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BIFF
2017/10/11   [2017 BIFF] D-1day의 오후 영화의 전당 [2]
2017/10/07   [BIFF] 부국제 예습을 위한 도서 가이드
2017/10/04   [BIFF] 얼렁뚱땅 2017 부산국제영화제 가이드 [2]
2015/11/22   [2015's BIFF] 여전히 건재한 롯데백화점 뒷편 천원김밥 [8]
2014/11/10   [18th BIFF] 모라토리움기의 다마코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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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2   [BIFF] 돌에 새긴 기억, 카메라에 담기는 기억
[2017 BIFF] D-1day의 오후 영화의 전당
2017년도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12일(목)부터 21일(토)까지 10일간
센텀시티역 부근 영화의 전당과 롯데시네마, CGV, 동서대 소향센터 및
메가박스 장산점에서 진행됩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부산국제영화제이지만 그래도 매년 저 두레라움
건물의 웅장한 풍경을 직접 눈으로 맞이하면 가슴이 둑근둑근거리는 건
해마다 여전합니다.

좌측이 비프라운지, 중간부분이 야외극장,
우측이 영화의 전당 상영관들 위치입니다.


페스티발 뱃지를 수령하고 기념품으로
영화제 로고가 찍힌 가방을 받았습니다.

안에는 단촐하게 영화제 가이드북과 지도 등이 들어간 인포메이션,
그리고 일정표 등만 넣어져 있었습니다.

뱃지 종류에 따라 가방 내용물과 색상이 다르게 나옵니다.


관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비프라운지 주요 배치도입니다.

특히나 매표소 위치와 운영시간대는 잘 숙지해놓아야 합니다.
첫 주말 시간 촉박할 때 길 모르고 시간대 모르면 피눈물 납니다.


영화제 기간에 광장으로 사용되는 영화의 전당 앞마당인데
올해는 전년도와 다르게 야외무대가 있던 자리에 컨테이너 박스로
이뤄진 가건물이 들어섰네요. 저 건물의 용도는 내일이 되어봐야
확인될 것 같지만 저기에서 다양한 행사공간이 조성될 것 같습니다.


작년에는 개막식을 못 봤었는데
(부산에 내려왔다가 급한 업무처리 때문에
오전에 다시 올라갔다 심야에 다시 내려옴:::)
개막식 레드카펫 진입로 좌우에 간이객석을 놔서
혼잡을 막고 진행을 용이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보입니다.

과거에는 레드카펫 양쪽에서 안전사고 위험이 늘
상존해 있었거든요. 사람의 파도에 떠밀려 얇은
펜스는 금방 쓰러질듯 말듯 위태로운 모습을 종종
보여왔었습니다.


간이객석의 이용방법이 프린팅되어 있네요.
이렇게 써놔도 개막식 현장은 아비규환의 인외마경이
될 건 뻔합니다만 조금이라도 새로운 대책들이 계속
나오는 건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요즘 VR 영화가 그렇게 핫하다면서요?
저는 아직 실감을 못하고 있는데 관객라운지 입구
바로 측면에 시연룸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비디오룸 형식으로 VR 영화들을 체험할 수 있게
조치하는 것 같네요. 짬 될 때 신세계를 접해봐야 될듯...

아직 하루 남아서 어수선하게 막판 정리가 이뤄지는
영화의 전당 풍경을 구경하다 숙소로 들어왔습니다.

이제 내일이면 또다시 부산국제영화제 배틀이 시작됩니다.

아침에 줄을 서고 온라인 오프라인 첩보들을 수집하고
극장 사이를 뛰어다니며 영화 볼 때는 졸음과 싸우고
밤에는 해운대에서 술과 격투하는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by 붉은10월 | 2017/10/11 21:35 | 영화제의 바다 | 트랙백 | 덧글(2)
[BIFF] 부국제 예습을 위한 도서 가이드

이제 1주일도 안 남은 2017 부산국제영화제!

아래 책들과 함께라면 실패는 병가지상사 NO NO

 

<챕터 소개>

영화제 기본정보는 확실히 습득해야~

영화제 역사와 배경도 마스터하고~~

영화제를 즐기기 위한 TIP도 소화~~~

실패는 이보전진 위한 일보후퇴~~~~

 

그럼 출발합니다. 부룽부룽 ~

 

영화제 기본정보는 확실히 습득해야~

 

인터넷에 온갖 정보가 떠돌고 수많은 책자가

난무하는 부산국제영화제 온/오프라인이지만

그래도 가장 중심이 되는 정보지는 역시나

영화제 공식 가이드북입니다.


 

가이드북은 2가지 종류가 나오는데

무가지로 영화제 이전부터 영화제 기간

내내 살포되다시피 곳곳에 비치되어 있는

포켓북 형식의 가이드북과,



 

영화제 공식 기프트샵에서 판매하는

전공서적 체급의 메인 카탈로그 북으로

나뉩니다.

 

기본 가이드북은 무가지로 배포되지만

메인 카탈로그 북은 15,000원에 판매되며

영화제 개막 다음날인 1013()부터

구입이 가능합니다.

 

메인 카탈로그 북은 기본 가이드북에서

교통편이나 편의시설 소개 등을 빼고

 

대신에 영화소개와 색인 등이 보강된

형식으로 상영작에 대한 정보를 좀 더

얻거나 기념품 겸으로 구입할 분들이

구입하시면 됩니다.

 

기본 가이드북은 기념품으로 남기려면

2권을 구해서 1권은 꼭꼭 소장용으로

숨겨두고 다른 1권은 본 영화 표시하거나

색칠하기 등으로 활용하면 됩니다.

 

영화제의 공식정보로는 홈페이지와 함께

/오프라인의 양대 축으로 상영시간표,

셔틀버스 이용법, 영화상영 외의 각종일정

및 부대행사 정보 등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습니다.

 

이외에 오프라인 매체로는 영화주간지

씨네21이 공식 발행을 맡아 영화제 기간

거의 매일 발간되는 잡지 형식의 데일리

있습니다.



 

영화제 다녀가시는 분들이 기념 및 소장용으로

챙기는 일순위이기도 한데 판형도 크고 정보도

꽤 많아서 매일매일 챙기면 좋습니다.

 

영화제 기간에 여러 매체에서 홍보지도

배포하고 상영작들의 개별 브로셔도 많이

나옵니다만 공신력 있는 일순위는 역시나

가이드북과 데일리 2종이 핵심입니다.

 

이외에 판매용으로 나오는 책으로 몇 년

전부터 매년 영화제에 소개되는 중국영화를

비평하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나는 중국영화

도 영화제 기간에 출간될 예정입니다.



 

온라인에서는 접속환경만 된다면 역시나

부산국제영화제 앱을 스마트폰에 깔거나

트위터 계정을 팔로우해놓는게 일정변경 등

체크하는데 편합니다.

 

인쇄된 가이드북의 행사나 상영정보가

바뀌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특히나

수시로 변경사항 확인해야합니다.

 

티켓교환이나 양도 등도 온/오프라인

정보를 교차해 파악하는 게 유리합니다.

 

영화제 역사와 배경도 마스터하고~~



  

부산국제영화제와 영화제 일반에 대해 다룬

책이 여러 가지 있으나 전문연구자가 아니면

아래 소개된 책들 중 1-2권으로 충분합니다.

 


 

<영화의 바다 속으로

- 부산국제영화제 20년 비하인드 스토리>

 

김지석 (지은이) | 본북스 | 2015-10-01

정가 22,000

반양장본 | 386| 223*152mm (A5) | 650g

 

올해 급작스런 지병으로 작고하신 부국제의

산증인,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가 쓴

부산국제영화제 20년사 성격의 단행본입니다.

 

가격이 꽤 나갑니다만 부산국제영화제의

20년사를 정리한 책으로서 초심자에게는

이 영화제가 어떻게 시작해서 어떤 일들을

겪어왔구나 파악하는 데에는 좋은 가이드가

될 것입니다.

 

아래는 출판사 책 소개.

 

아시아 시네마 컬렉션 8.

1996년부터 시작된 부산국제영화제는

20년 동안 개최되면서 아시아 중심으로

세계영화를 알려 '아시아의 칸영화제'

불릴 정도로 큰 주목을 받아왔다.

 

201520주년을 맞은 영화제의 탄생부터

오늘까지의 이야기들을, 그 시작부터 함께해온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가 생생한 에피소드로

증언한다.

 

이를 통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체성과 정신이

온전히 기록되어 국내외 독자들에게 간접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영화, 영화인 그리고 영화제

- Mr. KIM Goes To Film Festivals>

 

김동호 (지은이) | 문학동네 | 2010-10-15

정가 16,000

반양장본 | 375| 223*140mm | 713g

 

올해 영화제를 끝으로 퇴임 예정인

김동호 이사장(집행위원장이 더 익숙한)

집행위원장 퇴임 후 언론에 기고하던 자신의

세계 영화제 방문기 및 소개담을 단행본으로

엮어낸 책입니다.

 

대중적인 세계 영화제 입문서로는 이전으로나

이후로나 거의 독보적인 국내 출판물이 아닌가

합니다.

 

세계의 유력 영화제들을 거의 대부분 소개하고

짤막짤막한 개념 정리나 영화인과 영화사 요약

등 꼼꼼한 편집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적어도 이 책에 소개된 세계 유력 영화제들

간의 기본적인 특징이나 컨셉 정도는 확실히

구분이 가능해지는 효과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아래는 출판사 책 소개.

 

, 베니스, 베를린 같은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예레반 국제영화제, 제르칼로 국제영화제,

오키나와 국제영화제 같은 신생 영화제까지.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위원장이 세계 40곳의

영화제를 소개한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떠나는 김동호 위원장이

지난 20여 년간 영화와 인연을 맺고 세계

각지를 돌며 기록한 영화제와 영화계 안팎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유럽, 아시아, 미주,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5대륙에서 펼쳐지는 40개에 이르는 영화제가

소개되어 있다.

 

영화제의 역사가 깊은 유럽이 절반이 좀 넘는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밖에 대륙들 영화제도

깊이 있고 비중 있게 다루어진다.

 

퍼블릭 시스템 시네마’ ‘극장 앞에서 줄서기

배지(badge)’ 등 영화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정보만이 아니라 알프레드 히치콕’ ‘잉마르 베리만

오가와 신스케’ ‘요리스 이벤스같은 영화감독들의

필모그래프, ‘뤼미에르 영화의 체코 상영

브라질의 시네마 노보등 영화와 영화사의

요긴한 정보들도 함께 수록했다.

 

세계 각지에서 펼쳐지는 수많은 영화제들이

어떤 개성을 지니고 있으며, 어떻게 자신만의

풍경을 자아내는지, 저자는 수십 년간 영화제를

탐방한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 관련 상식들과

영화제의 이모저모를 상세히 풀어 이야기한다.

 


 

<레드카펫 : 웰컴 투 필름페스티벌

- 세계영화제와 한국영화>

 

안수정 (지은이) | 명인문화사 | 2014-01-23

정가 15,000

296| 188*128mm (B6) | 296g

 

위에 소개한 김동호 위원장의 책과 유사한

성격이지만 다루는 범위가 상대적으로 좁고

위의 책이 여행담 중심이라면 이번 책은

소개하는 영화제들이 좀 더 집약적이고

개론과 비교분석 중심으로 편집된 셈.

 

개인적으로는 영화제 초심자이거나

여행 겸 영화를 즐기려는 분들이라면

김동호 위원장의 책을 추천하는 편.

 

아래는 출판사 책 소개.

 

영화제 전공자이자 전문가이면서

부산국제영화제에 근무했던 저자가

영화제를 만드는 입장과 관객의 입장

모든 시각에서 쓴 책이다.

 

베니스, , 베를린 등 세계 3대 영화제를

포함한 글로벌 영화제의 최신 동향을

생생하게 살펴보는 이 책은 영화제에 대한

대중들이 갖고 있는 상식적인 궁금증에서부터

영상문화 전반에 관한 전문지식까지 아우르고 있다.

 

1932년에 역사상 최초로 탄생한

이탈리아의 베니스 영화제부터 1990년대 말에

출범한 부산국제영화제까지 격동의 세계사 속에

세계 주요 영화제들이 탄생한 배경과 숨은 이야기,

좋은 영화를 서로 먼저 확보하기 위한 대형 영화제

간의 치열한 물밑 전쟁과 협상의 모습들이 흥미로운

사례와 함께 서술되어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칸영화제가 어떻게 세계 최고의

영화제로 등극할 수 있었는지, 한국영화가 어떤

경로로 칸, 베니스, 베를린영화제에 혜성처럼

등장하게 되었는지 저절로 이해하게 될 것이다.

 

특히 그동안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동아시아의 홍콩, 도쿄, 타이페이, 싱가포르,

유바리 영화제의 역사와 발전과정이 우리나라

부산, 부천영화제의 사례와 함께 담겨 있다.

 

영화제를 즐기기 위한 TIP도 소화~~~

 

부산 여행을 위한 가이드북은 많지만

영화제와 결합되는 여행 가이드북은

찾아보기 어려운데 이 중 거의 유일무이한

단행본이 아래에 소개되는 책입니다.

 

부산 뿐 아니라 전주(5), 부천(7)

국내 대표적인 국제영화제 투어를 전제하고

쓰여진 책으로 실용적인 면에서는 아마 가장

유용할 수도 있을법한 그런 가이드입니다.

 

저자의 개인 경험담이나 기호가 일정부분

반영되긴 했지만 관객의 입장에서 가장

동병상련을 느낄 수 있는 책이기도 하지요.



 

이 분야의 선구적인 책으로 전주국제영화제가

펴 낸 전주, 느리게 걷기라는 영화제 입장에서

펴낸 영화제+전주투어 가이드북이 있으나

부국제에는 맞지 않아 기술하지 않았습니다.

개정판으로 갈수록 영화제 정보가 빈약해지고

전주투어도 홍보성이 짙어져 아쉬운 책이죠.



  

<봄에는 전주 가을에는 부산 - 영화제 여행노트>

 

박소영 (지은이) | 두베 | 2014-09-25

정가 15,000

반양장본 | 256| 188*128mm (B6) | 310g

 

이 책의 장점은 직접 일반관객으로 영화제를

다니는 입장에서 영화제 사전준비부터 짐꾸리기,

숙소나 티켓 구하기, 본인이 겪은 영화제 여러

경험담들이 풍부하게 순서대로 소개된다는

점입니다.

 

정보의 측면이라기보다는 경험의 전수 차원으로

한번 훑어보면 여러모로 재미있고 유익할 부분들이

꽤 많습니다.


또한 이 책의 강점이라면 그림을 그리는

저자의 장기를 살려 카툰 형식으로 영화제

경험을 소개하는 부분들이 꽤 재미있습니다.


몇 컷 소개한다면...



 

아래는 출판사 책 소개.

