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도는 그의 삼촌 빌보

곁에서 조기 교육으로 배운

높은요정어(“퀘냐”) 인사말

중 최고급 인사를 구사해

길도르를 놀라게 합니다.




이들 엘다르들이 구사하는

언어는 당시 가운데땅 요정

대부분이 공용어 격으로

사용하던 신다린이 아니라

서쪽 발리노르의 요정들이

구사하는 퀘냐였으며 당시

가운데땅에서 퀘냐를 사용할

수 있는 이들은 각 종족의

현자들 일부에 불과했기

때문에 설마 가운데땅 정세에

둔감하기 짝이 없고 학문에는

무관해보이는 호빗들이 퀘냐를

듣고 말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한

상황이니까요.




그리고 이들 요정들의 야영지로

향하는 밤의 행진 속에서 거의

최초로 요정들을 접한 호빗들은

깊은 인상과 몽환적인 체험을

겪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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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편 하늘 높이 그물 모양의

성좌인 렘미라스가 올라오고,

붉은 보르길 별이 안개를

뚫고 천천히 불꽃을 내는

보석처럼 떠올랐다.




곧이어 공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더니 베일처럼

드리워진 안개가 걷히고,

하늘의 검객 메넬바고르가

번쩍이는 띠를 두르고 하늘

위로 솟아 올랐다.




요정들은 합창을 시작했고

갑자기 나무 아래에서 빨간

불꽃이 일었다.




요정들은 호빗들을 불렀다.




“이리들 오시오!




이제는 이야기를 나누고

즐길 시간입니다.”




피핀은 몸을 일으키며

눈을 비볐다.




그는 떨고 있었다.




“저기 마당엔 불이 있고

시장한 손님들께 드릴

음식이 있습니다.”




그 앞에 서 있던 한 요정이

말했다.




“차린 것은 변변찮습니다만

많이들 드십시오.




집을 떠나 이런 숲에서

손님들을 대접하자니 별 수

없군요.




다음에 집에 모실 기회가

있으면 한턱 잘 내지요.”




“무슨 말씀을, 생일잔치 음식이라

해도 손색이 없겠는데요.”




프로도가 정중하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후에 피핀은 그 때 무슨 음식을

먹었고 무슨 술을 마셨는지 거의

기억해 내지 못했다.




그는 줄곧 요정들의 얼굴에 빛나는

환한 빛만 홀린 듯이 쳐다보았다.




그들의 갖가지 목소리도 너무

아름다워서 그는 꿈인지 생시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그가 기억하는 것은 굶어죽어

가던 사람이 맛있는 흰 빵을

먹을 때의 그 맛보다도 맛있는

빵과, 산딸기보다도 달콤하고

정원에서 기른 과일보다도

싱싱해 보이는 과일이 거기

있었다는 사실뿐이었다.




그는 맑은 샘물처럼 시원하며

여름날 오후처럼 뜨겁고 향기로운

술잔을 비웠다.




샘은 그날 밤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생각했는지 말로 표현할

수도 없었고, 혼자 머릿속으로

상상해 그려내는 일도 불가능했다.




그렇지만 그것은 그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기억들 중 하나로

남아 있었다.




그가 기껏 입을 열고 한 말은

이 정도였다.




“흠, 이런 사과를 만들 수

있어야만 정원사란 이름이

아깝지 않겠어요.




하지만 더 감동적인 것은

그 곡조에요.”




프로도는 즐겁에 먹고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나 그의 관심은 주로

이야기 내용이었다.




그는 요정들의 말을 조금밖에

몰랐기 때문에 열심히 들으려고

애를 썼다.






그는 이따금 자기에게 음식을

날라다 주는 요정들에게 요정어로

말을 걸기도 하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도 했다.




그들은 그를 향해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호빗들 중에서도 보석 같은

인물이 있군요.”




잠시 후 그들은 곯아떨어진

피핀을 나무 밑으로 옮겼다.




그는 날이 완전히 밝아 올

때까지 부드러운 잠자리

위에서 잠을 푹 잤다.




