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TR] 가운데땅에서 가장 오래된 자들의 작별인사



반지전쟁이 끝난 뒤, 원정대는 이제
각자의 여정을 시작해야 합니다.




그들이 각자의 길로 헤어지기
직전, 마지막으로 함께 들른 곳은
아이센가드였으며, 그곳에서 엔트들의
대장 나무수염은 원정대의 각자와
작별인사를 나누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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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수염은 그들 모두에게
차례로 작별 인사를 했고
켈레보른과 갈라드리엘에게는
경의를 표하며 천천히 세 번
절을 하고 말했다.




"우리가 그루터기나 바위 옆에서
만난 후 오랜 세월이 흘렀소.
 



아 바니마르, 바니말리온 노스타리!




우리가 이처럼 마지막 순간에야
만나게 된 것은 슬픈 일이오.
 



이제 세상은 변하고 있으니 말이오.




물과 땅, 공기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소.




아마 우리는 다시는 만나게 되지 못하겠구려."






그러자 켈레보른이 이렇게 말했다.




"나는 모르겠소, 연장자여."




그러나 갈라드리엘이 말했다.




"가운데땅에서는 만나지 못하겠지요.






파도 아래의 대지가 다시
솟아 오를 때까지 말이오.




다음번엔 타사리난의 버드나무숲에서
봄에 만나게 될 겁니다. 안녕히!"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
[많은 이별]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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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항구의 키르단을 제외하면
가운데땅에서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종족들로선 가장 오래된
이들이었습니다. 






켈레보른은 최초로 쿠이비에넨에서
눈을 뜬 엘프들 중에서 서쪽으로의
대장정을 시작한 엘다르 세 종족 중
텔레리의 대왕 '회색망토' 엘루 싱골의
친족이었으며, 나무수염은 엘프가 깨어난
직후에 눈을 뜬 드워프와 같은 시기에
발라 야반나가 그의 배우자 발라 아울레가
드워프를 만든 것처럼 만들어낸 나무목자
종족이었으니까요.





오히려 갈라드리엘이 서쪽 발리노르에서
돌아왔기 때문에 가운데땅에서의 삶의 시기는
보다 짧은 편입니다.(!)




이제 그들은 자신들의 시대가 잊혀져 가고
인간들이 가운데땅을 통치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음을 모두 잘 알고 있고,
이제 헤어지면 다시 만날 수 없으며
각자 조용히 사라지는 길만 남아 있음을
직시하고 있습니다.






켈레보른은 그런 불안과 기약없는 재회를
아쉬워하고 있으며, 갈라드리엘은 그러한
사실들을 인정하면서도 아득한 먼 옛날
영광스럽던 벨레리안드 시절의 아름다운 모습,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실락원을 추억하며
작별인사를 전합니다. 




짧은 고별의 대화 속에 녹아있는 세월의
무게감과 그간의 중간대륙의 역사가
아련하게 펼쳐지는 느낌입니다.





타사리난의 버드나무숲에서 그들이
재회하는 날은 과연 언제일까요.




비천한 인간들로서는 도저히
측량할 수 없는 시간이겠지요. 




*  "이제 세상은 변하고 있으니 말이오.
물과 땅, 공기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소."
라는 나무수염의 표현은 <반지의 제왕>
첫번째 영화였던 <반지원정대> 맨 앞 부분
나레이션에서 갈라드리엘의 육성으로 재현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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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피핀이 대담하게 다시
입을 열었다.




"저, 나무수염, 뭘 좀 물어봐도 될까요?




왜 켈레보른은 우리에게 당신의 숲을
조심하라고 했을까요?




그는 우리에게 숲에 말려드는 위험한
짓은 하지 말라고 했거든요."




"흐음, 그가 그렇게 말했다고?"






나무수염은 굉염 같은 소리로 말했다.




"만일 너희들이 이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가고 있었다면 나도 같은 소리를
했을 거야.




라우렐린도레난의 숲으로 들어가는
위험한 짓은 하지 말라고 말이야.