 

먼저 영화의 거리, JIFF 광장, BIFF 광장,

영화의 전당, 해운대 BIFF 파빌리온

영화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들을

안내한 다음, 영화를 보는 틈틈이 전주와

부산에서 가볼 만한 곳들을 소개한다

(부천은 서울 근교라 여행편에서는 제외).

 

전주에선 한옥마을, 전동성당, 경기전, 전주 객사,

전주 향교, 자만벽화마을, 남부시장 청년몰 등,

 

부산에선 보수동 책방 골목, 국제시장, 자갈치시장,

해운대시장 등을 추천한다.

 

영화제가 열리는 주요 무대와 그리 멀지 않고

두 도시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 곳들이 대부분이다.

 

맛집 또한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지은이가 두 도시에 갈 때마다 으레 찾았던 오래된

맛집들을 엄선해놓았다.

 

가격과 외관만 바뀌었을 뿐, 수년 동안 같은 자리를

지키며 칼국수, 콩나물국밥, 생선구이, 돌솥밥,

멸치국수, 완당 등 소박한 음식들을 내놓는 맛집들을

만날 수 있다.

실패는 이보전진 위한 일보후퇴~~~~

 

이번에 소개할 책은 정보 성격이 아니라 영화제

현장에서 즐길 겸 영화제 투어를 마치고 간직할

겸 추천하는 GIFT 성격의 물건입니다.



  

<거꾸로 기록한 영화제>

 

독립출판물 : “딴짓의 세상

http://world-of-ddanjit.tistory.com/280

 

책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아이디어 상품으로

각 영화제의 특성에 따른 아이템 각 1종을

조합한 세트입니다.

 

전주(숙면 : 실험영화)

부천(비판 : B급 장르영화)

부산(망함 : 생소한 3세계 영화)을 주제로


 

숙면영화대상(전주)’ 엽서,

비판해볼 만한 영화들(부천)’ 카드,

나의 망한 영화제 노트(부산)’

구성되어 있습니다.

 

가격 : 12,000

 

아래는 출판사 책 소개.



 

숙면영화대상 (전주국제영화제)

 

상식적으로 반복할 이유가 없는

이상한 행위의 반복은 영화제에서만

집단적으로 벌어질 수 있는,

기념할만한 사건일지도 모른다.’

 

내용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몸은 기억하는

숙면영화를 숙면력, 숙면 만족도 등의

관점에서 비평해볼 수 있는 엽서.

 

105x148mm, 여성/남성 버전 각 5장 총 10



 

비판해볼 만한 영화들 (부천국제영화제)

 

영화제에 소개된 호러영화를 혐오를 다루는

태도의 관점에서 점검해볼 수 있다면 장르적

즐거움에 취해 소위 빤스를 내리는 횟수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태그를 뜯어내고 몇 가지 관점에서 영화의

혐오를 평가해볼 수 있는 카드.

 

90x190mm, 카드 11(+예시 1)



 

나의 망한 영화제 노트 (부산국제영화제)

 

내가 본 망한 영화의 특징과 그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성실하게 기록하다 보면 어떤 패턴이

보일지도 모른다.

 

혹시 아는가?

 

이 노트가 다음 영화제의 성공적인 선택을 위한

자양분이 될 지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망작의 특징과 그 영화를 선택한 이유를

기록할 수 있는 노트.

 

94x150mm, 32page

 

(이 제품은 21회 부산국제영화제와 독립출판서점

샵메이커즈의 기념품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구입가능처>

 

서울

별책부록 : 용산구 용산동21-184

유어마인드 : 서대문구 연희로11라길 10-6, ‘은는’ 2층 우측

스토리지북앤필름 : 용산구 용산동21-701번지 1

 

부천

5km :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심곡본동 541-11 3

 

제주

Like it : 칠성로길 42-2 1

 

부산

샵메이커즈 : 금정구 부산대학로 64번길 120 1

 

포항

달팽이 Books&Tea : 남구 효자동길 10번길 32 1

 

대구

더폴락 : 중구 북성로116번지 1

 

=========================

 

이 외에도 영화제를 다룬 책들은 꽤 많고,

굳이 위에 소개한 책들을 보지 않더라도

영화제를 즐기는데에 별 문제는 없을지

모릅니다만 부산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혹은 여행을 마치고 올라가는 길에서

이 책들은 기대를 부풀리거나 여운을

간직하는 데에 쓸모있을 물건들입니다.

 

즐거운 영화제 행차들 준비하시길 ~ !!


by 붉은10월 | 2017/10/07 00:39 | 영화제의 바다 | 트랙백 | 덧글(0)
[BIFF] 얼렁뚱땅 2017 부산국제영화제 가이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가운데,
22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며칠 앞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1996년 부산 남포동에서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영화제(Film Festival)' 형식으로 국내에선 거의
최초로 시작된 부산국제영화제는 이후 우후죽순처럼
등장한 국내 여러 영화제들의 롤모델이자 선망하는
대상이 되었지요.



그 이전에는 요즘 맛이 갈대로 간 대종상처럼
미국의 아카데미상을 따라가는 시상 위주의
행사들만 존재했었지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국제') 이후로
영화를 상영하고 일반 관객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되고, 언론사에서 취재와 품평을 하고,
국내외 배급사들이 작품을 사가는 기능까지
결합되는 영화제가 정착되어가는 중입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에서도 '국제영화제'가
가능함을 증명했고, "아시아 영화의 창"이라는
영화제의 정체성을 고수하면서 전 세계에서
아시아 영화의 광맥을 캐내기 위해 집결하는
영화제로 빠른 시일 내에 성장을 거듭했지요.



2011년에 영화제 전용상영관인 영화의 전당을
지으면서 남포동 시대를 마감하고 사실상
해운대로 완전히 영화제 무대를 옮기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후 여러 우여곡절을 겪고 있으나 그건
나중에 이야기할 기회로 넘기고...

부산국제영화제에 처음 참가하는 이들에게
별 도움이 안 되겠지만 가이드랍시고 잡설을
날려보겠습니다.


1. 지리와 교통

일단 남포동은 자유관광으로 맡기고 언급을
하지 않겠습니다.



영화제의 주요 무대는 지하철 센텀역 인근에서
대부분 이뤄지며 야외행사는 해운대 해수욕장
일대에서 상당부분 치뤄집니다.



2017년에는 해운대 해수욕장과 이어져 있는
메가박스 해운대점이 사라지고 지하철로 2코스
더 떨어져 있는 메가박스 장산점이 추가되어
변수가 되고 있습니다.

부산지역주민이 아니라면 기차 혹은 버스로
부산에 도착할텐데

상대적으로 버스터미널은 영화제 주요공간과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습니다.


기차로 올 경우 부산역 혹은 차편이 많지 않은
신해운대역(구해운대역에서 내륙으로 옮기면서
신해운대역으로 표기됩니다)에서 내려서 올텐데

부산역에서는 지하철 1번 갈아타고 오시거나
(1호선 타고 오시다가 서면역에서 2호선으로)
부산역 건너편에서 급행버스 1001번을 타고
한번에 올 수 있습니다.

소요시간은 단순이동에 40여분 걸립니다.

(가끔 시내버스는 항공기용 캐리어 이상
사이즈면 승차를 거부하는 경우가 있더군요)



신해운대역에서는 2호선 지하철로 바로 한큐에
올 수 있습니다.



주상영관인 영화의 전당, 롯데시네마, CGV,
동서대 소향씨어터는 모두 센텀시티역에서
근거리입니다.

센텀시티역에서 해운대역으로 가서 조금 걸으면
해운대 해변으로 통합니다.


올해는 여기에 메가박스 장산점이 추가되므로
장산역까지가 활동반경이 되겠습니다.

센텀시티역에서 장산역까지는 지하철로
단순이동 10여분 소요됩니다.

셔틀버스를 운행합니다만 배차간격 문제 및
주말에 해운대 일대 교통혼잡으로 시간을
아주 여유있게 잡거나 정확하게 시간배분해
사용하실 경우에는 지하철 이동을 추천합니다.

센텀시티역 주변은 도보이동권이지만
영화의 전당 상영관과 CGV&롯데시네마
이동에도 자잘한 시간소모가 있습니다.


(상단 영화의 전당에서 중앙을 관통하는
도로를 따라 아래쪽 끝까지 이동해야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에 도달합니다)



우선 영화의 전당과 CGV&롯데시네마
건물간 이동에도 10분은 잡아야 하고,

건물내 이동(층마다 서는 엘리베이터!!)의
경우에도 영화시간 촉박하면 피가 바짝바짝
말라가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 롯데시네마는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가는게
더 빠를 수 있습니다.



소향씨어터의 경우 영화의 전당에서 안쪽으로
도보로 쭉 가면 됩니다만 처음 가보시는 분은
길치라면 헤멜 수 있으니 미리 위치를 확인해
두는게 좋습니다.

* 센텀시티권역 내로만 이동하신다면 대중교통
탈 일이 거의 없으나 해운대 축선이나 장산까지
나가시려면 호환이 되는 교통카드 준비하시는게
편할 겁니다. 의외로 잔돈 준비하거나 하는게
번거로울 수 있고 부산지하철 개별 승차권 끊는게
처음 하는 분들은 꽤 난이도가 있거든요.



2. 극장들

올해 상영공간은

영화의 전당(+소향씨어터)
롯데시네마&CGV
메가박스 장산점

크게 이 세 권역으로 나뉘겠습니다.



이중 센텀시티역 권역으로는 위의 2그룹이
합쳐지고 메가박스 장산점만 동떨어지는
그림입니다.



영화의 전당 상영관은
- 야외극장
- 하늘연극장
- 중극장, 소극장, 시네마테크가 있습니다.



야외극장은 신세계백화점 쪽으로 별도의
출입구가 있어서 개막, 폐막식과 야외상영 때
이용하게 될 거구요.

좌석은 총 4,000석에 달합니다.

아무래도 실내극장에 비해 밝기 문제 등으로
자막을 보기 불편하거나 할 수 있습니다.



등받이는 일반 야구장을 생각하시면 될 듯.
머리는 기댈 곳이 없습니다.

하늘연극장은 광장에서 바로 좌측 1층으로
출입하면 됩니다.



하늘연극장은 오페라극장을 연상시키는
3층 구조로 되어 있는 841석을 자랑하는 큰
극장이지만 2층과 3층은 영화관람에 썩
좋지 않은 공간입니다.

심야상영도 여기에서 이뤄지곤 합니다.



중극장, 소극장, 시네마테크는 영화의 전당
광장에서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가는 쪽 로비로
출입해야 합니다.



중극장은 413석으로 왠만한 복합상영관의
메인상영관보다 훨씬 큽니다.



소극장과 시네마테크도 각각 212석으로
복합상영관의 제일 큰 관에 비견될 만한
작지 않은 상영관들이며 영화상영시설에
꽤 공들인 곳이라 관람환경이 쾌적합니다.


소향씨어터는 영화의 전당에서 보면 뒷편,
KNN 방송국 등이 있는 야외극장 출입구 쪽
네거리로 들어가야 합니다.

길치들은 의외로 여기 못 찾는 분들 많다는...


롯데시네마와 CGV도 상영환경은 나쁘지
않으며 CGV에는 스타리움관이 있어서
3D 영화 관람에는 괜찮은 경험을 제공합니다.



CGV는 현대백화점 7층
롯데시네마는 롯데백화점 8층에 있습니다.

메가박스 장산점은 NC백화점 8층에 있다고
전해집니다.(저도 가본 적이 없습니다)



총 32개 상영관을 사용하므로

영화의 전당 : 5곳
소향씨어터 : 1곳
메가박스/롯데시네마/CGV : 각각 8-9개관

정도 영화상영을 한다고 보면 됩니다.


3. 부대행사를 즐기려면

행사는 크게 영화의 전당과 해운대 비프빌리지로
나뉘어 진행됩니다.

영화의 전당에서는
관객라운지와 티켓데스크 등이 있는 실내공간에서와
광장 일대에서 행사가 이뤄집니다.


아주담담과 '짧은 영화, 긴 수다' 등이 주로
영화의 전당 일대에서 벌어지구요.


해운대 비프빌리지로 조성된 해변 일대에서도
오픈토크, 야외무대인사 등이 이뤄지므로 세부적인 건
영화제 홈페이지의 일정을 잘 확인하시면 됩니다.




배우들 보는 걸 즐기거나 해운대 투어와 연계해서
여행을 즐기려는 목적에 영화가 덤인 분들은 오히려
해운대 쪽에서 시간표 짜놓고 왔다 갔다 하시는게
더 즐거울 수도 있을법 합니다.



이외에 영화의 전당 옆 공지에서는 영화제 때마다
미니 푸드코트가 만들어지므로 간단하게 요기하거나
호프 한잔 정도 가볍게 즐길 수 있습니다.



해운대가 다른 관광자원과 결합되어서 영화 외적인
놀거리 볼거리가 꽤 있습니다만,

그냥 영화상영 외의 행사만 즐기려 한다면
영화의 전당 야경이나 소소한 주변 행사와 전시
챙기기만 해도 소일꺼리 할 게 많습니다.



특히 영화의 전당 야간 선루프는 장관이죠.


4.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일단 예매는 이미 진행중인데 못 구한 표들이 있거나
뒤늦게 계획을 짜는 분들에게 TIP을 드리자면...

개막일인 10월 12일을 앞두고 직전 1-2일 사이에
취소표가 상당부분 나오기 시작합니다.

본인이 구하려는 시간대나 특정영화 코드번호를
수시로 광클릭해 표가 나왔나 확인하는 품을 좀
팔면 꽤 많이 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첫 주말에는 거의 무저갱 수준으로 현매를
위한 노숙과 밤샘이 일어납니다만 그래도 상당한
분량의 표가 현장판매로 남아 있습니다.

사서 고생이긴 합니다만 꼭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야 한번쯤(두번은 안 권합니다) 고생을
해보시는 것도 추억이 될지도...


* 영화의 전당 관객라운지는 10월13일(금)부터
24시간 개방하기 때문에 화장실 사용 등이 항상
가능하며 박스나 모포를 깔고 쪽잠을 자는 것도
얼어죽을 일은 잘 없습니다.



그리고 뒤늦은 취소표는 표를 구하는 이들과
직거래를 통해 구할 수도 있습니다.

온라인상의 티켓교환 게시판을 활용하시거나
매표소 옆에 가 보면 티켓교환대가 있어서
정가로 넘기려는 표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운좋게 꿈에도 못 구할 줄 알았던 표
구하는 경우가 곧잘 있습니다.

밑져야 본전이니까요.

* 그리고 제발 암표 좀 찾지 맙시다.
인기작 중 상당수는 개봉예정이거나
나중에 하다못해 다른 영화제에서라도
볼 기회가 생깁니다. 자꾸 암표를 팔아주니
암표상들이 기승을 부리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워낙 많은 영화가 오기 때문에
나는 잘 모르는데 알고보니 아주 유명한
거장의 작품이거나 해외 영화제에서 핫한
작품도 많이 있습니다.

자기 나름대로 이런 류의 영화를 보겠다!
계획이 있다면 다들 몰리는 영화 말고도
내 인생의 영화 발견할 기회는 꽤 차고 넘칩니다.