샘은 주인 곁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피핀이 잠들자 그는 프로도

옆으로 다시 다가와서 웅크리고

앉았다.




그러나 그도 마침내 꾸벅꾸벅

하더니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들었다.




프로도는 늦은 시간까지 자지 않고

길도르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반지의 제왕 - 반지원정대>

[세 동무]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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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 별들이 떠오르자

엘다르 요정들은 그들 고유의

방식으로 호빗들을 대접하기

시작합니다.




프로도는 그가 빌보에게 배운

지식을 총동원하여 이들 고귀한

엘다르 요정들과 사교활동을

하려 노력하지요.




피핀과 샘은 그저 이 경이로운

체험이 황홀하면서도 익숙하지

않는 것인지라 곧 피곤에 빠져

잠을 청합니다만, 위기를 좀 더

강하게 인지하고 있는 프로도는

이제 조용히 길도르에게 도움을

청할 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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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옛날이야기부터 최근의

소식에 이르기까지 여러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프로도는 샤이어 바깥의

넓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에

대해 물었다.




새로운 소식은 대개 비극적이고

불길한 것들이었다.




한 곳에 모이고 있는 어둠의 세력들,

인간들의 전쟁, 요정들의 피난 등등.




프로도는 마침내 가슴속 깊이

묻어두고 있던 질문을 꺼냈다.




“길도르, 빌보 아저씨가 우리를

떠난 후 혹시 그 분을 뵌 적이

있습니까?”




길도르는 웃었다.




“본 적이 있죠.




두 번 봤습니다.




바로 여기서 작별 인사를 하고,

그 후로 한 번 더 보았는데,

여기서 아주 먼 곳이지요.”






그 이상은 빌보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았기 때문에

프로도는 잠자코 있었다.




길도르가 말했다.




“프로도, 당신 문제와 관련하여

내게 여러 가지를 묻거나

이야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 얼마간은 알고 있을뿐더러,

당신 표정이나 당신 질문 뒤에

숨은 생각을 살펴보면 더 많은

것을 읽을 수 있죠.




당신은 지금 샤이어를 떠나고

있지만 당신이 찾고 있는

것을 과연 찾을 수 있을지,

계획한 바를 이룰 수 있을지,

아니면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죠?




그렇지 않습니까?”




“그래요.




당신 말이 맞습니다.




하지만 내가 길을 떠난 것은

간달프와 여기 있는 충직한

샘만 아는 비밀인데 이상하군요.”




프로도는 나직하게 코를 골고

있는 샘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아,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 입을 통해 그 비밀이

적에게 넘어가진 않을 겁니다.”




“적이라니요?




그러면 당신은 내가 왜 샤이어를

떠나는지도 알고 있단 말씀입니까?”






“적이 왜 당신을 추적하는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쫓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내가 보기엔 참 별난 일이지만,

당신한테 분명히 말해 주고

싶은 것은 당신 주위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기사들 말입니까?




그들이 적의 하수인들이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검은 기사들은 누구입니까?”




“간달프가 말해 주지 않았습니까?”






“그들에 대해선 전혀 들은 바가

없습니다.”




“그러면 내가 이야기할 계제가

아니군요.




당신이 겁을 먹고 여행을 포기하면

안 될 테니까요.




내가 보기엔 당신은 아주 알맞은

때에 출발한 것 같습니다.




이젠 쉬지도 말고 돌아서지도

말고 서둘러야 할 겁니다.




샤이어는 더 이상 당신의

은신처가 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반지의 제왕 - 반지원정대>

[세 동무]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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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도르는 그가 가진 방대한

정보와 지식을 프로도에게

알려 주면서도 프로도가 매우

궁금해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선

말을 아낍니다.


물론 길도르는 프로도가 뭘

궁금해하는지 뻔히 알고 있지요.




그러나 길도르는 고귀한 가문과

풍부한 경험으로 굳이 할 필요가

없는 이야기들에 대해선 호사가

연할 필요가 없음을 잘 알고

있는 현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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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도는 소리를 질렀다.