그건 요정들이 옛날 부르던
이름이고, 지금은 줄여서
로스로리엔이라고 부르지.




아마 그게 옳을 거야.




그 숲은 더 이상 자라지 않고
이지러져 가고만 있으니까.






옛날 옛적에는 노래하는
황금계곡의 땅이었지만
이젠 꿈 속의 꽃이지.




아! 그러나 그곳은 어떤 자도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는
기묘한 곳이야.





너희들이 그곳을 빠져나왔다니
놀랍군.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너희들이
거기에 들어갔다는 사실이야.






오랫동안 낯선 자들에게
그런 일이 일어난 적이 없었거든.






그곳은 이상한 땅이지.




그리고 이곳도 마찬가지야.




사람들이 여기서 재난을 당했지.




그래, 재난을 당했어.






라우렐린도레난 린델로렌도르
말리노르렐리온 오르네말린."




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거기에 사는 자들은 세상에
뒤처지고 있어.






그 황금숲을 제외하고는 이곳도,
다른 어느 곳도 켈레보른이 젊었을
때의 모습은 아니지.




그들은 여전히
"타우렐릴로메아 툼발레모르나 로메아노르"
라고 말하지.





세상은 변했지만 아직  진실한 곳들도
있다는 뜻이야."




<반지의 제왕 - 두 개의 탑>
[나무수염]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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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래된 존재들이 제3시대 말에
대처하는 방식은 전혀 다른 것이었습니다.






켈레보른과 갈라드리엘은 요정의
반지의 권능으로 그들이 잃어버린
아득한 제1시대의 찬란했던 엘다르
왕국과 벨레리안드의 자연을 그대로
시공간을 압축한 로스로리엔으로
구현해 오직 그 안에서만 과거의
영광을 추억하며 기나긴 시간을
멈춰놓은 채로 지냈으며, 결국
그들이 떠나가야 할 운명임을
예지하면서도 가능하면 그 순간이
오지 않기를 아련하게 갈망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나무수염이 속한 엔트나
켈레보른이 속한 엘다르의 힘은 결코
약하지 않았으며, 유한한 생명을 가진
종족들이 보기에는 마치 신과 같은
위력을 보일 수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나무수염이 이끈 엔트들은
고대의 권능이 부활한 것처럼 막강한
힘을 과시하던 마법사 사루만의 아이센가드
요새를 무력화시키는 힘을 발휘하기도
했으니까요.






(사루만이 그의 군대를 잃고 아이센가드의
오르상크 탑에 갇힌 신세가 되지만 간달프가
이르기를, 오르상크 탑에서 수비하는 사루만은
나즈굴 정도는 문제없이 제압해 아이센가드를
지킬 수 있을만큼의 힘은 갖고 있다고 평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의 전성기에
비해서는 희미한 잔광에 불과한
것이었으며, 결국 파도에 깎여나가는
바닷가 돌처럼 침식되어 사라져가는
것은 시간문제임을 그들 종족은
스스로 예감하고 있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로스로리엔의 숲에 대해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나무수염의
평가가 나오는 것입니다.






인간이나 호빗들은 그 황금의 숲을
그저 두려워하거나 아니면 경외하며
찬탄하게 되지만 나무수염의 눈높이는
그의 장구한 역사 만큼이나 독특한
시각의 평가를 내립니다.





나무수염은 과거의 영광을 회상하고
아름답던 시절을 추억하면서도 이제
그 날은 지나가버렸음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로스로리엔의 요정 영주들은
시간을 가두어 놓으려고 하지요.






그래서 황금숲은 아름답지만 장구한
세월을 지켜보는 요정이나 엔트에게는
그저 꿈결 같은 찰나에 불과해 보이는
것입니다.




젊은 시절의 켈레보른의 기억이
(가운데땅에서 가장) 나이가 든
켈레보른의 권능으로 그대로
부자연스럽게 유지되고 있는 것은
나무수염이 보기에는 부질없는
미몽이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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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종족 중 일부는 이제 나무들과
똑같은 모습이 되어 버려서 그들을
깨우려면 무언가 큰 일이 필요해.