부국제는 감독들도 자기 영화 좀 더 많이 봐달라고
피켓 들고 홍보하는 곳일만큼 양질의 영화들이
즐비한 영화제인 만큼 나만의 라인업을 짜보는게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 매표소를 못 찾아 헤메는 분들을 위한 노파심!

예매를 했거나 현장판매표를 찾으려면 일단 매표소로
가야겠죠.

매표소는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CGV, 소향씨어터에 각각
1곳씩 있으며 영화의전당에는 3곳이 있습니다.

위 사진의 야외매표소와 비프힐 1층 관객라운지 실내,
그리고 중극장과 소극장, 시네마테크로 가는 6층 로비에
각 1곳씩 매표소가 있습니다.




4. 먹고 자는 문제

4-1. 먹는 문제

이건 뭐 각자의 취향에 따라 나는 죽어도
미식가의 풍모를 견지하겠다는 분부터
밥 먹는 게 뭐가 중요하냐는 분까지 다양한
유형이 있으니...



일단 센텀시티역 권역에는 상영관인
롯데시네마&CGV가 백화점 안에 입주해
있는지라 푸드코트 사용이 가능합니다.


영화의전당 주변에도 편의점과 임시
푸드코드가 존재하므로 간단한 요기에는
큰 문제가 없구요.

센텀시티역 주변에는 맛은 차치하고
다양한 식당들이 존재하고 홈플러스도
조금 더 들어가면 있습니다.



해운대 가는 길에는 이마트도 있구요.

심지어 아침 이른 시간에는 홈플러스부터
센텀시티역, 롯데백화점, 영화의전당 라운지
일대에 천원김밥 노점도 곳곳에 들어섭니다.

취향껏 드시면 됩니다.

* 단 영화관 내에서는 취식 제한 아시죠?


4-2. 자는 문제

가장 애로사항이 꽃피는 지점입니다.
성수기 가격을 제대로 받는 부국제 시즌
해운대 일대입니다만 그나마 좀 싸게 묵으려면



(1) 관객숙소 아르피나 유스호스텔

이미 예약이 시작되어 첫 주말 등은
자리가 거의 없을 것이지만 영화제
후반부에 방문하실 분들이라면 남은 방
얼른 챙기시길.

도보로 영화의전당까지 출퇴근이 가능하고
아무래도 영화제 관련 곁다리 정보 얻기도 수월한
데다가 가격이 쌉니다.

8인실(바닥) : 15,000원
6인실(침대) : 17,000원
3인실(침대) : 23,000원이며

짐 보관 가능, 건물 내 사우나 존재(이용료 별도),
영화제 가이드북과 데일리 등 상시 비치,
새벽1시까지 여는 지하 편의점 등이 있습니다.

걸어서 20여 분이면 영화의 전당 편도행 가능.


(2) 해운대-광안리 주변 찜질방

매우 큰 규모의 찜질방들도 있고 갈 곳 없으면
종착역이 결국 찜질방이죠 뭐...

성수기라고 크게 가격 후려치지는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3) 해운대 일대 게스트하우스

성수기 적용은 감수하고 틈새 빈 방을 찾아보시길.
"아고다" 사이트 등에서 뜬금없이 떨이로 나오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첫 주말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차라리 지하철 이용이 어렵지 않으니 좀 외곽으로
빠져나오는 방안도 고려해보시길.

비용은 귀찮아서 생략.

돈 많으면 비즈니스 호텔이라도 가는 거고
아끼려면 발품 파는 수 밖에 없지요...



(번외) 영화의전당 비프라운지 노숙

그렇게 춤지는 않지만 여기도 공간 제약이 있고
출입이 빈번하므로 예민한 분들은 쪽잠도 쉽잖긴
할 겁니다만 밖에서 턱 돌아가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4-3. 씼는 문제

숙소가 고정적으로 있다면 아무래도 뜨거운 물에
푹 씼고 자는 거랑 그냥 술먹다 쓰러져 자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임을 유념해야 합니다.

급해서 못 씼고 나왔다면 하다못해 극장 화장실이나
비프라운지 화장실에서라도 세수와 양치질을 해서
주변 분들에게 피해없이 본인도 상쾌하게 영화를
볼 수 있기를...



의외로 이용 가능한 화장실이 많으므로 간단세면과
양치는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습니다.


4-4. 잠시 쉴 곳

해운대 일대는 그냥 백사장과 주변에서 쉬면 됩니다.

영화의 전당 주변은 실내 비프힐 1층 라운지와 6층 로비,
하늘연극장이 있는 1층 로비, 영화의 전당 광장 파라솔 등
적지 않은 앉을자리와 쉴 곳이 있어요.



물론 워낙 인파가 많아지면 답이 없습니다만 그럭저럭
꽤 자리가 있습니다.

롯데시네마와 CGV는 딱 백화점 내 멀티플렉스 생각하시면
될 환경이구요.

메가박스 장산점도 대동소이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럼 영화의 바다에서 만나요 ~ 무사히 ~


by 붉은10월 | 2017/10/04 14:53 | 영화제의 바다 | 트랙백 | 덧글(2)
[2015's BIFF] 여전히 건재한 롯데백화점 뒷편 천원김밥
올해 2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마지막에
딱 이틀만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뭐 그래도 아예 못 다녀갈뻔 했는데
불행중 다행이라 해야 할까요.


하지만 역시 매해 저의 생존을 책임져준
롯데백화점 뒷편 천원김밥 노점 이모님들은
건재하셨습니다.


심지어 가격도 인상되지 않았습니다.


단골장사인데 가격 일이백원 올려봐야
큰 도움도 안되고 왕창 올리자니 요즘
경기가 안좋아서 그냥 이 가격대로
고수하신다고 하네요.



승주 어머님(?!)은 여전히 부끄러워 낯을
가리십니다.


함께 롯데백화점 뒷편을 양분하던
선배 이모는 구역을 옮기셨다 하네요.


짧은 일정이라 자리를 옮긴 이모님은
인사를 드리러 가지 못했습니다.



제가 몇년간 먹어온 천원김밥 중에서는
가격대비 가장 실한 품질을 자랑하는 곳이
영화의 전당에서 롯데백화점 뒤편으로 오는
주차장 입구의 승주네 김밥입니다.


종류도 다양하고 대단한 맛(이 천원김밥에서
나오리라 기대하는 심보가 문제겠지요)은
아니지만 믿고 먹을 수 있는 기본은 항상
넘는 이 다채로운 천원김밥으로 저는 지난
몇해동안 매년 10월의 며칠간을 끼니를
거르지 않고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비록 고사히카리 쌀에 숯불고기 넣는
그런 고급 김밥과는 차이가 날지언정
질척질척한 된밥에 대충 풀때기 넣어주는
천원대 김밥에 비해 확고한 질적 우위와
신용을 겸비한 이 천원김밥 메뉴들은
제게는


항상 저녁노을이 지면 사람을 경탄하게 만드는
저 화려한 비쥬얼 못지않게



제게 매년 부산국제영화제를 기억하게 해주는
랜드마크입니다.


내년에 또 찾아뵙겠습니다.

by 붉은10월 | 2015/11/22 00:45 | 영화제의 바다 | 트랙백 | 덧글(8)
[18th BIFF] 모라토리움기의 다마코




모라토리움, 빨래를 널기까지 필요한 시간

<가을>


일본 야마나시 현 한적한 시골.


고후 스포츠라는 간판을 건 스포츠용품점에서

중년의 아버지는 딸의 속옷을 민망한 표정으로

건조대에 널고, 밥을 차려놓은 뒤 영업을 준비한다.

딸은 첫 등장부터 방바닥에 벌렁 엎드린 민망한

자세로 등장한다. 어라 ~ 분명 주연 여배우는

마에다 아츠코. 일본의 국민적 아이돌 AKB48의

만고불변의 센터였던 그녀가 맞는데.

아버지가 묵묵하게 생업과 가사를 해내는데

추리닝 바람의 말만한 딸래미는 게걸스럽게

밥을 먹어치우기만 할 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TV 뉴스를 건성건성 흘려보던 중

“일본은 틀려먹었어!”라고 외치지만 별로

진지해 보이지도 않는다. 아버지는 잠깐 눈살을

찌푸리다 말고 부녀는 대화 없이 일상을 이어간다.

그들 부녀는 가끔 언쟁도 한다.

대학까지 마쳐놓고 왜 아무 것도 하지 않냐고.

다소 과장된 칭얼거림처럼 악을 쓰던 다마코는

“어쨌건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독백한다.



 

아버지도 더 이상 다마코를 건드리진 않는다.

다마코의 “가을”은 그렇게 7분여 지속된다.


<겨울>

겨울이 찾아왔다.

야마나시 현의 겨울은 꽤나 춥다.

여전히 다마코와 아버지의 관계는 별 변화가

없어 보인다.

다마코는 가게에 찾아오던 사진관 집 중학생

아들과 그나마 말벗을 튼다.



아버지와 딸은 해를 넘기는 의식으로

함께 메밀국수를 먹는다.

여전히 부녀간에 대화는 거의 없다.

하지만 대문 밖에 기름을 퍼오기 위한

필살의 승부를 걸고 아버지와 가위바위보

대결하는 걸 보면 나름대로 두 부녀는

서서히 적응하고 있다.



연말이지만 어머니가 부재한 다마코네 집에

친척들이 명절요리 - 오세치 - 를 챙겨주고

일찍 결혼한 다마코의 언니가 섣달 그믐에

방문하지만 다마코는 모른 척 웅크린 채다.



“가을”보다는 약간 더 길게, 하지만

10분도 채 모자란 시간에 겨울은 지난다.

<봄>


봄날이 찾아왔다.

여전히 부녀는 시큰둥하게 일상을

함께하고 있지만 다마코는 어설픈

이력서도 작성해 보고 사진관 자제분을

꾀여 증명사진도 찍는다.

아버지는 그래도 딸이 봄이 되니 뭔가

기지개를 켜는구나 하면서 꽤 값어치

나가 보이는 시계를 선물하지만 다마코는

과도한 기대에 부담을 느끼는지 주춤거린다.



그 주춤거림은 어찌 보면 짜증스럽기도

하다. 신경써서 격려한다고 사온 아버지의

선물에 반응하는 모습은 딱 신경질적이다.

뭐 좀 조용히 도모해보려 했는데

딱 들켜버린양 다마코는 성질을 부리며

밖에 나가 혼자 경단을 쌓아놓고

먹어치운다.



밥상에는 봄나물이 올라온다.

세상에 직면하긴 두렵지만 밥은 열심히

꾸역꾸역 먹어치우는 다마코.



봄이 되면서 다마코도 활동량이 조금씩

늘어는 간다. “봄”은 20분 조금 안 되게

흘러간다.

<여름>

가을에서 겨울로, 그리고 봄을 경유한

고후 스포츠의 다마코.




학창시절 동네 친구도 만나지만 다마코는

그저 피하고 싶다. 자신을 마음 편히

내놓고 누굴 만나기엔 아직 준비가 필요한

다마코.

다마코의 어머니와 별거중인 아버지에게

친지가 이혼녀인 시내의 장신구 강사를

소개한다. 아버지는 그녀가 싫지 않아

보인다. 다마코는 부녀 둘만의 관계가

변화의 기미를 보이자 예민하게 반응한다.

갑자기 떠버리가 된 다마코.


온갖 sns에서나 주워들었음직한

가십 이야기를 꺼내고 아버지의 본심을

캐내려 노력한다.


다마코는 모라토리움기가 강제 종료당할까

아직은 두려운가보다.


염탐을 위해 찾아갔다가 정체가 들통나

장신구 강사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는

다마코. 여름이 되어서 그런가 아버지와의

오붓한 모라토리움기를 지키기 위해서일까

다마코는 주절주절 참 말이 많다.




다마코는 영화 내내 한번도 언급되지

않았던 친어머니에게까지 전화로 상담을

시도하지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 다마코에게 아버지는 굳이

재혼 같은 것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여름이 끝나면 집을 나가라고 한다.


다마코는 내내 그녀를 불안하게만

바라보며 어른답게 따끔한 소리를

하지 않던 아버지가 뭘 하건 집을

나가라고 하자 “합격!”이라고 외친다.


그녀 또한 모라토리움기가 영원히

지속될 수 없음을, 그럴 필요가 없음을

인지하고 있으니. 다만 녹록치 않은

세상에 다시 나가기 위한 누에고치

시절이 필요했었고 그것이 지난

사계절이었다는 것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부녀의 밥상에는 여름철 입맛 돋우는

반찬인 고야참프루가 올라와 있다.


여전히 다마코는 상황이 어떻던 간에

식욕만은 잃지 않고 있다.


그리고 다마코는 가을 초입에 민망한

속옷까지 아버지에게 널게 하던 것을

이제는 자신이 아버지 속옷까지 옥상에

올라가 널기 시작한다.



사실 그녀는 가사노동을 분담할 의지

정도는 모라토리움기라도 충분히 있었다.


다만 초반에 서먹서먹했던 아버지가

빨래를 딱딱 각 맞춰 안 했다고 핀잔을

주자 그녀만의 방식으로 반항해왔던 것.


여름의 끝자락... 아버지를 제외하면

이 한적한 동네에서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눴던 나이를 초월한 친구가 된

사진관 아들과 함께 하드를 물고 있던

다마코는 자기도 못해본 연애를 하던

중학생에게 연애는 잘 되어 가냐고 묻는다.



헤어졌다고... 특별히 사이가 나빠진 건

아닌데 그냥 “자연소멸”했다고 말한다.

담담히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듯

동의하며 그들의 사계절을 회상한다.


그리고 30여 분이 넘게 흘러가던

여름이 저물어가면서 다마코의

모라토리움기를 보여주던 화면은

뚝 ~ 하고 멈춘다.


호시노 게ㄴ의 잔잔한 포크 송 <계절>

이 흐르면서 야마나시 현의 여름더위와

다마코의 모라토리움기 시절은 그렇게

하늘의 구름처럼 흘러간다.


아니 <계절> 가사처럼 사라져간다.


노래가 끝나갈 때쯤 예전 홍콩영화

비디오에서 자주 보이던 풍의 메이킹

장면이 조금 등장한다.


다마코로 빙의한 듯한, 혹은 우리가

아이돌로만 상상해왔던 자연인

마에다 아츠코가 촬영현장에서

마치 햇볕을 쬐면서 꾸벅 졸고 있는

고양이같은 모습으로 기대어 누워 있고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은 장난기어린

표정으로 그런 그녀를 응시한다.


스탭들도 웃음기를 머금고 함께다.


그렇게 1시간 10여 분 남짓한

러닝타임은 마무리된다.

<야마시타 노부히로&마에다 아츠코>


아이돌 출신의 배우들은 극 전개에

큰 비중이 없는 상업영화의 카메오 수준

조연이 아니면 (연기할 준비가 되어 있건

말건) 일단 주연으로 출동하게 된다.