“그런 암시와 경고를 듣고

나니까 더욱더 무섭네요.




물론 나도 앞길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샤이어 경내에서

그런 위험이 닥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호빗이 워터강에서 브랜디와인

강까지를 마음 놓고 돌아다닐

수도 없단 말입니까?”




“샤이어는 당신들만의 땅이

아닙니다.




호빗들이 있기 전에는 다른

사람들이 있었고 호빗들이

떠나가면 또 다른 이들이

여기 정착할 겁니다.




넓은 세상이 당신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당신은 자신을 스스로 보호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영원히 막아 낼 수는

없을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너무나

평화롭고 안전한 땅이었거든요.




이젠 어떻게 해야 하지요?






내 계획은 샤이어를 몰래 떠나서

깊은골로 가는 것이었는데

노룻골에 도착하기도 전에 벌써

미행을 당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 계획을 그대로 밀고 나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당신 용기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더 분명한 조언을 바란다면

간달프에게 여쭤 보십시오.




나는 당신이 왜 떠나는지 모르기

때문에 당신의 추적자들이 어떤

수단으로 당신을 공격할지 알 수

없습니다.


이런 것들은 간달프가 잘 알고

있습니다.





샤이어를 벗어나기 전에 간달프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만,

사실 그것도 걱정거리 중의

하나입니다.




실은 며칠 전부터 간달프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원래는 아무리 늦어도

그저께까지는 호빗골에

도착하기로 했는데

나타나지는 않았거든요.




무슨 변을 당한 게 아닌지

여간 걱정되지 않습니다.




그를 기다려야 할까요?”




길도르는 얼른 대답하지 않았다.


“안 좋은 소식이군요.






간달프가 약속 시간에 늦다니,

어째 예감이 안 좋은데요.




하지만 ‘마법사들은 까다롭고

성급하니 그들의 일에는

간섭하지 말라‘는 속담이

있잖아요?






당신이 선택하십시오.




가든 말든.”




<반지의 제왕 - 반지원정대>

[세 동무]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




그러나 다급한 상황에 처한

프로도는 마침내 참지 못하고

길도르에게 답답함을 토로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길도르는 요지부동이지요.




그는 신중하고 사려깊으면서도

주제넘게 참견하려 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는 호빗들이 너무나

당연시하지만 실제로는 누군가가

고통스럽게 방어하고 있는 샤이어

경계선의 현실에 대해 우회적으로

암시할 뿐입니다.





※ 간달프의 부탁으로 북부의

순찰자들인 두네다인은 물론,

어둠숲 북부의 숲속요정들과

간달프가 조력을 요청한 인근

많은 이들이 절대반지의 존재를

간달프가 확신한 후로 샤이어

경계를 방비하고 있는 사실을

길도르는 잘 알고 있습니다.






---------------------




프로도는 그 말을 되받았다.




“이런 말도 있지요.




‘요정들에겐 조언을 구하지 말라.




그들은 예와 아니오를 동시에

말하니까.’”




길도르는 껄껄 웃었다.




“그런가요?




요정들은 경솔한 충고는

하지 않지요.




충고란 위험한 선물이기

때문이지요.




심지어 현자들끼리도 그럴

수가 있어요.




모든 길은 언제나 어긋나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당신은 아직 당신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내게 모두 털어놓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내가 당신보다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만약 당신이 진정으로

조언을 구한다면 우정의 표시로

몇 마디 하겠습니다.




지체하지 말고 지금 즉시

떠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간달프가 오지 않고 있다니

이 점을 당부합니다.




혼자서 떠나지 마십시오.






믿을 만하고 용감한 친구와

함께 떠나세요.”




<반지의 제왕 - 반지원정대>

[세 동무]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




길도르는 아직 인생 경험이

매우 부족한 프로도에게

언짢아하지 않고 차분하게

참견은 경계하면서도 필요한

조언을 해줍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자신의

진로는 스스로 결정해야함을

강조하지요.






