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영화극장] 블랙코미디가 일품! 재연다큐 “가이드”


[단편영화극장]

 

<가이드>

 

잃어버린 이상향을 찾는 1세계와

서구의 물질적 풍요를 쫓는 3세계

그 두 세계가 모로코 사막에서 충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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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통해 우리는 일상의 번잡함을 잠시

벗어나 스스로를 돌아보거나 재충전합니다.

 

혹은 각박한 현실에서 일탈해 찰나의

고독을 즐기거나 여행을 통해 새로운

길을 찾기도 합니다.

 

그래서 여행하기 편하고 볼거리 많고

편의시설 잘 정비된 서구나 일본으로도

많이들 떠나지만 단순히 물가가 싸고

경비부담이 적은 것 외에도 일종의 야만

(문명에서 벗어난)을 경험하고자 오지를

찾아 떠나는 모험여행 또한 하나의 조류를

형성하기 시작했지요.

 

그러나 이런 유행 속에서 정글의 법칙

보여준 명암처럼, 실제로 해당지역 주민들은

이미 문명세계와 상업적 관광에 익숙해져

있는데 여행객 혹은 안락의자에서 화면으로

그런 서바이벌 열풍을 즐기는 이들만 뭔가

막연한 백일몽을 꾸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작품 <가이드>는 그런

부조리한 상황을 블랙코미디 재연극으로

충실하게 옮긴 단편영화이지요.

 

감독이 직접 주연으로 출연하고 비전문

배우들을 활용해서 재연극 형식으로

만들어낸 이 작품 <가이드>는 장르를

구분하기가 애매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극영화에서도 정교한 시나리오 대신에

상황 설정만 해놓고 배우들이 자연스레

대사를 만들어내면서 연기와 실재 경험을

넘나드는 기법이 켄 로치 감독 등에 의해

활용되고 있는 바, <가이드> 역시 그런

연출을 적극적으로 구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픽션이다 다큐다 하는

논의보다는 재연극 혹은 모큐멘터리로

보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되네요.



 

20여 분 남짓한 러닝타임 동안

<가이드>는 감독 자신이 분한

프랑스인 청년과 모로코의 사막마을

주민들 간에 일어나는 의사소통의

문제와 동상이몽, 주민들간의 갈등을

관객들에게 보여줍니다.



 

액션도 없고 극적 반전도 없습니다만

언어 통역의 한계를 통해 서구세계와

3세계(혹은 개발도상국이라 불리는)

주민들의 전혀 다른 목적이 드러나고

그 둘은 동전의 양면처럼 결코 한군데

합치되기 어려울 것임을 영화는 계속

암시합니다.

 

주민들은 단순한 관광객을 맞아서도

서구의 시각과 잣대로 쓰여지는 여행

가이드에 마을이 소개되어 돈과 사람이

몰려들기를 희망합니다.

 

관광객은 가식적이고 상업화된 관광

풍토에 지쳐 좀 더 오지로 찾아가면

뭔가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덧없는 몽상가입니다.

 

통역을 맡은 도회지에서 이 시골마을로

이주한 주민(교사 역할을 하는)은 이들

두 집단을 통역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모순에 빠져들기 시작합니다.

 

토박이 주민들은 서구세계를 경멸하고

터부시하지만 그들의 돈은 필요합니다.

 

관광객은 의사소통의 불편과 이 마을

주민들이 가식적으로 보여주는 친절에

혹해 꿈보다 해몽 수준에 빠져들지만,

 

그 과정을 지켜보는 통역자 주민은 오히려

스스로 모순에 빠져들었음을 깨닫지요.



 

도회지의 병폐를 떠나 소박한 시골생활에

만족하지만 정작 마을 주민들은 물질적인

성공과 부를 쫓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통역자의 표정은 점점 심각해져 갑니다.

 

우여곡절 끝에 관광객은 짧은 체류를

마치고 마을을 떠나고 마을 주민들은

관광객들이 더 몰려들기를 기대하며

어설픈 마을 꾸미기에 나섭니다.

 

이 작품 <가이드>에서 악의를 가졌거나

누군가를 해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다만 마을 사람들은 돈이 필요하고

관광객은 치유의 기회를 찾아 헤멜

뿐이지요.

 

그러나 마을에 돈과 사람이 몰려든다면

그 목가적 삶은 파괴되고 말 운명이고,

 

주인공과 같은 관광객들은 다른 보다 덜

상업화된 산간벽지를 찾아 훌쩍 떠나버릴

것입니다.



 

이미 주 배경인 모로코의 사막 마을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압축적으로 재현된 <가이드>를 보신다면,

 

여행관광의 풍경을 이십여 분 남짓

간접체험하는 것으로 다양하고 풍부한

상념의 시간을 갖게 되시리라 자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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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정보]

 

가이드 The Guide

 

Belgium, Morocco / 2015 / 24' / Documentary

 

Director 프랑수와 힌

Cast 오마르 벨라기르, 무스타파 엘 가지, 프랑수와 힌, 무스타파 무사우이



 

Synopsis

 

모로코 남부 작은 마을, 손님 한 명 없는

압둘하디의 식당에 젊은 프랑스 남자가 찾아온다.

 

마을 사람들은 그가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들일

여행 가이드북을 쓰고 있다고 확신하며 그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고 고군분투한다.

 

서구인의 입장과 관광산업에 의존하는 지역민들의

차이를 흥미롭게 그렸다.

 

[12회 서울환경영화제 영화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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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정보>

 

12회 서울환경영화제, 2015 그린파노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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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붉은10월 | 2018/01/04 17:44 | 불타는 필름들의 연대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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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자유로운 at 2018/01/04 18:42
저런거 보면 세상이 얼마나 모순 덩어리인지 잘 알 수 있지요.

개인적으론 참 편하게 사니까 저런 식으로 빈곤 관광하는구나 싶을 뿐입니다.
Commented by 붉은10월 at 2018/01/04 19:05
결핍이 일상화된 이들과 그 결핍을 취사선택적으로 동경하는 이들간의 동상이몽이 핵심인 작품입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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