물론 마에다 아츠코는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모라토리움 기의 다마코>에서

거의 원탑 수준의 주연이지만 흔히 아이돌이

거치는 연기의 정형에서 벗어나 있다.

아니 아이돌이 아니라 그냥 중견 여배우가

한번 쉬어가는 식으로 다른 이미지를 한번

시도해볼 때나 감독이 자기 주관대로 극을

끌고 나가기 위해 아마추어 배우에게 그냥

하고 싶은대로 다 하라고 등을 떠밀며 실제는

배후에서 자신이 뽑아내고 싶은 연출을 할 것

다 하는 그런 방식에 가까운 역할을 아무

위화감 없이 연기하고 있다.



마에다 아츠코는 원래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영화들을 좋아했고 열심히 sns 친목

활동을 통해 함께 작업하고 싶음을 대놓고

희망해 왔었다. 그 결과물이 감독의 전작인

<고역열차> 주연급 캐스팅이다.


그러나 야마시타 감독이 <린다 린다 린다>

처럼 그가 가장 잘 해왔던 연출에서 사회적

분위기를 진하게 가미했던 작업의 연장선에

있던 <고역열차>에서의 마에다 아츠코는

그냥 원작의 영상화에 충실한 배역으로

그칠 수밖에 없어 보였다.


그리고 야마시타 감독의 작품 목록에서도

<고역열차>는 다소 어중간한 시도로

기록되는 느낌이었기도 하고......


몇 편의 작품에서 다소 과잉된 시도를

하던 감독은 다시 그가 가장 잘 하던

방식으로 시골 변두리에서 소소한 일상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연출을

선보였지만 마에다 아츠코를 데리고

그 길로 나아갔다.



감독 또한 자신을
열렬히 지지하며 새롭게
배우로 성장하고
싶은 욕구를 분출하는
이 여배우의 역할을
다시 한번 시험해보고
싶었을 것이다.

어디까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하고.

하지만 중견 감독이 그런 모험을 마구다지로

저지르기는 쉽지 않은 노릇.

그러나 기회가 금방 왔다.

음악방송 캠페인 Short Film 형식으로

<가을><겨울><봄> 시리즈가 진행되었고

단편영화의 골격을 갖춘 <가을과 겨울의 다마코>

에 이어 장편으로 <모라토리움기의 다마코>로

극 중에서 느릿느릿 하지만 전진하는 다마코처럼

야마시타 노부히로와 마에다 아츠코의 작업은

우연한 기회에서 시작되어 느리지만 한발 한발

가지를 치고 잎을 달았다.


이제 국민적 아이돌의 중심에서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까지 가십거리가 되던 앗짱을 몰라도

여배우로서 마에다 아츠코를 각인할 수 있는

이미지 한 장을 그녀는 얻게 되었다.




여러 작품을 통해 주목받고 있지만 마에다

아츠코를 “배우”로 인지하게 한 작품은 아마도

<모라토리움 기의 다마코>로 기록될 것이다.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 역시 당대의 아이돌

스타를 그저 평범한 또래의 방황기를 겪는

니트족 - 소녀와 숙녀의 경계에 있는 -

언니로 빙의시켜내면서 스스로 이후 작품

방향에 대한 해답을 찾아내는 것처럼 보인다.

어찌 보면 <마이 백 페이지>와 <고역열차>

같이 강렬한 시대적 배경을 부각시키지 않고

그저 감독의 이전 작품 경향으로 돌아간

것처럼 보일지라도, <모라토리움 기의 다마코>

는 그 두 방향을 절충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은근슬쩍 다 해내고 있다.




감독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순정만화적인 일상성과 예민한 사회적 경향을

영화 내내 나오던 절임이나 볶음 반찬처럼

묵묵히 연출해내는 방식은 어쩌면 한때

세계 영화계가 오즈 야스지로 같은 일본의

거장 감독들이 펼쳐 보였던 “다다미 shot"의

아우라를 은은히 풍기게 진화할지도 모른다.


간이 세지 않아 심심해 보이지만 어느 순간

그 맛이 혀에 기억되는 것처럼 이 기묘하고

느슨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성장 혹은 일상

영화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바뀌는 밥상 위의

반찬과 가게 주변 풍경, 그리고 빨래를 너는

주체의 변화만으로 가을부터 시작되는

사계절 시간의 흐름을 거의 완전하게

화면 속에 복원해낸다.



그런 장면 장면들을
은근슬쩍 이미지로 담아내는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다음, 그리고 그 다음

작품에서 몇 년에 한번씩 마에다 아츠코가

조용히 등장했다 사라지는 풍경을 오래오래

보고 싶다. 여배우로 나이를 먹어가는 마에다

아츠코 시즌제가 되면 더 바랄 게 없겠고......

by 붉은10월 | 2014/11/10 21:32 | 2014 BIFF | 트랙백 | 덧글(4)
[BIFF] 한국 단편 쇼케이스 1

부제 - Short Film ver. Star Wars


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유일하게 관람한

단편섹션 상영작.


부산국제영화제 가면 워낙에 볼 게 많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고르는 기준이

1) 당장 보고 싶어서 헉후헉후하는 작품

2) 국내에 들어오기 어렵거나 짤려서 들어올 게

예상되는 작품 위주로 고르게 마련이고

단편의 경우 아무래도 정보가 제한적이다 보니

후순위로 밀려나게 마련이다.


※ 아예 아시아나 국제단편영화제처럼 단편만

고르면 된다거나, 전주국제영화제 마스터즈 단편

섹션 같은 경우에만 단편을 우선 고르게 된다.


원래 한국 단편 쇼케이스도 안 보려고 했었는데

그 전차 관람이 GV가 꼭 보고 싶은 작품이었고

마치고 나면 달려라! 하는게 싫어서 원래 보고

싶던 작품(참고로 장예모 감독의 <5일의 마중>

GV 회차였다는 ㅠ0ㅠ)을 과감히 포기하고 고른

관람작.


총 4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일반적인

영화제 단편 섹션과는 차원이 다른 이름값의

감독들 단편을 모았음.


순서대로 보면

1. <민우씨 오는 날> by 강제규

2. <자전거 도둑> by 민용근

3. <A Rose Reborn> by 박찬욱

4. <여배우> by 문소리

요렇게 상영되었다.


한편씩 짤막하게 소감을 말하자면



민우씨 오는 날 Awaiting (2014)

한국 | 26분 |

제작/배급 (주)빅픽쳐(제작), (주)미로비젼(배급)

감독 강제규

출연 문채원(연희), 손숙(연희(老)), 고수(민우), 유호정(사라)


4편 중 유일하게 '월드 프리미어'가 붙지 않은 작품.

홍콩국제영화제가 제안한 단편 프로젝트로 내년 3월에

상영 예정이므로 에티켓 차원에서 실제로는 월드 프리미어

임에도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강제규 감독이 대학시절 제외하면 처음으로 단편작업해

선보이는 것인지라 신기하기도 했고, 비교적 소소한

이야기 구성으로 선보이는 단편과 평소 강제규 감독의

작업 스타일이 매치가 잘 안 되어 궁금하게 봤던 작품.


강제규 감독의 대작 스타일에서 스펙타클을 빼면

감독다운 스타일로 느껴졌다. <쉬리>나 <태극기 휘날리며>

에서 즐겨 다뤘던 분단으로 인한 아픔과, 근작 <마이웨이>

에서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시대적 상황에 처한 숙명

같은 주제의식이 고스란히 이어졌고, 적절한 신파로

관객을 흡입하는 능력도 여전히 강했다.


스토리텔링상 예민한 관객이라면 대충 전개를 능히

짐작할 수 있는 이야기 구성이지만 선 굵은 진행으로

그렇게 식상하지도 않았고, 거의 원톱으로 러닝타임을

끌어가는 배우 문채원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작품.



문채원으로선 상당히 흡족했을 작업이란 생각이다.

외모도 요즘 여배우들 중에선 단아한 스타일인데

해방 -한국전쟁 시기의 미녀상에 잘 어울렸고

아마 거의 처음으로 그녀가 혼자 극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부여받았을텐데 잘 소화한 느낌이다.


사진 속의 이미지로만 활약하는 고수 역시

항상 볼 때마다 고전영화 배우 비쥬얼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흑백 이미지에 매우 잘 어울렸다.

 

사진과 목소리로만 나오는 유호정도 반갑고,

문채원에 묻힌 감이 있지만 손숙 역시 무난한

연기력을 보였다.


단편이라 극장 흥행과는 거리감이 크지만

강제규 감독이 <마이 웨이> 이후 칩거하고

있었음에도 여전히 내공을 갈고 닦고

있구나 하는 확인과 함께, 여전히 자기가

좋아하는 소재와 스타일로 우직하게 끌고

가는구나 하는 느낌.


차기작 프로젝트가 몇 가지 있지만

이 작품 <민우씨 오는 날>의 장편화도

거론되고 있어서 지나치게 크지 않은

규모로 장편 버전도 보고 싶다.


이 작품은 영화제 다닌다는 이들보다는

대중적으로 활용되면 딱 좋을 스타일.



A Rose Reborn (2014)

이탈리아 | 20분 |

감독 박찬욱 출연 오언조, 잭 휴스턴
 


영화제에 온 시네필 관객들에겐 가장

흡입력이 강했을 단편.

하지만 조금만 정보를 확인하면 기대치를

가장 낮게 잡아야 할 작품이 이것.


이탈리아의 남성 패션 브랜드 '제냐'의

광고영화로 의뢰를 받아서 만든 단편으로

스토리도 흔히 부자와 파워 엘리트들의

활약으로 세상을 좋게 만든다라는 내용.


그 점을 감안하고 본다면 묘하게 감독

특유의 삐딱선 코드 한두개 들어가는

정도를 즐기면서 볼 수 있다.


고급 패션 브랜드의 이미지와 박찬욱

감독의 연출이 어우러져 시각적으로는

눈요기가 많이 되고, 정교하게 들어간

이코노미 클래스 탑승기의 변화 같은

부분도 즐길 수 있다.



배우들도 은근히 캐스팅이 화려하다.
특히 중국계 재벌 총수 미스터 루로
나온 배우 오언조는 장예모 감독의
<황후화> 이후로 다시 봐서 방가방가한
그런 기분.


열심히 벌고 적당히 즐기면서 차기작

쎄게 만들어 주시길 기대해본다.



※ 극장 관람 때 옆에 옆에 자리에서

함께 앉아서 봤는데 다른 단편도 끝까지

보시고 의외로 감정표현을 소리내서 하시더라는.


호탕하게 웃는 소리에 놀라서 옆 자리를 종종

쳐다보곤 했었던 기억이다.


자전거 도둑 The Bicycle Thief (2014)

한국 | 21분 |

감독 민용근 출연 박주희, 허예슬, 이우진


민용근 감독 역시 전작에서 이어져온 섬세한

연출 스타일을 고스란히 옮겨왔다.


제목을 보고 비토리오 데시카 감독의 고전

오마쥬일 것이라 짐작했는데 그 부분도 있지만

민용근 감독의 자전적 경험도 녹아있다고 하더라.



88만원 세대의 전형으로 어렵게 고학생으로

살면서 부업(?!)으로 자전거 안장을 훔치는

대학생으로 분한 박주희가 자기 안장을 도둑맞고

범인을 잡으러 다니는 이야기이다.


반전이 상당히 강렬한데 스포일러라 생략.




잔잔하게 진행되는 소품이지만
고전 <자전거 도둑>처럼 환경의 어려움
속에서 개인이 겪는 윤리의 문제를 배경을
2014년 현재 한국사회 현실로 옮겨 잘
표현한 준작이다.



* 박주희는 자전거 안장을 훔칠 때
자전거 라이딩 때 쓰는 스카프를 가면처럼
뒤집어쓴다. 민용근 감독답게 세세한 소품도
스토리텔링에 잘 활용하는...



조연으로 나오는 여중생과 그녀의 아버지

역시 짧지만 효과적인 연기를 선보임.

(여중생 역의 허예슬도 올해 독립단편에서

여러 번 선보인 얼굴이고, 아버지 역할의

이우진은 그야말로 메쏘드 연기다)


박주희는 요즘 은근히 독립영화판 대세녀

느낌인데 계속 기대하며 보는 중.



여배우 The Actress (2014)

한국 | 18분 | 감독 문소리

출연 문소리, 강숙, 원동연, 윤영균


상영된 단편 중 <민우씨 오는 날>이

관객들을 눈물짓게 하고, <A Rose Reborn>

이 관객들을 황홀하게 하고, <자전거 도둑>

이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반전을

선보였다면 마지막 편인 <여배우>

는 그야말로 빵 터지게 만든 작품.


배우 문소리가 감독 데뷔한 작품으로

한국에서 여배우가 겪는 선입견과

편견, 그리고 이면을 자전적인 경험을

녹여내 잘 묘사했다.


실제 감독의 지인들과 제작사 대표

(리얼라이즈픽쳐스의 원동연 대표)

등이 출연해 거의 재연 수준의 연기를

선보인다.



이건 뭐 그냥 실제로 봐야 묘사가 실감이

나기 때문에 미주알 고주알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정말 빵 터진다.



특히 현역 여배우라면 정말 울다가 웃다가
뭐할지도 모르는 현장성이 돋보인다.


문소리의 다음 연출작이 기다려지는 작품.


네 편을 캐스팅해서 조합하고 순서 배정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을텐데 잘 붙들어온데다

순서도 잘 배정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내공과

프로그래밍의 안목이 돋보인 기획이다.


네 편 모두 감독의 각자 개성이 잘 녹아 있고

신예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강점이 느껴져

좋았다.

by 붉은10월 | 2014/11/01 20:58 | 2014 BIFF | 트랙백 | 덧글(0)
[BIFF] "갈증", 카나코가 창조한 영겁의 거울지옥
포스터 정중앙에 아름다운 소녀가 서 있다.
그녀의 이름은 후지시마 카나코...

"천사 같은 나의 딸을 찾습니다"라는 문장이 새겨져 있다.

제목은 '갈증'이고 2014년 12월 개봉예정인 듯 하다.

영화 <갈증>의 국내개봉홍보 포스터 이미지다.

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국내 공식 최초 상영된
<갈증>을 이미 본 입장에서 저 포스터는 극악한 장난이다.

저 소녀는 지옥에서 온 천사라면 천사랄까...

영화 속에서 저 천사 같은 소녀에 의해 <테이큰>에서
리암 니슨이 해치우는 수 만큼의 킬 사인이 나온다.

물론 저 소녀가 일본도를 휘두르거나 하진 않는다.

다만 영화를 보면 알게 될 것이다.

<갈증>의 영문제목은 World of Kanako.
카나코의 세계가 2시간 여 동안 펼쳐진다.

분명 사람사는 세상 이야기, 그것도 먹고 살 만한데다
치안도 괜찮고 사회복지도 그럭저럭 이뤄지는 옆 동네
이야기인데 두 시간 내내 나는 지옥을 보았다.