이후 프로도가 겪어야 할

그 수많은 시련을 생각하면

간달프건 누구건 의존하지

않고 그 자신의 의지와 용기를

믿어야 한다는 길도르의 충고는

현명한 것임이 밝혀지게 될

것이었습니다.




---------------------




“당신은 내게 특별히 감사해야

할 겁니다.




내가 즐거운 마음으로 충고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겐 나름대로의 고통과

슬픔이 있기 때문에 호빗이나

지상의 다른 어떤 무리들의

일에도 거의 관심이 없습니다.




우연이든 고의든 간에 우리의

길과 그들의 길은 만나는 법이

없답니다.




오늘의 이 만남은, 비록 목적이

무엇인지 아직 내게는 분명치

않지만 우연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말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군요.”




프로도가 말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하지만 검은 기사들이 누군지

간단하게만 말씀해 주시면 더

고맙겠습니다.




지금의 조언을 그대로 따르자면

앞으로 당분간은 간달프를

만나지 못할 텐데, 나를

뒤쫓아오는 그 위험이

무엇인지 꼭 알아야겠습니다.”




“적의 하수인이란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까?




그들을 피하십시오!




그들에게 아무 말도 걸지

마십시오!






무시무시한 무리입니다.




더는 묻지 마십시오!




하지만 내 예감으로는 드로고의

아들 프로도, 당신은 이 모든

일이 끝나기 전에 나 길도르

잉글로리온보다 이 끔찍한

것들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

겁니다.




엘베레스의 가호가 있기를!”






프로도가 물었다.




“하지만 어디서 용기를

얻을 수 있습니까?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그것입니다.”




“용기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얻어집니다.




희망을 가지십시오!




이젠 그만 주무십시오.




아침이면 우린 떠나고 없을

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먼 곳에 있더라도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우리 유랑의 무리들은 당신의

여행 소식을 항상 듣고 있을

것이며, 선을 행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이들이 당신을

지키게 하겠습니다.




지금부터 당신을 요정의 친구라고

부르겠습니다.




하늘의 별들이 당신의 여정이

끝날 때까지 그 길을 비출

겁니다.




이방인을 만나서 이런 즐거움을

얻기란 참으로 드문 일이죠.




더욱이 땅 위의 다른 방랑자의

입술에서 고대어가 흘러나오는

것을 들을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길도르가 이야기를 막 마치려는

순간 프로도는 갑자기 졸음이

몰려옴을 느꼈다.




“이젠 눈을 좀 붙여야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요정은 그를 피핀 옆의 나무로

데려갔고 그는 잠자리에 몸을

던지자마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반지의 제왕 - 반지원정대>

[세 동무]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






길도르는 망설이면서도 지혜로운

조언을 해준 뒤, 프로도에게 그들

엘다르 종족의 숙명과 그들이

처한 운명의 무게에 대해 담담히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도 이들 호빗들에 대한

염려와 함께 핀로드 가문의

혈통다운 예지력으로 프로도의

장래를 예견하며 힘을 북돋워줍니다.




그리고 그의 삼촌 빌보에게

스란두일이 행한 것처럼,

프로도에게 ‘요정의 친구’란

명예로운 호칭을 수여합니다.






이는 다시한번, 길도르 잉글로리온이

고귀한 혈통과 지위를 가진 존재임을

확인시켜 주는 대목입니다.




아무나 자기가 요정이라 해서

전체 요정 종족의 친구라는

칭호를 함부로 붙일 수 있을리

없으니까요.




그리고 프로도 일행이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깨어나자 호빗들의

아침 식사만 남겨둔 채 이들

방랑하는 엘다르들은 어디론가

사라진 지 오래였습니다.




그러나 길도르와 프로도는

이후 다시 만나게 됩니다.




---------------------






그들은 9월 21일 함께 출발했다.




프로도는 미나스 티리스에서

그를 태우고 왔던, 지금은

성큼걸이라고 불리는 조랑말을

탔고 샘은 그가 사랑하는 빌을

타고 떠났다.




아름다운 황금빛 아침이었고

샘은 어디로 가는지 묻지

않았지만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들은 언덕을 넘어 스톡 길을

택해 우디 엔드를 향했다.