그들은 귓속말로만 대화를 나누지.




그러나 내 나무들 중 일부는
손발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있고, 또 그 중에는 내게 말을
건넬 수 있는 나무들도 있어.






물론 요정들이 시작한 일이지.




나무들을 깨워 말하는 것을
가르쳐 주고 또 나무들의 말을
배우기도 하고.






요정들은 항상 모든 것들과
말을 나누려 했으니까.




그런데 그 때 암흑이 닥쳐온 거야.






그러자 그들은 바다 건너로 사라져
버리거나 먼 계곡에 몸을 숨기고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절들에 대한
노래를 만들며 시간을 보냈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절.




그래, 그래, 한때는 여기서부터
룬산맥까지가 모두 하나의 숲이었어.





지금의 이 숲은 당시 동쪽의 일부에
불과했지.




광활한 시절이었어!




온 종일 거닐며 노래를 불러도 텅 빈
언덕들에선 메아리만 돌아올 뿐이었지.





그 숲은 로스로리엔 같았어.




하지만 더 울창하고 튼튼하고 젊었지.




그리고 공기는 얼마나 향기로웠는지!




나는 공기를 들이마시며 한 주일을
보내기도 했어."




<반지의 제왕 - 두 개의 탑>
[나무수염]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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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엔트들은 요정들을
사랑했으며, 그들의 언어 역시
사랑했습니다.




나무수염이 간략하게만 이야기하는
요정들의 운명은 그들이 겪었던
역사를 그대로 압축한 것이었지요.





결국 다시 바다를 건너 서쪽으로
떠나거나, 혹은 리븐델이나 로스로리엔,
깊은골 북부 일부지대에 비밀스럽게
틀어박혀 회고적인 나날을 보내는
엘다르들의 모습처럼 말입니다.




아마 엔트가 가장 좋아한 종족은
요정이었겠지요.






그들은 고유의 엔트어를 가지고 있었지만,
자신들의 언어 못지 않게 그들에게 언어를
가르쳐준 요정들의 언어도 즐겨 구사했으니까요.




신기하게도 그들은 그 배우기 어렵다는
고급요정어 "퀘냐"를 가장 즐겨 사용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언어를 구사하며 발전시켜온
엔트에게는 가장 완벽하게 구현된 언어라 할
"퀘냐"가 마음에 들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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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수염은 말을 멈추고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렇게 커다란 발을 가졌는데도
거의 소리를 내지 않았다.





이윽고 그는 다시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곧 그 소리는 노래로 바뀌어 갔다.




호빗들은 자기들을 위해 부르는
노래라는 걸 깨달았다.






봄날 나는 타사리난의 버드나무 풀밭을 거닐었다네.
아, 난타사리온의 봄 풍경과 향기여!
그래, 정말 좋았지.
여름날 나는 옷시리안드의 느릅나무숲을 떠돌아다녔다네.
아, 옷시르의 일곱 강가에서의 여름날의 광휘와 음악이여!
그래, 정말 최고였지.
가을날 나는 넬도레스의 너도밤나무숲에 갔다네.
아, 타우르나넬도르에서 노랗고 빨갛게 물든 채
한숨짓던 갈잎들이여!
더 바랄 게 없었지.
겨울날 나는 도르소니온 고원의 소나무숲에 올라갔다네.
아, 오로드나손의 겨울 바람과 흰 눈과 검은 가지들이여!
내 목소리는 솟아 올라 창공에 울려 퍼졌지.
그러나 이제 모든 대지는 파도 아래 누웠고,
나는 암바로나, 타우레모르나, 알달로메를 거닌다네.
거대한 뿌리와 타우레모르날로메의 낙엽보다
두터운 세월이 쌓여 있는 나의 땅,
팡고른의 나라를 거닌다네.