지옥 바닥에 떨어져 이제 올라갈 일만 남은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제 겨우 영겁의 지옥문 입구에서 어기적거리는
중이었더라. 계속 무간지옥으로 떨어지면서 심장은 쿵쾅,
손발은 허우적거리다 다행히 상영시간이 끝나는 바람에
빠져나왔다.

실은 그런 줄 알았는데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이 참석한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나카시마 감독은 유리구슬 같은 투명한 눈으로 아무렇지
않게 냉소적인 답변을 툭툭 던졌다.

감독은 자신이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 그대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대체 감독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색일까.

전작 <고백>을 봤을 때는 푸르스름한, 건드리면 베일 것
같은 시리도록 차가운 금속성의 고요한 지옥인 줄 알았다.

<갈증>을 보니 <고백>의 지옥은 림보였다.

총천연색 불길처럼 뜨거운 지옥이 줄줄이 이어졌다.

끔찍하게도 그 불지옥은 끝이 없었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눈덮인 설원은 얼어붙은 불지옥이더라.

영화의 장면장면 이미지를 떠올리며 유리알처럼 투명한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눈동자를 응시하는 순간 소름이
끼쳤다.

저 감독은 정말 자기가 영화를 만드는 시선으로 세계를
보고 있구나. 오싹했다. 왜 저 불세출의 비쥬얼리스트가
저런 염세적인 세계관을 갖게 된 걸까.


(이하 부분에는 영화 관람을 방해하는
매우 짙은 농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이전 작품들처럼 최신작 <갈증>
역시 일본 장르문학의 대표적 문학상 중 하나인
"이 미스테리가 대단하다" 수상작 <끝없는 갈증>을
원작으로 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전 작품의 원작들이
모두 국내에 번역 출간되어 있는데 반해 이번 영화의 원작소설은
아직 국내에 출간되지 않았다. 그래서 영화만을 통해 독해한
내용은 지극히 미흡할 수 있다.

- 원작에서는 카나코가 왜 자신만의 지옥을 창조했는지에
대해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고 들었다. 하지만 영화에서
과감하게 그 부분을 덜어낸 것은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 부분이 정말 궁금하다. 국내개봉을 전후해
소설원작도 출판되길 고대하는 중이다. -

전작 <고백>이 미나토 가나에의 원작처럼 동일한 사건에
대한 등장인물 각자의 시각으로 본 해석과 독백을 조립하듯
진행한다면 이번 <갈증>은 아예 처음부터 속도를 최대로
높힌 두 대의 스포츠카가 치고박으며 경주를 벌이는 모양새로
굴러간다.

카나코의 동급생인 왕따 미소년 '나'가 지켜보는 3년 전의
카나코와 그 주변의 세계, 그리고 잃어버린 카나코를 찾는
아버지 역의 야쿠쇼 코지가 막장으로 질주하는 현재의 세계가
평행우주처럼 펼쳐진다.

처음부터 쇼바를 끝까지 올리고 속도를 줄이지 않기 때문에
원작을 모르는 상태에서 두개의 상이한 우주가 순간적으로
교차하는 롤러코스터에서 떨어지면 스토리텔링에서 이탈되기
쉽상이다. 그만큼 빠르고 정신차리기 힘들다.

아마 사전정보 없이 처음 보는 관객이라면 <갈증>의
스토리라인을 100% 소화하는게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만큼 격렬하다.

거칠게 스토리라인을 요약하자면 두 개의 스토리가
교차하며 때로는 각자의 영역을 침범하며 진행된다.

스캔들에 휘말려 사직한 과거의 고위경찰 야쿠쇼 코지는
이혼한 부인의 다급한 전화를 받는다.

총명하고 아름다운 외동딸 카나코가 실종되었다고 한다.

야쿠쇼 코지는 딸을 찾아 가정을 회복하기 위해
과거의 강력계 형사다운 무지막지한 방식으로
그만의 수사를 시작한다.

처음에는 착한 딸이 나쁜 길로 빠져들었다고 생각하고
주변인들을 갈구고 패가면서 딸의 행방을 수소문한다.

하지만 그녀의 친구들은 정작 카나코에 대해 제대로
아는게 없고, 뭘 좀 아는 것 같은 이들은 죽거나
사라지거나 카나코에 대해 몸서리쳐한다.

카나코는 순결한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의 정점에
서 있는 존재였던 것이다. 이제 야쿠쇼 코지의 기이한
모험이 시작된다.

현재의 세계는 야쿠쇼 코지를 중심으로 하드보일드 느와르
풍으로 펼쳐진다. 딸을 찾아 참담하게 몰락한 자신의 입지를
회복하고 그림 같은 가족을 복원하려는 불가능한 필사의
노력으로 절규하며 질주하는 야쿠쇼 코지는 구르고 쳐맞고
두들겨패면서 2시간 동안 20세기 중반 하드보일드 영화의
악당과 구별되지 않는 탐정을 재현한다.


과거의 세계에서 카나코는 마녀에 버금가는 거역할 수 없는
마력으로 그녀가 지배하는 소우주를 건설하고 수많은 이들을
파멸시킨다. 이 부분은 마치 <고백>의 중1들이 단죄받지 않고
3년 정도 더 지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의 하이퍼 버전에 가깝다.


야쿠쇼 코지의 느와르풍 세계는 철저하게 고전 하드보일드물에
가깝게 재현된다. 사운드트랙부터 카메라의 속도감, 어찌보면
익숙한 클리셰의 컷 연출까지 총체적이다.

반면에 카나코의 팝아트풍 세계는 사이버펑크물과 학원물의
혼종교배를 보는 느낌이다. 발랄하다 못해 비현실적인 뿅뿅
사운드와 정신없는 키치적인 팝 컬쳐가 어우러진다.

얼핏 보면 귀엽고 발랄한 그 세계는 하지만 정말 <고백>의
작은 악마들이 안좋은 방향으로 진화했을 때 보여주는 모든걸
움켜쥐고 있다. 왕따와 마약, 원조교제는 기본설정에
가깝게 자연스럽고, 신체훼손과 살인도 거리낌없이 행해지는
곳이다.


카나코가 왜 자신의 세계를 지옥으로 설정해 창조했는지는
영화 끝까지 뾰족하게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몇 가지 추측이
등장하지만 정작 카나코는 아무것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녀는 지극히 동정을 살 만한 원인에서 출발해 자신을 포함한
모두를 지옥으로 끌고가려 했을 수도 있지만 그냥 중2병적인
집착으로 그랬을 수도 있다. 이 부분의 축약은 2차원 텍스트와
3차원 이미지 사이의 표현방식의 상이함으로 감독이 결단한
부분일텐데 원작을 보진 못했지만 나카시마 감독의 연출
스타일로 볼 때 합당한 의역이란 생각이다.

영화를 본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문제라면,
기승전결 스토리텔링이 뭔가요 먹는 건가요
우적우적 씹어먹어버리고 두개의 평행세계를
러시안룰렛하듯 몰아붙이면서 비쥬얼 테러를
감행하는 감독의 가공할 이미지 연출력 때문에
지독하게 끔찍한 설정이 POP스럽게 느껴지고
초반부터 밀어부친 파격적인 이미지와 연출
때문에 관객들의 감각이 둔화되어 멍하고
혼란스러운 상태로 끝까지 질질 끌려가버린다는
점인데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은 비쥬얼에 집착을
한다기보다 일관되게 그러한 과장된 연출 스타일을
통해 하이브리드한 모순을 던져주는 걸 즐기는
것에 가깝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분명 관객에게 과부하를 주는 건 맞다.

<고백>의 경우에도 감당할 수 없는 정서적 충격을
주지만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고 각 챕터별로
한층 한층 쌓아올리듯 누적형으로 흘러가므로 다소
견딜 수가 있는데(그러다 막판에 꽝! 해버려서 겨우
버티던 관객을 케이오시켜버리는 악취미가 있긴
했지만 SO SO...)

<갈증>은 그런 정직한 전개와는 담을 쌓은 채
시각적으로는 총천연색 물감을 마꾸 뿌려대며
청각적으로는 장르가 다른 영화 대여섯편에 들어갈
사운드를 5분 전후로 교체해가며 RPM 왕창 올려서
마구 틀어재끼는 통에 찰나의 여운을 통해 관객 스스로
스크린을 통해 체험한 것들을 조합해 독자적으로
형상화할 여유를 조금도 주지 않는다.

그래서 전작 <고백>에서 뒷골이 서늘하게 되는
순간이 관객의 자발적 구현에 의한 것이라면
<갈증>은 청룡열차에서 안전벨트에 꽉 묶여진 채
주어진 코스에 따라 비명질러대는 수동태로
가게 되는 단점이 분명히 있다.

그 대신에 전적으로 감독의 스타일을 믿고 신뢰하거나
보여주는 것을 갈데까지 따라가보겠다는 관객과
조우한다면 아마 극한의 이미지로 각인될 것이다.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이 전작 <고백>의 성공으로
획득한 강점. 배우들을 갈아넣다시피 하는 초호화
캐스팅은 안그래도 시각적으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갈증>의 파괴력을 차원이 다른 급으로
격상시킨다.

이 포스터를 보라.

충격! 폭발! 광기!의 소용돌이에
기꺼이 탑승한 주연급의 면면이다.

좌측 맨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야쿠쇼 코지 - 코마츠 나나 - 츠마부키 사토시
- 니카이도 후미 - 나카타니 미키 - 오다기리 죠
- 시미즈 히로야 - 하시모토 아이 순이다.

쿠니무라 준이나 모리카와 아오이는
상당한 비중에도 불구하고 포스터에
얼굴도 못 나오는 지경이다.(덜덜)



야쿠쇼 코지는 정말 몇십년만에 하드보일드 캐릭터로
영화 내내 죽을 고생을 한다.
(그 고생 끝에 지옥을 목도하게 되니 진정한 지옥인간)

그는 뭔가 새출발하고 잘해보려 하지만 왜 자신이
나락으로 떨어졌는지를 전혀 스스로 깨닫지도 못하며
과오를 고쳐서 갱생할 의지도 없다.


다만 위악적으로 자신을 속이고 주변을 윽박지르며
힘으로 헤쳐나가려 할 뿐이다. 하지만 마치 덫에 걸린
곰처럼 그는 계속 수렁으로 빠져들어가며 발목의
고통은 벗어나려면 할수록 더욱 옥죄어오는 덫의
날과도 같다. 그는 자신의 방법으로 분투할수록 더욱
더 카나코가 파놓은 함정에 끌려들어갈 뿐이다.

그는 카나코를 되찾고 싶어하는 동시에 그녀를
두려워한다. 그녀를 감당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마초적 본성은 그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는 카나코를 가부장적 권위 하에 지배하고
싶어하지만 이미 중반부터 그것이 부질없는
짓임을 안다. 혈연에 대한 집착과 동시에 자신과
다른 의미로 너무나 같고도 다른 성스러운 괴물처럼
되어버린 딸에 대한 혐오가 폭발적으로 팽창한다.

결국 될대로되라!가 이 무간지옥 청룡열차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무력한 가장에게 주어진 형벌인
셈이다.


아무리 나름대로 온갖 짓을 해 가며
쏟아진 모래 같은 과거를 복원하려는
환상을 추종하지만 결국 야쿠쇼 코지가
찾아낸 것은 허무 혹은 완전한 실패다.

이는 마치 크툴루 신화 속에서 아무리
범용한 인간 주인공이 이리 뛰고 저리 뛰어봐야
파멸할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과
같은 결말이다.

그 결말을 야쿠쇼 코지도, 그를 지켜보는
관객도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불가사의한 집착으로
질주한다. 초인적인 힘으로...

과연 그 힘의 원천은 무엇에서 오는 걸까?

츠마부키 사토시는 스스로를 파멸로 달려가는
야쿠쇼 코지와는 다르다고 생각하며 약간은
전지적 시점에서 이 막장극을 관전한다.


그러나 물론 그에게도 수행해야 할 미션이 있다.

이 지점에서 츠마부키 사토시는 계속 등장하는
야쿠쟈 행동대장과 롤이 겹친다.

둘 다 카나코의 세계에서 파생된 현실의 문제를
정리해야할 입장이다.

어찌보면 가장 직접적으로 카나코가 건설한 세계를
무너뜨려야할 입장의 인물들이다.

그들은 현실체제의 질서를 위협할 지경에 이르른
한 소녀가 창조한 기괴한 소우주를 지워버려야 한다.

점잖은 척 하는 민중의 지팡이나, 더러운 짓 전문의
야쿠쟈나 이 지점에선 동일한 존재이다.

그들은 무자비하게, 때로는 비웃듯이 사건의 관련자들을
지워나간다. 물론 피비린내나는 방식으로...

하지만 정작 그들은 그들이 제거해야할 가장 큰 숙적인
카나코에게는 접근하지 못한다. 카나코는 어른들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그들은 카나코라는 기괴한 존재에
대해 어찌할 수가 없다.

대신에 카나코에게 이용당하던 존재들은 그녀를 대신해
하나씩 제거된다. 끔찍하고 무자비한 방식으로.

그녀의 수족처럼 충실하던 마약상 심복도,
카나코의 마력에 빠져 마약이건 매춘이건
가리지 않고 그녀를 추종하던 소녀도
모두 죽는다. 끔찍하게...

하지만 카나코는 마치 이 세계의 존재가 아닌
것처럼 계속 그들 주변을 부유하듯 흘러다닌다.



오다기리 죠는 야쿠쇼 코지와는 같은듯 다른듯
역시 고립된 괴물 같은 존재이다.

영화 후반부에 현재의 세계에서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 중 하나인 가정을 모두 잃은 남자와
가정을 잃을 위기에 처한 남자의 대결에서
두 남자는 기이한 버디무비를 찍는다.

야쿠쇼 코지는 딸이라는 존재가 자신이
알고 있다고 믿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괴물이라는 것을 직감하면서 희미해져가는
자신의 동력을 그와는 반대로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오다기리 죠를 파멸시키는
쾌락에서 얻는 것처럼 보인다.

둘의 대결은 결코 선악의 대립이 아니며
똑같은 악,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 안주할
수 없는 변두리의 서로 잡아먹거나 먹혀야할
외톨이 야수들의 싸움에 가깝다.

그들은 결국 경시청과 야쿠자(그리고 그들
배후에 있는 정관계와 재력가들)에게는
소모품과도 같다.

야쿠쇼 코지의 자기붕괴를 조금이라도
지연시키기 위한 가상의 복수극에 휘말린
가정파괴극이라고 해야할까.

현실의 세계는 그렇게 장르적 쾌감과
악인과 악인의 대결과 그 위에 더 강위력한
악의 체제의 견고함을 보여주는 진저리나는
풍경으로 귀결된다.


그리고 또다른 과거의 세계는 어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아이들만의 지옥이다.

평범해보이는 학교는 이지메가 판치는
정글이며, 젊은아이들이 즐겁게 노는

클럽은 마약과 매춘이 판을 치는 공감이다.