그들은 조랑말들이 걷는 대로

맡기고 여유 있게 나아갔다.






그린 힐에서 야영을 한 뒤

9월 22일 해가 기울어 갈

무렵 숲의 경계에 들어섰다.




“바로 저 나무 밑이 어둠의

기사들이 처음 나타났을 때

숨었던 곳이에요, 주인님.




이젠 그 일이 마치 꿈 속의

일 같아요.”






샘은 왼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녁이 되자 그들은 부러진

참나무를 지나 방향을 바꿔

개암나무숲 사이의 언덕길을

따라 내려갔다.




동쪽 하늘에는 별들이

희미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샘은 조용히 기억에 잠겨

있었다.




곧 그는 프로도가 나지막하게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을

들으며 그것이 과거에 부르던

노래였지만 가사가 달라졌다는

것을 알았다.




아직 모퉁이를 돌면 기다리고 있을 거야,

새로운 길, 비밀의 문이.

종종 지나쳤지만

언젠가 그날이 오면

달 서쪽, 태양의 동쪽으로 나 있는

숨어 있는 그 길을 걸어가게 될 거야.






마치 그 노래에 대한 응답이기라도

한 듯 저 아래 계곡에서 노랫소리가

길을 따라 울려왔다.




아! 엘베레스 길소니엘!

실리브렌 펜나 미리엘

오 메넬 아글라르 엘레나스

길소니엘, 아! 엘베레스!

우린 기억한다네,

나무 아래 이 먼 곳에 사는 우리는,

서쪽바다에 비치는 별빛을.




프로도와 샘은 그늘 아래 앉아

기다리며 여행자들이 그들을

향해 오는 동안 가물거리는

불빛을 보았다.






그들은 길도르를 비롯한 아름다운

요정들이었다.




샘은 그 가운데 섞여 있는

이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바로 엘론드와 갈라드리엘이

함께 왔던 것이다.




엘론드는 회색 망토를 걸치고

머리에는 별을 달았으며

하프를 쥔 손에는 크고 푸른

보석이 박힌 금반지를 끼고

있었다.




바로 그 반지가 요정의 세 반지

중에서 가장 강력한 빌랴였다.






갈라드리엘은 백마를 타고

빛나는 흰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녀에게서는 부드러운 빛이

발산하는 듯 하였고, 그녀의

옷은 마치 달을 가린 구름처럼

보였다.




그녀의 손가락에는 미스릴로

만들어진, 세 반지 중 하나인

네냐가 끼워져 있었다.




그 반지에는 얼어붙은 별처럼

명멸하는 흰 보석이 박혀 있었다.






그 뒤를 자그만 회색 말을 타고

졸면서 따라오는 이가 바로

빌보였다.




 

엘론드는 그들에게 정중하고

품위 있게 인사를 했고,

갈라드리엘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자, 샘와이즈.




당신이 내 선물을 훌륭하게

사용했다는 걸 알고 있어요.




이제 샤이어는 전보다 축복받고

사랑스러운 곳이 될 거에요.”




샘은 절을 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가 이렇게 아름답다는

사실을 그는 잊고 있었던

것이다.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

[회색항구]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




반지전쟁이 끝나고 샤이어가

재건된 뒤, 프로도는 마침내

그의 치유할 수 없는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가운데땅을

떠날 결심을 하고 출발합니다.




충직한 샘은 마치 몇 년 전

그랬던 것처럼 프로도와 함께

그들이 처음 모험을 떠났던

길을 함께 하게 됩니다.




그리고 몇 년 전 우연한 만남처럼

다시 길 저편에서 서쪽요정들의

일행을 마주칩니다.




그 일행의 선두에는 바로 길도르가

있었으며, 놀랍게도 리븐델의 엘론드,

로스로리엔의 갈라드리엘, 그리고

빌보가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프로도가 합류한 이 일행은

회색항구에서 요정의 세 반지의

소유자들과 절대반지의 운반자들이

함께 제3시대의 종막을 알리는

서쪽으로의 여정에 오르게 됩니다.