노래를 마친 그는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숲은 아주 고요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반지의 제왕 - 두 개의 탑>
[나무수염]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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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나무수염이 혼자 중얼거리는
노랫가락이지만, 호빗들에게 들려준
그 노래 속에는 과거에 웅장하게
가운데땅 서부 전역을 뒤덮었던
숲들에 대한 기억과, 이제는 바다
속으로 사라진 벨레리안드의
아름다운 땅들에 대한 추억들,
그리고 제3시대 말 아옹다옹
음모를 꾸미고 분쟁을 벌이는
다른 종족들의 행태가 부질없어
보이게 만드는 거대한 고요가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제1시대의 기억을 간직하는 몇 안 되는
 존재들이었던 갈라드리엘과 나무수염은
그렇게 난 타사리난의 버드나무숲의
아름다움을 기억으로 공유하며 작별인사를
나눕니다.
 



이제 그들은 떠나거나 잊혀질 것이며
그들이 존재했다는 것을 후대의 인간들은
기억하지 못할 테니까요.


by 붉은10월 | 2015/02/10 18:42 | 아르다 백과사전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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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Oryn. at 2015/02/11 03:00
영화에서 나무수염이 나왔던 장면은 왠지 모르게 코믹했던 것 같아요. 한낮에 이야길 시작해서 날이 완전 깜깜해졌는데 이제 인사를 끝마쳤다고.;
저는 엔트 하면 어렸을 적에 즐겼던 리니지에서 본 게 처음이라, 나무수염을 보면 그 기억이 떠올라요. NPC인 엔트를 때려야 조합용 아이템을 드랍하기에 엔트는 보기만 하면 미친듯이 줘팼던...=,.=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5/02/11 03:36
1. 엘프들이 너무 우거지상으로 과거회상만 줄창 하는
캐릭터라면, 나무수염과 엔트들은 세월에 몸을 맡기고
천천히 산보하며 명상하는 이들이니까요.

2. Oryn.님이 나무목자님들을 구타하던 분이실 줄이야;;;
Commented by 감사히 읽었어요 at 2015/02/11 18:59
어쩌면 엔트와 엘프의 차이는
식물과 동물의 차이일지도 모르겠네요
아니면 식물이라도 다년생 목본식물이라서 그랬던 걸까요?
한해살이 풀이 인격체라면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빨리빨리를 외쳤을것 같기도 하고요ㅋㅋㅋ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5/02/12 00:14
넓게 보자면 중간계의 올바르(아르다의 식물들)와
켈바르(아르다의 동물들)의 차이가
딱 들어맞진 않더라도 통하긴 하네요 ^^

분류상으로는 엘프는 인격을 가진 종족에 속하지만
넓게는 켈바르에 포함되니까요.
Commented by 모나미팬 at 2015/02/12 13:10
처음 반지의제왕영화를 접햇을때는 엘프그거완전사기캐아니냐?하면서 마냥감탄만햇는데 실마릴읽고다른거읽고보니 아...엘프들의 슬픈역사는 인간하고비교도안되는구나라는감정과 그개고생해서 중간계에정착햇는데 인간의시대가오니 스스로물러날수밖에없는상황등등.. 요새는 엘프들만보면 짠하네요 특히 로스로리엔의 시간을늦춰서 계속 중간계에남고싶어하는 갈라드리엘을보면요...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5/02/12 13:44
로스로리엔은 여러 묘사에서 제1시대 벨레리안드에서
찬란했던 요정 왕국의 자취를 재현하고 있었다는 표현이
거듭 등장할만큼 타임슬립하는 기분이 들었을 동네입니다.

요정들로선 가운데땅 다른 전역은 이미 자신들이 보기에
늙고 비틀어진 이상한 동네가 되어버렸고 오직 황금숲
안에서만 반복된 일상을 살며 과거를 회고하는 나날이
되었겠지요.

이건 마치 북유럽 신화에서 신들의 황혼 이후,
살아남은 신들이 옛 궁정에 모여 찬란했던 기억을
회상하며 조용하게 노래를 부르던 풍경과 겹쳐집니다.

그 모든 희생과 고난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이룩했던
모든 것은 그저 무로 회귀해버린 셈이니 요정이란
종족의 가운데땅에서의 연대기는 많은 기억을 간직한
공허로 끝나버리는 셈이네요. 회한만이 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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