카나코는 불가사의한 마력으로 그 세계를
장악하고 스스로까지 파괴하면서 지배력을
넓혀나간다.

모두가 카나코를 좋아하고 사모하며
그녀의 명령에 조종당한다.

그녀가 타인들을 파멸시키는 행위의
이유가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이 세계에
대한 해석은 지극히 자의적으로 관객 각자에게
내맡겨진다.

<고백>의 하이퍼 지옥도라고 생각하면
별 거부감 없이 이 화려하고 끔찍한 가공할
부조리한 소우주를 즐길 수 있겠지만
불편한 마음으로 폭력적 이미지만 남용한다고
보기 시작하면 마치 이라크 포로들을 고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소음을 이용한 비폭력 고문기구
을 체험하는 꼴이 될 것이다.

이 세계의 존재들은 나레이션을 맡은
소년 '나'를 포함해 모두 카나코의 노예들과 같다.

현실의 세계에서 카나코의 무서움을 증언하는
하시모토 아이의 경우 두 세계의 가교가 되는,
일종의 가이드와 같은 존재이다.

과거의 세계가 그나마 야쿠쇼 코지의
길을 따라 어느 정도 추적이 가능한 수준의
스토리로 질주하는 현재의 세계에 비해
몇 배는 더 모호하게 흘러가기 때문에
하시모토 아이라는 터미널은 관객에게
찰나의 숨쉴틈을 준다고도 볼 수 있다.

<고백>의 미즈키 반장님이 저렇게 3년만에
훌쩍 커버릴 줄이야...

'나'를 둘러싼 에피소드는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스포일러이기도 하고 글로 표현하기가
참 애매한 부분이기도 하니깐.



다만 유혈낭자한 현재의 세계보다 몇 배는
더 잔인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과거의 세계라는
것을 감안하면 될 것이다.

카나코의 세계인 만큼 날고 기는 배우들이
명연기를 펼치지만 그/그녀들은 모두
카나코의 거미줄에서 퍼덕대는 나방에
불과할 따름이다.


동년배 여배우 중 최강의 연기력을 가진
니카이도 후미가 극중에서 절규하는 부분은
철저하게 카나코의 세계에 종속당한 극중
그녀의 캐릭터를 절묘하게 상징하는 대목이다.

그리고 다시 현재와 과거를 연결하면서
야쿠쇼 코지의 불안을 끝장내버리는 가이드로
카나코의 담임이었던 나카타니 미키가 등장한다.


그녀는 <고백>의 마츠 다카코의 또다른
버전으로 보인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의 교사와는
전혀 정반대의 교사 캐릭터로 정신없이
내달려온 2시간을 정리하는 가이드 역할을
수행하는 그녀 역시 또다른 의미의 괴물이다.

그리고 그녀에 의해,
무사안일주의로 제자들이 파멸로
향하는 것을 전혀 제지하지 않으려 했던...
그런 그녀에 의해 이 종국무간도는 싱거울 정도로
결말부를 맞게 된다.

후반부, 악과 파괴로 치닫는 무간지옥 같은
끝없는 질주는 야쿠쇼 코지와 나카타니 미키가
향한 눈 덮인 설원에서 느닷없이 멈춘다.

이미 괴물이 되어버린 야쿠쇼 코지는
같은 괴물인 카나코를 찾아헤메고
또다른 괴물인 나카타니 미키는
멍하고 질린 표정으로 그 옆에 있다.

카나코는 스크린 속 세계의 조물주다.

카나코를 찾을 필요가 없는데도
부질없는 짓을 끝까지 놓지 않는
야쿠쇼 코지의 집념은 동족혐오와
혈연집착이라는 원초적 감정의 단말마적
표출에 불과하다.

그저 알파이자 오메가인 거대한 맥거핀 카나코.

전지적인 시점 - 신에게만 부여된 - 으로
카나코는 어른들의 멍청함과 위선을 그렇게
내려다보고 있다.

결국 이 영화 속에서 카나코의 거미줄에
파멸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악인이 될 수 밖에
없다. 자기가 살기 위해 누군가를 해쳐야만
자신을 유지할 수 있는 세계.


그리고 그 속에서 위선으로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것은 어른들의 전매특허이다.

카나코는 그런 어른들의 위선을 조소하기 위해
자신과 주변 아이들을 희생제물로 바치는
지옥의 조크를 그려낸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속 진실은
어쩌면 그녀 자신도 답을 가지지
않은 끝이 없는 심연의 미궁일지도 모른다.

원작에는 나오지 않는다는...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즐겨읽는 카나코... 자세히 보면 <거울 나라의 앨리스>
로 보인다. 우리가 아는 <앨리스>는 사실 <앨리스>
연작의 맛뵈기에 불과하고 <거울 나라의 ~ >부터
펼쳐지는 부조리한 그로테스크의 세계를 아는
이들이라면 카나코라는 존재가 논리로 해석되는
대상이 아님을 간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비약하면
카나코와 아키카주(야쿠쇼 코지), 두 부녀지간의
기이한 버디무비로 <갈증>을 해석할 수도 있겠다.

함께 평행세계에서 파멸로 나아가는 부녀라...

야쿠쇼 코지가 후반부 어디선가 중얼거리던 대사...

"그녀는 나다..."

카나코는 아키카주다.
거울 나라의 카나코...
어른들의 추악함을 고스란히 담은
거울 나라의 여왕 혹은 여신...

영화 속에 나왔던 지옥의 이미지들.

야쿠쇼 코지가 보고 절규하던 지옥도는
굳이 올리지 않겠다. 영화를 보면 심연으로
가라앉는 기분이 어떤건지 체험하게 될테니...

카나코 역을 맡은 코마츠 나나는 이번이
영화 데뷔작이다.

나카시마 테츠야가 간택한 이 96년생 신인여배우는
영문제목 그대로 2시간 동안 스크린과 관객을 지배한다.

만약 그녀가 이후로 <갈증>에서 보여준 이미지를
스크린에서 보여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은 성공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코마츠 나나의 비쥬얼은 강력하다.


CF와 패션모델로 꽤 촉망받는 소녀였지만 영화 속에서의
카나코가 다른 모든 이미지를 초월한다.

카나코의 세계에서 그녀는 자신의 결핍과 붕괴를
끔찍하고 화려한 방법으로 확대재생산해 세계를
창조하는 조물주이다. 저렇게 아름다운 생물이 있을까
경탄할 만큼... 그리고 곧 잡아먹힐 것을 알면서도...


그런 카나코의 세계를 창조해버린 나카시마 테츠야의
<갈증>. 압도적인 비쥬얼과 따라가기 힘겨운 스토리.
이 모든게 카나코가 창조한 지옥을 구현하기 위한
집요함의 결과물이다. 감독의 의도에 따라오거나
말거나는 관객 몫이겠지만. "거장"이라는 칭호에
근접하는 정도는 되어야 해낼 수 있는 작업을
나카시마 테츠야는 이뤄낸 것 같다.

by 붉은10월 | 2014/10/28 23:06 | 2014 BIFF | 트랙백 | 덧글(6)
[BIFF] "대통령"과 함께 민주주의를 위한 춤을!
모흐센 마흐말바프라는, 웬만큼 국제영화제 섭렵 좀
하지 않은 대한민국 평범한 수준 시민이라면 이름 발음하기
참 어려운 분이 1957년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태어났다.



소싯적부터 반골 기질이 다분했던 소년 마흐말바프는
그 엄혹한 팔레비 샤 치하에서 민주화를 위한 반정부 투쟁에
앞장서다 경찰에 붙들려 1974년부터 5년간 옥고를 치루던 중
혁명으로 풀려나게 된다.


그리고 영화를 공부해 1982년, <노수의 회개>라는 작품으로
감독 데뷔해 30여 년째 영화감독의 길을 걷고 있다.



<가베>, <칸다하르> 등의 작품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고
아마도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와 함께 세계에 가장 알려진
이란 출신 감독으로는 쌍벽일 것이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가 이란 국내에서 가급적이면
억압적인 이슬람 원리주의 정부와 척을 덜 지면서
영화 판을 지켜가면서 작업하려는 스타일이라면,
모흐센 마흐말바프는 좀 더 강경하게 억압적인 정부에
대해 할 말 다 하려는 편이었고 당연히 눈엣가시처럼
찍힌 끝에 고국을 떠나 망명을 다니면서 영화작업을
하게 되었다. 아프가니스탄을 거쳐 프랑스 파리를 지나
몇 년 전부터 영국 런던에 정착한 마흐말바프는 꾸준히
영화 작업을 진행함은 물론, 지난한 영화작업에 외부
인력 끌고 다니기가 힘든 나머지 온 가족을 영화판에
데뷔시켜버리는 위업을 달성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는 모흐센 마흐말바프가
감독으로 1편, 주연으로 1편 상영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감독 연출작이 이 글에서 주로 소개할 작품 <대통령>,
주연 출연작이 모흐센과 그의 가족 감독단(?!) 들을
소개하는 <아빠의 영화학교>였다.


아빠 모흐센



엄마 마르지예



장녀 사미라



차녀 하나



아들 마이삼

(트위기 님은 사진을 못 구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애견 트위기(?!)


이상 5+1 영화인(과 영화견) 마흐말바프 패밀리가
모두 감독활동과 배우활동을 병행하고 있으며
온 식구가 영화제 출품하고 수상하러 다니는 진풍경을
만들어내는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막강한 영화가족이
되었다.


하지만 얼핏 보면 화려함의 극치로 보이는 이들의
촬영현장에선 지뢰가 폭발하고 일상생활에서도
암살위협으로 상시 경호를 받는 등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모흐센은 여전히 이란의 민주화와
혼란한 중동정세에 대한 안타까움을 영화작업은
물론 공개적인 발언으로 지적하는 행위를 전혀
중단없이 계속하고 있다.

* 모흐센은 근래 부산국제영화제 등을 통해
한국에 자주 들르는 편이다.
2013년에는 10회 서울환경영화제 트레일러를
작업하고,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을
주연으로 한 중편 <그의 미소>를 연출하기도 했으며
2014년에는 동국대학교에서 만해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8월에 광화문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을 찾는 등 평소의 소신 행보를 그대로
견지하고 있다.


그의 20여 편의 필모그래피
(그리고 마흐말바프 가문의 다른 감독들의
작품까지 포함하면 하나의 거대한 소우주가
펼쳐진다)는 거의 전부 중동의 소외되고 불합리한
현실에 고통받는 민초들을 조명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좀 더 근본적인 문제
- 모흐센 마흐말바프가 소년 시절부터 천착해온 주제,
좀 더 자유롭고 좀 더 민주적인 이란과 아랍권은
왜 이렇게 더디고 힘든 길을 걸어야 하는가? 에 대한
고뇌를 말 그대로 갈아넣다시피해서 - 를 영화적으로
풀어내는 역작을 부산에 가져온 바, 바로
<대통령>이 그 영화가 되겠다.


(이하 글에선 어마어마한 스포일러가 나옵니다!!)



<대통령>의 첫 장면...



중동 혹은 중앙아시아로 추정되는 익명의 국가.
그 수도 한복판의 화려한 대통령궁의 집무실에서
창 밖으로 수도의 야경을 보던 대통령과 손자,
- 대통령이라 하지만 측근들은 대통령을 "폐하",
손자를 "전하"라 부른다 -
대통령은 놀고 싶다고 칭얼대는 손자를 달래다
'지배'하는 쾌락을 전수하기 시작한다.


대통령은 전화 한통화로 도시의 모든 전력을
차단했다가, 다시 전화 한통화로 불빛을 되살린다.


손자는 눈이 휘둥그래진다.


대통령은 다시 전화를 걸어 손자의 명령을
자신의 명령으로 간주하라 하고 손자는 그를
흉내내어 전기를 다시 끊어버리게 한다.


이제 도시의 야경을 되살리기 위해 다시
전화를 통해 명령하지만 전화는 불통이고,
칠흑같은 도시의 어둠 속에서 총소리와 소란만
거듭된다.


다음날, 대통령은 자신의 가족들을 해외순방이란
명목하에 전부 해외로 도피시킨다. 그러나 권력을
내려놓기 싫은 그는 자신만은 남아서 사태의 추이를
좀 더 지켜보려 한다. 손자는 어리광을 부리며
비행기를 타지 않고 할아버지인 대통령 옆에 남고
대통령 영부인은 손자 때문이라도 남편이 위험을
덜 무릅쓰겠지 하며 손자를 대통령 옆에 남긴다.
(손자의 부모, 즉 대통령의 아들과 며느리는
극중 대사로 보면 대통령을 노린 테러에 죽었다.
즉 손자는 고아인 셈. 정치적 감각 없이 사치만
부리는 것으로 묘사되는 딸들에 비해 아들은
대통령이 꽤나 신뢰했던 것으로 비쳐진다)





계속 상황은 악화되고, 일단 대통령은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기 위해 손자와 함께 공항으로
향한다.


하지만 이미 격화된 반정부 시위는 기세가
갈수록 강경해지고 실탄 발포까지 해가며
시위대를 뚫고 지나가려 하지만 오히려 유혈사태에
격분한 시위 군중에 의해 경찰력이 제압당하고
경호원들도 뿔뿔히 흩어진다.




겨우 헬기를 타기 위해 공항에 도착하지만
그가 신뢰하던 군부는 정치적 계산하에 이미
대통령을 배반하고 그를 체포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심복인 경호실장을 잃고
정처없이 도주하던 대통령 일행은 마땅히
갈만한 곳도 없이 라디오를 들으며 정권을
배신한 군부가 그들을 추격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갈 길은 바쁜데 대통령의 마음을 더욱 초조하게
말려죽이려는듯이 도주로는 열리지 않고
어느 교외에서 양떼에 휩싸이면서 기름까지 떨어진다.


대통령은 폭군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내듯이 권총으로
지나가던 주민의 오토바이를 빼앗아 도주를 계속한다.


이미 볼장다본 권력 옆에 누가 남으려 할까.




졸지에 리무진에서 오토바이를 몰게 된 운전기사도
대통령과 손자를 버려둔 채 어디론가 도주해버린다.


이렇게 영화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화려함과 사치의 극을 달리던 대통령(과 손자)는
몰락으로 치닫는다.


대통령과 손자는 이제 도보로 정처없이 시골길을
헤메는 방랑을 시작한다.


중동권답게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 나면 왼손으로
뒷처리를 해야 하는데 "폐하"와 "전하"는 자기 손으로
그런 걸 해본 적이 없다.


그 지경이 되어서도 할아버지만 쳐다보는 손자의
뒷처리를 돕는 대통령.


그러나 도망을 다니기에는 전국 방방곳곳에
얼굴이 알려진 대통령의 외모와 근사한 제복은
"날 잡아 상금을 타라"는 신호와도 같으니.


시골 이발소를 습격해 이발사로 하여금
머리를 밀게 하고 이발사의 낡은 옷을
빼앗아 위장하는 대통령과 손자.