길도르 잉글로리온 역시 그들과

함께 했겠지요.




그의 요정의 충고는 충분한

결실을 맺었으며 그와 그의

종족의 역사는 한 순환을

마침내 마감했으니까요.



by 붉은10월 | 2015/02/05 00:03 | 아르다 백과사전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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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함부르거 at 2015/02/05 01:35
Elbereth… 게임 네트핵에서 몬스터를 쫒기 위한 위저드의 주문이었죠. ^^ 네트핵을 참 열심히 했는데 그 속의 하나 하나가 모두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것들임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연재 하시는 거 정말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5/02/05 01:44
밤하늘의 투명한 별빛은 어둠의 괴물들을 몰아내는데도
그 효력을 발휘할 테니까요.

결국 (거의 모든) 판타지는 톨킨의 세계 안에서 춤을 추는
존재들일지도 모릅니다.

졸문졸필 읽어주셔서 그저 감사인사 전할 뿐입니다. ㅜㅜ
Commented by 바람뫼 at 2015/02/05 07:05
공부의 중요성...

중간계의 요정들은 기본 오만하지만(그도 그럴 것이 다른 생물들과 급부터 다르니까) 상대방의 내면을 잘 파악하고 거기에 맞춰 대접할 줄 아는 종족같아요.

실마릴리온도 완독해야하는데 몇 년째 진척이 없네요 orz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5/02/05 10:52
1. 오만하지만 사려깊고 현명한 '첫번째' 종족이니까요.

2, 배워야 삽니다.

3. 실마릴리온 산맥을 넘으면 후린의 아이들과 중간계의
역사 전집 대산맥들이 기다리고 있지요...
Commented by Oryn. at 2015/02/05 09:03
영화에선 보지 못한 장면이기도 하고, 어쩐지 몽환적인 느낌이라서 처음 읽을 때 꽤 인상적이게 다가온 부분이었죠 ㅎㅎ 영화에선 칼 맞은 후 급전개이지만, 소설에선 프로도와 친구들이 깊은골 도착하기까지 고생을 맞이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부분이기도 했구요.
여러번 보았지만 요정들의 언어는 참 신비로운 것 같아요...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5/02/05 10:55
1. 최초로 언어를 구사한 종족이니까요. 가장 발달된 언어를
가지고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종족...

2. 프로도 일행이 브리에 도착하기만 하는 것 까지도
길도르 일행과 톰 봄바딜의 조력이 필요했으니까요.

이들 둘은 원작에선 초반에 여러 알레고리를 풀어내고
판타지 설정에 기여하는 부분들인데 영화에선 어쩔 수 없이
제외되어서 그저 아쉽기만 합니다.
Commented by 알렉세이 at 2015/02/05 10:06
허. 프로도가 저렇게 똑똑한 말을 할 때가 있다니.=ㅂ=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5/02/05 10:53
괜히 가운데땅 전국구 명사가 아니라능...
Commented by 메들리 at 2015/02/05 23:39
빌보가 에레보르를한번다녀가더니 그냥중간계네임드의대명사가되버렷네요ㅋㅋㅋ그리고 저 예와아니오 대답은 호빗1편에서 엘론드에게 빌보가햇던말이랑똑같은데 피터잭슨이 이런부분까지 신경을쓴거인가요?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5/02/06 15:51
1. 그게 그냥 다녀만 간게 아니라 왕국 하나를 재건하고
지역분쟁 차원을 넘어서 가운데땅 북반부의 정세를 확
뒤바꿔놓은 대전쟁(비록 하루만에 끝났다지만)에서
활약한 셈인지라::: 충분히 영웅 반열에 오를만한 무훈이죠.

2. 제가 피터호빗에게 직접 문의해서 답을 들은 건 아니지만
대사만 들어봐도 피터호빗이 노리고 넣은게 분명하더군요.
그 호빗 은근 설정덕후라서 안절부절하면서 한 컷이라도
더 넣어보려고 애쓰는 게 눈에 보여서 정말 흐뭇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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