이제 어느 정도 위장도 했고
대통령과 손자는 다시 도주를 계속한다.


배신한 군부와 야당 세력은 대통령의 목에
거액의 상금을 걸었고 추격을 거듭한다.


우스운 건 운전기사나 과거 대통령의
친위세력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자수하듯
대통령의 행적을 신고하는 반면,
무지렁이 민초인 이발사 가족은 아무것도
해주기는 커녕, 극빈자인 이발사의 의복과
빵을 빼앗은 대통령을 고발하지 않았다가
체포되었다는 라디오를 통해 들려오는 소식이다.


막연히 권력자에 대한 공포도 있겠지만
초라하게 도망치는 자에 대한 연민도 엿보이는
풍자가 아닐런지...




하지만 포위망은 계속 좁혀져 오고
대통령과 손자는 거리의 유랑악사로
신분을 가장한 채 길 위에서 그의 통치로
고통받아온 수많은 이들을 만난다.


독재권력자인 대통령이 쫓겨났지만
여전히 고통받는 이들은 헤어나오지 못한다.


대통령은 그 현장을 묵묵히 지켜본다.


통제를 벗어난 군대는 야당 정치인들의
묵인 하에 서민들의 가진 것을 빼앗고
갓 결혼한 신부를 겁탈하며 공포 분위기를
부추긴다.


모흐센 마흐말바프는 그가 젊은 시절
직접 목도했던 이란 혁명의 변질 과정과,
한때 그가 희망을 품었을 재스민 혁명의
현재 상황을 극중에서 가감없이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신랄하고 잔인한 묘사다.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독재자를 위해
시민들에게 총구를 들던 군대가 절대권력의
공백기에 통제도 받지 않은 채 폭력집단의
본질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부분은 오늘날
우리가 전 세계 곳곳에서 목도하는 풍경이다.


대통령은 억압당하는 서민들의 피난길에
함께 하면서 마치 <크리스마스 캐롤>의
스크루지 영감처럼 무력하게 그 지경을 바라본다.


대통령 역을 맡은 조지아(그루지아)의 국민배우
미샤 고미아스빌리는 마치 몰락한 '리어왕'처럼
고통스러운 침묵의 연기를 펼쳐보이기 시작한다.




그는 여전히 도피와 권력 복귀를 꾀하지만
도피를 위해 누더기를 거듭 갈아입으면서
그의 과거의 영화보다는 마치 고행길의 수도자 같은
풍모를 보는 이들로 하여금 느끼게 만든다.



(왼쪽이 미샤 고미아스빌리, 그 옆이 부인으로
부인이 <대통령>의 의상디자인 전체를 맡았다고
한다. 의상만 갈아입었는데 사람이 달라보이는
경이로움은 "왕자와 거지" 수준이더라)


손자 역할을 맡은 다치 오르벨라쉬빌리 역시
처음의 철없는 중2병 어린아이에서 부모를 여의고
할아버지만 바라보며 몰락의 길을 미끄러지지만
도무지 지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 역할을
잘 소화해낸다.




화려한 궁전에서 집사의 또래 여자아이 '마리아'에게
홀딱 반해 소녀와 춤추는데 집착하던 손자는 그때
배웠던 춤으로 대통령이었던 할아버지의 연주에 맞춰
생존을 위한 춤을 추게 된다.


이 철모르는 아이는 그저 이 상황이 하나의 꿈 혹은
연극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 연극은 끝이 날 줄 모른다.


대통령은 이중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
그는 권력을 되찾고 손자와 그의 안전을
꾀하기 위해 안전한 곳으로 도피할 계획을
여전히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가 믿었던 자들은 다 이제 그의
적이 되었기 때문에 숨어있을 곳이 아무데도
없고 특히나 철없는 손자를 데리고 도망다니는
것은 힘든 일이기에 급기야 그가 권력을 잡기 전
관계했던 창녀에게 찾아가기에 이른다.


그러나 그곳에서 대통령이 본 것은 통제에서
벗어나 무법집단이 된 군인들이 생리중인 창녀를
겁탈하는 지옥같은 광경이다.


도움을 청하러 갔지만 그는 비굴하게 돈을 달라는
말만 하다 쫓겨나고 만다.


그리고 정처없는 길 위에서 대통령은 그가 박해했던
정치범들의 마차에 신분을 숨긴 채 동행하게 된다.


아마 그의 판단은 지극히 현실적이었을 것이다.


설마 대통령이 그들의 적과 함께 다닌다고 누가 생각이나
하겠냐는... 그렇게 원쑤들을 이용해먹으려는 노회함은
그러나 길 위에서 듣고 보는 참혹한 자기 나라의 풍경과,
그가 지시한 고문의 흔적들로 불구가 된 정치범들의
이야기 속에서 혼란을 거듭한다.


그는 여전히 권력을 되찾을 궁리에 여념이 없지만
그의 도피 여정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는 마치 광야를
헤메던 예수 그리스도와 12제자의 행렬을 연상케 한다.


그들은 황량한 시골길을 비좁은 마차에 의지한 채
터벅터벅 이동하며 때로는 그나마 몸성한 이들이
참혹한 철사 고문으로 걷지도 못하게 된 다른 이들을
업고 가기도 한다.


늙었지만 건장한 체구의 대통령이 병든 정치범을
업고 산길을 오르는 이미지는 속죄와 보속으로 비춰진다.


그들은 한병의 술을 나눠 마시고 함께 애수어린 연주와
모닥불로 추위를 버틴다.


어떤 정치범은 자신이 운좋게 대통령의 아들 부부,
손자의 부모를 암살한 음모에 가담했음에도 들키지
않아 목숨을 건졌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대통령의 자아는 상상으로 표출된다.
그러나 현실의 대통령은 침묵할 수 밖에 없다.


한 정치범은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오직 고향에서
자기를 기다릴 아내만을 생각하며 힘겨운 마지막
여정을 견딘다.


그는 거의 기어가다시피해 그리운 신혼집에 도달한다.


* 이 부분은 일리야 레핀의 그 유명한 그림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나 모파상의 단편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이미 아내는 그가 죽은 줄 알고 다른 남자와
재혼한 지 오래이다. 그는 충격에 이성을 잃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통곡하는 전 부인을 바라보며 장례를
함께 치른 정치범 일행(과 대통령)은 다시 길을 떠난다.


이제 정치범 일행과 헤어져 그를 도피시킬 보트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대통령과 손자.


하지만 미심쩍게 그들을 지켜보던 농부의 신고로
동네주민들과 군대가 상금과 복수를 노리고 해안으로
들이닥친다.


숨을 곳이 없어 배수로 파이프 안에 움추리고 있던
대통령은 결국 흙투성이 몰골로 끌려나온다.


* 이 부분은 후세인이나 가다피의 몰락과 싱크로가
다큐처럼 묘사된다...


성난 군중과 군대는 그들을 어떻게 처단할지
의견이 분분하다.


처음에 무솔리니 일행처럼 대통령과 손자를 총살하려던
이들은 손자를 먼저 죽이고 대통령을 나중에 죽이자고
하다가 아예 화형에 처하자고 부르짖는다.


도끼로 참수하자는 이들도 눈을 부릅뜬다.


그 와중에 지금껏 동료 정치범으로 알았던 위인이
알고보니 찢어죽여도 시원치 않을 '대통령'이라는 것을
알아챈 정치범들이 도착한다.


그들은 성난 군중들에게 이성을 찾을 것을 호소하고
살기등등한 군인들에게 '당신들도 저 작자의 편에서
으스대고 괴롭히지 않았느냐!'고 꾸짖는다.


이러면 저 작자와 우리가 뭐가 다르냐고 절규하는
정치범들에게 주민들도 절규로 맞대응한다.


'우리 아들이', '우리 남편이' 저 놈에게 죽임당했다며...


다른 이들은 '그럼 어떻게 저 놈을 처리해야 됩니까?'
하소연하듯이 묻는다.


정치범들도 말문이 막힌다.


한 사람이 답한다.


'저 놈에게 민주주의를 위한 춤을 추게 합시다!'


하지만 대통령이 저지른 죄악은 너무나 많아
그의 제안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정치범들은 손자를 겨우 빼내어 바닷가로 데려가
파도를 바라보며 춤을 추게 한다.


아마 대통령은 결국 죽임을 당했겠지만
손자와 정치범들은 바다를 바라보며 춤을 추고
생각에 잠긴다.


두 시간 가까운 이 기묘한 로드무비는 그렇게 끝난다.


영화가 끝나고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과
대통령을 맡았던 미샤 고미아스빌리, 그리고
그의 부인이기도 한 의상디자이너가 무대로
올라와 GV를 진행했다.


감독은 자신이 현재 바라보는 중동과 3세계 전반의
독재와 민주주의 문제를 조명하는 비전으로 <대통령>을
만들었으며 특정국가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과거에 팔레비 샤의 독재에 맞서 싸웠던 투사 감독이
수십여년 간 응축해온 문제의식, 즉 독재자 한 명의
절대악이 아니라 그 사회 전체가 독재에 길들여져온
문제가 독재 이후의 난맥을 잉태하고 있으며 폭력에
중독되지 않고 더 많은 민주주의와 소통, 대화가 현재
필요하다는 통찰을 보여줬다.


주연배우 미샤 고미아스빌리는 저렇게 초라하게
도망다니는 독재자는 있을 수 없다며 하나의 거대한
은유와 풍자로 배역을 소화했음을 자신있게 표현했다.



손자 역을 맡은 다치 오르벨라아쉬빌리는
실제로 영화 촬영 1년 전에 아버지를 여의었다고 한다.


그래서 더 감정이입도 잘 되었고 연기력이 뛰어나
많은 귀여움을 받았다고 한다.


이 영화는 거의 전적으로 조지아(그루지아)에서
작업이 이뤄졌는데 이를 통해 중동과 중앙아시아에서도
변방인 조지아 영화계의 만만찮은 실력을 확인한 것 또한
쏠쏠한 재미이자 발견의 기쁨이기도 했다.


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조지아 여성감독
특별전을 열었지만 오히려 <대통령>의 제작이
조지아에서 이뤄졌다는 것이 더 큰 임팩트로
다가온 느낌이다.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은 자신의 생애에서
가장 큰 결단과 그로 인한 이후 인생의 굴곡이었을
이란과 중동의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한 여정에서
60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현재적 완성판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고전 비극의 주인공처럼 특정한 개인의 초상이라기보다
거대한 서사의 한 부분처럼 연출된 '대통령'은 독재를 겪고
있거나 겪었던 나라들의 "과거"의 어두운 유산을,
용서와 미래를 걱정하는 정치범들은 "현재"의 대안을,
그리고 영문도 모르는 채 이 기막힌 현실에 노출된
'손자'는 이들 나라의 "미래"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 책임있는 자들은 죄값을 치르고 반성해야 하며,
독재가 끝나더라도 바로 광명천지 유토피아가 올 일이
없음을 직시하고 여러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피의 복수나
무정부적 혼란으로 가지 않게 성찰해야 미래 세대에게
그들이 겪었던 고난을 되물림하지 않을 것이라는 장구한
비전이 펼쳐지는 영화 <대통령>은 거장이 된 명감독의
세계를 바라보며 던지는 강속구이며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기막힌 작업이다.


by 붉은10월 | 2014/10/27 20:49 | 2014 BIFF | 트랙백 | 덧글(0)
[BIFF] 다이빙벨, 칠흑의 심연을 응시하는...
2014년 19회 부산국제영화제 최대의 화제작은
단연코 <다이빙벨>이었다.

세계적인 거장들의 신작 갈라 프리젠테이션도,
당대의 아이돌그룹 멤버의 첫 영화 출연작도
<다이빙벨>만큼 뜨거운 주목과 논란에 둘러싸이진
못했다는 기억이다.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19년 역사의 국제영화제
상영예정작에 대해 작품 상영을 중단하라는 압력이
작용한 <다이빙벨> 때문에 1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문화와 정치의 가치관이 충돌하는 자리로 변모하는
위기에 둘러싸여 있었다.

<다이빙벨>을 상영하는 현장에는 두 부류의 평소에
상영관 내에서 보기 힘든 이들이 존재했다.

검은 양복을 입은 요원 차림의 건장한 남자들은
영화제 측의 안전요원들. 그리고 구석진 곳에서
묘한 눈빛을 하고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살피는
정부기관원들.

여기에 한 부류를 더 하자면 <다이빙벨> 화면 속에서
가장 지탄을 받는 부류 중 하나인 프래시 팡팡
터트리는 "예의없는" 언론기자들을 들 수 있었다.

<다이빙벨>을 둘러싼 무수한 논란에 비하면
77분이라는 길지 않은 러닝타임의 <다이빙벨>은
비교적 평이하게 진행된다.

공동감독이기도 한 이상호 기자의 "고발뉴스"와
"팩트TV"를 즐겨봤던 이들이라면 익숙할법한
팽목항과 다이빙벨 관련 영상들이 이어진다.

중간중간에 블랙유머적인 코믹 풍경들은 대부분
이종인 대표의 언행에서 비롯된다.

<다이빙벨>은 이종인 대표가 끌고 온
'다이빙벨'이라는 수중구조를 위한 감압장치를
둘러싼 울지도 웃지도 못할 기이한 풍경을 중심으로
팽목항에서 벌어졌던 일들의 단면을 보여준다.
(감독조차 1/10도 팽목항의 전모를 담지 않았다고
인정하는 부분이다)



이종인 대표는 '다이빙벨'을 가져오지만 해경 등
정부관계자들은 협조적이지 않고 장비를 도로 끌고
올라가지만 지지부진한 구조작업에 격앙된 유가족들은
해수부장관과 해경청장에게 '다이빙벨' 투입을
겁박하다시피해 겨우 허락받는다.

똥개훈련도 아니고 장비 끌고 왔다 올라갔다
도로 내려온 이종인 대표이지만 그후로도
그렇게 협조와 지원을 받지는 못한 것으로
<다이빙벨> 속에서 묘사된다.

특히 후반부 심야작업 당시에는 신변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심적 피로와 기묘한 분위기가 거듭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구조 실패로 귀결된 현장, 허탈한 표정으로
자리를 떠나는 이종인 대표를 둘러싼 마치 늑대떼처럼
묘사되는 카메라 플래시와 마이크들.



그리고 엔딩크레딧 와중에 추가로 삽입된 세월호
단원고 유가족 대책위 중 한 아버지에게 이상호 기자가
직설적으로 들이댄 가운데 벌어지는 문답.

'무엇을 바랍니까? 특례입학 바라십니까?'
"아니오"
'보상을 바라십니까?'
"아니오"
'그럼 무엇을 바라시는 겁니까?'
"진실을 바랍니다..."

77분은 그렇게 흘러간다.

기대치를 높게 잡지 않고 봐서 그런지 <다이빙벨>은
평이하지만, 가끔 감정선이 격앙되는 지점이 반복되는
뉴스속보성 작품이었다.

지나치게 한정적인 범위로 내용이 제한되었지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을 감안하면 불과 4-5개월만에
완성되었을 작품으로 감안하고 본다면 어느 정도
이해할만한 수준의 편집이었고, 물리적 환경의 제약으로
팽목항과 구조작업 전반을 다루려 했다면 가편집본
수준도 나오기 어려웠으리라 짐작해본다.

공동감독 2인(이상호, 안해룡)의 작업인데,
이상호 기자가 현장 취재영상들을 최대한
모아내고, 이를 베테랑 다큐멘터리스트
안해룡 감독이 자를 것 자르고 덜어낼 것
덜어내고 추가로 넣을 장면 일부를 촬영해
편집하는 식의 역할분담이 이뤄졌다고 한다.

감독들이 밝힌 바에 의하면,
이상호 기자는 다양한 영상들을 최대한
삽입하고 싶어했고, 안해룡 감독은 밀당을
벌이면서 컷 자체는 튀어도 전체 밸런스에
안 맞다고 판단하면 짤라내는 식으로 충돌을
적잖게 벌였다.

<다이빙벨>에 대한 리뷰를 쓴 다른 이들에게서도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부분이지만, 이상호 기자의
취재와 이종인 대표의 주장 외에 이들을 비판하는
입장을 인터뷰하거나 소개하는 지점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 한계가 뚜렷하게 존재한다.

- 감독들은 양쪽의 주장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독립적
전문가집단이 국내에 사실상 부재하다고 고충을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역시나 물리적 시간의 제약도
존재했음을 인정했다. -

그러나 이 작품은 세월호 사태의 현장성을 살리기 위해
자체 완결성을 과감히(아니 애초부터) 덜어내는 것을
감수했기 때문에 제작의도대로라면 한계를 사전에
자수해버린 작품이 되므로 이 지점을 지적할 수는 있겠으나
그 자체로 작품의 의의를 통째로 부정해버리는 것은 상당한
비약이라는 생각이다.

오히려 작품을 제작한 취지대로라면 10월 초
부산국제영화제가 아니라 1-2달 전에 상영하는 것이
더 적절했을 것이다.

물론 더 편집이 거칠어지고 호흡의 밀도가 자체적으로는
나빠졌을테지만 그것을 상회하는 속보성을 강화하는 것이
감독들이 밝힌 제작의도에는 더 부합될테니.

이 작품 <다이빙벨>은 뉴스와 기록다큐의 경계선상에
있기 때문에 <다큐멘터리>라 부르기에는 애매한 지점이
있다.

기록으로서의 총체성을 요구받을 때 <다이빙벨>은 상당히
외소해진다.



그러나 정세적인 개입을 목표로 스스로 뉴스 프로파간다
성격을 자임할 때 <다이빙벨>은 아주 독특한 지점을
갖게 된다.

그 측면에서 <다이빙벨>은 부산국제영화제를 아주 적절히
잘 이용했다.

이 작품이 만약 부산국제영화제 논란을 겪지 않았다면
10월23일 전격상영과 이를 통한 (작은) 반향은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실 현재 <다이빙벨>이 예술영화관들을 중심으로 매진
열풍을 이어가는데 일등공신은 서병수 부산시장과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 그리고 포탈사이트 평점테러를
저지른 일베 멤버들이다.

애초에 사회적 논란을 통해 세월호 국면을 재점화하려는
(혹자는 이상호 기자의 자기중심적 쇼맨십으로 보기도 하는)
의도와, 아직 상영되지 않은 영화에 대한 '사전검열'로
보여지는 친정부적 인사들의 완장질에 대한 반발심리가
실제로 자체 완성도가 결코 높다고 보기 어려운 이 작품
<다이빙벨>에 대한 가장 큰 우군이 되고 있다.

그러므로 "프로파간다"라는 표현은 <다이빙벨>에 대해서만은
결코 폄하가 아니라 선전선동이 잘 될수록 본래의 제작의도를
구현하게 되는 것이 된다.

영화 내적인 완결성을 포기하는 대신 철저하게 이슈 파이팅에
특화되는 연출과 홍보전략으로 승부하는 <다이빙벨>이다.

그러므로 <다이빙벨>을 독립다큐멘터리의 특정 경향
("천안함 프로젝트"나 "슬기로운 해법" 같은 일군의 작업들)
으로 볼 때는 미흡한 수준의 답습으로 비평할 수 있지만,
상영 자체를 막아야할 악질 선동영화로 치부하는 것은
번지수를 잘못 잡는 행위가 되어버린다.

대부분의 포탈사이트 영화게시판 평점이 0점과 10점 중
하나로 매겨진다는 것은 정작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는
거의 없이 진영논리로 치닫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영 시작도 전에 0점 평점을 남발한 일베는
문화와 표현의 자유 권리에 뻘건 페인트를 쳐바르는
행태로 찍혀버렸다)



이상호 기자와 이종인 대표는 공명심에 들떠서 스스로
진실 보도와 자기 스타성을 등치시키는 모순에 빠졌거나
얄팍한 사업적 홍보와 구조를 위한 수호천사 코스프레에
스스로 현혹된 인물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다이빙벨 자체의 완벽성을 주장할
필요도, 인정할 필요도 없다는 점이다.

2014년 4월 16일 이후 며칠간, 한국정부와 군경,
언론 등은 자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과는
동떨어진 행보를 보였고 수백수천의 유가족들은
절망과 분노에 패닉상태일 수 밖에 없었다.



그 상황에서 그나마 자신들의 목소리를 알려주는 기자와,
혹시나 구조에 도움될 지 모른다는 신장비를 가져온 구조업체
대표는 썩은지 안 썩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건 동아줄로
보였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장의 혼란과 제대로 난장판이었던 구조작업지휘체계는
그 동아줄이 썩었는지 안 썩었는지도 제대로 검증할 수 없었다.

그 책임의 우선순위가 이상호 기자와 이종인 대표는
아니지 않는가.

이종인 대표가 보여주는 낙폭이 큰 언행의 변화와 스스로도
나약해지고 좌절해가며 때론 공포(그 공포가 피해망상인지
아니면 실제로 현장에서 두껍게 쳐진 어두운 커넥션인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에 몸부림치는 혼돈의 심연은 결국
<다이빙벨>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이후의 한국사회 논쟁을 다시금 심연에서 억지로
끌고 올라오려 한다.

결국 영화의 의도를 가장 잘 간파하는 것은 집단지성으로서의
관객들의 총합이 될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인 평점을 매기라면,
아무리 좋게 봐도 다큐로서의 완성도는 5~6점.
현실에 개입하고 정세적 효과를 내는 프로파간다로서는
9~10점을 줄 수 있겠다.

아주 그냥 포스터에서부터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정말 진저리나게 도망치고 싶은 팽목항 앞바다를
재현하고 있지 않은가.



* 사실 제일 정확하게 객관적으로 <다이빙벨>을
평할 수 있다면, 해외 다큐멘터리 감독들일 것이다.
<액트 오브 킬링>과 <침묵의 시선>으로 현재
세계 다큐멘터리계의 총아라 할 조슈아 오펜하이머는
이 작품이 논란이 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어 했다.
분명 정부가 제대로 사고 처리와 구조를 못 한 게
맞고 다큐멘터리스트나 언론기자라면 그걸 까거나
이면을 보여주는 작업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상영하라 마라 간섭하는 것이 비정상으로 보였을 테니.

이제 소규모로나마 개봉한 <다이빙벨>은
관객들의 검증을 거칠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현재 20개 될락말락한 전국상영관으로는
이미 <다이빙벨>에 심정적으로 동의하는 이들
위주의 관람이 이뤄질 수 밖에 없으므로 중립적
입장의 관객들이 유입되는게 쉽지 않아 보인다.

감독이나 제작진이 대외적으로 천명한 바에 의하면
동의하지 않거나 판단을 유보한 이들이 많이 보고
토론해 봤으면 하는 입장이라고 한다.

다큐 자체로서는 평타 이상으로 봐주기 어려운
<다이빙벨>을 키워주는 것은 한국사회의 모순과
검열의 징후를 드러내는 일각의 분위기 때문이다.

<다이빙벨> 관람을 허하라. 그러면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다. 무엇이 맞고 무엇이 그른지...

그리고 세월호라는 한국사회에 앞으로 수십년간
오르내릴 사건에 대해(우리는 2014.4.16일 이후로
그 누구도 세월호와 무관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으니)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는 영화들이 속속 등장할 때
<다이빙벨>은 스스로에 가장 걸맞는 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 그것이 긍정적인 결말로 가는 길이다.

by 붉은10월 | 2014/10/26 18:36 | 2014 BIFF | 트랙백 | 덧글(4)
[BIFF] 돌에 새긴 기억, 카메라에 담기는 기억


변두리 구석진 영화관.

아이 하나가 영사기사인 아버지를 찾아
영사실에 들어선다.

극장 안에서는 숨죽인 몇몇이 영화를 본다.

1982년작, 알마즈 귀니의 <욜>이다.

곧 이라크 정보부와 경찰이 들이닥쳐
관객과 영사기사를 잡아간다.

아이는 겁에 질려 그 광경을 지켜본다.

시간이 흘렀다.

후세인이 몰락하고 쿠르드인들은
이라크 내에서 쿠르디스탄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자치정부를 얼기설기 꾸려서 살아간다.

어릴적 아버지의 체포를 숨죽여 보던 아이는
독일에서 영화감독이 되어 쿠르디스탄으로
돌아와 1988년 쿠르드 민족 학살사건을
영화화하려 한다.



쿠르드민족이라면 잊지못할 학살 사건이지만
누구도 자기의 부인이나 딸, 여동생을 영화에
출연시키려 하지 않는다.

감독은 이란에서 쿠르드 족 여배우를 데려오려
하지만 쿠르드인들에게 까다로운 국경수비대에
행정서류 미비로 억류되어 실패하고 만다.

영화 투자를 위해 쿠르드 계 인기 가수를
주연 배우로 캐스팅하지만 그는 연기에 대한
열정이나 민족의 수난을 다룬 영화 작업에
대한 존중보다는, 영화를 매개로 그가 관여하는
돈벌이 사업에 한눈을 팔고 있다.

어렵사리 연기경험은 일천하지만 열정을
가진 교사 출신 여성이 찾아와 캐스팅되지만
법적 후견인인 큰아버지와 그녀와 결혼하려는
사촌의 반대에 부딪혀 촬영 내내 살얼음판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제작비는 계속 부족하기 짝이 없고 기회를
노릴새라 주연 남자배우는 자신이 감독까지
차지하려 하거나 제멋대로 내용을 바꾸자고
간섭하기 일쑤다.



난민촌에서 데려온 엑스트라들은 연기경험이
없을 뿐더러 통제도 잘 되지 않는다.

심지어 영화가 완성되더라도 쿠르디스탄
내에서 제대로 상영 배급이 이뤄질지도 의문인
상황이다.

여배우는 사촌에게 결혼해주겠다고 설득해
간신히 연기를 할 수 있었지만 촬영현장의
자잘한 사고나 다른 배우와 어울리는 연기를
보다못한 사촌에게 강제로 끌려가는 일이
빈번하고 결국 후견인인 큰아버지와 의절하는
지경에 이른다.

하지만 그녀는 이상하리만치 집념을
보이며 영화에 몰입한다.
(그 이유는 이 영화의 제목과 관련이 있다)



감독은 독일의 안정된 가정과 환경을 버리고
황무지 같은 쿠르디스탄에서 영화 작업에
몸과 마음을 다 갈아넣는 행위를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가족과도 멀어져간다.

우여곡절의 끝판왕은 영화 때문에 아내를
빼앗겼다고 망상에 빠진 주연여배우의 사촌이
감독에게 총격을 가하는 사건이다.

감독은 하반신 불구가 되고 병상에서 촬영기사에게
스크립트를 만들어가며 원격으로 현장을 지휘하고,
부족한 제작비는 프로듀서의 집을 팔고 총격으로
수감된 사촌 가족의 합의금으로 메꿔가면서 결국
영화를 완성한다.

학살이 벌어졌던 감옥 야외에서 어렵사리
마련된 시사회. 그러나 열악한 쿠르디스탄의
현실을 반영하듯 극장이 없어 선택한 야외상영조차
정전과 발전기 고장으로 중단된다.

초청된 관객들은 투덜거리며 시사회를 떠나고,
비까지 쏟아지는 가운데 겨우 재개된 시사회에서
완성된 영화를 감독과 스탭, 주연여배우와 그녀의
사촌만이 만감이 교차되는 표정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영화는 끝난다.

감독 사우캇 아민 코르키는 쿠르드 인으로
<크로싱 더 더스트>, <킥오프> 등의 작품에서
민족적 정체성과 어지러운 중동의 현실을 반영하는
작업을 거듭해 왔다.



다소 밝은 톤으로 만들었던 <킥오프>에 이어
가져온 <돌에 새긴 기억>은 쿠르드와 중동의
현실을 반영하듯 답답한 악전고투의 연속이다.

알마즈 귀니의 <욜> 제작과정에 대한 오마쥬로
펼쳐지는 영화 속의 영화 제작과정은 굳이
쿠르드 영화 만들기가 아니더라도 작가정신을
갖고 영화를 만드는 지구상의 모든 이들이
겪어야 할 문제들을 압축해 보여주고 있다.



쿠르디스탄 자치정부는 그나마 현재 이라크
국경 내에서 영화가 만들어지는 거의 몇 안 되는
공간이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환경은
최악의 수준이며 쿠르드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쿠르드 민족 문제를 알려내는데 중요한 공헌을
하고 있고 그 이점을 나름대로 활용하는 쿠르디스탄
자치정부의 경우를 볼 때도 불합리하기 짝이 없다.

민족의 고난의 역사를 조명하는 영화를 만들려는
사명감에 불타지만 감독은 쿠르드의 현실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쿠르드 지역사회 역시 그런
감독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한다.

감독의 집념, 제작자의 애환, 여배우의 고뇌가
어우러져가며 영화는 마치 프란시스 코폴라가
<지옥의 묵시록>을 찍다 돌아버리는 지경으로
치닫는 필리핀 정글 속으로 들어가버리는
수준으로 종국을 맞는다.

그리고 모든 걸 정화하듯 쏟아지는 비와,
러닝타임 내내 함께 부딪혀가며 영화의 완성에
정이건 반이건 역할을 했던 대표격인 이들의
시선이 뿌연 스크린과 어우러진다.

그렇게 영화는 정화된다. 몇 안 되는 관객이지만
영화는 그에 걸맞는 관객을 찾았다.

영화 속 영화 만들기의 또 하나의 수난기로서
<돌에 새긴 기억>은 카메라에 뭔가를 담아내려
하는 이들의 열정과 집착을 진저리나게 담아낸다.

영화가, 영화인이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에 대한
발언을 하기 위해 감내해야할 것들의 원형질을
보여주기 위해 <돌에 새긴 기억>은 고유한
역할을 해내는 그런 영화다.


by 붉은10월 | 2014/10/22 13:45 | 2014 BIFF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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